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나무를 좋아한다. 앙상한 가지만 있을 때면 나무의 가지가 뻗어나간 모양을 관찰하고, 봄이 되면 싹이 올라오는 걸 한참 동안 바라본다. 연둣빛, 빨간빛 등 다양한 색깔의 싹들은 여름이 되면 초록색으로 물든다.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여름 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홀린 듯이 바라본다. 가을이면 빨강, 노랑으로 물드는 잎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눈 쌓인 나무들을 한참을 바라보고, 나무 둥치의 결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연재 글을 보기 시작했다.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은 나의 작은 소망이 담긴 제목이라 더 마음이 간다.

 

첫 시작은 ‘단풍나무’로부터이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눈부신 단풍을 피워내는 단풍나무에게서 ‘인내’와 ‘기다림’을 배운다. 시련이 닥쳤을 때 나의 꿈을 위해 인내하고 기다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도 있을까? 단풍나무처럼 모든 것을 견디고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을까?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참고 기다려서 해결될 수 있는 시련이라면 꿈을 이루기 위해 참을 수 있다. 단풍나무에게서 삶의 가치를 배운다.

 

주목은 나이가 많을수록 속이 텅 빈 경우가 많아 나이테를 세기 어려운 나무다. 나이 들면서 무언가를 비워내는 게 제일 어렵다. 아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비우려 하지만 비워지지 않는 마음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주목과 같이 비우고 천천히 뿌리를 널리널리 뻗으면서 가는 것도 행복한 삶이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엽록소를 낭비하지 않는 나무, 사람들은 나무처럼 살지 못해 괴롭다. 항상 타인을 의식해 자신을 숨기고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검은 감정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간다. 서어나무처럼 화려한 꽃과 달콤한 과일이 없어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건강하게 못난 내 모습일지라도 사랑하고 인정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세로토닌의 별명이 ‘행복 호르몬’(26페이지)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세로토닌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마음이 평온해지고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햇빛을 필요로 하는 솔송나무처럼 사람도 햇빛을 필요로 한다. 따뜻한 햇살 아래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면서 걸으면 행복에너지가 온 몸 가득 차오른다.

 

아테나 여신의 나무 올리브 나무는 1,000년 동안 열매를 생산해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나무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무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를 닮은 나무다. 그렇기에 아테나 여신은 포세이돈을 이기고 아테네의 여신으로 선택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곳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들 때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곳에서 만족하고 있으면 편하겠지만 세상은 계속 변하고 안주하고 있는 사이 나는 저 멀리 뒤쳐져 있게 된다. 배움의 끝은 없다. 구타페르카 나무는 생존을 위해 햇빛을 향해 계속 자란다. 나도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계속 배움의 길을 간다.


바람 부는 날 벚꽃 길을 걸으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에 홀린다. 하얗게 휘날리는 꽃비 맞으며 걷는 길, 내 마음도 함께 둥둥 떠다닌다.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스러지는 꽃잎은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빈 꽃자리에 열린 열매는 새들의 배를 채운다. 손바닥에 내려앉은 꽃잎 하나, 마음 속 추억주머니에 들어가 추운 겨울을 견디는 힘이 되어준다. 찰나의 이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길.

 

카우리소나무는 혼자서도 1,000년 이상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무다. 나의 아이들도 카우리소나무처럼 자신감 있게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1만년의 긴 시간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스코틀랜드 소나무는 그 긴 시간을 살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긴 시간을 살아간다는 건 축복일까? 인간은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도 이렇게도 힘든데 스코틀랜드 소나무는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버텼을까?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나무는 경이롭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시커모어는 바람을 타고 씨앗을 멀리 보낸다. 씨앗을 떠나보내면서 모체 나무는 어떤 마음으로 보낼까? 떠나가는 씨앗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듯 떠나보내는 모체 나무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면 씨앗은 나무로 자랄 수 없다. 믿고 응원해줄 때 씨앗은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다.

 

개암나무는 매년 몸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새로운 나무순을 틔워 올려 탄력과 유연함을 유지한다. 사람도 살면서 유연함이 필요하다. 유연하기에 더 강하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암나무처럼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나무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라일락 향기는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간다. 보랏빛 라일락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 한참을 들여다본다. 시각과 후각을 즐겁게 해주는 라일락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라일락을 보고 있으면 환경 때문에 무엇인가를 못한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어떤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라일락의 생명력은 경이롭다.

 

‘보리수를 찾아간다는 것’은 기도를 하겠다는 의미라 한다. 일상에서 삶의 영적인 면을 일깨워주는 나무 보리수, 그 아래서 사람들은 영적인 깨달음을 갈구한다. 나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무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지만, 어떤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듯이 나무도 각자의 특성을 갖고 있고, 거기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깨달음을 주는 모든 것은 나의 스승님이다. 나무도 그렇다.

 

『나무처럼 살아간다』를 읽으면서 나무에 대해 배우는 것도 즐거웠지만, 예쁜 색으로 그려진 나무 세밀화가 더해져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더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 모든 나무들의 이야기를 적지 못해 아쉽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함께 두서없이 적었다. 다른 나무들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삶의 고민이 쌓여 힘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나무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 발췌글

나무는 놀라운 존재다. 그렇다. 일단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숨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나무들은 다른 나무들과 연대할 줄 알고, 위협을 당할 때는 그에 맞서 움직일 줄도 알며, 심지어 땅에 쓰러진 다음에도 온갖 현명한 방법들을 동원해 계속 삶을 이어나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나무는 거의 4억 년 전부터 이 땅에 존재해왔다. 깊은 지혜를 쌓아 오기에 충분히 긴 세월이다. 그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나무들은 적응과 생존과 번영의 달인이 되었다.(9페이지, 들어가며)

 

나무로부터 배울 수 있는 큰 교훈 중 하나는 삶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고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10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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