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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맘카페에 가입하여 "5월맘"의 구성원이 된 뉴욕 브루클린의 아기엄마들. 서로 육아정보를 공유하고 고된 육아를 위로하며 교제하던 어느 날, 기분전환을 위해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감행한다. 엄마들이 술잔을 기울이던 그날 밤, 싱글맘 위니의 아기 마이더스가 납치되었고 그 이후 위니를 비롯한 5월맘 멤버들의 삶은 크게 변하게 된다.
p.35
"나는 애를 제대로 못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런데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좋더라고요."
"프랜시, 바보 같은 말 하지 마요. 잘하고 있으면서. 우리도 지금 내가 애랑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요."
p.54
예전에는 대체 어떻게 글을 썼지? 콜레트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는 나이 든 슈퍼모델 이매뉴얼 두보이스의 자서전을 16주만에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포피를 키우고 있는 지금은 단어가 한 줌의 공기처럼 뇌의 능력을 벗어나버려서 잡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p.181
콜레트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찰리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았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절대로 마감을 맞추지 못할거란 사실도, 지금 글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 얼마나 힘든지 인정하기에는 감정이 너무 격앙된 상태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빨래 세제는 떨어졌고 샤워기 헤드에서는 물이 새고 있는 걸 안다고, 물 새는 소리 때문에 신경 쓰여 미칠 것 같다고, 대필 작업이 많이 밀렸다고, 그런데도 내일 소아과 의사에게 포피를 데려가려고 진료 예약을 방금 마쳤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p.228
이제 갓 엄마가 된 사람이, 출산한 지 겨우 몇주밖에 안된 여자가 애를 집에 놔두고 외출을 했다라.가서 이 사진처럼 놀았다는 거죠? 요즘의 모성애는 뜻이 달라져서 이래도 되나 보죠?
p.237
자, 형사님. 오늘은 내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한 첫날이었어요. 그래서 일찍 가봐야겠다고 윗분에게 말씀드리기에는 그다지 좋은 날이 아니었다고요. 게다가 우리 애는 어린이집에 네시간 있다가 처음으로 감기가 들어서 집에 왔네요. 여러모로 난 좀 지쳤거든요.
육아와 스릴러라니, 가장 안어울리는 조합이 아닐까.
<돌이킬 수 없는 악몽으로 바뀐 완벽한 엄마들의 단 하룻밤 일탈,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생후 6주 된 아기가 사라졌다>
소개문구만 읽고 흥미가 생겨 읽기 시작한 퍼펙트 마더는 아기의 실종이라는 민감한 주제는 차치하고라도 생후 13개월차 아기엄마인 나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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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분유를 먹이며 죄책감을 갖는 엄마, 회사에 복직을 앞두고 아기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며 온종일 아기가 낯선 사람과 있어야 한다는 것에 신경이 쓰여 퇴사를 고민하는 엄마, 일하다 말고 제때 유축하지 못해 다 젖은 블라우스를 가방으로 가려야하는 엄마, 남편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남편은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자신은 출산 후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가 업무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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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분명히 뉴욕 브루클린인데 마치 우리 동네 맘까페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익숙했다.
나라를 불문하고 출산과 육아란 여자의 삶을 이렇게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것임을 새삼 깨달으며, 오늘도 험난한 육아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장난 삭신을 두드려가며 책을 읽었다. 사실 요 며칠은 책을 읽고 한가하게 리뷰를 끄적일 상황이 전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이러고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무더운 여름, 가독성도 공감지수도 뛰어나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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