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리적 추론 |

문제`3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 K, 4, 7이라고 적힌 카드 중에서 ‘모음이 쓰여진 카드 뒷면에는 짝수가 적혀 있어야만 한다.’는 규칙이 충족되는지를 확인하려면 어느 카드를 뒤집어서 뒷면을 확인해야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것은 간단한 논리 문제로서 정답은 E와 7이다.

이 문제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서 전형적인 오답은 E뿐이다. 또는 E와 4를 선택하는 것이다. 정답 E는 당연하지만 또 한 장의 카드 7의 뒷면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카드에 A라고 적혀 있다면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4의 뒷면은 어떤 알파벳이라도 상관없다.

이 문제는 형식논리학에서 나오는 대우(對偶)에 관한 규칙을 적용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P이면 Q’라는 명제가 있을 때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대우라 한다. 즉 원래의 명제가 참이면 대우명제도 반드시 참이다. 반대로 대우가 참이면 원래의 명제도 참이다.

문제`3을 이 규칙에 적용해보자. ‘한쪽 면이 모음이면 뒷면은 짝수’이므로 그 대우는 ‘한쪽 면이 짝수가 아니면(즉 홀수) 다른 한쪽 면은 모음이 아니다’가 된다. 따라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카드인지 아닌지는 카드 7의 뒷면을 보고 모음이 아닌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심리학자 웨이슨(Wason)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4장의 카드 문제’로 불린다. 이 문제에서 다양한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수많은 실험이 실시되고 있지만 정답률은 대부분 10% 이하이다. 필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번인가 이 문제를 제시했는데 정답률은 15% 정도였다. 다만 대학입시에서 수학을 선택한 학생들의 정답률이 조금 더 높은 편이었는데, 이를 당연하다고 말해야 할지 안심했다고 말해야 할지…….

문제`3에서 사용된 추론은 논리학의 입문 정도 수준이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이 정도의 논리적 추론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별로 접할 일이 없는 이 같은 문제, 또는 평상시에 별로 사용하지 않는 순수 논리학 형식을 기준으로 한 추론에는 능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일상생활과 관련된 추론에 대해서는 정답률이 훨씬 상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제`9장에서 서술한다.

< 출처 : 행동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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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

다음 역시 확률에 관한 두 번째 문제이다.

신뢰도가 99%인 감염증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병에 걸릴 확률이 99%라고 생각할 것이다. 거의 절망적이다. 그러나 이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애초에 이 병에 걸릴 확률이 1만 분의 1이기 때문에 100만 명당 100명의 감염자가 있다. 반면에 검사 신뢰도가 99%라는 말은 실제 감염자 100명 중 99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한 100만 명 중에서 감염되지 않은 999,900명 중 1%는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999,900명의 비감염자 중 1%인 9,999명은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면 양성 판정을 받게 되는 사람은 99명`+`9,999`=`10,098명(100만 명 중에서 실제 감염자를 감염자로 판단한 99명, 비감염자를 감염자로 잘못 판정한 9,999명)이 되는데, 이 중에서 실제로 ‘감염되어 양성인 사람’은 99명이기 때문에

(감염되어 양성인 사람/양성이란 판정을 받은 사람)`=`99/10098`≒`0.0098이고,

실제로 감염될 확률은 거의 1% 정도다.

이는 100분의 1이기 때문에 최초의 감염률 1만분의 1과 비교하면 100배가 된다는 뜻이지만,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 쪽이 99배나 큰 것이다. 처음의 절망감과는 반대로 매우 희망적이다. 이것이 품질검사 결과라면 불량품으로 판정되더라도 바로 폐기할 필요 없이 추가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여기서 사용한 확률 계산법을 ‘베이스 룰’이라 하고, 발생확률(probability of occurrence, 출현확률)에 관한 사전 정보(이 경우는 감염률)가 있을 때 새로운 정보(검사의 신뢰도)를 얻었을 경우에는 사태가 발생할 확률을 어떻게 갱신하면 합리적인지를 나타낸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사전확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결론이다. 경제적 인간은 물론 베이스 룰에 따른 결론을 낼 수가 있으며,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오류는 확률판단에 있어서 ‘기저율(base rate)의 무시’로 일컬어지는 실수이며, 확률을 판단할 때 어떤 사상(事象, event)에서 전체가 차지하는 비율(기저율)을 무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어느 초등학교에서 겨울 동안 감기에 걸린 인원수를 조사했더니 감기에 걸린 사람의 99%가 12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따라서 어린이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일반인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길 것이다.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원래 어린이밖에 없지 않겠냐고. 그렇다. 이런 표현에서는 기저율은 무시되지 않는다.

그런데 감염증 문제에서는 기저율이 무시돼버린다. 감염증 문제와 같은 확률의 추정 문제는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고안하고 실험한 문제로서 그 이후 다양한 변수(variation)를 추가한 수많은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기저율의 무시’에 대해서는 제`3`장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 출처 : 행동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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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률 이해의 어려움 |

우리는 대체로 확률을 이해하기 어려운 골칫거리로 여긴다.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과학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에서 ‘인간은 확률을 주의 깊게 계산하며 진화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다음 문제를 생각해보자.

집 근처에 새로 한 가족이 이사를 왔다. 아이가 2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른다.

(1)`이웃집 부인에게 ‘딸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네’였다. 다른 한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세상에 남녀는 반반이기 때문에 1/2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정답은 1/3이다. 아이들의 구성은 여여, 여남, 남녀, 남남의 4가지인데, 딸이 1명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남남은 아니다. 따라서 이 가족의 아이 구성은 여여, 여남, 남녀 3가지 중 하나일 것이며, 다른 1명도 딸일 확률은 이 중 한 가지이므로 확률은 1/3이다.

다음은 조금 다른 문제이다.

(2)`이웃집 부인에게 ‘큰아이가 딸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네’였다. 또 한 명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1)과 마찬가지 문제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답은 1/2이다. 큰아이가 딸일 경우의 아이 구성은 여여, 여남밖에 없다. 따라서 동생이 딸일 확률은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에 확률은 1/2이 된다.

다음 문제도 비슷하긴 하지만 역시 조금 다르다.

(3)`이웃집 부인이 딸을 1명 데리고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한 명의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정답은 1/2이다. (1)과 거의 비슷한 정보를 지녔지만 왠지 묘하게 모순 된 느낌이 드는 대답이다. 그러나 이것도 (2)와 마찬가지로 목격한 1명은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1명은 딸이거나 아들 중 어느 한쪽이므로 확률은 1/2이 된다.

< 출처 : 행동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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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 제 2 장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 | 합리적 결정의 어려움


‘인간의 실수야말로 인간을 진실로 사랑해야 할 존재로 만든다.’

괴테 ‘격언과 반성’ 『괴테 격언집』

‘삶에도 죽음에도 모두 우연의 요소가 들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계산하는가이다.’

달렐 허프(Darrel Huff) 『확률의 세계』


| 몬티 홀(Monty Hall) 딜레마 |

마릴린 보스 사반트(Marilyn vos Savant)는 아이큐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IQ 228) 사람으로 『기네스북』에도 실린 유명한 천재다.

마릴린은 『퍼레이드(Parade)』라는 잡지에서 ‘마릴린에게 물어보기’라는 인기 칼럼을 담당하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했는데, 어느 독자가 질문한 내용이 제`1장의 문제`1이다.

이 문제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문이 세 개 있고, 그 중 하나가 행운(자동차)의 문이다. 하나의 문을 선택하면 사회자는 나머지 두 개의 문 가운데 염소가 들어 있는 문 하나를 알려준다. 그리고 처음 선택을 변경할 기회를 주고 참여자에게 선택을 바꿀 것인지 묻는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계속 방영되고 있는 인기 쇼 프로그램 ‘거래를 해봅시다’와 매우 흡사하여 프로그램 사회자의 이름을 따서 ‘몬티 홀 딜레마(Monty Hall Dilemma)’라고 부른다.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이다. 그 근거는 처음에 A문을 선택한 상태에서 C문이 당첨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 A나 B가 당첨될 확률은 1/2씩이기 때문에 선택을 바꿔도 유리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필자가 학생들에게 질문한 결과, 다수가 똑같은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잘못된 것이다. 정답은 선택을 바꾸면 당첨될 확률은 2/3로 올라간다. 따라서 ‘선택을 바꾸는’ 것이 올바른 행위이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음 설명을 들으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A문이 당첨될 확률은 1/3, B문 또는 C문이 당첨될 확률은 2/3이다. 그리고 C문(자동차)이 당첨이 아닌 것을 안다면 B문이 당첨될 확률이 2/3가 되므로 선택을 바꾸는 것이 맞다. 이 설명이 불충분하다면 다음 페이지의 표를 보면서 생각해보기 바란다.



A


B


C

①당첨   비당첨   비당첨
②비당첨   당첨   비당첨
③비당첨   비당첨   당첨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위의 ①`∼`③`의 중 하나이다. 그리고 당신이 A문을 선택한 경우, 나머지 2개 문 가운데 당첨되지 않을 1개의 문은 알 수 있다(사회자가 알려주므로). ①`번 상황에서는 선택을 변경하면 떨어진다. ②`번 상황에서는 선택을 변경하면 당첨되고, ③`번도 변경하면 당첨된다. 그러므로 3가지 상황 중 2가지는 선택을 변경하면 당첨되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2/3가 된다.

반대로 변경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①`번 상황에서는 선택을 변경하지 않아야 당첨되고(당첨 확률 1/3), ②`번과 ③`번의 경우에는 선택을 변경하지 않으면 당첨되지 않는다(당첨 확률 2/3).

그러면 『퍼레이드(Parade)』지의 칼럼 ‘마릴린에게 물어보기’에서 마릴린의 대답은 당연히 ‘선택을 바꾸세요.’가 된다(정답의 설명 방식은 위와 달리 훨씬 더 간단했다).

그런데 이 정답이 지면에 게재되자마자 미국 전역으로부터 마릴린의 답이 틀렸다는 항의가 쇄도했다. 그 중에는 돈 에드워드(Don Edward)도 있었고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나 대학의 수학 교수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항의의 태반은 1/2이 정답이며, 마릴린의 답은 틀렸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일생 동안 1,500편의 논문을 쓰고 수많은 기행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수학자 폴 에르되시(Paul Erdo¨s)조차 정답을 맞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저명한 경제학자까지 오답을 내고 말았다.



< 출처 : 행동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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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단계의 행동경제학 |

라빈에 따르면 행동경제학은 새로운 학문이지만 이미 ‘제`2단계’를 맞고 있다고 한다. 행동경제학은 이미 이륙을 위한 활주 기간을 마치고, 현재 창공을 향해 상승비행을 하고 있는 최고조의 상태에 있다.

일반적으로 확립된 이론이나 패러다임에 반하는 사례를 anomaly(예외, 변칙)라고 한다. 행동경제학의 제`1단계는 주류경제학에 대한 anomaly에 착안해 사람이 경제적 인간과 어떻게 다른지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단계였다. 현재 anomaly는 실험적 방법이나 일상의 관찰을 통해 한우충동(汗牛充棟, 수레에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집에 쌓으면 대들보까지 닿게 된다는 뜻으로 책이 많은 것을 비유한 말`:`역주)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수많은 자료가 수집되고 축적돼왔다. 제`2단계는 행동의 체계화·이론화를 도모하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정책 입안을 제언하는 단계이다.

행동경제학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anomaly의 축적에 있다. 그것이 단순한 사실의 축적이라면,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anomaly 자체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것이 새로운 이론 창출의 계기가 되어야만 한다.

사실의 축적으로부터 귀납적 이론이 발생한 것도 있고, 반대로 이론의 검증을 위해 사실이 이용된 것도 있지만, 양쪽 모두 ‘사람이 사실을 토대로 과학을 만드는 것은 마치 돌을 이용해 집을 만드는 과정과도 같다. 사실의 집적이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은 돌의 집적이 집이 아닌 것과 같다.’(포앙까레, Jules-Henri Ponicare?, 『과학과 가설』)는 경고문을 항상 마음에 담아둬야 할 것이다.

< 출처 : 행동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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