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마지막 공부 - 운명을 넘어선다는 것
김승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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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역은 ‘아주아주 어려운 학문’이다. 궁금하고 배우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 뒤로 미루고 어느 순간 공부하길 포기했던 학문이다. 김승호 작가는 ‘신비란 원래 모르면 신비하나 알면 단순한 진리일 뿐이다’(299페이지)라 말하면서 주역을 원리만 알면 얼마든지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라 말하고 있다. 『공자의 마지막 공부』는 여덟 개의 괘와 각각의 괘로 만들어진 64개의 괘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세상의 사물은 8개로 분류되고 다시 64개의 현상으로 나뉜다. 64괘로 세상의 모든 사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이론이다. 주역은 ‘천’, ‘지’, ‘화’, ‘수’, ‘풍’, ‘택’, ‘산’, ‘뢰’의 8괘를 기본으로 한다. 각각의 괘는 해석과 괘상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각 괘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천’은 하늘, 에너지, 남자, 아버지, 정부, 왕, 돈, 능동적이고 선행하는 것이고, ‘지’는 대지, 장소, 어머니, 넓다, 위치, 입장, 처지, 자세 등을 뜻한다. ‘화’는 태양, 아름다운 것, 밝은 것, 가벼운 것, 희귀한 것, 합리적인 것, 질서, 평화, 화합, 밝음, 낮, 발달, 희망, 따스함, 좋은 환경, 고귀함, 위대함, 인격, 어른, 지혜 등을 뜻하고, ‘수’는 물, 구름이나 습기, 안개, 늪, 함정, 난관, 침체, 사막, 추위, 어린아이, 끊어짐, 가루, 개별적 움직임, 어둡고 무거운 모습, 혼돈, 혼란, 어둠 등을 뜻한다. ‘풍’은 바람, 소통, 소식, 도로, 자유, 시원한 성격, 외교적 성격, 융통성, 새 물건, 단순한 사물과 사건, 우연을 뜻하고, ‘택’은 연못, 그릇, 자루, 지갑, 주머니, 방, 엄마의 품, 서랍, 담는 다는 의미, 바다, 활력이 가득 차 있는 것 등의 뜻을 갖는다. ‘산’은 정지를 뜻하는바 꼼짝달싹 못하는 물체, 사람의 몸이나 단체, 정지된 자동차, 산, 벽, 쌓여 있는 물건, 튼튼한 물건, 신용, 안정, 정지, 고집, 인내심, 덩어리, 몸체, 커다란 것, 잠자고 있는 아이, 동작이 멈춰 있는 것, 믿음직한 것, 엎드림, 견고함, 몸, 웅크림, 등짐, 배척, 방패 등을 뜻한다. ‘뢰’는 힘차게 활동하는 모든 존재를 상징, 달리고 있는 자동차, 동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 단체로 움직이는 것, 무기나 공격, 날카로움, 전투기, 독수리, 군인, 경찰, 높은 탑, 농기구, 몸에서는 발, 음악에서는 군가나 행진곡, 악기에선 타악기가 해당, 권위, 강력한 힘, 법원의 판결, 군대의 명령, 단체의 규율, 돌진, 건강, 생명 활동, 전진, 창조, 개발, 개척, 나아감, 제왕 등의 다양한 의미를 상징한다. ‘풍’은 유연하고 외부로 통해 있다는 뜻, 식물, 여자의 행동이나 걸음걸이, 부드럽고 가벼움, 바람, 소식, 도로, 여자의 손길 등을 뜻하고 있다.

 

주역은 위에 설명한 8개의 괘를 기본으로 한다. 각 괘를 묶어서 64개의 유형으로 분류해서 사물의 구조와 뜻을 나타내고 이를 통해 사물을 파악한다. 주역의 괘상은 64개지만 ‘건위천’과 ‘곤위지’처럼 두 개씩 대비해서 32개의 쌍으로 설명된다. 서로 대비되는 사물의 비교로 설명되는 것이 세상의 섭리이다. 하늘과 땅, 밝음과 어둠 등 세상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무 뜻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양의 성질을 지닌 ‘건위천’과 그와 반대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음을 상징하는 ‘곤위지’는 세상 모든 만물의 기본이 된다. 『공자의 마지막 공부』는 두 개의 괘가 만나 이룬 괘를 해석하고 ‘공자는 이러한 상황에 어떠한 가르침을 주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역의 괘상을 공부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괘상을 보고 해당되는 사물을 찾는 것이고, 둘째는 사물을 보고 그에 맞는 괘상을 찾는 것이다. 괘상에는 사물의 정의와 작용 등이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만물의 뜻이 밝혀진다. 셋째는 괘상끼리 비교하여 뜻을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다. 비교하는 과정에서 괘상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치를 깨닫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형상 이면에 함유된 의미를 살펴보다 보면 서로 달라 보이던 사물이 하나로 인식된다. 주역 공부를 대충하게 되면 나중엔 그 무엇도 분명한 것이 없게 되기 때문에 괘상을 해석할 때는 확실히 의미를 해석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64개의 괘 중 한 예로 54번 째 괘상 ‘태위택’을 설명해보려 한다. 54번째 괘 ‘태위택’은 상괘와 하괘 모두 ‘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승호 작가는 ‘사람은 왜 사는 것일까?’에 대한 답으로 ‘사람은 행복을 위해 산다’고 답하고 있다. 다음으로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질문한다. 주역의 개념으로 보면 행복이란 괘상으로 ‘택’이 된다 말한다. 세 번째 질문으로 ‘택이 무엇이기에 행복이라고 말하는가’를 묻는다. ‘택’은 구조상 양이 가득 차 있고, 양은 힘이다. 마음 그릇 속에 힘이 가득 차 있으니 행복하다. 인간은 사랑과 문화를 갖추었을 때 삶의 목표를 이루고 그로 인해 행복하다. 사랑과 문화는 ‘택’에 들어 있는 절대 개념이다. ‘택’은 그릇이기에 격식이 있고 그 안에 양이 담겼기에 사랑을 갖추었다. 상괘와 하괘 모두 ‘택’으로 구성된 ‘태위택’은 행복이 가득 찬 모습을 나타낸다. 공자는 ‘군자이 붕우강습’이라는 말로 행복에 그치지 말고 더욱 더 공부에 전념하라 말하고 있다. 괴로울 때 힘을 내고 행복할 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일상이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택’의 기운으로 행복과 사랑의 힘을 충전해서 괴로움을 이겨내고,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역의 괘상을 통해 만물의 유형, 뜻, 닮음 등을 규명함으로써 천지의 작용을 살피고, 상징을 발견하고 밝혀가는 과정에서 만물의 뜻과 대자연의 틀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 사회적 기능과 인간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성인의 지혜를 이룰 수 있다. 주역의 괘상과 공자의 해석을 함께 읽다 보면 공자가 말한 군자에 아주 조금은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역은 공자뿐만 아니라 융에게도 깨달음을 준 학문이다. 정신분석가 융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일정한 형태로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융은 주역을 바탕으로 사람의 성격, 마음을 괘상을 통해 분류한다. 주역 64괘는 인간 사회와 닮아 있고 마음속에 내장된 본능이기도 하다. 사소한 행동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괘상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물을 찾을 수 있다면 미래를 볼 수 있다. 인간 본성과 사물에 대해 알 수 있는 주역을 쉽게 풀어쓴 책을 읽으면서 만약에 내가 주역을 깨우쳐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해봤다. 나의 답은 ‘미래를 미리 알고 싶지는 않다’이다. 주역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짐작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 오늘 보다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라 생각한다.

학문의 ‘ㅎ’도 깨우치지 못한 내가 어찌 주역의 이치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잠깐이라도 들여다 볼 용기를 넣어준 책에 감사한다. 주역이 궁금한데 어려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에게 주역은 어렵지만 도전해 볼 정도의 학문으로 읽기 전보다는 더 가까운 학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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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ㅣ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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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칼세이건(158페이지)

 

광활한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들이 존재한다. 이 넓은 세상에 생명체가 지구에만 존재할까? 만약 또 다른 은하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 생명체가 지구에 들어와 지구인과 함께 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별빛 전사 소은하』 속 세상에는 외계인들이 지구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구인과 외계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지구계 외계인들도 존재한다. ‘지구계 외계인 소은하’를 만나보자.

 

아이들에게 ‘외계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은하는 마사지 숍의 사장인 엄마와 PC방 사장인 아빠와 함께 평범한 지구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은하의 취미는 유니콘피아 게임이다. 유니콘피아 게임은 초등학생을 위한 무료 게임으로 행성을 차지하고 그 행성에 자신의 유니콘 캡슐을 심는 게임이다.

 

‘나는 다른 세계로 들어갔고 그 세계에서는 외계인이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불렸다.’(16페이지)

 

학교에서는 외계인이라고 놀림을 받고 친구는 소령이 뿐인 은하는 유니콘피아 게임 세상에서는 골든 레벨의 상위레벨 소유자 별빛전사로 존재한다. 게임에 접속해 외계인을 물리치고 행성을 차지하면 유니콘 마스크로부터 도착한 유니콘 캡슐을 받게 되고 캡슐을 행성에 심는다. 은하는 현실 세계와 다른 가상세계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능력자로 살아간다. 은하에게는 현실 세계만큼 가상 세계도 중요한 세계이다.

 

‘현실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상 세계 역시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61페이지)

 

사람들이 게임 속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도 은하와 같이 가상세계에서 또 다른 멋진 나로 살 수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게임 레벨을 올리기 위해 긴 시간 게임을 하는 아이를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은하의 말을 읽으면서 함부로 무시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현실 세계에서는 외계인, 가상세계에서는 별빛전사로 불리는 열세 살 소녀 소은하다. 은하는 자신이 지구인 아빠와 헥시나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지구계 헥시나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하의 엄마는 우주를 지배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에 왔고 아빠를 만나 은하를 낳았다. 평범한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했던 은하는 별명처럼 진짜 외계인이었다. 은하에게도 헥시나인의 초능력이 발현된다. 잘하지 못했던 피구도 초능력 덕분에 잘하게 되고 그로인해 반 친구들의 인기를 얻게 된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지는 것이 행복한 은하는 손에 흐르는 자기장을 이용해 피구를 하고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면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기범이가 학교 근처 연못에서 달걀 모양의 캡슐을 발견한다. 은하는 캡슐에 적힌 숫자를 보고 유니콘 캡슐이라는 것과 캡슐에 적힌 좌표가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도시의 좌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캡슐을 발견한 후 은하의 몸에서 자기장의 교란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피구대회 결승전에서 은하 반은 승리하지 못한다. 피구를 잘할 때는 은하에게 친절했던 반 친구들이 은하를 비난할 때 소령이와 기범이는 은하의 편을 들어준다. 이를 통해 은하는 진정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유니콘피아 게임 속 종족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유니콘피아 게임 개발자 유니콘 마스크가 엄마를 공격해 팔찌를 빼앗아가고, 그 공격으로 엄마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유니콘피아 게임이 어린이 게이머를 이용한 지구 행성 개조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게 된 은하는 충격을 받고 분노한다. 엄마를 지키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은하는 소령이와 기범이를 포함한 어린이 게이머들과 함께 유니콘 캡슐을 다시 캐내는 작전을 세운다. 행성 개조칩이 활성화된 후 헥시나 특수 부대 요원들과 은하는 1차 해체에 성공한다. 2차 해체 과정에서 헥시나 인들이 밀리지만 유니콘피아 게이머들의 도움으로 유니콘 캡슐을 우주로 날려버리고 지구를 지켜낸다. 하지만 은하의 엄마는 은하와 아빠를 보고 난 후 영원히 눈을 감는다. 헥시나 행성과 연락이 닿아 우주선이 도착하지만 은하는 지구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지구인이자 외계인, 우주 평화를 위해 싸우는 별빛 전사 소은하다.’(157페이지)

유니콘 마스크로부터 지구 평화를 지켜낸 소은하는 엄마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지구인이자 외계인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우주 평화를 지키는 별빛 전사 소은하로 당당하게 살아간다.

 

다름은 무엇일까? 다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는 같지 않다. 누군가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누군가는 다름을 거부하고 배척한다. 『별빛 전사 소은하』에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외계인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을 말하고 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수많은 상상의 요소가 되고 있다. 소은하의 엄마 오세리는 헥시나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다. 생김새는 지구인과 비슷해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우리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외계인일 수도 있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외계인이라는 게 놀림거리가 될 순 없어. 지구인도 다른 행성에 가면 외계인인걸.-중략-지구는 말이야, 우주 사회의 변방에 있는 아주 작은 행성일 뿐이야. 먼지 같은 존재라고. -중략-지구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외계인을 놀리는 건 우스운 짓이야-중략-우주는 다양한 우주인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 모든 우주인은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31페이지)

 

지구인도 다른 행성에 가면 외계인이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살거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외계인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맨인블랙은 지구인들 속에 숨어 살아가는 수많은 외계인들이 나온다. 소은하가 살아가는 지구에도 많은 외계인들이 지구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도 지구를 지키는 외계인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외계인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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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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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아한다. 앙상한 가지만 있을 때면 나무의 가지가 뻗어나간 모양을 관찰하고, 봄이 되면 싹이 올라오는 걸 한참 동안 바라본다. 연둣빛, 빨간빛 등 다양한 색깔의 싹들은 여름이 되면 초록색으로 물든다.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여름 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홀린 듯이 바라본다. 가을이면 빨강, 노랑으로 물드는 잎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눈 쌓인 나무들을 한참을 바라보고, 나무 둥치의 결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연재 글을 보기 시작했다.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은 나의 작은 소망이 담긴 제목이라 더 마음이 간다.

 

첫 시작은 ‘단풍나무’로부터이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눈부신 단풍을 피워내는 단풍나무에게서 ‘인내’와 ‘기다림’을 배운다. 시련이 닥쳤을 때 나의 꿈을 위해 인내하고 기다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도 있을까? 단풍나무처럼 모든 것을 견디고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을까?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참고 기다려서 해결될 수 있는 시련이라면 꿈을 이루기 위해 참을 수 있다. 단풍나무에게서 삶의 가치를 배운다.

 

주목은 나이가 많을수록 속이 텅 빈 경우가 많아 나이테를 세기 어려운 나무다. 나이 들면서 무언가를 비워내는 게 제일 어렵다. 아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비우려 하지만 비워지지 않는 마음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주목과 같이 비우고 천천히 뿌리를 널리널리 뻗으면서 가는 것도 행복한 삶이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엽록소를 낭비하지 않는 나무, 사람들은 나무처럼 살지 못해 괴롭다. 항상 타인을 의식해 자신을 숨기고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검은 감정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간다. 서어나무처럼 화려한 꽃과 달콤한 과일이 없어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건강하게 못난 내 모습일지라도 사랑하고 인정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세로토닌의 별명이 ‘행복 호르몬’(26페이지)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세로토닌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마음이 평온해지고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햇빛을 필요로 하는 솔송나무처럼 사람도 햇빛을 필요로 한다. 따뜻한 햇살 아래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면서 걸으면 행복에너지가 온 몸 가득 차오른다.

 

아테나 여신의 나무 올리브 나무는 1,000년 동안 열매를 생산해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나무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무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를 닮은 나무다. 그렇기에 아테나 여신은 포세이돈을 이기고 아테네의 여신으로 선택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곳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들 때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곳에서 만족하고 있으면 편하겠지만 세상은 계속 변하고 안주하고 있는 사이 나는 저 멀리 뒤쳐져 있게 된다. 배움의 끝은 없다. 구타페르카 나무는 생존을 위해 햇빛을 향해 계속 자란다. 나도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계속 배움의 길을 간다.


바람 부는 날 벚꽃 길을 걸으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에 홀린다. 하얗게 휘날리는 꽃비 맞으며 걷는 길, 내 마음도 함께 둥둥 떠다닌다.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스러지는 꽃잎은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빈 꽃자리에 열린 열매는 새들의 배를 채운다. 손바닥에 내려앉은 꽃잎 하나, 마음 속 추억주머니에 들어가 추운 겨울을 견디는 힘이 되어준다. 찰나의 이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길.

 

카우리소나무는 혼자서도 1,000년 이상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무다. 나의 아이들도 카우리소나무처럼 자신감 있게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1만년의 긴 시간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스코틀랜드 소나무는 그 긴 시간을 살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긴 시간을 살아간다는 건 축복일까? 인간은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도 이렇게도 힘든데 스코틀랜드 소나무는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버텼을까?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나무는 경이롭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시커모어는 바람을 타고 씨앗을 멀리 보낸다. 씨앗을 떠나보내면서 모체 나무는 어떤 마음으로 보낼까? 떠나가는 씨앗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듯 떠나보내는 모체 나무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면 씨앗은 나무로 자랄 수 없다. 믿고 응원해줄 때 씨앗은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다.

 

개암나무는 매년 몸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새로운 나무순을 틔워 올려 탄력과 유연함을 유지한다. 사람도 살면서 유연함이 필요하다. 유연하기에 더 강하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암나무처럼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나무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라일락 향기는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간다. 보랏빛 라일락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 한참을 들여다본다. 시각과 후각을 즐겁게 해주는 라일락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라일락을 보고 있으면 환경 때문에 무엇인가를 못한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어떤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라일락의 생명력은 경이롭다.

 

‘보리수를 찾아간다는 것’은 기도를 하겠다는 의미라 한다. 일상에서 삶의 영적인 면을 일깨워주는 나무 보리수, 그 아래서 사람들은 영적인 깨달음을 갈구한다. 나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무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지만, 어떤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듯이 나무도 각자의 특성을 갖고 있고, 거기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깨달음을 주는 모든 것은 나의 스승님이다. 나무도 그렇다.

 

『나무처럼 살아간다』를 읽으면서 나무에 대해 배우는 것도 즐거웠지만, 예쁜 색으로 그려진 나무 세밀화가 더해져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더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 모든 나무들의 이야기를 적지 못해 아쉽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함께 두서없이 적었다. 다른 나무들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삶의 고민이 쌓여 힘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나무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 발췌글

나무는 놀라운 존재다. 그렇다. 일단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숨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나무들은 다른 나무들과 연대할 줄 알고, 위협을 당할 때는 그에 맞서 움직일 줄도 알며, 심지어 땅에 쓰러진 다음에도 온갖 현명한 방법들을 동원해 계속 삶을 이어나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나무는 거의 4억 년 전부터 이 땅에 존재해왔다. 깊은 지혜를 쌓아 오기에 충분히 긴 세월이다. 그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나무들은 적응과 생존과 번영의 달인이 되었다.(9페이지, 들어가며)

 

나무로부터 배울 수 있는 큰 교훈 중 하나는 삶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고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10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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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고전 읽기 - 신화부터 고대까지 동서양 역사를 꿰는 대표 고전 13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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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고전 읽기』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일곱 편의 서양고전을, 2부는 여섯 편의 동양고전으로 엮었다. 책의 부제인 <16만 쪽에 달하는 동서양 고전을 단 한 권으로 읽다>에서 알 수 있듯 방대한 양의 동서양 고전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최봉수 작가의 생각을 적고 있다. 1부는 서양고전을 대표하는 ‘그리스 로마신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그리스 비극’, ‘헤로도토스의 역사’,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실었다. 2부는 동양고전을 대표하는 ‘사마천의 사기’, ‘열국지’, ‘초한지’, ‘삼국지’,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본서기’를 실었다.

 

• 1부 내 맘대로 읽는 서양 고전

서양 고전 편에서는 주로 신화와 역사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한 듯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창작자가 없이 구전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과정에서 여러 작가들에 의해 보완되고 변형되어 편집된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는 ‘토마스 볼핀치’이다. 어린 시절 ‘토마스 볼핀치’가 엮은 책으로 가장 먼저 그리스로마신화를 접했다. 그 다음에 만난 작가가 오비디우스다. 한국 작가로는 ‘이윤기’와 ‘천병희’번역가가 대표적인 인물들이라 생각한다. 최봉수 작가는 천지창조에서 시작해 제우스 시대로 이어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를 막장 드라마 한편을 이야기 하듯 적고 있다. 호메로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10년간의 트로이 전쟁 이야기와 트로이 전쟁 후 20년에 걸친 오디세우스의 귀향 이야기이다. <<일리아스>>를 분노를 노래한 시, 즉 아킬레우스의 분노의 기승전결 구조로 노래한 시라는 해석이 신기했다. <<오디세이아>>는 ‘나쁜 남자, 오디세우스’라는 해석을 통해 역마살이 낀 오디세우스로 인해 버림받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리스 비극>>은 디오니소스 축제 기간 중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상연되었던 극이다. 대표적인 비극작가 3인인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소개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바빌론에서 이탈리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이집트까지 일주하는 동안 기록한 역사서이다. <<역사>>의 내용 중 페르시아 전쟁 기록을 적고 있다. <<역사>>는 중간 정도 읽다 멈춘 책인데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는 <<변신이야기>>의 내용보다는 오비디우스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소개하고 있다. 오비디우스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얽힌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와 사마천의 <사기열전>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과 사기의 공통점이 영웅들의 삶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그 인물들의 특정 시기만 선택해서 이야기로 엮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편에 두 사람씩 짝을 이루고 있고, 짝을 이룬 이유와 메시지를 적은 것도 비슷하다고 적는다. 차이점은 사기열전은 두 인물을 대비시키지 않지만, 영웅전은 두 인물의 삶의 태도에서 성공과 실패로 대비시키고 있다. 또한 사기 열전은 실존적으로 인물에 접근했다면 영웅전은 도덕적 삶을 기준으로 두 인물을 비교하고 있다. <영웅전>과 더불어 비교 자료로 활용한 사마천의 <사기열전>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2부 내 맘대로 읽는 동양 고전

2부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의 대표적인 고대 역사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마천 <<사기>>는 중국의 삼황오제 중 황제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2,000년의 역사를 기록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역사 본연의 자세라는 것(153페이지)이 사마천의 역사관이다. <<사기>>가 사마천이 개인적으로 편찬한 사찬 역사서이고, <<태사공서>> 혹은 <<태사공기>>로 불렸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를 쓰게 된 배경과 그가 궁형까지 참아가면서 살아남은 이유도 알 수 있다. <<열국지>>의 시대적 배경은 춘추전국시대이고, 여러 시대를 거쳐 많은 편저자에 의해 쓰인 책이다. 열국지의 시대적 배경인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해서 열국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초한지>>는 명나라 종산거사 견위의 <<서한연의>>에서 시작해 여러 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초의 통일 왕조 진나라가 무너지는 시점부터 사마천의 <<사기>>에서 다루는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함께 이야기한다. 각각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인물에 대한 평을 함께 실어주어서 읽으면서 인물들의 성향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삼국지>>는 후한 말부터 사마씨가 진을 세우고, 오를 멸망시킬 때까지 100년 동안을 배경으로 한다. 촉나라의 유비, 위나라의 조조, 오나라의 손권, 세 나라가 함께 했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삼국지>>의 최후 승자는 누구일까? 최종 승자는 ‘사마의’이고, 그는 삼국지의 주요 인물 중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인물이다.

 김부식 <<삼국사기>>는 <<삼국유사>>와 함께 한국 고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는 역사서이다. 이자겸의 난 이후 서경천도 세력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묘청의 난이 일어난다. 김부식은 묘청의 난을 핑계로 정적 정지상을 왕의 허락도 없이 제거한 후 왕에게 보고한다. 후대에 그를 평가할 때 사대주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삼국사기>>를 주제로 한 시인의 시를 해석하고, 김부식을 사대주의적 시각으로 보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서기>>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정사로 40대 덴무 천황의 명을 받아 도네리가 중심이 되어 편찬한다. 일본 천황가의 권력 다툼을 보면서 권력에 대한 광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권중심의 중앙집권적 정치체계를 구축한 덴지 천황을 이은 덴무 천황은 천황의 지위를 신격화하기 위해 <<일본서기>> 편찬을 지시한다. 『내 맘대로 고전 읽기』에서는 <<일본서기>>는 허구와 왜곡으로 인해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고대에 편찬한 역사서이고, 백제와 가야와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도 있다는 점, 이웃 국가인 일본인들이 고대사를 현재 진행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적고 있다.

 

『내 맘대로 고전 읽기』를 통해 동서양 고전 13편을 만났다. 고전 작품의 내용과 작가가 그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이나 작가의 생애를 소개하고 작품에 대한 최봉수 작가의 해석을 함께 실어 더 흥미롭다. 신화로 시작해 고대 역사로 이어지는 작품들을 읽고 해석한 글을 읽으면서 고전 읽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고전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읽었던 작품들은 다시 읽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은 꼭 찾아서 읽고 나만의 해석을 해보고 싶다. 고전을 읽고 싶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될 때, 고전을 읽고 난 후 내용이해가 어려울 때, 고전을 읽고 짧은 서평이라도 적어보고 싶을 때 『내 맘대로 고전 읽기』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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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오승현 지음, 안다연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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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커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는데 당황스러웠다. 허락을 해야 하는지 허락을 한다면 어떤 말들을 해줘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노동’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고, 아이 또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노동’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아르바이트에 관심 많은 아이는 책을 읽고 난 후 자신에게 이 책을 달라고 했다. 『노동이야기』는 노동의 개념, 역사, 변천과정, 인식의 변화와 우리나라 노동 환경의 실태를 알려주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노동’은 ‘어딘가에 소속돼 임금을 받고 하는 일’(11페이지)을 의미하고, 육체노동자, 정신노동자(지식노동자), 감정 노동자 등 모두를 노동자라고 한다. 2016년 천주교 서울대교수 노동사목위원회가 중·고등학생 1,81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노동하면 떠오르는 단어 1위가 ‘힘듦’이라는 응답(8페이지)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자의 직업을 묻는 설문을 하면 대부분 경비원, 농부, 마트 계산원 등의 육체노동자만을 노동자라 생각한다고 답한다. 노동을 힘든 막노동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서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다.

  ‘노동’에 대한 개념과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노동’은 미천한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잘 먹고, 잘 놀고, 즐겁게 보내는 것이 삶의 보람이자 기쁨이었다. 히브리어로 일은 노예와 같은 뜻이었고 노동을 뜻하는 ‘포노스’는 슬픔을 의미한다. 라틴어에서 일은 고통이 따르는 극도의 노력을 의미하는 ‘labor'이다. 영어로 이 단어는 산모의 진통을 뜻한다. 프랑스어로 노동은 고문 도구를 뜻하는 ’travail'이고 독일어 ‘arbetit'는 노동과 고생을 뜻하는 말이다.(40~41페이지) 부정적인 노동에 대한 이미지가 르네상스 이후 노동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농지는 양을 키우는 목장으로 만들어지고, 농사지을 땅을 빼앗긴 농노들은 도시로 몰려들어 노동자가 되었다. 규칙적인 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를 만들기 위해 학교 교육으로 근로자를 양성하고 근대의 시간관을 주입했다. 이때부터 ‘학교:학생’의 관계는 ‘공장:노동자’의 관계(27페이지)가 형성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말 잘 듣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의 개념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공장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로 전락한 농노들의 삶은 힘든 노동으로 피폐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생겨난다. 노동조합이 최초로 등장한 영국에서는 처음에는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현대의 영국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법으로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후에도 이 법은 지켜지지 않았고, 근로 환경은 열악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면 기업과 정부가 합작해서 이들을 탄압했다. 『노동이야기』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기업, 정부, 언론의 시각을 비판한다. 언론보도만 보고 노동파업을 판단했었는데 앞으로는 언론 보도도 다시 한 번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동자들을 위한 법의 보호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헌법 제 33조, ‘노동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체를 만들고(단결권), 사용자에게 단체로 다 함께 어떤 걸 요구하고(단체 교섭권),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사용자에게 손해를 끼칠 권리가 있다(단체 행동권)’라고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책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발표한 이론으로,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소득이 낮을 때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도 커지지만, 생활수준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득이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스털린 교수는 이 이론을 발표하고 30년이 지난 뒤 ‘이스털린 역설’의 사례로 한국을 언급한다. 한국이 50년 전보다 1인당 국민 소득이 300배 이상 올라갔음에도 행복지수가 낮은(행복 순위 56위) 이유로 지나친 경쟁, 빈약한 복지, 과도한 노동 시간 등을 들고 있다. 노동시간은 조금씩 단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났고, 위험한 일들은 하청업체에 외주화를 주면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은 보호 받지 못하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오승현 작가는 최저임금은 인간 존엄 문제이므로 사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정한 최저 임금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 최저 임금에 대해 노동자보다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고, 기업과 언론은 경제 발전의 저하를 핑계로 최저임금 제도를 반대한다. 과연 최저임금 제도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지 되묻고 싶다.

 

 <4장 너희들이 노동자다>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를 단순한 용돈벌이나 좋은 경험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바이트도 엄연한 노동이므로 똑같이 노동법이 적용된다.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책은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청소년 알바 노동자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자세히 실어주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에게 책을 추천할 때 4장을 가장 먼저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동과 청소년은 노동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 당하지 않을 테니까요.’(207페이지)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노동인권 교육은 노동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노동을 가르치지 않는 걸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노동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2018년 경기도 교육 연구원 통계에 의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의 61.7%가 노동 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207페이지)고 한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의 노동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이야기』는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의 정규 교육 과정 속 노동교육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우리나라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노동할 권리, 그리고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보호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그 가족이 인간적으로 부끄럽지 않게 품위를 지키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209페이지)는 세계 인권 선언 23조에 명시되어 있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이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청소년 노동자도 모든 노동자에 포함된다. 이 책을 읽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키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

 

『노동이야기』는 노동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노동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노동의 진정한 의미와 노동자가 왜 보호 받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노동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분들께도 추천한다.

 

 

■ 발췌글

노동자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148페이지)

 

세계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습니다. 풍요의 얼굴과 빈곤의 얼굴입니다. 한쪽에는 평생 다 써도 못 쓸 돈이 넘쳐 나는데, 반대쪽에는 돈이 없어 굶어 죽는답니다. 식량 생산량은 전 인류가 먹을 소비량의 2배 이상인데, 한편에서는 10억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15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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