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사람
수잔은 무거운 마음으로 옷장을 올려다보았다. 걸려 있는 옷들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을 만한 게 전혀 없어. 잘 꾸미고 가야 할 텐데……. 여섯 달 동안 이력서를 줄기차게 보냈지만 연락이 온 건 이게 전부야. 그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것도 없어.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해. 엄마가 늘 그러셨잖아.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고!’
“감색 정장을 입을까? 푸른색 계열은 점잖아 보이니까 괜찮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비서직은 꼭 따내고 말겠어. 그래! 컴퓨터 실력이 완전한 건 아니지만, 난 빨리 배우니까 괜찮아. 그리고 사람들이랑 일하는 걸 좋아하잖아. 게다가 이 보험회사의 카탈로그를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젠 달달 외울 정도야. 인터넷을 뒤져서 또 다른 정보들도 찾아냈고. 좋아, 이제 준비는 다 됐어!”
수잔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은 남아 있고, 회사는 그리 멀지 않아. 침착하게 가기만 하면 된다고. 안 그래?”
집을 나서면서 그녀는 우편물들을 집어 들었다.
“청구서들뿐이군. 전화비, 전기세, 보험료…… 또 뭐가 있지?”
수잔은 새 직장이 될지도 모를 회사를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자꾸만 소매에 들러붙는 불안감을 양팔로 빙그르르 털어내며 그녀는 머릿속으로 자기최면을 걸었다.
‘이 일은 내게 안성맞춤이야. 나는 이 일에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야. 반드시 이 자리를 얻게 될 거야. 진정하자, 진정해야 해.’
수잔은 거대한 성문과도 같은 회사 입구 앞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회사 로비는 아늑해 보였다. 그녀를 압도하는 두려움 틈새로 막연한 희망이 피어났다.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그녀를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곧 사장님이 오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몇 분 후, 세련된 회색 정장을 입은 마흔 살가량의 남자가 수잔 앞으로 다가왔다.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듯 지그시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장인 폴 갈라제입니다. 제 사무실로 가시죠, 리샤르 부인.”
수잔은 휠체어를 탄 그의 뒷모습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리샤르 부인,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전에 통화했을 때, 부인의 솔직함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인께선 고객과 함께하는 서비스 업무를 좋아하고, 아주 잘할 수 있다고 하셨죠. 하지만 컴퓨터 실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고백하셨고요. 물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컴퓨터 수업을 들을 생각이 있다고 하셨고요. 모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부인께서 휠체어로 이동해야 한다고 털어놓으면서, 대학에서 비서 과정을 마치기 위해 극복해야만 했던 수많은 어려움들에 대해 말할 때 저는 감동했습니다. 그 순간 부인이 얼마나 강한 의지와 불굴의 정신을 지닌 사람인지 알게 되었지요.
보시다시피 저 또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어요. 공부를 마치고 마음에 드는 일을 찾기까지 남들보다 두 배 더 노력해야 했지요. 좀 감상적으로 흐른 것 같습니다만, 저는 부인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부인의 진실함을 믿고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진실함이야말로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능력이니까요.”
어안이 벙벙해진 수잔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그토록 바라던 일자리를 얻게 되다니……. 돌아오지 않는 이력서 뒤로 좌절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그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깊은 감동으로 가슴이 따뜻해진 그녀는 새로운 보스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그들 머리 위로 액자 속의 젊은 남자가 새롭게 맺어진 이 관계를 축하하듯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졸업 가운을 입고, 두 손에 졸업장을 든 사장의 청년 시절 사진이었다. 그 아래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인생 대학 학위를 취득했다. 진실 백 퍼센트라는 점수로!’
진실을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을 다하여 말하는 것이다.
그런 말이 아닐 경우 들리지 않는다.
_헨리 데이비드 소로
|행복 맞춤법|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라
*나는 어떤 일을 이루기 원한다. 내게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는가?
*지금은 그것이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성취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있는 모습 그대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좋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든다.
<일상을 바꾸는 45가지 행복의 재발견 中 10월 20일 출간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