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유물을 보존하고 관리한다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합리적 판단과 결단에 없어서는 안 될 역사의식을 일깨워주는 학습장이 된다. 박물관은 기억의 문화에 있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갖춘 하나의 완결된 체계다. 따라서 전시와 구성에서 드러나는 박물관의 완성도는 그 사회의 역사의식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현대사박물관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전시를 위한 지난한 토론 과정은 또 다른 형태의 민주주의다. 역사란 지나가버린 사실을 복원하는 것도, 개별적으로 기억된 과거를 전달하는 행위도 아니다. 역사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현재에 의해 재구성되는 과거 아닌 과거이며, 역사 박물관은 역사의 이러한 특성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장이 될 수 있다. 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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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스스로를 은유와 상징이 넘치는 정신적인 작업으로 포장해왔지만 연금술과 그림은 모두 지난한 시간을 들여 물질적인 대상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 화가가 작업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싶으면 연금술사를 살펴볼 일이다. 마법 주문 같은 연금술 용어를 걷어내고 나면 작품에 어린 냄새와 온도, 통제되지 않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벌였던 지독한 투쟁까지 읽을 수 있다.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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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은 이미 만테냐가 그의 작품들의 가장자리에 슬쩍 드러낸 얼굴들과 같습니다. 일종의 얼굴 서명이지요. 그것은 자신의 작품 속에 있는 화가의 얼굴, 즉 자기 작품의 증인입니다. 그의 시선은 우리를 가스파르의 시선-늙은 백인 동료의 형태에 약간 놀랐고, 왠지 퍼뜩 놀란 듯한 시선-으로 보냅니다. 마치 성도마 다음으로 믿기 위해서는 보아야만 했고, 보는 것만을 믿어야 했던 상황을 알려주려는 듯이. 회화의 고견이라고 하겠습니다. 1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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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은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대실패로 끝났다해도, 흐지부지되었다 해도, 아예 시작도 못했다 해도, 처음부터 모두 마음속에만 있었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였다.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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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들
한민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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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주의 아래 여성을 근대국가의 국민으로 인정하게 되면 권력의 배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체제의 입장에서는 여성이 근대적 주체로 부상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여성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려는 기존 체제의 세력에 의해 여성들은 ‘불량‘이라는 단어로 재정의되었던 것이다. 이 움직임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 특시 미디어와의 공조 아래 효과적으로 ‘불량‘이라는 단어가 여성들에게 덧씌워졌다.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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