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거인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비장한 자화상을 보여주는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은 이 시기에 그린 것이 거의 확실하다. 화가가 예전에 이 주제를 다룬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다윗은 승리를 거두었는데도 의기양양하지 않고 절망해 있다. 그는 지상의 권력이 허무함을 상징하는 자신의 희생물을 주시한다. 초점을 잃은 험상궃은 시선에 흉터 자국이 깊은 골리앗의 머리는 화가의 심각한 불안감을 말해준다. 카라바조의 여러 그림에서 보이는 다윗의 검은, 아마도 늘 곁을 지켜준 친구 리오넬로 스파다를 환기시키는 것 같다. - P89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는 미술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시대와 매체를 가로지르며 작품을 연결한다. 그래서 이 책은 미술사를 나열 하기보다, 이미지를 읽고 해석하는 ‘시각적 문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저자는 조각의 의미를 차근차근 설명한 뒤 그리스·로마 조각을 시작으로 헬레니즘과 인도 불교 조각, 그리고 석굴암 본존불을 이어 보여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콜더의 움직이는 조각을 통해 장르의 확장을 이야기하고, 평화의 소녀상에 이르러서는 조형물이 지닌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스테인드글라스의 제작 방식과 빛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설명하곤, 파리 노트르담 성당과 요크 민스터, 앙리 마티스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시대에 따라 매체가 어떻게 변하고 확장하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로마네스크와 고딕 건축 양식의 특징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낯선 장르와 매체를 만날 때도 있지만, 쉬운 설명과 흥미로운 삽화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힌다. 단편적인 연도와 작가 이름 뒤에 숨겨진 이미지의 힘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더 생각해 볼 질문을 던져 책 밖으로 사고를 확장한다. 제목처럼, 처음에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의 세계가 저자의 시선을 따라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졌음을 느낀다.
역사는 수많은 인과 관계의 총합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단편적인 사실관계의 나열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당연한 의미를 놓치면 역사는 더는 ‘역사‘가 아니라 그저 ‘과거‘로 휘발된다. 휘발된 과거는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질 뿐이다. 우리가 열아홉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P5
그는 자신의 모성적 글씨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사진은 끝없는 응시로부터 나오는 무의식적인 영감이다. 사진은 순간과 영원을 붙든다. - P68
나는 책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한 상징물로서의 굿즈도 늘어나느 추세다. ‘두꺼우면 유죄단‘, ‘표지보고샀단‘ 등의 문구가 새겨진 민음사 키링이 대표적인 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굿즈는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지, 어쩐 지적 가치를 좋아혹 지지하는지, 어떤 수준의 지성으로 스스로를 지키는지 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토템으로 기능한다"라고 짚었다. -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