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
다음 역시 확률에 관한 두 번째 문제이다.
신뢰도가 99%인 감염증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병에 걸릴 확률이 99%라고 생각할 것이다. 거의 절망적이다. 그러나 이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애초에 이 병에 걸릴 확률이 1만 분의 1이기 때문에 100만 명당 100명의 감염자가 있다. 반면에 검사 신뢰도가 99%라는 말은 실제 감염자 100명 중 99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한 100만 명 중에서 감염되지 않은 999,900명 중 1%는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999,900명의 비감염자 중 1%인 9,999명은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면 양성 판정을 받게 되는 사람은 99명`+`9,999`=`10,098명(100만 명 중에서 실제 감염자를 감염자로 판단한 99명, 비감염자를 감염자로 잘못 판정한 9,999명)이 되는데, 이 중에서 실제로 ‘감염되어 양성인 사람’은 99명이기 때문에
(감염되어 양성인 사람/양성이란 판정을 받은 사람)`=`99/10098`≒`0.0098이고,
실제로 감염될 확률은 거의 1% 정도다.
이는 100분의 1이기 때문에 최초의 감염률 1만분의 1과 비교하면 100배가 된다는 뜻이지만,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 쪽이 99배나 큰 것이다. 처음의 절망감과는 반대로 매우 희망적이다. 이것이 품질검사 결과라면 불량품으로 판정되더라도 바로 폐기할 필요 없이 추가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여기서 사용한 확률 계산법을 ‘베이스 룰’이라 하고, 발생확률(probability of occurrence, 출현확률)에 관한 사전 정보(이 경우는 감염률)가 있을 때 새로운 정보(검사의 신뢰도)를 얻었을 경우에는 사태가 발생할 확률을 어떻게 갱신하면 합리적인지를 나타낸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사전확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결론이다. 경제적 인간은 물론 베이스 룰에 따른 결론을 낼 수가 있으며,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오류는 확률판단에 있어서 ‘기저율(base rate)의 무시’로 일컬어지는 실수이며, 확률을 판단할 때 어떤 사상(事象, event)에서 전체가 차지하는 비율(기저율)을 무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어느 초등학교에서 겨울 동안 감기에 걸린 인원수를 조사했더니 감기에 걸린 사람의 99%가 12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따라서 어린이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일반인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길 것이다.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원래 어린이밖에 없지 않겠냐고. 그렇다. 이런 표현에서는 기저율은 무시되지 않는다.
그런데 감염증 문제에서는 기저율이 무시돼버린다. 감염증 문제와 같은 확률의 추정 문제는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고안하고 실험한 문제로서 그 이후 다양한 변수(variation)를 추가한 수많은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기저율의 무시’에 대해서는 제`3`장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 출처 : 행동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