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 암경험자의 다사다난 일상 회복 분투기
용석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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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암경험자의 다사다난 일상 회복 분투기❜

이 책은 제목처럼, 여전히 아프지만 그래도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암을 이겨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어요.

작가님은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항암을 버텨냈지만, 정작 천천히 스며들어야 할 일상을 사는 일이 버겁고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머리카락이 짧아져 사람을 피하고, 체력은 바닥나고, 사회의 편견이 자신을 옥죄는 순간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보려는 작가의 마음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읽는 내내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라는 공감이 절로 나왔습니다.


작가님을 일으켜 세운 건 주변의 사람들과 굳건한 의지였던 거 같았어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력있는 사람이고싶었고, 작가님처럼 의지가 단단한 사람이고싶었습니다.

암을 겪은 사람들의 사회 복귀율이 3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단지 ‘병을 이겨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시선이 달라진다는 게 참 슬픈 일이지요. 그래서 이 책이 단순한 병의 기록이 아니라, ‘다시 살아내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의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읽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병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프고 무너진 적이 있으니까요. 그 아픔을 안고 다시 걸어보려는 마음, 그게 어쩌면 진짜 용기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은 아픔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조금 더 단단하게, 또 다정하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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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위픽
박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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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두 번의 기회를 주는 새로 태어나는 삶.
‘나라에서 생애전환 시행령을 실행한다’는 설정이 정말 신선했어요. 상상만으로도 묘하게 소름 돋는 세계였달까.

주인공 고승혜는 타자기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꺼내놓는 기억과 고백, 감사와 그리움, 치욕과 증언의 말들을 묵묵히 받아 적는 삶을 살아가죠. 듣고, 기다리고, 다시 쓰는 삶.
그 시간이 쌓일수록 승혜는 타자기로서의 생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잃어가는 기억, 허물어지는 몸, 그럼에도 끝까지 붙들고 싶은 말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말이 흐려지고, 기억이 무뎌지고, 몸이 느려지는 순간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죠. 그 모든 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한 사람의 생이 타자기의 몸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하지만 타자기에도 수명은 있습니다.
열에 시달리고, 눌리지 않는 키가 하나둘 늘어가며, 승혜는 점점 자신이 사라져감을 느낍니다. 남겨진 시간 속에서 그녀는 기억 속 친구 ‘인애’와의 순간들을 오래 떠올리며 머뭅니다.

이 작품은 생의 끝을 담담히 마주하면서도, 끝내 기억되고 싶은 마음, 쓰이고 싶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살아 있다는 건 결국 ‘기억되는 일’이라는 걸 박지영 작가는 잔잔하지만 깊은 문장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읽고, 작가의 말과 인터뷰까지 보았을 때 저는 마치 이 모든 이야기가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그 문장들 사이로 작가님의 삶과 생각이 고요히 배어 있는 것 같았달까.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게 만드는 위픽 시리즈.
그 안에서도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문장으로 마음에 잔상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ᐟ

47p
그곳에 있으면 자신의 낡음이 세계의 중심에서 물러난 철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낡음 자체로 가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다.

52p
낡고 불편한 것이 주는 효능감은 새롭고 편리한 것이 주는 효능감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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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실수
강지영 지음 / STORY.B(스토리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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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눈앞은 분명 현실이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세계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어요.

희망이 사라진 직장에서 사직서를 던진 그날, 유양은 정체불명의 킬러에게 습격당합니다. 차가운 칼끝이 경동맥을 스치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분명 죽음을 맞이했을 그녀가, 다시 눈을 뜨고 살아납니다.

‘죽었는데도 살아 있는 인간.’
이 낯선 설정은 단순한 상상이 아닙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혹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처절하게 자신을 갉아먹습니다.

처음엔 유양의 생존이 그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그 연민이 점점 다른 감정으로 바뀝니다. 읽고 나서도 머릿속은 온통 질문들로 가득했어요.
“진짜 살아 있다는 건, 대체 어떤 상태일까.”

강지영 작가는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생존 본능이 얼마나 쉽게 괴물의 얼굴을 닮아가는지를 서늘한 시선으로 비춰냅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그 안에서 무너지고 흔들리는 인간들의 무게가 읽는 내내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듯했어요. 두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현실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합니다.
모두가 유죄인 세상 속에서 과연 단 한 명의 ‘양’이라도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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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녕
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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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죽은 연인에게서 전화가 온다면,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효인 작가의 신작 <그렇게 안녕>은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도 여전히 그 사랑의 시간 속을 헤매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리호는 연인 소우의 부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합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남겼지만, 유독 리호에게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 한 가지 사실이 리호를 완전히 무너뜨리죠.

읽으면서 저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7년의 연애 끝, 장거리라는 거리감 속에서 조금씩 멀어졌던 두 사람의 시간이
이별의 이유가 되었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우의 첫 번째 기일 밤 9시, 죽은 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목소리도, 말투도, 웃음소리까지 똑같은데 그의 시간은 1년 전 평행우주에 머물러 있습니다.

매일 밤 같은 시간, 걸려오는 전화.
리호는 그 통화 속에서 잃었던 온기를 다시 느끼지만, 그 사랑은 조금씩 어긋나고, 더 이상 예전의 그 온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왜 늘 같은 마음으로 이어지지 못할까요. 리호가 붙잡고 있는 건 사람일까요, 아니면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일까요. <그렇게 안녕>은 평행우주라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사랑과 상실, 그리고 기억의 본질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사랑의 잔해를 더듬으며 자신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 조용히, 그러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리호가 마침내 ‘내일’을 기다리기로 결심하는 순간, 이 소설은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히 빛납니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하고 단단한 인사처럼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김효인 작가님을 만났는데요, 읽는 내내 작가님의 전작들이 자연스레 궁금해졌어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문체, 그 속에 스며 있는 따뜻한 숨결이 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안녕’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이렇게 낯설고도 깊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 한마디로 저를 완전히 매혹시킨 작가님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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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하루 - 공감의 뇌과학
에벨리너 크로너 지음, 곽지원 옮김 / 에코리브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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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따뜻한 과학 에세이“

‘하루를 뇌로 바라본다’는 발상, 참 신선했어요.

이 책은 단순히 뇌과학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를 배경으로 뇌의 움직임을 그려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낮 동안 느끼고, 밤에 잠드는 그 시간까지.

뇌는 끊임없이 세상을 해석하고 감정을 조율하며, 나와 타인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자는 뇌를 “공감의 기관”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나의 뇌가 반응하고,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내 뇌를 이해하는 일은 곧 타인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감정이나 행동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반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흥미로웠던 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뇌의 변화였습니다.

청소년이 늦게 잠드는 이유, 사춘기의 불안정한 감정, 폐경기를 겪는 여성의 뇌 변화까지. 모두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인 일에 더 차분하게 대응하는 이유가, 이미 수많은 고비를 겪어온 경험 덕분이라는 설명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의 문장은 과학적이면서도 놀랍도록 다정합니다. 결국 이 책은 뇌에 대한 이야기이자, 공감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존재인지 보여주는 책이죠.

읽고 나면 ‘나의 하루’뿐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까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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