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실수
강지영 지음 / STORY.B(스토리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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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눈앞은 분명 현실이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세계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어요.

희망이 사라진 직장에서 사직서를 던진 그날, 유양은 정체불명의 킬러에게 습격당합니다. 차가운 칼끝이 경동맥을 스치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분명 죽음을 맞이했을 그녀가, 다시 눈을 뜨고 살아납니다.

‘죽었는데도 살아 있는 인간.’
이 낯선 설정은 단순한 상상이 아닙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혹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처절하게 자신을 갉아먹습니다.

처음엔 유양의 생존이 그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그 연민이 점점 다른 감정으로 바뀝니다. 읽고 나서도 머릿속은 온통 질문들로 가득했어요.
“진짜 살아 있다는 건, 대체 어떤 상태일까.”

강지영 작가는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생존 본능이 얼마나 쉽게 괴물의 얼굴을 닮아가는지를 서늘한 시선으로 비춰냅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그 안에서 무너지고 흔들리는 인간들의 무게가 읽는 내내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듯했어요. 두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현실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합니다.
모두가 유죄인 세상 속에서 과연 단 한 명의 ‘양’이라도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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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녕
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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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죽은 연인에게서 전화가 온다면,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효인 작가의 신작 <그렇게 안녕>은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도 여전히 그 사랑의 시간 속을 헤매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리호는 연인 소우의 부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합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남겼지만, 유독 리호에게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 한 가지 사실이 리호를 완전히 무너뜨리죠.

읽으면서 저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7년의 연애 끝, 장거리라는 거리감 속에서 조금씩 멀어졌던 두 사람의 시간이
이별의 이유가 되었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우의 첫 번째 기일 밤 9시, 죽은 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목소리도, 말투도, 웃음소리까지 똑같은데 그의 시간은 1년 전 평행우주에 머물러 있습니다.

매일 밤 같은 시간, 걸려오는 전화.
리호는 그 통화 속에서 잃었던 온기를 다시 느끼지만, 그 사랑은 조금씩 어긋나고, 더 이상 예전의 그 온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왜 늘 같은 마음으로 이어지지 못할까요. 리호가 붙잡고 있는 건 사람일까요, 아니면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일까요. <그렇게 안녕>은 평행우주라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사랑과 상실, 그리고 기억의 본질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사랑의 잔해를 더듬으며 자신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 조용히, 그러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리호가 마침내 ‘내일’을 기다리기로 결심하는 순간, 이 소설은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히 빛납니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하고 단단한 인사처럼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김효인 작가님을 만났는데요, 읽는 내내 작가님의 전작들이 자연스레 궁금해졌어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문체, 그 속에 스며 있는 따뜻한 숨결이 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안녕’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이렇게 낯설고도 깊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 한마디로 저를 완전히 매혹시킨 작가님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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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하루 - 공감의 뇌과학
에벨리너 크로너 지음, 곽지원 옮김 / 에코리브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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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따뜻한 과학 에세이“

‘하루를 뇌로 바라본다’는 발상, 참 신선했어요.

이 책은 단순히 뇌과학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를 배경으로 뇌의 움직임을 그려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낮 동안 느끼고, 밤에 잠드는 그 시간까지.

뇌는 끊임없이 세상을 해석하고 감정을 조율하며, 나와 타인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자는 뇌를 “공감의 기관”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나의 뇌가 반응하고,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내 뇌를 이해하는 일은 곧 타인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감정이나 행동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반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흥미로웠던 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뇌의 변화였습니다.

청소년이 늦게 잠드는 이유, 사춘기의 불안정한 감정, 폐경기를 겪는 여성의 뇌 변화까지. 모두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인 일에 더 차분하게 대응하는 이유가, 이미 수많은 고비를 겪어온 경험 덕분이라는 설명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의 문장은 과학적이면서도 놀랍도록 다정합니다. 결국 이 책은 뇌에 대한 이야기이자, 공감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존재인지 보여주는 책이죠.

읽고 나면 ‘나의 하루’뿐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까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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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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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인간의 정상은, 정말 정상일까?❜

서른두 살의 독신 회사원, 다쓰야 쇼세이.
그는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으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런 쇼세이를 지켜보는 ‘나’.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과 복잡함을 바라보며, ‘정상’이라 불리는 가치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집니다.

이 작품은 참 독특했어요.
일본 소설 특유의 나레이션 방식이 살아 있으면서도, 신선한 시점 덕분에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읽는 내내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동시에 ‘과연 쇼세이의 삶이 비정상일까?’, ‘우리가 말하는 정상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읽다 보면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문장이 반복되는데요, 그때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떠올라서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 그래도 그런 표현 덕분에 더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특히 ‘온전함’이라는 단어가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일까 곱씹으며 읽다 보니, 쇼세이의 하루하루가 결국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나’의 온전함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읽고 나면 머릿속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인간다움과 온전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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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 꿈과 진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는 ‘드림컴트루 실천북’
김태연 지음, 주유소 그림 / 체인지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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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너에게 전하는,
불안은 줄이고 가능성은 높이는 명쾌한 진로 수업❜

27년 동안 청소년과 기업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을 이끌어 온 김태연 작가님은,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나다움’을 찾아주는 길잡이로 살아오신 분이에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1:1 맞춤 진로 상담을 통해 각자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고, 실천적인 소통 방법을 전해주십니다.

이 책에는 작가님과 상담했던 아이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 사례들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를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읽는 내내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위로받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막막했던 생각들이 차츰 정리되고, 스스로를 이해해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진로에는 완벽한 길이 없다는 말이 참 와닿았어요. 중요한 건 자신을 알고, 왜 그 길을 가고 싶은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를 분명히 아는 일이라는 걸요.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실천하며 성장하는 나’를 만들어주는 귀한 가이드북이에요. 김태연 작가님의 진심 어린 조언과 따뜻한 시선 덕분에 마음이 단단해지는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𝙁𝙖𝙫𝙤𝙧𝙞𝙩𝙚 𝙌𝙪𝙤𝙩𝙚

자신은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20p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잠들어 있을 뿐이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생각하면, 얼어붙은 마음도 서서히 녹일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27p

완벽한 결정을 기다리지 말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것을 좋은 결정으로 만들어 가면 돼. 39p

현실의 벽 앞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91p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나만의 기준으로 길을 찾아가자 268p

꿈을 크게 가지되 시작은 작게 하자. 작은 시작을 계속 쌓아가면 커다란 꿈으로 향하는 길이 드러날 거야.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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