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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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여가란, 결코 물질적 이익을 바라지 않고(설사 그것이 결국엔 우리는 물론 타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해도) 순전히 그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로이 선택한 것, 빈둥거리고, 깃들이고, 단장하고, 취미 활동을 하는 등 광범위한 영역을 두루 아우를 때 쓰는 단어다. 여가를 누릴 때에는 가치보다는 기교가 훨씬 중요하다. 현명하게 선택한 여가는 아무리 짧은 삶에도 깊이를 준다.
p.107
나는 온전히 빈둥거리는 데는 그다지 소질이 없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이론적으로 내 믿음이야 어쨌든 나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나는 그 저울의 한쪽 끝 무언가를 하는 상태에 가까워질 때 오히려 편안하다.

p.220
우리는 헛간 안에 쭈그려 앉아 씨 뿌리고 거두고 모으면서,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들판의 백합을 무시한다.
p.264
세네카는 인생의 덧없음에 관한 수필에서 다른 사람들의 손에서 내 시간을 뺏어오는 것, 시간을 되찾아 내 것으로 만들고 내가 선택한 즐거운 것을 하면서 그 시간을 쓰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최대 문학상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필가상' 수상자 로버트 디세이는 <게으름 예찬>에서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항 품격 있는 휴식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연휴 때 친구를 만나거나
간만의 부부 데이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꿈꿨던것이
애엄마로서의 내 자신에 대한 자각이
1도 없었던 것임을 한탄하며.


제대로 된 쉼이나 여가나 휴식같은 단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최악의 연휴가 끝나갈 무렵, 천신만고 끝에 겨우 아이를 재우고 읽은 책이 무려 게으름 예찬이라니 이런 아이러니할데가.

 

아..나도 게으르고 싶다.격하게 게으르고 싶다. 내가 선택한 즐거운 것을 하면서 내 시간을 쓰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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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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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생긴 여러가지 변화 중 한가지는 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애만 보고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복직을 해도 마찬가지여서 당황했다. 뭐지. 출산 때 뇌도 같이 출산한다는 말이 맞는건가. 변명을 하자면 애를 보며 정신이 없이 해야할 것은 많고 마음은 급한데 손이나 입이 따라주질 않는다는거.


 "왜 머릿속에서는 완벽한데 입만 열면 개구리가 튀어나올까?"


책의 띠지에 있는 재미있는 질문이 바로 내 상태라니. 애 이유식을 먹이며 남편한테 다급하게 "저거 있잖아 그거 그거 좀 가져와 그거" 라고 하면 남편은 "우리 자기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라며 슬퍼한다. 여기서 내가 가져오길 바랬던 건 리모콘...🤦‍♀️


이런 상태이므로 지금 현재는 근근히 살고 있으나 추석 연휴 이후로 업무가 또 바뀌는 관계로 바뀐 자리에 가면 민원전화도 많이 받을텐데 제대로 대답못하다가 털리고 싶지는 않다. 


p.31

종이에 직접 쓴 글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습니다. 손으로 글을 쓰면 일단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정보를 뇌에 입력하는 여러 방법 중 손으로 쓴 글에는 차원이 다른 효용성이 있거든요. 종이를 굳이 보지 않아도, 이미 손으로 적어본 내용이기에 더 오래 기억됩니다. 쓰는 행위는 뇌의 일부분, 즉 뇌에서 주의력을 담당하는 뇌간의 망상 활성계를 자극합니다. 손으로 글을 쓰면 망상 활성계가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대뇌피질에 전달해 집중도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p.101

말하기는 근본적으로 글쓰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 글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진정성은 깊이 생각하고 정리할 때 나옵니다. 이는 전문성으로 이어지고, 명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됩니다. 머릿속에 정리된 내용은 비로소 구어체로 바뀌어 전달됩니다. 그렇기에 말을 잘하고 싶다면,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물론 이 방법은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손으로 써서 정리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한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는 책 표지부터 구성까지 정확하게 '심플'을 추구하고 있었다. 저자는 매주 책 한권을 10분 남짓의 영상으로 소개하는 요약정리의 고수. 지리멸렬하게 여러가지를 이야기하기보다 3가지 정도만 강조하라는 말 그대로 책에도 간단명료하게 소개되는 법칙, 무엇보다 매 챕터가 아주 짤막하면서도 군더더기없이 핵심만 제대로 들어가있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260페이지정도의 분량임에도 읽을수록 내 머릿속까지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 아, 내 삶도 이렇게 정리가 좀 되었으면 좋겠다. 개판인 집구석, 내 업무, 내 감정, 내 생각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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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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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스릴러에 이은 허니문 스릴러. 원래 스릴러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번 여름에는 아주 계절에 충실하게 각종 스릴러 신간을 섭렵하고 있는 기분이다. 여름엔 스릴러죠 역시.


p.11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소설은 죽은 남편을 묻는 여자가 독자를 향해 이렇게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 달 전,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에린은 사랑하는 마크와 기념일을 맞아 축하하며 신혼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다. 불과 세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티나 역으로 나왔던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이 쓴 흡입력 강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국 옥스퍼드 드라마스쿨을 졸업한 배우라더니 책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글까지 잘 쓰다니, 불공평하다. 무려 리즈 위더스푼 주연(아마도 주연이겠지? 여주인공과 이미지가 조금 안맞는다고 생각되지만)으로 영화로 만들기로 확정되었다는 소식 또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죽은 남편을 처리할 무덤을 파던 강렬한 등장에 비해 과거로 돌아가 설명을 시작하며 다소 지루해지나 싶던 초반부는 결혼을 하고 보라보라로 신혼여행을 간 에린과 마크가 물 속에서 불길한 가방을 발견하며 급속도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돈뭉치와 다이아몬드와 권총과 USB가 들어있던 가방으로 인해 두 사람의 인생은 급변하게 된다. 


p.480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는 세 단계가 있는데, 첫째는 연구와 준비 단계, 둘째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인내의 단계, 그리고 마지막이자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단계는 명료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영상을 편집하는 단계다. 나는 인생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를 적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기만 하다면, 차용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단언컨대, 이 이야기는 결코 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이것이 내가 다루어야만 하는 이야기고, 내가 선택한 서사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이번 여름에 읽었던 여러 종류의 스릴러 중 가장 짜임새있는 소설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도 기대되고, 2020년 출간 예정인 두 번째 작품도 기대된다. 꽤 오랫만에, 앞으로의 작품들을 계속 챙겨서 읽어보고픈 스릴러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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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_ar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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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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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자주 아팠고 한달에 일주일은 학교를 결석하곤 했다. 내가 등교하면 " 야, 자리 바뀌었어 이제 나 니 짝 아냐" 라는 말을 들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 사귀는 것은 소심한 내게 매번 스트레스였다. 그때부터였을까, 관계에 집착하게 됐다. 그냥 아는 사이 말고 친한 친구라 말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

 

학교를 자주 결석하던 학창 시절에도,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던 20대에도, 별의 별 일을 다 겪던 30대에도 관계는 여전히 어려웠다.

 

튜브는 사실 카카오 프렌즈의 여러 캐릭터 중 가장 정이 가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대학원 시절 미묘하게 나를 힘들게 하던 분이 농담인 척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때 종종 사용하던 이모티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싫으면 그 사람이 사용하는 캐릭터도 싫어진다.
튜브가 가득한 책을 받자 내 결혼식까지 쫓아와 시비를 걸던 그 분이 또 생각나는 바람에 다른 책들 사이에 묻어두었다가 이제서야 펼쳤다. 위트있는 문장들로 기분을 순식간에 업 시켜주는 하상욱 시인과의 콜라보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왠걸? 주옥같은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순간 어느새 내 눈에 거슬리던 내 마음 속 밉상 캐릭터는 잊혀졌다. 마음에 쏙 들어오는 글귀들은 싫어하던 캐릭터 마저도 잊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구나. 역시 글의 힘이란.

 

p.97
남이 하는 일들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p.169
내가 하는 노력은 힘들어 보였고 남이 해낸 일들은 쉽게만 보였다.

p.12
싫은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은 서로 안 보고 사는 것뿐이다.

p.25
일이 힘들면 관계가 귀찮고. 관계가 힘들면 일이 안되고.

p.34
뭘 해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이 안 해주면 불만은 또 그렇게 많더라.

p.79
안 맞는 일이 되더라. 안 맞는 사람 때문에.

p.118
편한 사람이 되려고 하다가 편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p.123
나쁜 사람을 잘 버티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냥 잘 버티는 사람인데.

p.125
누구나 잘못을 하지만 누구나 사과를 하지는 않더라.

 

출근길에 길을 걷다 다 읽을 수 있을만큼 부담없이 가벼운 책이었지만 내 책장 한구석에 단단히 자리잡고 오래도록 남아있게 될 책. 내 맘 같지 않은 관계에,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에 지치고 짜증날 때 다시 한 번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위로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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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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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맘카페에 가입하여 "5월맘"의 구성원이 된 뉴욕 브루클린의 아기엄마들. 서로 육아정보를 공유하고 고된 육아를 위로하며 교제하던 어느 날, 기분전환을 위해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감행한다. 엄마들이 술잔을 기울이던 그날 밤, 싱글맘 위니의 아기 마이더스가 납치되었고 그 이후 위니를 비롯한 5월맘 멤버들의 삶은 크게 변하게 된다.

 

p.35
"나는 애를 제대로 못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런데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좋더라고요."
"프랜시, 바보 같은 말 하지 마요. 잘하고 있으면서. 우리도 지금 내가 애랑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요."


p.54
예전에는 대체 어떻게 글을 썼지? 콜레트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는 나이 든 슈퍼모델 이매뉴얼 두보이스의 자서전을 16주만에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포피를 키우고 있는 지금은 단어가 한 줌의 공기처럼 뇌의 능력을 벗어나버려서 잡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p.181
콜레트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찰리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았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절대로 마감을 맞추지 못할거란 사실도, 지금 글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 얼마나 힘든지 인정하기에는 감정이 너무 격앙된 상태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빨래 세제는 떨어졌고 샤워기 헤드에서는 물이 새고 있는 걸 안다고, 물 새는 소리 때문에 신경 쓰여 미칠 것 같다고, 대필 작업이 많이 밀렸다고, 그런데도 내일 소아과 의사에게 포피를 데려가려고 진료 예약을 방금 마쳤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p.228
이제 갓 엄마가 된 사람이, 출산한 지 겨우 몇주밖에 안된 여자가 애를 집에 놔두고 외출을 했다라.가서 이 사진처럼 놀았다는 거죠? 요즘의 모성애는 뜻이 달라져서 이래도 되나 보죠?

 

p.237
자, 형사님. 오늘은 내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한 첫날이었어요. 그래서 일찍 가봐야겠다고 윗분에게 말씀드리기에는 그다지 좋은 날이 아니었다고요. 게다가 우리 애는 어린이집에 네시간 있다가 처음으로 감기가 들어서 집에 왔네요. 여러모로 난 좀 지쳤거든요.



육아와 스릴러라니, 가장 안어울리는 조합이 아닐까.
<돌이킬 수 없는 악몽으로 바뀐 완벽한 엄마들의 단 하룻밤 일탈,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생후 6주 된 아기가 사라졌다>
소개문구만 읽고 흥미가 생겨 읽기 시작한 퍼펙트 마더는 아기의 실종이라는 민감한 주제는 차치하고라도 생후 13개월차 아기엄마인 나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었다.
_
모유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분유를 먹이며 죄책감을 갖는 엄마, 회사에 복직을 앞두고 아기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며 온종일 아기가 낯선 사람과 있어야 한다는 것에 신경이 쓰여 퇴사를 고민하는 엄마, 일하다 말고 제때 유축하지 못해 다 젖은 블라우스를 가방으로 가려야하는 엄마, 남편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남편은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자신은 출산 후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가 업무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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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분명히 뉴욕 브루클린인데 마치 우리 동네 맘까페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익숙했다.
나라를 불문하고 출산과 육아란 여자의 삶을 이렇게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것임을 새삼 깨달으며, 오늘도 험난한 육아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장난 삭신을 두드려가며 책을 읽었다. 사실 요 며칠은 책을 읽고 한가하게 리뷰를 끄적일 상황이 전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이러고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무더운 여름, 가독성도 공감지수도 뛰어나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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