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허지웅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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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이 묻는다. 개포동의 김갑수씨는 괴물이었을까요? 그가 끊임없는 연애를 통해 증명하려 했던 건 무엇일까요? 허지웅은 괴물을 사랑하고 괴물을 악으로 몰아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누구의 마음에나 괴물이 있고 소설은 우리 안의 괴물을 이해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 소설가 허지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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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우울 -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우울의 모든 것
앤드류 솔로몬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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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울증에 관하여 기록한 아주 잘된 논픽션이다. 우선 내가 감탄한 것은 이 책이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거의 우울증에 관한 백과사전격으로 나온 책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저자 자신도 참 길고 오랜 기간동안, 그리고 지금도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때론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처럼 엮어내면서, 또 때론 우울증 환자들과의 인터뷰를 적재적소에 인용하면서, 한 권의 완결된 책을 써냈다.
 나는 가끔 우울증에 빠지면, 우울에 관한 책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내게 큰 도움이 된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읽다보면 좀 괴롭다.

그 숱한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하고 약을 먹고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몰락해가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인간이란 본래 저렇게 연약한 것이구나, 또 삶은 정말 그런 우리를 벼랑끝까지 몰고가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전율이 느껴진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우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잠들면, 꿈에서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우울과 이 책속의 극단적인 우울들이 뒤섞여 나타나서, 마치 전쟁이라도 하고 일어난 듯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곤 했다. 우울에 대해 말한 책이므로 이 책은 우울했다. 지금까지 덮어왔던 내 모든 우울들이 다른 우울증 환자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걸 지켜보는 경험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괴로운 부분이 더 컸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스럽고 그렇게 우울했던 이 책은, 마지막 챕터 '희망'에서 그 모든 것들을 추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될 거라는 걸 말해준다. 

 '우울증 환자가 정상인에 비해 주위 세계를 더 정확하게 본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보다 진실에 가까울 공산이 크다...프로이트도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눈이 더 날카롭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불안도 슬픔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인생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이들은 지나치게 쾌활하고 대담하고 몰인정하다. 그런 이들에게 무슨 인정이 필요하겠는가?...우리를 압도하고 마비시키는 슬픔은 광기에 대한 방패 노릇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슬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울 역시 어떻게 보면 삶을 견디는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얼굴에 그늘 한 점 없이 쾌활한 사람들을 너무도 부러워했었다. 물론 그들에게도 다 나름의 삶과 우울이 있었겠지만, 나에겐 그 우울을 덮고 잠깐 쾌활해지는 것조차 너무나 큰 숙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종종 나를 키운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었던, 그러나 감당해내려고 항상 발버둥쳐왔던 그 우울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울은 때론 나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몰고 가기도 했지만, 또 때로는 내가 일상을 견뎌낼 수 있도록 방패막이가 되어주기도 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삶의 많은 부분을 우울과 함께 보낼 것이다. 그 우울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 것인지는 또 나의 몫으로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지난 1학기 기말고사 즈음해서, 나는 잘못된 우울에 빠져서 홱 돌아버리고 말았는데,(그때 나는 기말고사를 두 개 남기고 '더 이상 시험을 치르러 들어가면 난 죽을지도 모른다.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 버렸다. 그래서 실제로 나는 한 학기동안 결석 한 번 안 하고, 중간고사도 멀쩡하게 치른 전공과목 기말고사를 거리낌없이 제껴버렸다. 내 동기들이 일제히 전공시험을 치르고 있던 그때, 나는 도서관 한 구석에 박혀서 내 목숨을 구해야 된다며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봐도 그때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무리 격한 우울이 덮쳐도 그런 요상한 방식으로 풀면 안됐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 우울을 견뎌야했다. 내 맘이 약해질수록 우울은 더 과감하게 나 자신을 잡아먹을 뿐이었다.

 

우울증을 겪는 동안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생이 끝난 시점에서 불행했던 세월만큼은 더 살 수는 없다. 우울증이 삼켜버린 시간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당신이 우울증을 겪으며 보내는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분이 저조하다 해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겨우 숨만 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참을성 있게 견뎌내면서 그 견딤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우울증 환자들에게 주는 중요한 조언이다. 시간을 꽉 붙들어라. 삶을 피하려 하지 마라. 금세 폭발할 것만 같은 순간들도 당신의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겨우 숨만 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견뎌낼 것.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   

우울을 데리고 살되, 우울에게 잡아먹히지 말 것.

 

아씨, 근데 나 지금은 잘 하고 있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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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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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렇게 읽어야 할 책이 천지인데 나는 왜 그렇게 책도 안 읽고 우울과 절망의 늪에만 빠져 있었나.
정말로 어떤 책은 단지 읽는 것만으로도 우울과 절망의 늪에서 한 인간을 구해내는 힘을 가진 것이 있다. 이 <갈매기에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소설도 그렇다.
이 책에는 소르바스라는 멋진 고양이가 나온다. 이 소르바스가 있는 세계 속의 고양이들은 말을 할 줄 알고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만, 이것이 밝혀질 경우 인간들이 고양이를 실험실에서 조져버릴까봐 침묵하고 있다. 다만 인간이 고양이에게 맛있는 비스킷을 주거나 이쁜 짓을 하면 "음, 훌륭한 꼬마인걸!"하고 혼자 생각할 뿐이다.
이 고양이들의 세계에서는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 이 고양이들이 있는 항구에서는 항구 고양이 한 마리의 문제가 곧 항구 고양이 전체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많은 책장들을 넘긴 탓에 '발톱이 다 닳아 없어져서 남은 발톱만이 짧게 드러난' 박사 고양이도, '이런 향유고래 기름 같은 경우가 있나!' 같은 멋진 비유를 쓸 줄 아는 모험가 고양이도 모두 소르바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모은다.

소르바스는 어느 어미 갈매기의 유언에 따라 아기 갈매기에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법을 가르친다 라는 것이 좀 뻔한 레퍼토리 같기도 하지만 세풀베다는 확실히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작가이다. 아기 갈매기를 인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화분 속에 갈매기를 숨겨두는 장면이라든지, 아기 갈매기를 잡아먹으려는 쥐군단과 하수구에서 담판을 짓는 장면 등은 정말이지 가만 있을 수 없도록 재미있는 장면들이다.
그린피스 회원답게 이 작품에서도 인간의 환경파괴에 대해서 냉엄하게 꾸짖는 내용이 나오지만, 그 환경파괴의 실상을 지적하는 데 있어서도 세풀베다는 절대로 교훈적이거나 운동가적인 말투로 사람들에게 교훈을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같은 말투로 어느 멋진 고양이의 세계와 기름에 떡이 져서 죽어간 어느 어미 갈매기에 대해 천연덕스럽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에 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상상 속의 재미있는 캐릭터들을 맘껏 만들어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글 속에서도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세풀베다는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 매표소를 지키며 맥주를 마시거나 나이많은 뱃사람들과 체스를 즐기는 침팬지 마띠아스 같은 캐릭터는 오히려 어느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보다도 더 나를 즐겁게 했다. 게다가 마띠아스가 박물관 표를 끊어주고서는 늘 거스름돈을 삥땅치려하는 모습에서는 당장 이 항구로 달려가서 이 웃긴 침팬지를 꼭 껴안아주고 싶었다.

이 작품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 조건없이 그저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법에 관한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끼리 약속을 지키고 다른 것을 파괴하지 않을 것에 대한 이야기. 적어도 그것만 지켜진다고 해도 전세계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많은 끔찍한 일들에 대한 대안이 어느 정도 제시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아기 갈매기가 자신이 날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주변에서 보아왔던 갈매기와 자신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르바스가 하는 이야기는 꽤 마음에 들었다.

< "아기 갈매기야, 우리는 여지껏 우리와 같은 존재들만 받아들이며 사랑했단다.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하진 못했어. 쉽지 않은 일이었거든.
하지만 이젠 다른 존재를 존중하며 아낄 수 있게 되었단다. 네가 그걸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고양이가 아니야. 그러니 너는 갈매기의 운명을 따라야 해.
네가 하늘을 날게 될 때, 비로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너에 대한 우리의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세풀베다는 이 작품에서 결말도 아주 멋지게 냈다. 마침내 소르바스와 온갖 독특한 항구의 고양이들, 그리고 이 항구의 어느 시인이 힘을 합친 결과 아기 갈매기는 비행에 성공하고 소르바스와 시인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시인은 고양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됐어, 우린 드디어 해낸 거야!"
"그래요, 아기 갈매기는 이제야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오직 날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죠."
"그러고보니 지금은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구나. 아래서 기다리지."
시인은 소르바스를 혼자 남겨두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고양이 소르바스는 그곳에서 밤하늘을 세차게 가르며 날고 있는 아기 갈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가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 방울들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의 노란 눈에서.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씨를 지닌 고양이의 눈에서.>

요즈음 내가 본 많은 영화나 소설들에서 숱한 사람들이 흘린 눈물 가운데서도 이 고양이 소르바스의 눈물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당분간 세풀베다의 작품을 좀 탐독하려고 한다. 세풀베다는 내가 되고 싶어하는 스타일의 작가다. 그는 풍부한 이야기를 갖고 있으며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낼 줄 안다.
예전에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보았을 때도 한국 소설만 읽어대던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이었는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는 그에 대한 나의 독자로서의 신뢰를 더 깊게 해 주었다.
얼른 번역되어 있는 세풀베다의 작품, 다 읽어보아야지.

(+)참! 세풀베다도 세풀베다지만,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사람도 나는 보통이 아닌 것 같다. 표지에서도 뽀송뽀송한 소르바스의 검은 털이 그대로 느껴지지만, 책 내용 중간중간에 있는 삽화에서 나는 가끔씩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곤 했다. 이 삽화를 그린 사람은 분명 세풀베다의 이 작품을 꼼꼼이 읽고, 많이 고민했음에 틀림없다. 이 삽화가의 그림은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데 분명히 한몫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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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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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스누피

 
●직업
-작가(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책이 출판된 일은 없음)
-생계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둥근 머리 아이(찰리 브라운)의 애완견으로 근무하고 있음

●별명
강아지계의 톨스토이, 독스토예프스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보통 바나나코라고 부름)

●출생
-어느 밝은 봄날 아침, 데이지힐 강아지 농장 출생
-어린 시절 어떤 사람에게 꼬리를 모질게 밟힌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작가가 되기로 결심

●종
비글. 영국 원산으로 근육과 후각이 뛰어나게 발달. 그의 친구들은 마약탐지견 및 밀수품 방지견 등으로 활약하며 세상에서 잘 나가고 있음.
그러나 스누피는 사람들도 다들 괴로워서 마약도 하고 밀수품도 나르는 걸 텐데, 그걸 코를 뒤집어가며 악착같이 뒤져 무엇하랴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둥근 머리 소년에게 입양된 이후, 날마다 지붕 위에 올라가 글이나 쓰며 생을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음.

●주거형태
찰리 브라운의 집 정원에 놓여 있는 빨간색 개집에 영구임대 형식으로 세들어 살고 있음.
실평수가 그리 넓어보이진 않으나 타자기를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지붕은 비교적 탄탄하고 내구성이 있는 것으로 보임.
스누피의 집 내부는 약 50여 년간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으나, 스누피 본인의 말에 따르면 벽에는 그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걸려 있고, 중앙엔 당구대가 있다고 함.

●좋아하는 것: 피자와 아이스크림, 테니스와 골프 등 스포츠.

●글을 쓰다 지치거나, 글이 잘 안 풀릴 때에 하는 일
-편집자들이 보낸 거절편지로 엮어 만든 누비이불 덮고, 타자기를 베개 삼아 잠자기
-수시로 스누피의 글을 씹는 루시에게 타자기 집어던지기
-찰리 브라운의 동의없이 개집 무너뜨렸다가 다시 짓기

●성격
-사람들이 ‘개’라는 동물에게 기대하는 모든 덕성을 배반함. 글이 잘 써져서 특유의 춤을 출 때를 제외하고는 꼬리를 흔드는 일 거의 없음. 무뚝뚝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일이 많아서, 찰리 브라운으로 하여금 남들처럼 귀엽고 말 잘 듣는 애완견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킴.
인간은 대체로 이해할 수 없고 한심한 종이라고 생각. 그래서 인간보다는 노란 카나리아 새 우드스탁과 정신적 교감을 나눔.

●작품목록
-『개가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어쩌면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까닭』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갔을 때 해야 할 101가지 일들』
-『수성에서 온 개, 달에서 온 고양이』
-『비글에게 아몬드 초콜릿을 준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책 『뒤뜰에 묶여 있을 때도 행복하게 사는 법』
-자신의 형에 대한 실화소설 『앤디는 복슬이었다』
-탐정소설 『개덫』
-르뽀 『무능한 인간 밑에서 살아가는 개의 충격고백』
-제목 미상의 ‘개 한 마리가 이 세상을 정복한다’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는 책
-자서전 『힘든 삶이었다네』외 다수

-이 중 단 한 작품도 팔리거나 인정받은 바 없으나 ‘다작이 곧 실력’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써댐. 모든 소설이 ‘어둡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이었다’로 시작되는 경이로운 일관성을 보임

●명언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마지막 하나 남은 쿠키”
-“내 밥그릇은 늘 6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데 가끔은 9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등

*******************************

이 책을 읽고 나서 괜히 스누피의 프로필을 써주고 싶어졌다. 대체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썼으니 스누피도 맘에 들어하겠지?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은 만화 ‘피너츠(Peanuts)'를 그린 찰스 슐츠의 아들, 몬티 슐츠가 아버지의 만화 가운데서 글 쓰는 스누피에 관한 것만을 모아 낸 책이다. 전부터 스누피를 엄청 좋아해서 피너츠 전편을 다 찾아 볼 순 없다 하더라도, 글 쓰는 스누피의 모습이 담긴 만화만이라도 따로 구해 볼 수 없을까 생각해오던 터였는데, 이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책은 글 쓰는 스누피를 소재로 한 만화가 몇 편 먼저 나오고, 그 만화 속에서 스누피가 겪고 있는 글쓰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에 대해 작가들이 조언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들의 조언 때문이 아니라, 이 책에 실린 ‘타지기 앞의 스누피’ 만화 180여 편 때문이다.

무슨 수능시험 교재처럼 ‘글쓰기 완전정복’이니 ‘실전노하우’니 ‘32계명’이니 하는 말들을 표지에 달고 있긴 하지만, 만약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지침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펴든 사람이라면 몹시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드스탁이 지긋지긋한 거절편지를 가져다가 옆에서 누비이불을 만들거나 둥지를 틀거나에 상관없이, 개집 지붕 위에 올라가 매일 툭탁툭탁 타자기를 두드리는 스누피를, 때론 킥킥거리며 또 때론 나와 너무도 닮은 모습에 쪽팔려하면서 지켜보다보면, 신기하게도 문득 나도 우리집 지붕 위에 올라가 다시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사실 글쓰기에 무슨 ‘실전 노하우’가 있고, ‘완전정복’이 있겠는가. 존 업다이크는 이 책에 들어갈 글쓰기 비법을 써달라는 청탁에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고 한다.

“스누피에게 얘기를 들었겠지만, 작가들은 수표를 돌려보내는 일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렇긴 해도 저는 다른 작가들에게 조언하는 일에는 젬병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비법을 내가 알고 있다면, 나는 그걸 혼자서 알고 있을 겁니다. 안 그러면 업계가 너무 복잡해지거든요.”

내 방 책상 앞쪽 벽에는 빨간 개집 위에 앉아 타자기를 두드리며 (소설이 잘 풀려가는지) 기분이 좋은 듯 미소 짓고 있는 스누피 그림이 있고, 양쪽에는 천원마트 한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것을 내가 먼지 털어서 구조해온 스누피 인형 두 개가 있다.

나는 스누피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자신을 비관하지 않으며, 매일 되든 안 되든 ‘어둡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대해서 매일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써나가는 집념의 강아지, 스누피.

검은 얼룩이 있는 등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긴 귀를 늘어뜨린 채, 개집 지붕에 앉아 글을 쓰다가, 이따금 노란 카나리아 새 우드스탁을 자신의 배 위에 눕히고 밤하늘의 별을 가만히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스누피.

스누피는 비가 와도 여전히 빨간 개집 지붕 위에서 비를 맞으며 글을 쓰며, 옆집 사람들이 찰리 브라운에게 개가 밤새도록 뭔가를 툭탁거리는 바람에 잠을 못 잤으니 개새끼 관리 좀 제대로 하라고 전화를 걸어대도, 굴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쓴다.

스누피처럼 나에게도 주기적으로 밥그릇에 밥(인간세상에서는 이것을 고상한 말로 ‘월급’이라 한다)이 늦게 떨어지리라는 비보가 날아오기도 하고, 때론 세상으로부터 거절편지가 도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난 스누피처럼 눈을 낮게 내리깔고 니들이 그럴수록 난 더 어처구니없는 소설을 써서 복수해주겠다 생각하며 글에 매달리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시간, 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일이 휘청거리고, 불안해했으며, 밥을 늦게 주는 사람들에게 들리지도 않을 욕을 퍼붓느라 내 자리를 떠나서 참 요란스럽게도 엄살을 피웠다.

스누피처럼 그 어떤 기후와 밥시간의 변화에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글을 써내서, 거절편지로 누비이불을 만들어 덮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를 그 날은 언제일까?

밤늦게 집에 돌아와보니, 오늘도 스누피는 내 책상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어둡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대해 쓰고 있었다.

젠장, 난 한 줄도 안 썼는데.


“개집 지붕 위에 타자기를 놓고 앉은 스누피는 <피너츠>에 등장하는 가장 인상적이고도 유명한 장면이다. 스누피가 문학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장면은 모든 작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장면을 통해 우리는 (마치 몰랐다는 듯이) 우리들에게 문자 언어와 작가의 삶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됐으며, 완벽한 문장과 이야기와 소설과 시를 찾아 나서는 그 모험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출판 거절,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 잘못된 도입부, 죽은 결말 등은 우리의 관심을 잠시 돌릴 뿐이다. 그것들이 우리가 아는 이 성스러운 목적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다. 아버지는 작가지망생 스누피를 통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통을 표현하고,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동시에, 문학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작가들이 날마다 벌이는 투쟁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삶을 설명한다.

유명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타고난 예술가로 살아가는 데에는 그 어떤 지름길도 없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확신했다. 그것만이 그의 종교였고 고집이었다.

-몬티 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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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 문인 29人의 춘천연가, 문학동네 산문집
박찬일 외 엮음, 박진호 사진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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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무섭다.
느닷없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춘천이 무섭고,
청춘이 무서워졌다.

춘천춘천춘천..... 자꾸 말하다보면,
어느덧 청춘이라는 말이 씹히고
청춘청춘청춘.... 또 맥없이 되풀이하다보면,
어느덧 다시 춘천에 이르는데,

춘천이란 곳은,
내가 아는 만큼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가 아니었고,
청춘은 내가 지금 몸소 체험하고 있는 바,
결코 생기발랄 명랑쾌활,
행복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인생 최고의 시절은 아니었다. 결코.

오히려 징글징글하고 지긋지긋하고 서럽고 울컥한ㅡ
나는 가슴이 터질 것처럼 혼자 아프고 미쳐가는데,
그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은 다들 적당히 늙은 얼굴로,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계절, 청춘.

이 책 속에서 한 필자가 말한,
‘그 지겹고도 뜨거운 청춘’이란 말이
지금의 내게는,
어찌나 또렷하게 마음에 와 박히던지.......

사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춘천의 이미지는 얼마나 허황한가.
욘사마와 겨울연가,
경춘선에서 싱글벙글 웃고 떠드는 생글생글한 젊은이들의 이미지,
강촌역에 시끌벅적 울리는 희망찬 목소리들.....

하지만 이것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초라하고 먹먹한 청춘의 시절과는
정말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 것인지.

그러나 이 책은 괜찮다고.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TV에서 선전하는 춘천은, 청춘의 이미지들은 다 거짓말이라고.
다들 이미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진실.
춘천은 상처와 고독의 도시라고.
청춘은 봄처럼 조용하고 고요하고 파릇파릇한 시절이 아니라
삭힐 길 없는 분노와 잠들지 않는 아픔으로
끝없이 뒤채는 시절이라고.

그러니,
어딜 가든 엿 같은 사람들이 한 다스씩 득시글거리는 이 대도시에서
어느 날 문득
너무 상처받고 지쳐서 견디기 힘들어지면,
언제든 돌아와 한숨 쉬고 울다가도 좋다고.

이 책은, 이 책 속의 내가 사랑하는 작가 군단들은
춘천의 맑은 호수에 몸을 흠뻑 적신 채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 춘천은 화려함과 북적임보다는
수줍음과 망설임과 상처와 고독을 간직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춘천의 호수들은 끊임없이 한숨처럼 안개를 피워올리고,
고민은 많은데 무엇을 선택할 수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청춘들은
그 호수를 바라보며
술에 취해, 고민에 절어,
그 안개보다 더 뿌연 한숨을 토하며
그 호수들보다 더 깊은 눈물을 뿌리는 곳-
그곳이 춘천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상처와 고독과 우울을 혼자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춘천에는 꼭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한다고,
연인과, 대학 선후배들과, 좋은 친구들과 몰려가야 한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돌아보면,
내가 춘천에 웃으며, 환호하며 손잡고 갔던 이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금은 내 곁에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혼자 춘천에 가고 싶어졌다.
이 책에 나오는 혼자 가기 적당할 듯한, 호젓한 명소들에서   

이 지긋지긋하고 답답한 청춘을 돌아보며,
조금 더 용감하게, 꿋꿋하게,
나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며,
이 청춘을 버티고 싶어졌다.

올해는. 
 내가 꼭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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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 2009-02-2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멋진데요 ^^

하모니카 2009-03-0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좀 울컥, 하는 것들이 많아서, 부끄럽지만, 이런 글을 쓰게 됐네요. 좋은 책입니다. 청춘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청춘을 지나온 사람들에게도....

향기 2009-07-0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천 갈 때 저도 데려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