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란 과연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가? <인물지>는 이렇게 말한다.
초목의 정수를 영이라 하고, 짐승 가운데서 가장 특출한 것을 옹이라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이름을 따서 사람 가운데서 문재와 무재가 남다르게 뛰어난 이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총명함이 출중한 사람을 영재라 하고 담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을 웅재라 하는데, 영웅이란 이 둘의 재능을 모두 갖춘 사람을 이른다. 그래서 영웅은 계책을 세우고 기미를 살피는 총명함과 대담하게 이를 실행하는 실천력을 함께 갖춘 사람이다. 역사상 많은 창업 군주나 대업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이런 영웅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로 말하면 판단력과 실천력을 겸비한 리더다.
그런데 <인물지>는 이런 영웅론에 한 가지 단서를 덧붙인다. 뛰어난 영웅도 영재의 재능과 웅재의 재능이 고르게 갖추어지지 않아 어떤 사람은 영재의 재능이 더 많고, 어떤 사람은 웅재의 재능이 과해 그가 이루는 일과 성취에 차이가 남을 설명하고 있다. 즉, 영웅도 스타일이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역사상 대조적인 스타일을 가진 영웅이 천하를 놓고 다툰 시기가 있었다. 바로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싸운 초한 쟁패의 시기다. 명문가 출신으로 '힘은 산을 뽑고 기세는 세상을 덮는다'는 항우가 출신도 미천하고 천박한 시정 골목길 대장 출신 유방에게 패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인물지>는 이렇게 분석한다.
영재의 자질이 웅재의 자질보다 많으면 괜찮으나, 영재의 자질이 적어서는 안 된다. 영재의 잦리이 적으면 지혜로운 자들이 떠나게 된다. 그런 연유로 항우는 기력이 세상을 덮었고, 명찰로 변화에 능란하게 대처했지만 기이한 계책을 듣고도 채택할 수 없었다. 반면 고조는 영재의 성분이 많았던 까닭에 여러 웅재들이 복종하게 되고, 영재들도 그에게 귀순하여 양자가 모두 쓰임을 받았다.
항우는 매번 유방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결국 패했다. 웅재의 능력이 과하면 자신감이 지나쳐 독선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아마도 인물지 자체만 읽었더라면 어떤 얘기였는지 바로바로 연결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