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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와 철학의 쓸모 - 인공지능은 철학의 종말을 꿈꾸는가?
이기상 지음 / 옥당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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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존경하던 이기상 선생님께서 직접 저서를 보내주셨다. 반갑고 감사한 마음을 이루말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이 선생님의 마지막 저서가 될 것이라는 말씀에 마음이 아려옴을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인공지능 시대'에 진정 필요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선생님의 뜻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권두의 '들어가는 말'을 지나 제1장에 붙은 '인공지능은 철학의 종말을 꿈꾸는가?'라는 제목에서부터 선생님의 넓은 지식과 위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명백히 SF 소설가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패러디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하이데거 철학의 거장답게 하이데거의 철학-사유를 기반으로 '존재-물음'과 '존재-사건'의 의미에 대한 인상 깊은 서술로 시작한다.



이러한 선생님의 사유가 우리에게 '보여짐' 내지 우리에게의 '주어짐'은 그 자체로서, 이미 철학의 의미와 쓸모가 수행적으로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는 것의 좋은 예시 같았다. 사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공지능은 더 똑똑하고 영리해지지만 인간이 두뇌는 더 어리석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하고 의식적으로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배가시켜야 할 이 시대의 실존적 과제인 것이다. 선생님의 숙련된 철학적 사유의 제시는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축자적으로 보여주고 계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말하자면, 이는 단순한 관념적인 말장난이나 현학적인 사유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것이다. 28페이지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되듯, 삶의 기술 ars vivendi로 나아가는 다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다석 류영모의 문제의식 및 다석이 제시한 문제를 풀어내는 독자적 방식과 얽힘으로 심화된다.

이어지는, 그리고 1장과 떼어낼 수 없게 얽힌 2장에서는 철학의 '위기'에 대한 자각과 '문화철학'적 전회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으로 시작한다. 문화는 '새로운' 존재의 집이라는 2장의 제목 역시 문화의 중요성을 말하는데, 이는 하이데거가 언어를 가리켜 존재의 집이라고 한 것의 발전적 변용이라고 하겠다. 그야말로 문화는 '우리의 숨통이며 희망이다'.

이러한 선생님의 관심과 문제의식이 예술철학으로 도약하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사진예술가 김아타 선생과의 각별한 인연과 관심도 이러한 사유과정의 실천적 구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리라. 선생님의 인생의 도정, 아니 철학의 도정을 잠시 반추해본다. 선생님의 길은 한편으로는 하이데거도 걸었다는 하이델베르크의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을 걸어가는 것과 같기도 하지만, 이 '철학자의 길'은 한국의 소로와 이어져 있었고, 우리말과 우리의 사유, 우리의 철학이 생생히 살아있는 열린 공간에서 모두가 걸어가는 길로 확장되어 있었다. 이러한 견지에서 선생님의 철학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삶과 앓음의 체현(Verkörperung)으로서, 그 체현의 논리적 필연적인 귀결이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이 책은 예술로서, 생명으로서, 그리고 그 의미의 완정(完整)한 철학으로서 다가오는 '사건'이다. 우리의 감성과 생명과 깊은 철학적 반성능력에 깊은 울림이 되어 퍼져나가는 '목소리'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철학이 반드시 필요함을 선포하는 강력한 포고이다. 아니 차라리 하나의 '죽살이 인생'이다.

이 책을 여러번 정독하며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선생님의 절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하이데거가 말했듯, 결국, "죽음에로 존재하는 것, 즉 유한한 것으로서 현존재는 언제나 이미 자기 자신을 넘어선 존재이다(Als zum Tode seiendes, d.h. als endliches, ist das Dasein immer schon ein über sich Hinausgekommenes)" 이것을 조금 고쳐서 말해보자.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으로서 유한한 우리는 우리의 고유한 삶과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채워나가며, 끊임없이 우리를 넘어서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이 또한 김지하 시인이 추구해 왔고, 이기상 선생님이 이를 받아들여 정교화한 '생명의 진리'일 것이다. 책의 하반부는 생명과 문화와 철학이 선생님의 고도로 숙련된 사유에 의해 통합되며 절정에 이른다.

결국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들뢰즈나 하이데거(제6장)를 말하는 것도, 류영모나 함석헌(1장 등)을 말하는 것도, 김아타나 오세영(7, 8장) 혹은 다른 누군가를 말하는 것도, 나아가 어떤 강단철학적 가르침을 전수하는 것도 아니라, 이 '주어져 있음'을 넘어서, 이들을 통하여 드러낸 '존재사건'으로서의 '진리'가 있을 따름이다.

아름답고, 진실하며, 절박한 그 울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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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씨, 엘리자베트, 오스트리아의 황후
카를 퀴흘러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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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시절 귀족과 왕족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접할 수 있는 책. 새로이 발굴된 여성 서사로서의 가치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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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에너지 프리즘 총서 32
앙리 베르그송 지음, 엄태연 옮김 / 그린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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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 철학 이해에 꼭 필요한 책이 번역된 것만으로도 의의가 큰데, 번역도 무척 잘 되었다. 베르그송 전공자가 세심하고 정확하게 번역하려 노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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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 Du Bois-Reymond: Neuroscience, Self, and Society in Nineteenth-Century Germany (Hardcover) - Neuroscience, Self, and Society in Nineteenth-century Germany
Finkelstein, Gabriel / Mit Pr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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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과학사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인물이지만 거의 잊혀졌던 에밀 뒤부아 레몽에 대한 세심하고 뛰어난 전기. 저자인 Gabriel Finkelstein은 에밀 뒤부아 레몽의 최고 권위자이다. 과학사 연구자에게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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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phenomenology: The Alterity and Harmony of Consciousness as Quantum Energy (Paperback)
Wanyoung Kim / Atropos Press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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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young Kim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 저서.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우주현상학‘에 대한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뛰어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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