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오승현 지음, 안다연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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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커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는데 당황스러웠다. 허락을 해야 하는지 허락을 한다면 어떤 말들을 해줘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노동’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고, 아이 또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노동’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아르바이트에 관심 많은 아이는 책을 읽고 난 후 자신에게 이 책을 달라고 했다. 『노동이야기』는 노동의 개념, 역사, 변천과정, 인식의 변화와 우리나라 노동 환경의 실태를 알려주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노동’은 ‘어딘가에 소속돼 임금을 받고 하는 일’(11페이지)을 의미하고, 육체노동자, 정신노동자(지식노동자), 감정 노동자 등 모두를 노동자라고 한다. 2016년 천주교 서울대교수 노동사목위원회가 중·고등학생 1,81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노동하면 떠오르는 단어 1위가 ‘힘듦’이라는 응답(8페이지)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자의 직업을 묻는 설문을 하면 대부분 경비원, 농부, 마트 계산원 등의 육체노동자만을 노동자라 생각한다고 답한다. 노동을 힘든 막노동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서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다.

  ‘노동’에 대한 개념과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노동’은 미천한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잘 먹고, 잘 놀고, 즐겁게 보내는 것이 삶의 보람이자 기쁨이었다. 히브리어로 일은 노예와 같은 뜻이었고 노동을 뜻하는 ‘포노스’는 슬픔을 의미한다. 라틴어에서 일은 고통이 따르는 극도의 노력을 의미하는 ‘labor'이다. 영어로 이 단어는 산모의 진통을 뜻한다. 프랑스어로 노동은 고문 도구를 뜻하는 ’travail'이고 독일어 ‘arbetit'는 노동과 고생을 뜻하는 말이다.(40~41페이지) 부정적인 노동에 대한 이미지가 르네상스 이후 노동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농지는 양을 키우는 목장으로 만들어지고, 농사지을 땅을 빼앗긴 농노들은 도시로 몰려들어 노동자가 되었다. 규칙적인 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를 만들기 위해 학교 교육으로 근로자를 양성하고 근대의 시간관을 주입했다. 이때부터 ‘학교:학생’의 관계는 ‘공장:노동자’의 관계(27페이지)가 형성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말 잘 듣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의 개념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공장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로 전락한 농노들의 삶은 힘든 노동으로 피폐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생겨난다. 노동조합이 최초로 등장한 영국에서는 처음에는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현대의 영국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법으로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후에도 이 법은 지켜지지 않았고, 근로 환경은 열악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면 기업과 정부가 합작해서 이들을 탄압했다. 『노동이야기』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기업, 정부, 언론의 시각을 비판한다. 언론보도만 보고 노동파업을 판단했었는데 앞으로는 언론 보도도 다시 한 번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동자들을 위한 법의 보호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헌법 제 33조, ‘노동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체를 만들고(단결권), 사용자에게 단체로 다 함께 어떤 걸 요구하고(단체 교섭권),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사용자에게 손해를 끼칠 권리가 있다(단체 행동권)’라고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책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발표한 이론으로,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소득이 낮을 때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도 커지지만, 생활수준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득이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스털린 교수는 이 이론을 발표하고 30년이 지난 뒤 ‘이스털린 역설’의 사례로 한국을 언급한다. 한국이 50년 전보다 1인당 국민 소득이 300배 이상 올라갔음에도 행복지수가 낮은(행복 순위 56위) 이유로 지나친 경쟁, 빈약한 복지, 과도한 노동 시간 등을 들고 있다. 노동시간은 조금씩 단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났고, 위험한 일들은 하청업체에 외주화를 주면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은 보호 받지 못하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오승현 작가는 최저임금은 인간 존엄 문제이므로 사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정한 최저 임금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 최저 임금에 대해 노동자보다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고, 기업과 언론은 경제 발전의 저하를 핑계로 최저임금 제도를 반대한다. 과연 최저임금 제도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지 되묻고 싶다.

 

 <4장 너희들이 노동자다>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를 단순한 용돈벌이나 좋은 경험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바이트도 엄연한 노동이므로 똑같이 노동법이 적용된다.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책은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청소년 알바 노동자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자세히 실어주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에게 책을 추천할 때 4장을 가장 먼저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동과 청소년은 노동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 당하지 않을 테니까요.’(207페이지)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노동인권 교육은 노동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노동을 가르치지 않는 걸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노동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2018년 경기도 교육 연구원 통계에 의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의 61.7%가 노동 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207페이지)고 한다. 정규 교육 과정에서의 노동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이야기』는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의 정규 교육 과정 속 노동교육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우리나라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노동할 권리, 그리고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보호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그 가족이 인간적으로 부끄럽지 않게 품위를 지키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209페이지)는 세계 인권 선언 23조에 명시되어 있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이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청소년 노동자도 모든 노동자에 포함된다. 이 책을 읽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키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

 

『노동이야기』는 노동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노동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노동의 진정한 의미와 노동자가 왜 보호 받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노동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분들께도 추천한다.

 

 

■ 발췌글

노동자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148페이지)

 

세계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습니다. 풍요의 얼굴과 빈곤의 얼굴입니다. 한쪽에는 평생 다 써도 못 쓸 돈이 넘쳐 나는데, 반대쪽에는 돈이 없어 굶어 죽는답니다. 식량 생산량은 전 인류가 먹을 소비량의 2배 이상인데, 한편에서는 10억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15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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