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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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윤리시간은 참 힘들었다.

여러 철학자들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같은데 왜 그리 잠은 오는지 시험 기간만 되면 기억은 안나고 외울 것은 그리도 많은지..

그때 수업을 잘 들었었더라면 윤리 수업 후 윤리사상에 대해 글도 써봤더라면

그 후 논술도 쉬웠을 것이고, 삶이 훨씬 쉬웠을 텐데...

여러 석학과 앞서가는 CEO들의 말을 미루어짐작해보면, 철학이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으나

철학 책만 펴면 잠이 오는 나 자신을 어떻게 뭐라할 수는 없었다. 잠자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랬던 내가 조금은 쉬운 철학책을 만났다.

고등학교 윤리가 어렵고, 수업시간에 졸리는 나 같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기술해둔 책이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 - 김필영

작가의 이력이 꽤 이색적이다.

전기공학 전공, 관련 직종에서 30년 일한 사람이라니.

뒤늦게 철학박사가 되어 강의중이라니.

지금 유튜브도 하고 있다니.

공과대학과 인문학과의 연결은 너무도 어색하지 않은가.

작가의 유튜브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5philosophy

일반인의 기준에서 철학을 논하고 있는 것 같아 나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책이었다.

일상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일을 요즘의 심리학자 이론을 가지고 와서 설명 후 다시 철학과 연결시키는 순서가 참 좋았다.

'철학은 철학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을 철저히 부술 수 있었고, 나와 연결되니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수능 직전에 이 책을 알았더라면 난 좀 더 국사에 집중해서 사탐을 더 잘 봤을텐데!!!(뭔말?)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

1. 철학은 어떻게 삶의 의미가 되는가?

2. 또 다른 나에 관한 이야기

3. 평범하게 비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4. 어떻게 세계를 볼 것인가

5. 세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구성이 깔끔하다.

철학이 왜 필요한지 논하고, 나를 탐구하고 우리를 탐구하고 세계를 탐구하고, 세계 너머있는 것을 탐구하는 순서.

끊임없이 나에 대해 성찰(?)중인 나에게 특히나 1,2장은 너무도 뼈때리는 말이 많아 마음아팠다. 또,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야지.. 라고 결심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 좋았다.

인상깊었던 부분을 소개해본다. 한 주제에 대해 짚어내기가 어려워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했음을 미리 밝힌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feat. 페인팅거, 카뮈,이방인)

자기 기만은 일상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건강을 고려해 금연을 결심했지만 사흘 만에 포기한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참으면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건강에 더 안 좋은 것이라고 자기기만을 합니다. 매일 밤 유혹에 못 이겨 야식을 먹으면서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며 자기기만을 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입니다.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철학 에세이인 <시지프 신화>에 다음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우스가 시지프에게 끔찍한 형벌을 내립니다. 커다란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인데 문제는 바위를 간신히 산 정상에 올려놓으면 다시 산 밑으로 저절로 굴러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지프는 다시 바위를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합니다. 바위를 밀어 올려놓으면 굴러 떨어지고, 올려놓으면 굴러 떨어지고, 이러한 과정은 영원히 반복됩니다. 무의미한 노동, 그것이 바로 시지프가 받은 형벌입니다.

우리가 바로 시지프입니다. 무의미한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죠. 카뮈는 우리가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세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 부조리한 감정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헛된 희망을 가져봅니다. 결근없이 매일 출근하면 인정받는 직장인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러한 믿음은 자기기만입니다. 카뮈는 삶이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냥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그는 그것을 '반항하는 삶'이라고 합니다. '반항하라'고 합니다. 반항한다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나는 의미입니다. 삶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되, 그냥 행복하게 현재를 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의미없는 삶에 충실할 때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에세이, 김필영

어디에서 줄여야할지 모를 정도로 주옥같은 말들이 가득한 부분이었다. 경제적인 자유를 부르짖으며 한참 내가 나아갈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을 때 처음에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에게는 '현타'가 왔다. 지금처럼 살아가면 언젠가는 내가 꿈꾸는 미래가 나타날 것 같긴 한데.. 그럼 지금 나의 삶은 무엇인가.? 이자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계산하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 계산하느라 하루하루 크고 있는 내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고 있을 때, 지금 이 순간을 너무 하찮게 여겨 소중한 지금을 그냥 지나가게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 깨달은 것이 '지금도 소중하다. 미래가 소중하긴 하나, 지금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낸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내가 굳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될 후회까지도 가지게 될 것이다. 지금에 충실하자!'라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카뮈의 말은 '너 잘 살고 있으니 힘내라!'라고 위로로 느껴졌다.

작가는 영화 속에서 철학적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철학자의 주장과 연결한다. 일상적인 상황과도 연결시켜 나는, 우리들은, 세계는.. 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보며 다시금 선구자들의 말을 떠올린다. '인문학을 항상 게을리하지 않았다. 철학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했다.' 등등. 인문서적만 잡으면 잠이 왔으나 잡아야 할 이유를 이 책을 보며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삶 속 의문이 생겼을 때, 그 누구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할 때 그들은 아마도 책 속에서 응원을 느꼈으며, 용기를 키웠을 것이다.

나. 도. ^_^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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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0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 내용 모두를 리뷰에 담기는 어렵지요.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