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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녕
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협찬도서
죽은 연인에게서 전화가 온다면,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효인 작가의 신작 <그렇게 안녕>은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도 여전히 그 사랑의 시간 속을 헤매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리호는 연인 소우의 부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합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남겼지만, 유독 리호에게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 한 가지 사실이 리호를 완전히 무너뜨리죠.
읽으면서 저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7년의 연애 끝, 장거리라는 거리감 속에서 조금씩 멀어졌던 두 사람의 시간이
이별의 이유가 되었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우의 첫 번째 기일 밤 9시, 죽은 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목소리도, 말투도, 웃음소리까지 똑같은데 그의 시간은 1년 전 평행우주에 머물러 있습니다.
매일 밤 같은 시간, 걸려오는 전화.
리호는 그 통화 속에서 잃었던 온기를 다시 느끼지만, 그 사랑은 조금씩 어긋나고, 더 이상 예전의 그 온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왜 늘 같은 마음으로 이어지지 못할까요. 리호가 붙잡고 있는 건 사람일까요, 아니면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일까요. <그렇게 안녕>은 평행우주라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사랑과 상실, 그리고 기억의 본질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사랑의 잔해를 더듬으며 자신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 조용히, 그러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리호가 마침내 ‘내일’을 기다리기로 결심하는 순간, 이 소설은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히 빛납니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하고 단단한 인사처럼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김효인 작가님을 만났는데요, 읽는 내내 작가님의 전작들이 자연스레 궁금해졌어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문체, 그 속에 스며 있는 따뜻한 숨결이 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안녕’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이렇게 낯설고도 깊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 한마디로 저를 완전히 매혹시킨 작가님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