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슈레이더는 끝나는 시점까지 나를 정확히 톨러의 죽음을 향해 데려갔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 살아남은 톨러를 상상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퍼스트 리폼드>의 마지막 숏은 정확히 말해, 포옹과 음악과 카메라의 운동을 갑작스럽게 중단시키는 암흑이다. 인물도 음악도 카메라도 종말을 예견하지 않을 때 스스로의 의지를 행사하며 강림하는 어둠. 나는 순간 어렴풋이 툴러 목사의 일기가 북 뜯기는 음향을 들었다. 176 - P176
불교의 경우에는 자신이 ‘자신‘을 붙잡아주어야 한다. 이건 당연히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다. 라마들이 여러 가지 소품과 선문답과 진언을 동원해서 하고자 하는 일은 한 가지다. 우리를 꾀어서 뒤로 쓰러지게 만드는 것. 앨런 워츠가 말했듯이, 우리는 "바닥에 쿵 부딪힐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튀어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고무공처럼, 기구나 풍선처럼. 181 - P184
이 작품은 수도사들이 각자의 방으로 가기 위해 오르는 2층 계단이 끝나는 정면 벽에 그려졌습니다. 그림 속 건물은 수도사들의 공간과 같은 새그올 채색했고, 실제 수도원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의 방향대로 건물의 명암을 표현했습니다. 그 덕에 그림을 보는 사람들(당시엔 수도사들)이 성모와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배경에 보이는 문 안쪽 작은 공간 또한 산 마르코 수도사들의 방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해 성모 마리아의 청빈함이 수도사와 같도록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300 - P300
그의 눈에 비친 우아한 루저의 윈형 조선 선비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제국주의 희생양이었다. 반면 서구화가 곧 문명화라고 굳게 민고 문명과 비문명의 정의를 내린 일본인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개조하려 했었고, 그 여파로 일본인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보았다. 307 - P307
오늘날 [돈키호테]의 독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배제된 문화는 결코 쉽사리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 역사 속에서 부재는 현존만큼이나 견고하다는 것, 그리고 때로 문학이란 세상 그 어떤 지혜로운 문학가보다도 더 지혜롭다는 사실을 시데 아메테의 압조적인 존재감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186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