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 스누피

 
●직업
-작가(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책이 출판된 일은 없음)
-생계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둥근 머리 아이(찰리 브라운)의 애완견으로 근무하고 있음

●별명
강아지계의 톨스토이, 독스토예프스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보통 바나나코라고 부름)

●출생
-어느 밝은 봄날 아침, 데이지힐 강아지 농장 출생
-어린 시절 어떤 사람에게 꼬리를 모질게 밟힌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작가가 되기로 결심

●종
비글. 영국 원산으로 근육과 후각이 뛰어나게 발달. 그의 친구들은 마약탐지견 및 밀수품 방지견 등으로 활약하며 세상에서 잘 나가고 있음.
그러나 스누피는 사람들도 다들 괴로워서 마약도 하고 밀수품도 나르는 걸 텐데, 그걸 코를 뒤집어가며 악착같이 뒤져 무엇하랴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둥근 머리 소년에게 입양된 이후, 날마다 지붕 위에 올라가 글이나 쓰며 생을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음.

●주거형태
찰리 브라운의 집 정원에 놓여 있는 빨간색 개집에 영구임대 형식으로 세들어 살고 있음.
실평수가 그리 넓어보이진 않으나 타자기를 가지고 지붕에 올라가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지붕은 비교적 탄탄하고 내구성이 있는 것으로 보임.
스누피의 집 내부는 약 50여 년간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으나, 스누피 본인의 말에 따르면 벽에는 그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걸려 있고, 중앙엔 당구대가 있다고 함.

●좋아하는 것: 피자와 아이스크림, 테니스와 골프 등 스포츠.

●글을 쓰다 지치거나, 글이 잘 안 풀릴 때에 하는 일
-편집자들이 보낸 거절편지로 엮어 만든 누비이불 덮고, 타자기를 베개 삼아 잠자기
-수시로 스누피의 글을 씹는 루시에게 타자기 집어던지기
-찰리 브라운의 동의없이 개집 무너뜨렸다가 다시 짓기

●성격
-사람들이 ‘개’라는 동물에게 기대하는 모든 덕성을 배반함. 글이 잘 써져서 특유의 춤을 출 때를 제외하고는 꼬리를 흔드는 일 거의 없음. 무뚝뚝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일이 많아서, 찰리 브라운으로 하여금 남들처럼 귀엽고 말 잘 듣는 애완견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킴.
인간은 대체로 이해할 수 없고 한심한 종이라고 생각. 그래서 인간보다는 노란 카나리아 새 우드스탁과 정신적 교감을 나눔.

●작품목록
-『개가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어쩌면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까닭』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갔을 때 해야 할 101가지 일들』
-『수성에서 온 개, 달에서 온 고양이』
-『비글에게 아몬드 초콜릿을 준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책 『뒤뜰에 묶여 있을 때도 행복하게 사는 법』
-자신의 형에 대한 실화소설 『앤디는 복슬이었다』
-탐정소설 『개덫』
-르뽀 『무능한 인간 밑에서 살아가는 개의 충격고백』
-제목 미상의 ‘개 한 마리가 이 세상을 정복한다’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는 책
-자서전 『힘든 삶이었다네』외 다수

-이 중 단 한 작품도 팔리거나 인정받은 바 없으나 ‘다작이 곧 실력’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써댐. 모든 소설이 ‘어둡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이었다’로 시작되는 경이로운 일관성을 보임

●명언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마지막 하나 남은 쿠키”
-“내 밥그릇은 늘 6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데 가끔은 9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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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괜히 스누피의 프로필을 써주고 싶어졌다. 대체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썼으니 스누피도 맘에 들어하겠지?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은 만화 ‘피너츠(Peanuts)'를 그린 찰스 슐츠의 아들, 몬티 슐츠가 아버지의 만화 가운데서 글 쓰는 스누피에 관한 것만을 모아 낸 책이다. 전부터 스누피를 엄청 좋아해서 피너츠 전편을 다 찾아 볼 순 없다 하더라도, 글 쓰는 스누피의 모습이 담긴 만화만이라도 따로 구해 볼 수 없을까 생각해오던 터였는데, 이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책은 글 쓰는 스누피를 소재로 한 만화가 몇 편 먼저 나오고, 그 만화 속에서 스누피가 겪고 있는 글쓰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에 대해 작가들이 조언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들의 조언 때문이 아니라, 이 책에 실린 ‘타지기 앞의 스누피’ 만화 180여 편 때문이다.

무슨 수능시험 교재처럼 ‘글쓰기 완전정복’이니 ‘실전노하우’니 ‘32계명’이니 하는 말들을 표지에 달고 있긴 하지만, 만약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지침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펴든 사람이라면 몹시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드스탁이 지긋지긋한 거절편지를 가져다가 옆에서 누비이불을 만들거나 둥지를 틀거나에 상관없이, 개집 지붕 위에 올라가 매일 툭탁툭탁 타자기를 두드리는 스누피를, 때론 킥킥거리며 또 때론 나와 너무도 닮은 모습에 쪽팔려하면서 지켜보다보면, 신기하게도 문득 나도 우리집 지붕 위에 올라가 다시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사실 글쓰기에 무슨 ‘실전 노하우’가 있고, ‘완전정복’이 있겠는가. 존 업다이크는 이 책에 들어갈 글쓰기 비법을 써달라는 청탁에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고 한다.

“스누피에게 얘기를 들었겠지만, 작가들은 수표를 돌려보내는 일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렇긴 해도 저는 다른 작가들에게 조언하는 일에는 젬병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비법을 내가 알고 있다면, 나는 그걸 혼자서 알고 있을 겁니다. 안 그러면 업계가 너무 복잡해지거든요.”

내 방 책상 앞쪽 벽에는 빨간 개집 위에 앉아 타자기를 두드리며 (소설이 잘 풀려가는지) 기분이 좋은 듯 미소 짓고 있는 스누피 그림이 있고, 양쪽에는 천원마트 한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것을 내가 먼지 털어서 구조해온 스누피 인형 두 개가 있다.

나는 스누피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자신을 비관하지 않으며, 매일 되든 안 되든 ‘어둡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대해서 매일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써나가는 집념의 강아지, 스누피.

검은 얼룩이 있는 등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긴 귀를 늘어뜨린 채, 개집 지붕에 앉아 글을 쓰다가, 이따금 노란 카나리아 새 우드스탁을 자신의 배 위에 눕히고 밤하늘의 별을 가만히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스누피.

스누피는 비가 와도 여전히 빨간 개집 지붕 위에서 비를 맞으며 글을 쓰며, 옆집 사람들이 찰리 브라운에게 개가 밤새도록 뭔가를 툭탁거리는 바람에 잠을 못 잤으니 개새끼 관리 좀 제대로 하라고 전화를 걸어대도, 굴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쓴다.

스누피처럼 나에게도 주기적으로 밥그릇에 밥(인간세상에서는 이것을 고상한 말로 ‘월급’이라 한다)이 늦게 떨어지리라는 비보가 날아오기도 하고, 때론 세상으로부터 거절편지가 도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난 스누피처럼 눈을 낮게 내리깔고 니들이 그럴수록 난 더 어처구니없는 소설을 써서 복수해주겠다 생각하며 글에 매달리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시간, 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일이 휘청거리고, 불안해했으며, 밥을 늦게 주는 사람들에게 들리지도 않을 욕을 퍼붓느라 내 자리를 떠나서 참 요란스럽게도 엄살을 피웠다.

스누피처럼 그 어떤 기후와 밥시간의 변화에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글을 써내서, 거절편지로 누비이불을 만들어 덮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를 그 날은 언제일까?

밤늦게 집에 돌아와보니, 오늘도 스누피는 내 책상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어둡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대해 쓰고 있었다.

젠장, 난 한 줄도 안 썼는데.


“개집 지붕 위에 타자기를 놓고 앉은 스누피는 <피너츠>에 등장하는 가장 인상적이고도 유명한 장면이다. 스누피가 문학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장면은 모든 작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장면을 통해 우리는 (마치 몰랐다는 듯이) 우리들에게 문자 언어와 작가의 삶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됐으며, 완벽한 문장과 이야기와 소설과 시를 찾아 나서는 그 모험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출판 거절,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 잘못된 도입부, 죽은 결말 등은 우리의 관심을 잠시 돌릴 뿐이다. 그것들이 우리가 아는 이 성스러운 목적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다. 아버지는 작가지망생 스누피를 통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통을 표현하고,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동시에, 문학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작가들이 날마다 벌이는 투쟁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삶을 설명한다.

유명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타고난 예술가로 살아가는 데에는 그 어떤 지름길도 없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확신했다. 그것만이 그의 종교였고 고집이었다.

-몬티 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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