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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
고수유 지음 / 헤세의서재 / 2024년 5월
평점 :

기간 : 2024/03/22 ~ 2024/03/25
누구나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번쯤은 해본다.
그래서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수 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소설 등등 여러 매체들은 타임슬립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고, 개중에는 무척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품들이 많다. (ex. 인생영화중 하나인 어바웃타임)
나 역시 타임슬립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 이러한 류의 작품들을 상당히 많이 본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소설 역시 타임슬립에 관한 소설인데, 다른 여타의 매체들의 타임슬립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얻게 되는 현실적인 '페널티' 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대부분 그저 모종의 이유로, 또는 우연히, 또는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시간을 되돌리기만 할뿐,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이익에 반사되는 즉각적인 손해는 전혀 없다.
바뀐 과거로 인해 동시에 바뀌어버린 현재에서의 잠재적 손해는 있을지 몰라도, 즉각적인 댓가성의 손해는 없다.
곰곰히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타임슬립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시 되돌려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그러나, 이 소설의 설정에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대신 받게 될 즉각적인 페널티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과거로 돌아가 보내는 시간에 비례해 엄청난 양의 시간만큼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과거로 하루 24시간을 돌아가는 대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줄어드는 수명은 대략 20년 가까이 된다.
이렇게 수명이 줄어드는 페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그것은 시간을 빌리는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과거의 자신의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페널티를 감수하고 과거의 일정 시점으로 되돌아가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다시 전당포로 돌아오면 현실에서의 남은 삶을 이어나갈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대로 과거에 갇힌채 소멸되어 버린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히키코모리로 살던 40대 독신 여성이였다.
스펙과 취직에만 몰두하느라 청춘을 다 허비하고 회사 생활을 하던중, 유부남 직장 선배를 만나다 걸려 회사를 잃고 그 이후로는 가족, 친구들과 단절된채 혼자 살아가는 여성.
그녀에게 전당포의 기적은 찾아오게 되고, 그녀는 회사 생활을 하던 때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20살 대학생때 잠깐 썸을 탔던 ROTC 남자를 만나던 때로 돌아가는 결심을 하게 된다.
취직과 회사에 매몰된 수많은 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있었슴에도 그때로 돌아가지 않고 20살 청춘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스펙, 취직, 회사 등으로부터 얻었던 행복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그녀는 20살로 되돌아가 썸을 탔던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되었을까?
다시 24시간 내에 전당포로 돌아왔을까?
그 후, 그 남자와는 어떻게 되었을까?

설정상, 할머니는 시간을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댓가로 시간을 받기 때문에 영생이 가능한가보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이렇게 남에게 줄 수도 있나보다.
영생을 산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을것 같은데, 우리는 모두 유한한 존재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설정의 타임슬립 소설이였다.
문장력이나 구절의 이음새, 어색한 문구 등이 조금 걸리긴 했으나 가벼운 판타지 소설이라는걸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가벼운 소설이지만,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나에게 만약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어떤 결정을 하게 될 것인가.
문득문득 후회되는 지난 과거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당포를 이용해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얼마나 되나 머리속으로 세어봤더니 대략 2번 정도 되는것 같다.
물론, 지금도 자다가도 이불킥 하고 싶은 순간들이야 더 많지만, 그러한 자잘한 순간들은 제외하고 아직까지도 후회되는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계기를 꼽자면 2번의 결정적 순간들인것 같다.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야 되돌아 가서, 그때의 그 선택을 했던 내 자신을 자책하고 다른 선택들을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의 설정에 몰입해서 따져본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일것 같다.
그 때의 그 선택을 되돌리기 위해 지금의 내 인생 20년을 줄인다고?
후회되는 과거의 선택과 향후의 내 인생 20년을 저울질해본다면 두번 고민할 필요 없이 인생 20년을 선택할것 같다.
되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한들 무조건 그 선택이 베스트라는 보장도 없고, 나비 효과처럼 또 다른 인생의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는거고.
그냥 앞으로 20년 잘 살면 되는거지.
후회없는 삶을 살자는 말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자는 의지의 표현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만큼이나 많이 후회를 하면서 생긴, 자기 위안이나 자기 합리화의 또다른 표현이진 않을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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