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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마지막 공부 - 운명을 넘어선다는 것
김승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나에게 주역은 ‘아주아주 어려운 학문’이다. 궁금하고 배우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 뒤로 미루고 어느 순간 공부하길 포기했던 학문이다. 김승호 작가는 ‘신비란 원래 모르면 신비하나 알면 단순한 진리일 뿐이다’(299페이지)라 말하면서 주역을 원리만 알면 얼마든지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라 말하고 있다. 『공자의 마지막 공부』는 여덟 개의 괘와 각각의 괘로 만들어진 64개의 괘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세상의 사물은 8개로 분류되고 다시 64개의 현상으로 나뉜다. 64괘로 세상의 모든 사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이론이다. 주역은 ‘천’, ‘지’, ‘화’, ‘수’, ‘풍’, ‘택’, ‘산’, ‘뢰’의 8괘를 기본으로 한다. 각각의 괘는 해석과 괘상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각 괘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천’은 하늘, 에너지, 남자, 아버지, 정부, 왕, 돈, 능동적이고 선행하는 것이고, ‘지’는 대지, 장소, 어머니, 넓다, 위치, 입장, 처지, 자세 등을 뜻한다. ‘화’는 태양, 아름다운 것, 밝은 것, 가벼운 것, 희귀한 것, 합리적인 것, 질서, 평화, 화합, 밝음, 낮, 발달, 희망, 따스함, 좋은 환경, 고귀함, 위대함, 인격, 어른, 지혜 등을 뜻하고, ‘수’는 물, 구름이나 습기, 안개, 늪, 함정, 난관, 침체, 사막, 추위, 어린아이, 끊어짐, 가루, 개별적 움직임, 어둡고 무거운 모습, 혼돈, 혼란, 어둠 등을 뜻한다. ‘풍’은 바람, 소통, 소식, 도로, 자유, 시원한 성격, 외교적 성격, 융통성, 새 물건, 단순한 사물과 사건, 우연을 뜻하고, ‘택’은 연못, 그릇, 자루, 지갑, 주머니, 방, 엄마의 품, 서랍, 담는 다는 의미, 바다, 활력이 가득 차 있는 것 등의 뜻을 갖는다. ‘산’은 정지를 뜻하는바 꼼짝달싹 못하는 물체, 사람의 몸이나 단체, 정지된 자동차, 산, 벽, 쌓여 있는 물건, 튼튼한 물건, 신용, 안정, 정지, 고집, 인내심, 덩어리, 몸체, 커다란 것, 잠자고 있는 아이, 동작이 멈춰 있는 것, 믿음직한 것, 엎드림, 견고함, 몸, 웅크림, 등짐, 배척, 방패 등을 뜻한다. ‘뢰’는 힘차게 활동하는 모든 존재를 상징, 달리고 있는 자동차, 동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 단체로 움직이는 것, 무기나 공격, 날카로움, 전투기, 독수리, 군인, 경찰, 높은 탑, 농기구, 몸에서는 발, 음악에서는 군가나 행진곡, 악기에선 타악기가 해당, 권위, 강력한 힘, 법원의 판결, 군대의 명령, 단체의 규율, 돌진, 건강, 생명 활동, 전진, 창조, 개발, 개척, 나아감, 제왕 등의 다양한 의미를 상징한다. ‘풍’은 유연하고 외부로 통해 있다는 뜻, 식물, 여자의 행동이나 걸음걸이, 부드럽고 가벼움, 바람, 소식, 도로, 여자의 손길 등을 뜻하고 있다.
주역은 위에 설명한 8개의 괘를 기본으로 한다. 각 괘를 묶어서 64개의 유형으로 분류해서 사물의 구조와 뜻을 나타내고 이를 통해 사물을 파악한다. 주역의 괘상은 64개지만 ‘건위천’과 ‘곤위지’처럼 두 개씩 대비해서 32개의 쌍으로 설명된다. 서로 대비되는 사물의 비교로 설명되는 것이 세상의 섭리이다. 하늘과 땅, 밝음과 어둠 등 세상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무 뜻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양의 성질을 지닌 ‘건위천’과 그와 반대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음을 상징하는 ‘곤위지’는 세상 모든 만물의 기본이 된다. 『공자의 마지막 공부』는 두 개의 괘가 만나 이룬 괘를 해석하고 ‘공자는 이러한 상황에 어떠한 가르침을 주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역의 괘상을 공부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괘상을 보고 해당되는 사물을 찾는 것이고, 둘째는 사물을 보고 그에 맞는 괘상을 찾는 것이다. 괘상에는 사물의 정의와 작용 등이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만물의 뜻이 밝혀진다. 셋째는 괘상끼리 비교하여 뜻을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다. 비교하는 과정에서 괘상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치를 깨닫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형상 이면에 함유된 의미를 살펴보다 보면 서로 달라 보이던 사물이 하나로 인식된다. 주역 공부를 대충하게 되면 나중엔 그 무엇도 분명한 것이 없게 되기 때문에 괘상을 해석할 때는 확실히 의미를 해석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64개의 괘 중 한 예로 54번 째 괘상 ‘태위택’을 설명해보려 한다. 54번째 괘 ‘태위택’은 상괘와 하괘 모두 ‘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승호 작가는 ‘사람은 왜 사는 것일까?’에 대한 답으로 ‘사람은 행복을 위해 산다’고 답하고 있다. 다음으로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질문한다. 주역의 개념으로 보면 행복이란 괘상으로 ‘택’이 된다 말한다. 세 번째 질문으로 ‘택이 무엇이기에 행복이라고 말하는가’를 묻는다. ‘택’은 구조상 양이 가득 차 있고, 양은 힘이다. 마음 그릇 속에 힘이 가득 차 있으니 행복하다. 인간은 사랑과 문화를 갖추었을 때 삶의 목표를 이루고 그로 인해 행복하다. 사랑과 문화는 ‘택’에 들어 있는 절대 개념이다. ‘택’은 그릇이기에 격식이 있고 그 안에 양이 담겼기에 사랑을 갖추었다. 상괘와 하괘 모두 ‘택’으로 구성된 ‘태위택’은 행복이 가득 찬 모습을 나타낸다. 공자는 ‘군자이 붕우강습’이라는 말로 행복에 그치지 말고 더욱 더 공부에 전념하라 말하고 있다. 괴로울 때 힘을 내고 행복할 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일상이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택’의 기운으로 행복과 사랑의 힘을 충전해서 괴로움을 이겨내고,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역의 괘상을 통해 만물의 유형, 뜻, 닮음 등을 규명함으로써 천지의 작용을 살피고, 상징을 발견하고 밝혀가는 과정에서 만물의 뜻과 대자연의 틀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 사회적 기능과 인간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성인의 지혜를 이룰 수 있다. 주역의 괘상과 공자의 해석을 함께 읽다 보면 공자가 말한 군자에 아주 조금은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역은 공자뿐만 아니라 융에게도 깨달음을 준 학문이다. 정신분석가 융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일정한 형태로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융은 주역을 바탕으로 사람의 성격, 마음을 괘상을 통해 분류한다. 주역 64괘는 인간 사회와 닮아 있고 마음속에 내장된 본능이기도 하다. 사소한 행동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괘상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물을 찾을 수 있다면 미래를 볼 수 있다. 인간 본성과 사물에 대해 알 수 있는 주역을 쉽게 풀어쓴 책을 읽으면서 만약에 내가 주역을 깨우쳐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해봤다. 나의 답은 ‘미래를 미리 알고 싶지는 않다’이다. 주역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짐작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 오늘 보다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라 생각한다.
학문의 ‘ㅎ’도 깨우치지 못한 내가 어찌 주역의 이치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잠깐이라도 들여다 볼 용기를 넣어준 책에 감사한다. 주역이 궁금한데 어려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에게 주역은 어렵지만 도전해 볼 정도의 학문으로 읽기 전보다는 더 가까운 학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