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1부 1장 정리

※ 해설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
마케팅 관리자들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비자의 심리,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는 속담이야말로 기업 활동의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 즉 마케팅 전문가들의 어려움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말이라 하겠다.
동일한 제품에 어떤 상표명을 붙이는지에 따라 판매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가격결정 또한 소비자들의 구매의사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싸다고 잘 팔리거나 비싸다고 안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심리는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항상 일관적이거나 논리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강남의 한 유명 백화점에서 외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아주 싼 가격에 행사용 매대에서 판매한 적이 있었다. 저렴한 수입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때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수입품이라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에 맞추어 비싼 가격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심리다. 다시 말하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은 제품에 대한, 혹은 이전의 구매에 대한 경험, 나아가 제품 이외의 다양한 경험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여기에 적용되는 이론 또한 다양하며 심지어 상황에 따라 상반되는 이론이 적용되기도 한다.
가격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심리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물건이라면 싼 게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유인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저렴한 제품을 광고하여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는 다른 제품들은 인하하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판매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싸게 구매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몰려들게 된다. 최근의 신문기사에 할인점의 출현으로 구매가 늘어났다는 주부들의 솔직한 고백이 있었다. 싸면 좋은 것이고, 다른 것들까지 저렴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역시 소비자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전략이다. 그래서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이와 반대의 경우다. 앞에서 제시했던 백화점의 수입제품에 대한 가격결정이 좋은 예다. 비싸면 품질도 좋을 것이라는 인식! 이것을 흔히 가격―품질 지각(price―quality perception)이라고 한다. 싸면 좋다는 것과 반대의 경우다.
셋째, 이처럼 상반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기준이 되는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소설책의 가격은 8,000원에서 10,000원 이하면 적절한 것 같다거나 세면용 비누는 1,300원 정도면 적절하다는 생각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준거가격이다. 물론 제품의 품질, 브랜드, 소비자의 경제적 구매능력, 이전의 경험 등이 여기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여기서 특정 숫자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얼마에서 얼마면 되겠다는 범위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차는 1,000만 원 전후, 소형차는 1,500만 원 전후 등과 같이……. 만일 소형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1,000만 원짜리 소형차를 보여준다면 품질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될 것이고, 1,700만 원짜리를 보여준다면 차라리 조금 더 보태 중형차를 구매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구매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자신이 최대 허용할 수 있는 가격인 최고 수용가격과 최저의 제품가격이 존재한다.
넷째, 본문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단수가격(odd pricing)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논리적 이해다. 가령 아침 신문에 끼워져 배달된 백화점 전단지를 보자. 여성용 구두가 89,000원, 아동화는 29,000원, 남성용 정장은 298,000원이다. 아마도 지금 우리 머릿속에는 구두는 8만 원, 아동화는 2만 원, 그리고 남성복은 29만 원, 심지어 20만 원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것이다. 단수가격은 바로 이런 심리를 노린 가격전략이다.
좀더 인상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홈쇼핑 채널로 눈을 돌려보자. 쉴 새 없이 제품에 대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여성 쇼 호스트가 최신 유행에 맞는 재킷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멋진 재킷을 놀랍게도 오늘은 10만 원대에 여러분들에게 드리겠습니다. 네, 지금 주문이 폭주하고 있으니 ARS 자동주문전화를 이용하세요.” 여기에 더해 자막마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바쁘게 만든다. 화면 구석에 있는 디지털시계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소비자는 제품에 대해 좀더 고민할 여유를 잃게 된다. 그래서 ‘10만 원 정도’를 생각하며 수화기를 들어 주문을 마친다. 후에 카드는 169,000원이 결제되었다. 이미 ‘나’는 이전의 주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잊은 지 오래다.
소비자는 흥미로운 존재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비논리적인 존재다. 어떤 때에는 너무나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캐고 가격을 요리조리 비교한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왜? 인간이란 본디 이성적이기도 하지만 감성적이기도 한, 그 심리 상태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누구에게나 똑같은 답은 없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다룬 이론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첫째는 전략이다. 우리가 시장에 깊이 들어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는지, 아니면 작은 시장이지만 수익이 높거나 안정된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는 시장을 목표로 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각 시장에서의 고객들이 과연 고품질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이에 따라 각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준거가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해당 시장의 소비자들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이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생활이나 직업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인지,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인지 아니면 가격보다는 구매를 결정하거나 구매행동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경쟁자들은 어떤 가격 정책을 쓰고 있으며, 그들과 우리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등도 이해하면 더 바람직한 결과에 가까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가격이라는 것은 숫자로 표현되어 소비자들이 이해하거나 비교하기에 쉽고, 이 때문에 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