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쪽
프랑수아즈, 저것 좀 봐요. 종탑 뒤 저 검은 구름이며, 슬레이트 지붕 위 저 고약한 햇볕이며, 틀림없이 비가오지 않고는 못 배길걸. - P181

182쪽
뭔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것 같은 작은 소리가 나더니, 다음에는 위쪽 창문에서 모래 알갱이를 뿌리듯 가볍고 넓게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그 소리가 퍼지고 고르게 되고 리듬을 타고 액체가 되고 울리고 수를 셀 수 없는 보편적인 음악이되었다. 비였다. - P182

195쪽
레오니 아주머니에게서 삶은 이렇게 늘 똑같이 흘러갔다. 그녀가 짐짓 경멸하는 척하면서도 깊은 애정을 품고 ‘내 작은일상의 반복‘이라고 부르는, 그 감미로운 단조로움 속에서 홀러갔다. - P195

202쪽
그의 유일한 열정은 딸에 대한 것이었다. 딸은 남자아이처럼 아주 튼튼해 보였는데도, 그는 늘 딸을 위해 신경을 쓰고 여분의 숄을 준비해 두었다가 딸의 어깨에 걸쳐 주곤 했는데, 이런 아버지를 보면서 사람들은 미소를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께서는 얼굴이 주근깨투성이인 이 거친 아이의 시선에서 종종 부드럽고도 섬세하며 거의 수줍은 표현이 스쳐 간다고 말씀하셨다. - P202

205쪽
그 순간부터는 한 발짝도 걷지 않아도 되었다. 오래전부터 내 행동에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정원에서는 땅이 대신 걸어 주었기 때문이다. ‘습관‘이 날 품에 안고는 아기처럼 침대까지 옮겨다 주었다. - P205

210쪽
프랑수아즈와 아주머니는 사냥꾼과 짐승처럼 서로 상대방의 계략에대비하려고 경계하는 자세를 멈추지 않았다. 프랑수아즈의 마음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잔인하게 괴롭히려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어머니께서는 프랑수아즈의 마음속에 진짜 미움이 싹트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셨다. - P210

209쪽
그러나 아주머니가 욀랄리에 대해 품는 의혹은 그녀가 같이 살지 않는 관계로 짚불처럼 더 이상 탈 것이 없으면 곧 꺼져 버릴 것이었지만, 프랑수아즈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
점차로 아주머니의 머릿속에는 매순간마다 프랑수아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숨기려고 애쓰는지를 알아내는것 외에 다른 관심거리는 없어졌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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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63쪽
내가 처음으로 베르고트 이야기를 들은 것은 나보다 나이 많은 학교 친구로 평소에 내가 감탄해 마지않던 블로크를 통해서였다.
...
내가 존경하는...르콩트스승께서...

그런데 여기책 한 권이 있거든. 요즘 시간이 없어서 읽지는 못하지만, 저 위대한 인물께서 추천하신 책이지. 듣기로는 그분은 이 책의 저자인 베르고트 선생을 아주 섬세한 작가라고 생각한다더라. 
...
그러니 이 서정적인 산문을 읽어 봐. - P163

162쪽
이런 날들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반대로 조용히 책을 읽을 수있었다. 그러나 한번은 내가 처음 대하는 작가인 베르고트의책을 읽고 있을 때, 스완 씨가 찾아와서 내 독서를 멈추고 한마디 해준 말이 있었는데, ... - P162

164쪽
불행하게도 나는 블로크와 이야기하면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그가 아름다운 시(詩)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을수록 더욱 아름답다고 했을 때 
(오로지 진리의 계시만을 기대하던 나에게) 
그 말이 내 마음에 불러일으킨 혼란을 진정시킬 수없었다.

실제로 블로크는 두 번 다시 우리 집에 초대받지 못했다. 처음에 그는 크게 환영받았다.
- P164

167쪽
우리 가족들은 할머니의 불편한 몸 때문에 그가 흘린 눈물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또 경험상, 감정의 충동적인 변화가 그 뒤를 잇는 행위나 태도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오히려 도덕적인 의무의 존중이나 친구에 대한 신의, 과제 수행, 식이요법 준수가 
쓸데없이 흥분하는 저 일시적인 격정보다는
맹목적인 습관에 보다 확고한 근거를 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67

168쪽
어느 날 갑자기 나에 대해 다정한 생각을 품게 되었다고 해서 불쑥 과일 바구니를 보내오는 친구가 아니라. 우정의 의무와 요구 사이에서 상상력과 감수성의 충동적인 움직임으로 올바른 저울을 내 쪽으로 기울일 수 없다고 해서 내게 해로운 쪽으로 왜곡하지 않는 그런 친구를 더 원했다. - P168

168쪽
하지만 나는 블로크를 좋아했고, 부모님께서는 이런 나를기쁘게 해 주고 싶어 하셨는데, ‘미노스와 파지파에의 딸이라는 구절의 무의미한 아름다움에 대해 내가 제기한 그 해결할 수 없는 문제 탓에 나는 피곤해졌고, 비록 어머니께서 블로크와의 대화가 해롭다고 판단하셨을지라도 이런 블로크와 새로운 대화를 나누는 편이 더 나았을 정도로 나는 괴로움에 시달렸다. 

그래도 이런 일만 없었다면 블로크는 콩브레에 다시 초대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날 저녁 식사 후에 그는, ... - P168

169쪽
가장 확실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우리 고모할머니가 아주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고, 또 공개적으로 남자에게 얹혀사는 첩이었다고 단언했다. 

나는 부모님께 이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었고, 다음에 그가
우리 집에 다시왔을 때는 가족들이 그를 문 밖으로 내쫓아 버렸으며, 내가 길에서 그와 마주쳐 다가갔을 때는 그가 나를 아주 냉정하게대했다.

그러나 그가 베르고트에 대해서 한 말은 진실이었다. - P169

169쪽
...나는 단지 이야기 주제에만 흥미를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감추어진 조화의 물결이나 내적인 서곡 같은 것이 그의 문체를 들어올리는어떤 순간에 그가 드문 표현을, 거의 고풍스러운 표현을 즐겨쓴다는 것을 인지했다. - P169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온갖 장애물과 거리감이 제거된, 보다 통합되고 보다 광활한 지대에서 느껴지는 기쁨이었다. - P170

170쪽
예전에 읽었을 때 내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내 기쁨의 원인이었던 드문 표현에 대한 동일한 취향,
동일한 음악적인 유출, 동일한 관념론적인 철학을 인식하면서, 나는 내 사유의 표면에 전적으로 단조로운 형상을 그려 보이는 베르고트의 어느 특정 문단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베르고트의 모든 저술에 공통되는 그의 ‘관념적인 단락‘을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모든 유사한 구절들이 그단락과 혼동되면서 일종의 두께와 부피를 갖춰 내 인식이 확대되어 가는 듯한ㅈ느낌이었다. - P170

171쪽
어머니의 여자 친구분이나 뒤 불봉 의사가 베르고트의 책에서 특히 좋아하는 점은 (그렇게 보이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점과 같았는데, 똑같은 음악적인 흐름, 고풍스러운 표현들, 그리고 아주 간단하고 흔한 표현일지라도 그것이조망되는 위치 때문에 작가 특유의 취향을 드러내는 그런 부분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슬픈 대목에서의 어떤 서두름이나 거의 쉰 듯한 억양 같은 것이 있었다. - P171

172쪽
지금까지 내게 감추어져 있던 아름다움들, 예컨대 소나무 숲이나 우박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아탈리」 또는 「페드르」‘에 대해 말할때마다 그는 그것을 이미지로 폭발시켜 내게로까지 전해 줬다.

만약 베르고트가 나로 하여금 다가가게 해 주지 않았다면,
내 하찮은 지각으로는 도저히 인식하지 못할 부분이 이 우주에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는 모든 사물들에 대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특히 프랑스 옛 건축물과 어떤 바다 풍경에 대해 그의 견해나 은유적인 표현을 들었으면 했다.

그가 그런 것들을 자신의 작품에서 끈질기게 인용하는 것으로 보아, 거기에 풍요로운 의미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 - P172

173쪽
그러나 그의 문장을 즐기는 것은단지 그의 작품을 읽는 순간뿐이었다. 

왜냐하면 나중에 나자신이 직접 그 문장들을 써 나가면서부터는 내 생각이 지각한것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에만, ‘닮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내가 쓰는 것이 과연 내 마음에 드는지 어떤지는 물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정말로 좋아한 것은 그때 내가 쓴 것과 같은 문장이나 그런 관념 들뿐이었다. 

나의 불안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노력은 그 자체로 사랑의 표시였으며, 기쁨은 없지만 그래도 심오한사랑의 표시였다. 

그리하여 갑자기 다른 사람의 작품에서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다시 말해 양심의 가책이나 엄격한 잣대를 가질 필요 없이, 또는 번민할 필요도 없이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그런 문장들을 좋아하는 취향에 즐겁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었다. - P173

174쪽
그때 갑자기 나는 내 소박한 삶과 진실의 왕국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어떤 점에서는 서로 일치하기조차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치 되찾은 아버지 품에 안기듯이 작가가 쓴 책의 페이지 위에 신뢰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P174

175쪽
어느 일요일, 정원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부모님을 찾아오신 스완 때문에 독서가 중단되었다.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가? 아, 베르고트로군? 누가 자네에게 베르고트의 책을 알주었는가?"
나는 블로크라고 대답했다. - P175

177쪽
이제까지 나는 스완이 진지하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뭔가 우아한 파리 사람답게, 할머니 자매들 같은 시골사람들의 독단적인 태도와는대조를 이룬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스완씨가 드나드는 사단이 보여 주는 재치의 형태로서, 전 세대의 서정주의에 대한 일종의 반동 작용이며 과거에는 저속하다고 여겨왔던, 하찮지만 정확한 사실들을 과도하게 복원함으로써
‘미사여구‘ 사용을 금지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물들에 대한 스완의 이런 태도에서 뭔가가 거슬렸다. 그는 자기의견 말하기를 꺼렸고, 소상하게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을 때에만 안심했다. 그러나 그런 행동 자체가 이미 세부적인 것의정확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정하고 말하는 태도를 드러낸다는 걸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 P177

177쪽
사물에 대해 마침내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고, 자기 판단을 인용부호 안에 넣지 않고 표현하고, 웃기는 짓이라고 하면서도 동시에 까다로운 예의를 지키는 일에전념하지 않는 태도를, 그는 도대체 어떤 다른 삶을 위해 남겨두는 것일까? 또한 스완이 베르고트에 대해 말하는 방식에서나는 그의 의견이 그만의 특별한 것이 아닌, 오히려 반대로 당시 베르고트의 모든 찬미자들, 어머니 친구분이나 뒤 불봉 의사의 의견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 P177

178쪽
게다가 자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베르고트에게 부탁할 수 있네. 일년 중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우리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하니까. 내 딸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네. 그들은 함께 옛 도시와 대성당, 성들을 구경하러 다닌다네. - P178

180쪽
그때부터 그녀를 생각할 때면, 그녀는 자주 어느 성당 정문에서 조각상들의 의미를 설명해 주면서, 나를 칭찬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베르고트에게 자기 친구라고 소개하는 모습으로 떠올랐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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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쪽
블로크는 나를 ‘친애하는 선생‘이라고 부르더니, 냉소적인 어조로 자기도 그렇게불러 달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사물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나이에 가까웠으므로 사실상 이런 장난에서 어떤 기쁨 같은 것을 맛볼 수 있었다. - P164

162-163쪽
내가 처음으로 베르고트 이야기를 들은 것은 나보다 나이많은 학교 친구로 평소에 내가 감탄해 마지않던 블로크를 통해서였다.
...
그런데 여기 책 한 권이 있거든. 요즘 시간이 없어서 읽지는 못하지만, 저 위대한 인물께서 추천하신 책이지. 듣기로는 그분은 이 책의 저자인 베르고트 선생을 아주 섬세한 작가라고 생각한다더라. ...... 그러니 이 서정적인 산문을 읽어 봐.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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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쪽
내 방은 거의 닫혀 있는 덧문 너머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에 맞서 투명하고도 부서지기 쉬운 서늘함을 파르르 떨며 지켜주고 있었다.
대낮의 반사광이 그 노란 날개를 스며들게 할 방법을 찾다가, 나비가 꽃 위에 앉듯 덧문 문살과 유리창 사이 구석진 곳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방안은 겨우 책을 읽을 정도로 밝았고, 빛의 찬란함에 대한 감각은 퀴르 거리에서 카뮈가 먼지 쌓인 상자를 두들기는 망치소리로 느낄 수 있었는데(카뮈는 프랑수아즈를 통해 우리 아주머니가 쉬고 계시지 않으니까‘ 소리를 내도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다.)그 소리는 더운 날이면 더욱 낭랑하게 울려 퍼져서 대기 속으로 진홍색 행성들을 멀리 날려 보내는 듯했다. - P151

151쪽
부엌 하녀가......커피를 내놓거나, 아니면 ......더운 물을 올리거나 하는 동안, 나는 책 한 권을손에 들고 침대에 누웠다.

***부엌 하녀에서 내방으로, 바깥 햇빛과 내 방의 서늘한 어두움으로 살며시 넘어가고 있다.

내 방은 거의 닫혀 있는 덧문 너머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에 맞서 투명하고도 부서지기 쉬운 서늘함을 파르르 떨며 지켜 주고 있었다.
*** 처음엔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덧문을 사용해보지않아 어디에 어떻게 놓여있는 문인지도 몰랐고 내 방을 의인화해 내방이 서늘함을 지켜주고 있다라고 알기까지 몇번을 읽고서 알게 됬다. 그러고나니 어떤 모습인지 비로소 상상이 되고 감상할수 있었다. *

대낮의 반사광이 그노란 날개를 스며들게 할 방법을 찾다가, 나비가 꽃 위에 앉듯 덧문 문살과 유리창 사이 구석진 곳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방안은 겨우 책을 읽을 정도로 밝았고,
빛의 찬란함에 대한 감각은......먼지 쌓인 상자를 두들기는 망치 소리로......또한 빛의 감각은......파리 떼가 윙윙거리는 연주 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 그 소리는 더운 날이면 더욱 낭랑하게 울려 퍼져서 대기 속으로 진홍색 행성들을 멀리 날려 보내는 듯했다.
나는 여기서 진홍색 행성들 이게 무엇인지?? 먼지 쌓인 상자를 두들겼으니 먼지 인가?? 몇번을 읽고 상상해보나 잘 모르겠다.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싶은 곳이다.
(이야기부탁드려요.) - P151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내 의식은, 
...
내게 가장 내밀하게느껴진 것,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나머지 모든 것들을 지배하던 손잡이는, 바로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철학적인 풍요로움과아름다움에 대한 내 믿음이었고, 또 그 책이 어떤 책이든 간에그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욕망이었다. (153쪽)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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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쪽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나는 더이상 아돌프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 잘못으로 할 아버지와 우리 가족 사이에 생긴 불화 때문에 할아버지가 콩브레에 오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 상황은 이렇다. - P133

138쪽
그리하여 - 수업 시간이 변경되어 운이 나쁘게도 몇 차례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수 없었고 또 앞으로도 만나러 갈 수없다는 구실로 -어느 날인가 나는 우리가 방문하기로 정해진 날이 아닌 다른 날, 마침 부모님께서 점심 식사를 평상시보다 일찍 끝내셨으므로 그 기회에, 혼자 가도 좋다고 허락받은 광고 기둥 대신 할아버지 댁으로 달려갔다. - P138

145쪽
실제로 그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두 시간 후에는 부모님께 수수께끼 같은 두세 마디 말을했고, 그것만으로는 내게 부여된 새로운 중대한 의미를 충분히 분명하게 전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내가 할아버지를 방문한 것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얘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할아버지에게 누를 끼치리라고는 결코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가 그걸 원치 않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내가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은 방문을 부모님께서 나쁘게 생각하시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P145

143쪽
나는 일어섰다.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손에 키스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으나, 마치 그녀를 유괴라도 하는 것 같은 지나치게 대담한 행위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나는 망설여졌다. 드디어 무엇인가를 하는 데 있어 해야 할지 어떨지를 묻는 것은그만두기로 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생각했던 모든 이유들을 내팽개치고, 맹목적이고도 무분별한몸짓으로 그녀가 내민 손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 P143

136쪽
배우들의 연기는 아직 내가 모르는 세계였지만, 예술이 보여 주기를 허락한 모든 형태들 중에서 내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최초의 형태였다. 각각의 배우가 대사를 낭독하거나, 긴독백에 어떤 미묘한 느낌을 풍기는 방식에서 가장 미세한 차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 P136

146쪽
그 일이 있은 지 몇 년 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가족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할아버지를 결코 다시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문이 잠긴 아돌프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지 않게 된 것이었다. 부얶 뒤채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니까 프랑수아즈가......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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