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나의 그대 ㅣ 일본문학 컬렉션 6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평점 :

기간 : 2024/09/15 ~ 2024/09/18
애초의 계획은,
'추석 연휴의 여유로운 오후에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한적한 벤치에 앉아 이 책을 읽으며 가을 정취를 한껏 느껴보자!'
..였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 바닷가에서부터 솔솔 불어오며 머리를 흩날리고,
양만 더럽게 많고 맛도 없는 싸구려 메x커피 대신, AI 시대답게 로봇이 만들어주는 아메리카노의 향과 풍미에 빠져,
학교 선생님들의 기숙사로 추정되는 건물 반대편의 나무 벤치에 앉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가을' 을 읽고 싶었다.
이게 올해 가을의 첫 목표였다.
근데 지구의 이상 기온 현상 때문인건지, 그저 잠깐 일시적인 늦더위인건지 알 길은 없지만, 아무튼지간에 미칠듯한 더위 때문에 그런건 깔끔하게 포기했다.
빌어먹을.
잔뜩 기대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책은 기대했던대로의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날씨가 좀만 도와줬더라면 더더욱 만족스러웠을텐데.
내내 아쉽다.
1900년대 초에 쓰여진 일본 근대 소설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으며, 다자이 오사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처럼 익히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들도 있었고, 오카모토 가노코나 이토 사치오처럼 처음 접한 작가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소설이 바로 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가을' 이다.
이 소설 이후에 등장하는 '게사와 모리토' 는 일전에 읽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집에도 수록되어서 새로울게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이 '가을' 이라는 소설을 기대했던것 같다.
물론 계절의 영향도 있었고.
유부녀가 된 이후에도 처녀 시절 마음에 두었던 사촌 오빠 슌키치를 잊지 못하는 노부코.
뭐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럭저럭 결혼 생활을 해나가던중, 다시 슌키치를 보게 되자 노부코는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쓸쓸한 가을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아직 발전이 덜 된 도쿄의 외각 지대라는 장소적 배경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더욱 더 이 소설을 쓸쓸하게 만든다.
쓸쓸하게 체념해버린 노부코의 심정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부코의 저 마음이 가슴에 와닿는듯하다.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이였다.

이제는 글만 봐도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라는걸 알 수 있을것 같다.
나 다자이 오사무같은 무뢰파 싫어하지 않았었나?
지금도 난 분명 싫어하는것 같은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위대한 작가의 힘인가보다.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목이 하필이면 '굿바이' 라 자살을 암시하는듯도 하지만 실상 내용은 자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잡지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유부남 다지마 슈지는 암거래를 하며 돈을 많이 벌고 있으며 그 돈으로 여자들을 5명이나 만나고 다닌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며 슬슬 성욕도 떨어져가는것 같고 노는게 따분해져가며 조강지처 생각이 나서 그동안 만나던 여자들과의 관계를 모두 정리하려 하지만, 이게 또 다지마 슈지가 또 멘탈이 강하지 못한 남자라 혼자서 그 여자들에게 이별을 고하기가 어려워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누군가에게 솔깃한 방법을 듣게 되는데, 엄청난 미인을 데리고 여자들에게 찾아가 이별을 고해보라는 어이없는 방법이다.
근데 이 남자, 또 그 어이없는 방법을 실천하게 된다.
약간은 코믹스러운 면도 있어 유쾌한 기분도 드는 소설이지만 유작이라 결말은 볼 수 없다.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하던 날, 그의 책상에는 유서와 함께 이 소설 원고가 남겨져 있었다 한다.
일본에서 어느 작가가 이 소설의 속편을 썼다고 하는데 설정은 좀 비슷하지만 주인공 이름도 다를 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이 확 든다.
팬픽인가?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소설인 고사카이 후보쿠의 '연애 곡선' 이다.
작가가 의사라 그런지 의학적 내용들과 용어들이 많이 나오며, 이 소설의 기본 뼈대가 되는 내용들도 다 의학적 내용들이다.
특히나 이 소설은 심전도 기계의 원리에 대한 내용들이 나오며 사람의 감정에 따라 심전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아, 정말 이 소설 소름 돋는다.
무언가 더 자세한 내용을 쓰면 절대 안될것 같다.
뒷골이 쭉 땡기는듯한 느낌을 원한다면 바로 이 소설이다.
놀라운 작가였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나의그대
#일본문학컬렉션
#작가와비평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다자이오사무
#고사카이후보쿠
#일본근대문학
#일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