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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어렸을 때 나는 자주 아팠고 한달에 일주일은 학교를 결석하곤 했다. 내가 등교하면 " 야, 자리 바뀌었어 이제 나 니 짝 아냐" 라는 말을 들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 사귀는 것은 소심한 내게 매번 스트레스였다. 그때부터였을까, 관계에 집착하게 됐다. 그냥 아는 사이 말고 친한 친구라 말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
학교를 자주 결석하던 학창 시절에도,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던 20대에도, 별의 별 일을 다 겪던 30대에도 관계는 여전히 어려웠다.
튜브는 사실 카카오 프렌즈의 여러 캐릭터 중 가장 정이 가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대학원 시절 미묘하게 나를 힘들게 하던 분이 농담인 척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때 종종 사용하던 이모티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싫으면 그 사람이 사용하는 캐릭터도 싫어진다.
튜브가 가득한 책을 받자 내 결혼식까지 쫓아와 시비를 걸던 그 분이 또 생각나는 바람에 다른 책들 사이에 묻어두었다가 이제서야 펼쳤다. 위트있는 문장들로 기분을 순식간에 업 시켜주는 하상욱 시인과의 콜라보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왠걸? 주옥같은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순간 어느새 내 눈에 거슬리던 내 마음 속 밉상 캐릭터는 잊혀졌다. 마음에 쏙 들어오는 글귀들은 싫어하던 캐릭터 마저도 잊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구나. 역시 글의 힘이란.
p.97
남이 하는 일들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p.169
내가 하는 노력은 힘들어 보였고 남이 해낸 일들은 쉽게만 보였다.
p.12
싫은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은 서로 안 보고 사는 것뿐이다.
p.25
일이 힘들면 관계가 귀찮고. 관계가 힘들면 일이 안되고.
p.34
뭘 해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이 안 해주면 불만은 또 그렇게 많더라.
p.79
안 맞는 일이 되더라. 안 맞는 사람 때문에.
p.118
편한 사람이 되려고 하다가 편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p.123
나쁜 사람을 잘 버티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냥 잘 버티는 사람인데.
p.125
누구나 잘못을 하지만 누구나 사과를 하지는 않더라.
출근길에 길을 걷다 다 읽을 수 있을만큼 부담없이 가벼운 책이었지만 내 책장 한구석에 단단히 자리잡고 오래도록 남아있게 될 책. 내 맘 같지 않은 관계에,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에 지치고 짜증날 때 다시 한 번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위로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