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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건축 / 이경훈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라는 문제적(?) 제목의 책을 펴냈던 저자가 다시 한 번 도시를 이야기한다. 일전에는 다소 광의적인 의미에서 녹지나 공원 조성이 아닌 도시 자체의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이야기했다면 이번엔 조금 구체적으로 건축에 대한 썰을 풀어낸다. 서울토박이인 내가 부산이나 제주를 여행하게 되면 그곳에는 확연한 문화가 있음을 느낀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에 반문한다. 서울과 자본 사이에 문화가 존재할까. 서울은 어스름한 새벽에도 침묵하지 않는다. 하지만 못된 건축에 소외된 이들은 이 화려한 도시 한편 침묵에 머무르고 있다. 타의적 침묵이 사라지고 도시에 문화가 존재케 하는 것, 우리가 다시금 이 도시의 건축을 돌아보는 것이다.

 

 

 

켄 로치 / 존 힐

 

내가 본 최초의 켄 로치 영화는 <달콤한 열여섯>이었다. 꽤나 늦게 켄 로치를 접한 셈이었는데, 현실을 바라보는 낮은 시선과 과한 의미부여가 없는 묘사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지라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켄 로치나 앙겔로플로스 같은 감독들에게는 그런 담담한 시선이 존재하는데, 불편한 진실을 담아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고 충격적인 시선일 것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영국의 영화학자 존 힐이 쓴 감독론이다. 텔레비전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언급하며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논쟁들을 들춰낸다.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는 그의 일갈은 결코 순간의 감정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역자는 씨네21 기자이자 현재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이후경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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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슬 / 오멸, 김금숙 (그림)

 

이념과 역사에 희생된 ‘제주 4.3사건’을 그려낸 <지슬>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묵직한 흑백과 오묘한 흐름의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오멸 감독의 작품이 수묵화의 그래픽 노블로 다시금 나왔다. 세월호 참사 또한 시간이 지워가겠지만 우린 우리의 비극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망각에 거부하는 행동을 이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로, 그리고 오멸 감독의 영화로 기억하는 것은 문화가 제공하는 가장 우아한 방식이다.

 

 

 

 

 

 

2. 낭비 사회를 넘어서 / 세르주 라투슈

 

언젠가부터 우린 돈이 없으면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싸게 사는 것에 목을 매는 것에 익숙해졌다. 특히 전자제품에서 대해선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교체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소비해낸다.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라는 소제목은 개인의 소비가 결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탈성장 이론가인 저자는 성장 중독에 빠진 사회가 어떤 소비와 낭비, 계획적 진부화를 촉진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원은 한계를 드러내고 소비로 인해 생기는 쓰레기는 어쩌란 말인가. 미래를 위해, 그리고 이 사회의 현명한 소비를 위해 하는 경고이자 독려이지 않을까 싶다.

 

 

 

 

3. 음악의 기쁨 / 롤랑 마뉘엘

 

작곡가이자 음악학자인 롤랑 마뉘엘과 피아니스트 나디아 타그린이 3년 동안 매주 일요일 라디오에서 나눈 대화를 옮긴 책이다. 만만한 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음악전공자가 읽을 만한 특별한 깊이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담 형식이라 음악애호가들이 읽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대담은 매우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지만 다분히 수더분하고 유쾌한 수다를 내내 이어간다. 1947년 출간되었던 이 고전은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익히 읽혀졌던 책이기도 한데 마침내 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총 4권 중 2권까지 출간되었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북디자인은 덤이다.

 

 

 

 

 

4. 러시안 다이어리 / 안나 폴릿콥스카야

 

한창 기자를 꿈꾸던 때 그녀의 죽음을 접했고 내가 기자라는 직업에 가졌던 모든 태도와 생각을 되짚었던 기억이 난다. 기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그녀는 러시아군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체첸의 실태를 조명하는 기사를 써냈다. 푸틴을 비판하기도 했고, 때문에 푸틴으로부터 정치적인 압력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7일, 괴한의 총격에 피살당한다. 정치적 타살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러시안 다이어리>에서 그녀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러시아 내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러시아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 자행되는 민주주의의 몰락과 그 속에서 끝내 펜을 쥐었던 신랄한 저널리즘의 풍경 또한 담겨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은 <더러운 전쟁> 뿐이었는데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된 이 책이 정말 반가울 따름이다. 당신들의 ‘푸간지’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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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속사회 / 엄기호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이것이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같은 저서를 통해 집단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시하였던 엄기호의 신작. 자살이냐, 사회적 타살이냐 식의 논쟁 속에서 주체로서의 사회가 해체되었다면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조차 허상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문제의 주체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논하기 이전에 주체로서의 그 어떤 것이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먼저 들여다 볼 것을 권하는 책이다. 관계가 단절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려 하고 그 생존방식을 사회가 어떻게 강요하는지 들여다볼 이야기들을 다룬다.

  






2. 투명사회 / 한병철

  

거의 신드룸에 가까운 ‘-사회출간 붐을 일으킨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그의 신작이다. 현대 사회의 노동과 피로를 정신병리학적 차원으로 접근한 성찰을 담아낸 <피로사회>는 패러다임 전환을 냉철하게 캐치해냈다. 최근 번역되어 출간된 <투명사회>는 투명성을 전제로 한 정보의 자유가 어떻게 개인의 발목을 잡는지 냉철하게 접근한다.

  












3. 깊은 마음의 생태학 / 김우창

  

인문학이 마케팅으로 이용되는 시대에서 김우창의 저서는 큰 울림을 준다. 곁가지 인문학의 장사치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의 글은 거대한 숲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숲에 들어서 평야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깊은숨을 들이킨다는 심정으로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유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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