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 이야기로 만나는 23가지 한국 신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5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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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이와 순관이는 채영이 이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모가 운영하는 까페를 방문한다. 이모는 조카의 친구가 반가워 오방색목걸이를 선물하려 하지만 순관이는 받는 것이 망설여진다. 대통령 선거로 나왔던 후보 중 한 사람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한다며 오방색이 수놓아진 한복을 입고 나와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색인 오방색과 샤머니즘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미지가 왜곡되어 전해지게 되고, 민속학을 연구한 채영이 이모는 그것이 안타깝다. 이모는 ‘샤머니즘은 수천 혹은 수만 년 전부터 우리 조상님이랑 같이 지내 온 신’(12페이지)이라고 말하면서 채영이와 순관이에게 우리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총 다섯 장으로 나누어 1장은 새로운 생명을 주는 신으로 ‘단군, 산신령, 삼신할미, 용왕’, 2장은 오래 오래 살게 해주는 신으로 ‘칠성신, 불사할머니, 수노인, 벼락장군’, 3장은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창부씨, 바리데기, 마마신, 미륵’, 4장은 나쁜 귀신들을 막아 주는 신으로 ‘사신, 사천왕상, 오방신, 종규’, 5장은 죽어서 다시 신으로 환생한 사람들로 ‘최영장군, 임경업장군, 이순신장군, 홍경래, 뒤주대왕신, 관우신’을 이야기한다.

 

1장의 가장 처음 등장하는 신은 ‘단군’이다. ‘샤머니즘은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 소통하는 샤먼을 중심으로 주술이나 종교’라고 한다. 단군이 살던 청동기 시대에는 지도자가 정치와 종교를 함께 관장하던 시대였다. 왕이자 제사장(샤먼)이었던 단군은 옥황상제의 아들 환웅과 곰 사이에서 태어났다. 1908세가 될 때까지 나라를 다스린 다음 산으로 들어가 산신령이 되었다고 한다. 단군이 산신령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산신령이 된 단군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보살펴주는 존재다. 산신령과 삼신할머니, 용왕도 새로운 생명을 관장하는 대표적인 신이다.

2장 오래 오래 살게 해주는 신 중 불사할머니, 수노인, 벼락장군은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신이다. 인자한 이웃집 할머니 모습으로 그려지는 불사할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는 할머니라는 뜻으로 장수와 새로운 생명을 보살피는 신으로 모셔진다.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살기를 염원했던 사람들은 머리 모양이 길쭉한 수노인에게 소원을 빌었다. 절에 그려진 그림에도 수노인이 등장한다. 수노인은 불교가 오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모셨던 신이라고 한다. 수노인의 길쭉하게 늘어나 있는 머리 모양을 보면서 중앙아메리카 어느 부족의 길쭉하게 성형해 놓았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혹시 수노인과 중앙아메리카 부족과의 연관성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양손에 불덩이를 들고 벼락을 관장했던 벼락장군의 모습에서는 그리스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생각났다. 번개를 내리치는 제우스처럼 벼락장군도 하늘님의 말을 듣지 않는 신들을 벼락으로 혼내주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3장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에서 음악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신들 중 반은 새, 반은 여자의 모습을 한 가릉빈가는 그리스 신화 속 ‘하피’가 생각났다. 하피 또는 하르피이아는 ‘약탈하는 여자’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우리 신화 속 ‘가릉빈가’는 나쁜 기운을 물리쳐주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신이다. 두 나라의 같은 모습을 한 신이 다른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도 흥미롭다. 코로나로 전염병 팬데믹 상황에 놓인 요즘 천연두를 ‘마마’, ‘손님’으로 모시면서 전염병을 피하고자 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했다.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은 무서운 재앙이다. 코로나도 손님처럼 빨리 지나가기를 희망한다.

4장 나쁜 귀신들을 막아주는 신에서 역사책에 등장하는 고구려 사신도를 다시 보니 반가웠다. 동서남북에서 들어오는 나쁜 귀신을 막기 위해 무덤에 사신도를 그리고, 절 입구에 사천왕상을 세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방어를 위해 중앙까지 지켜주는 신을 만든 것이 오방신이다. 동서남북과 중앙, 다섯 군데를 지키는 신이다. 다섯 가지 색깔(청색, 붉은색, 황색, 흰색, 검은색-청색은 동쪽, 붉은색은 남쪽, 황색은 중앙, 흰색은 서쪽, 검은색은 북쪽을 의미) 오방색은 악귀를 막아주고 운수 대통하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고자 하는 조상들의 염원이 담긴 색이다. 결혼을 할 때 신부 얼굴에 주작의 기운을 바르는 연지곤지, 어린아이가 입는 색동저고리, 붉은 고추를 끼워 간장항아리에 두르는 금줄, 잔칫상에 오색 고명을 얹은 국수, 붉은빛이나 황토로 지은 집, 궁궐이나 절의 오색단청 등은 땅과 하늘의 기운을 받고, 나쁜 기운을 받기 위해 다섯 가지 색을 활용한 생활 속 오방색이다. 이런 오방색의 이미지가 현대에 오면서 일부 정치인과 유명인에 의해 왜곡되어 사용되면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안타깝다.

5장 죽어서 다시 신으로 환생한 사람들은 죽은 후 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선 건국을 반대했던 최영 장군은 조선시대에 신으로 모셔졌고, 현대에도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청나라를 오랑캐라 말하면서 청에 저항한 임경업장군과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도 신으로 환생한 인물들이다. 부패한 정권에 대항해 난을 일으킨 홍경래는 장군은 아니지만 ‘백마신장’혹은 ‘백마장군’이라고 불리며 모셔진 인물이다. 부패한 정권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 그들을 구원할 홍경래와 같은 인물을 열망하는 마음이 들어간 듯하다. 외국인인 관우를 사당을 만들어 신으로 모신다는 것이 의외였다.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지원했던 명나라의 명령으로 만들어졌다하니 조금 씁쓸했다.

 

『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부제 이야기로 만나는 23가지 한국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들려준다. 전래 동화와 신화 책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신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신들도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지역마다 모시는 신들이 다른 경우도 있다. 지역별로 인기 있었던 신들을 찾아 읽고 싶다. 신화는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우리 신들과 다른 나라 신들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신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낸 것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소망하는 것이 있을 때, 지키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신을 찾는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새로운 신을 만들고, 신에게 자신의 염원을 빌고 있을 것이다. 신은 우리 가까이 존재한다. 우리가 믿든 믿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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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 동네 주치의의 명랑 뭉클 에세이
추혜인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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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진을 다니는 동네 주치의다.’(5페이지, 첫문장)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의사는 왕진 가방을 들고 동네 언덕을 오른다. 이 의사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이다. 의료기관이 아닌 집에서 보호자나 요양보호사의 간병을 받는 환자들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추혜인 의사선생님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다. 살림의원은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으로 동네 주민들과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만든 병원이고 이곳에서 페미니즘은 진료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살림의원이 여자들만 일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여자든 남자든, 누구라도 일할 실력이 있고 일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여기는 여자만 일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라고(89페이지). 답한다. 이 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성별, 성별 정체성, 직업, 계급, 인종, 나이, 학력 등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제 큰형님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명의입니다. 큰형님은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조절해줘서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할 수 있게 합니다. 둘째 형님은 큰형님만큼은 아니지만, 병의 조짐이 보이면 미리 알고 조절해줘서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게 합니다. 저는 그런 안목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큰 병에 걸린 뒤에 치료를 합니다. 큰 병에서 회복된 사람들에게 제가 대단한 줄 알지만, 사실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주고, 또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이른 시기에 치료하는 두 형님이 진짜 명의입니다.”(29~30페이지, 명의 화타의 이야기)

의술의 명인 화타는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형들이 명의라 얘기한다. 질병 예방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질병이 발생하기 전 미리 차단하는 것이 1차 예방,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을 2차 예방이라 한다. 화타의 형처럼 살림의료협동조합 왕진 의사는 의료시설 이용이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면서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이른 시기에 치료해주는 진짜 명의들이다.

 

‘공감’과 ‘신뢰’가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의 가장 핵심적인 단어라 생각한다.

‘환자들은 최고 실력을 가진 의사가 아닌, 나의 고통과 상처에 공감해주는 의사를 주치의로 만나고 싶어 계속 찾아다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59페이지).’

이 말에 절대 공감한다. 아이가 어릴 때 갔던 병원에서 아이의 증상이 걱정되어 질문한 나에게 ‘묻는 것만 답하세요’라며 면박을 받았던 적이 있다. 아픈 아이가 걱정되고 의사의 설명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묻는 보호자에게 면박 주는 의사, 그 후로 그 병원은 다시는 가지 않았다. 공감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면박까지 줄 필요는 없었을 텐데. 다행히 친절한 선생님이 계시는 병원을 찾아 그 후로 그 병원에서 아이들 진료를 받았다. 고통과 상처에 공감해주지 않고 말로 상처 주는 의사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가고 싶지 않다. 의사는 공감을 넘어 아픔의 이유를 찾아내 이름을 붙여주는 ‘적절한 진단적 공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가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귀 기울여 듣고 환자를 신뢰하고 공감한다면 환자 또한 의사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은 살림의료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남성의 공간으로 상징화되는 의료 현장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자의료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는 ‘남자 의사’로 상징되고 있고, 수술과 수술실은 ‘남자의 공간’으로 상징화되고 있다고 한다. 나이 많은 여자 의사가 수술방에 들어갔을 때 인턴이 청소아줌마로 착각했다는 이야기는 나온다. 수술장에서 남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인턴-전공의-전임의-교수 순으로 지위가 올라가지만 여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인턴이나 전공의(즉 의사)-간호사-청소노동자 순으로 지위가 낮아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많은 여자 의사를 청소아줌마로 착각하는 일도 벌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의료인들의 노동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림자 노동’이 생각났다. 여성들의 노동은 많은 노동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노동보다 낮게 평가된다. 여자는 간호사, 남자는 의사라는 편견이 아직도 존재하는 사회에서 여자 의료인들의 노동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의 가치를 평등하게 평가받을 때 의료인들과 환자 모두에게 더 질 높은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은 ‘의료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에게 의료협동조합이 무엇이고 어떤 일들을 하는지를 알려준다. 누군가는 ‘페미니즘’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페미니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살림의원 설립과 운영,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동네주치의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왕진의사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2020년 현재에도 존재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까지도 보살피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믿고 공감할 때 진정한 진료가 가능하다 생각한다. 더 많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되어 더 많은 환자들이 마음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내가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할 때 동네주치의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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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ㅣ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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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완득이』를 쓴 김려령 작가가 3년 만에 쓴 장편동화이다.

현성이 가족은 땅이 개발되면 보상금을 받고 새 아파트로 이사 갈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전세금을 삼촌에게 보낸다. 집이 없어진 가족들은 보상금을 받기 전까지 살기 위해 화원 비닐하우스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상금이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아빠가 땅의 전 주인과 연락을 한 후에야 가족들은 삼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삼촌을 찾아 돈을 찾아오겠다고 회사를 그만 둔 아빠로 인해 부모님은 부부싸움을 하고 아빠는 집을 나가고 엄마는 식당에 취직해 늦게까지 일을 한다.

 현성이는 양지화원으로 이사 한 후 전학을 간 학교에서 장우와 친구가 된다. 장우 부모님은 이혼 후 서로 다른 배우자와 재혼한다. 아빠와 새엄마는 주말부부로 따로 살고 있고, 장우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을 한 새엄마가 아빠와 함께 살게 되면서 장우는 집에 있는 것을 불편해 한다. 현성이와 장우는 비어 있는 화원을 아지트로 만들고 둘은 그곳에서 여러 놀이를 하고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을 찍는다. 동영상의 제목은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로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다. 처음에는 구독자가 적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구독자 수가 수천 명으로 늘어난다. 방학이 끝나고 장우는 중학교 준비를 위한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게 지내느라 아지트에 오지 못한다. 집을 나간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현성이는 화를 내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는 속상해한다. 개학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전기와 수도가 끊긴다. 모든 것이 끊긴 후 엄마와 현성이는 찜질방에서 지내게 된다. 엄마가 지하에 있는 집을 구하고 이사를 가기 전날 아빠에게 이사 사실을 전하고 얼른 돌아오라고 말한다.

 어느 날 집을 잃고 비닐하우스에서 살게 된 현성이는 삼촌에게 사기를 당해 힘들어 하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바뀐 생활에 적응해간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서 싸우는 부모님의 모습은 그런 현성이의 모습과 대비된다. 화원은 불편한 것투성이다. 방도 없고 씻는 것도 불편하고 화장실도 불편하다. 그럼에도 현성이는 이곳이 힘들다기보다는 속상한 집이라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싸우고 아빠가 집을 나간 것도 속상하고, 밝은 척 하는 엄마의 모습도 속상하다. 생활의 불편함보다 집을 잃은 후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에 더 속상함을 느낀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서로를 원망하고 탓하면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어른들보다 그 순간에도 행복을 찾아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어른스럽고 의젓해보였다. 현성이의 가족과 부모님의 재혼으로 복잡한 장우의 가족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사를 간 후 현성이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삼촌에게서 사기당한 전세금을 되찾을 수 있을까? 현성이와 장우는 ‘아무것도 안하는 녀석들’의 2탄을 찍게 될 것인지와 찍는다면 어떤 모습의 영상을 올리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가제본 1~4장까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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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를 위한 1일 1철학 - 힘든 나를 일으켜 세우는 하루 한 마디 지혜의 말
오세진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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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기에 좋은 세 가지 여가.

겨울, 밤, 비 올 때를 가리키는 말.

'독서삼여'(364, <삼국지>)

독서하기 딱 좋을 때가 있을까? 어느 자리든 어느 시간이든 책을 펴고 몰입하면 그 때가 ‘딱 좋을 때’다. 위나라 학자 동우는 책을 읽을 여가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농사일이 없는 겨울, 한적하고 편안한 밤, 그리고 일을 못하는 비 오는 날 등 세 가지 여가가 있지 않은가?“라는 말로 꾸짖는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결국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나의 삶과 연결해서 읽는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내가 된다. 『흔들리는 나를 위한 1일 1철학』은 많은 동양고전에 수록된 고사성어들이 실렸다. 옛 사람들은 이 책들을 읽고 깨달음을 얻어 누군가는 제자를 가르치고, 누군가는 나라를 다스렸다. 또 누군가는 이 글들을 읽고 마음에 위안으로 삼기도 했을 것이다. 고사성어를 읽어나가면서 나는 잘 살고 있는지 내 삶을 되짚어 본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며 작은 것이 쌓여야 큰 것을 이루게 된다는 뜻.’

- 천리지행 시어족하(001, <노자도덕경>)

‘아무리 먼 길이라도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

- 행원필자이(061, <중용>)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과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천리지행 시어족하’는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며 작은 것이 쌓여야 큰 것을 이루게 된다는 것으로 <노자 도덕경>에 나온 말이다. ‘행원필자이’는 아무리 먼 길이라도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뜻으로 <중용>에 수록된 글이다. 이루고자 하는 꿈을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기 시작해야 한다. 시작했으면 중간에 힘이 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목표에 도달하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독서를 한다는 것도 첫 장을 여는 것이 시작이고, 포기하지 않고 읽어나간다면 그 안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나 견문이 몹시 좁은 사람을 일컫는 말’

- 정저지와(011, <장자>)

‘타인의 위대함에 감탄하면서 자신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한다.’

- 망양지탄(021, <장자>)

‘정저지와’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과 같은 뜻으로 생각이나 견문이 몹시 좁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망양지탄’은 타인의 위대함에 감탄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으로 <장자>에 수록된 내용이다. 강의 신 하백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물의 신이라 믿고 있다 북해의 넓은 바다를 보고 그 광대함에 놀란다. 북해의 신 약이 하백에게 말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바다를 말할 수 없음은 사는 곳에 구속되었기 때문이며, 여름벌레가 얼음을 말할 수 없음은 한 계절에 고정되어 살기 때문이고, 거짓된 선비가 도에 대해 말할 수 없음은 세속의 가르침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대는 지금 좁은 개울을 벗어나 큰 바다를 바라보고는 스스로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깨달았으니 이제 비로소 나와 더불어 천하의 진리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011)

북해의 신 약이 말한 것처럼 사는 곳이 구속되었기 때문에, 고정되어 살기 때문에, 세속의 가르침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은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약은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 천하의 진리를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의 존재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보잘 것 없음을 알아야 더 넓고 깊은 앎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만한 인간은 성장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는 자세로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이 독서라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만 권의 책이 출판되고, 읽고 또 읽어도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모든 세상을 돌아보고, 모든 경험을 직접적으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서를 통해 간접적이지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깨닫게 되는 건 ‘나는 모른다.’라는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뒷사람은 조심하여 실패가 없도록 하라.’

- 복거지계(060, <진서>)

‘훌륭한 사람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

- 공자천주(323, <조정사원>)

‘세 사람이 함께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삼아 배울 만한 사람이 있다.’

- 삼인행 필유아사언(344, <논어>)

<논어, 술이편>에서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삼인행 필유아사언). 좋은 점은 본받고, 좋지 않은 점은 만약 나 자신에게도 그와 비슷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으라한다. 현명한 사람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 공자는 실을 꿰기 어려운 모양의 구슬에 실을 꿰는 방법을 시골 아낙네에게서 찾는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보다 못한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공자천주). ‘복거지계’는 <진서>에 나오는 말로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뒷사람은 조심하여 실패가 없도록 하라는 말이다. 시작할 때 먼저 했던 사람들이 실패한 경험을 교훈삼아 조심해서 시작한다면 앞사람보다는 더 수월하게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복거지계’, ‘공자천주’, ‘삼인행 필유아사언’은 배움이란 모두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지혜를 듣고 배우고, 경험을 적은 책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배움이란 평생을 해도 부족하다.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 출이반이(193, <맹자)

초나라 목공이 노나라와의 전쟁을 벌였을 때 백성들이 싸움을 하지 않고 바라만 본다.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 백성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묵공에게 맹자는 흉년에 곡식과 재물을 쌓아놓고 백성들에게 나눠주지 않은 묵공의 행동의 결과라 한다. 맹자는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네게서 나간 것은 네게로 돌아온다’라는 증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백성들은 받은대로 되갚은 것일 뿐이라 말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고사성어다. ‘네게서 나간 것이 네게로 돌아온다’는 증자의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해준다. 『흔들리는 나를 위한 1일 1철학』에 실린 글들 중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의 결과로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고, 그로 인해 화를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책을 읽고 나는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흔들리는 나를 위한 1일 1철학』을 읽고 모든 것을 한 번에 소화하기에 나의 역량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독서삼여’를 중심으로 독서와 연결해 볼 수 있는 고사성어를 차례와 관계없이 적어 보았다. 독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나에게는 중요한 화두다. 하나 또는 여러 개의 화두를 정해서 그에 해당하는 고사성어를 찾아 읽는다면 더 깊이 있는 책읽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발췌글

‘남을 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자기를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는 사람이고,

자신을 이기는 자는 강한 사람이다.

 

만족할 줄 아는 자는 부유한 사람이고,

힘차게 나아가는 자는 뜻을 가진 사람이다.

 

그 자리를 잃지 않는 자라야 오래 가는 사람이고,

죽어도 없어지지 않을 자라야 오래 사는 사람이다.‘

-<노자도덕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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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산문선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56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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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에릭 아서 블레어는 학교를 졸업하고 버마의 경찰이 되었다.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지배에 회의감을 느끼고 경찰 생활을 그만둔 후 어린 시절부터 예감한 작가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블레어는 조지 오웰이 되어 잘못된 사회와 이념을 비판하고 민주 사회주의를 주장한다. 조지 오웰은 간결한 문체와 정확한 묘사로 『동물 농장』, 『1984』에서 사회의 압제와 독재자들을 비판한다. 최하층민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자신의 이념을 위해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했던 행동하는 작가 조지 오웰의 글들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 역시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183)

조지 오웰은 <정치와 영어>에서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키고, 언어 역시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한다. 『조지 오웰 산문선』에 실린 글에서 조지 오웰의 생각은 어떤 언어로 나타나는지, 그가 쓰는 언어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려 한다.

 

‘나는 아주 어린 나이에, 아마도 대여섯 살 때부터 내가 자라서 작가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7페이지)

1946년에 집필한 <나는 왜 쓰는가>(1931년)에서 조지오웰은 글을 쓰는 동기로 ‘순전한 자기만족,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의 네 가지 동기를 말한다. 오웰은 순전한 자기만족,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에 의해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네 번째 동기인 정치적 목적이 함께 해야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쓸 때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 진영의 비난과 무차별적인 공격을 견딜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나는 왜 쓰는가>와 함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은 <정치와 영어>(1946년)다.

최악의 글쓰기는 의미 전달을 위해 단어를 고르지 않고 의미를 뚜렷하게 만들기 위해 심상을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조지 오웰은 신중한 작가라면 문장을 쓸 때마다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그것을 표현할 단어는 무엇인가’, ‘그것을 더 명확하게 만들 심상이나 관용어는 무엇인가’, ‘효과가 있을 만큼 신선한 심상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불어 ‘조금 더 짧게 쓸 수 있을까’, ‘피할 수 있는데도 꼴사납게 쓴 부분은 없을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명료한 언어의 가장 큰 적은 부정직함이다. 실제 목표와 겉으로 내세운 목표가 다른 사람은 먹물을 내뿜는 오징어처럼 긴 단어와 낡아 빠진 숙어에 거의 본능적으로 의존한다.-중략-

기성문구들이 우리의 정신에 침입하는 것을 막으려면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구 하나하나는 우리의 뇌를 조금씩 마비시킨다.‘(183~184페이지)

 

전달하고 싶은 의미를 나타내는 가장 짧은 단어를 가장 적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의미에 따라 단어를 선택하도록 해야지 단어에 따라 의미를 끼워 맞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산문에서 단어를 다룰 때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단어에 굴복하는 것이다.(186페이지)

 

조지 오웰은 정치적 혼돈이 언어의 부패와 관련 있기 때문에 언어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정치적 혼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글쓰기 원칙은 다음과 같다.

글쓰기 원칙(187페이지, <정치와 영어>)

1. 글에서 자주 본 은유, 직유, 기타 비유적 표현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로 충분할 때는 긴 단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3. 어떤 단어를 뺄 수 있을 때는 항상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을 때는 수동태를 절대 쓰지 않는다.

5. 같은 뜻의 일상 영어가 생각나면 외래어 문구, 과학 용어, 전문 용어를 절대 쓰지 않는다.

6. 아주 상스러운 말을 하느니 차라리 위의 원칙을 어긴다.

영어를 간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정치와 영어>에서 오웰은 주장하고 있다.

 

<사자와 유니콘 : 사회주의와 영국의 특질>(1941년)은 조지 오웰이 바라본 영국의 모습이다.

조지 오웰이 바라본 영국은 예술적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나라다. 계급문제가 가장 심한 나라이고, 속물근성과 특권의 나라이며, 늙고 멍청한 자들이 나라를 다스린다. 영국은 위기의 순간 모두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똑같이 행동한다. 오웰은 영국을 자기들만의 언어와 공동의 기억이 있고 적이 다가오면 일치단결하는 가족으로 표현한다. 영국 사회와 정치, 법률, 지배층에 대해 적고, 무능력한 지배층을 비판하고 영국의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조지 오웰이 이 글을 쓴 것은 1941년이기 때문에 이 당시의 영국의 모습과 현대의 영국의 모습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의 유산에 무언가를 더 보태지 않으면 잃을 것이고,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하면 작아질 것이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뒤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나는 영국을 믿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리라고 믿는다.(286페이지, <사자와 유니콘 : 사회주의와 영국의 특질>)

 

<코끼리를 쏘다>(1936년)는 버마 경찰로 근무할 당시 제국주의의 한계를 깨닫게 한 사건이다. 버마 경찰 생활을 하던 조지 오웰은 반 유럽 정서가 강한 지역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어느 날 코끼리 한 마리가 난동을 부리면서 집을 부수고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군중들의 무언의 의지에 의해 코끼리를 죽이고 싶지 않았음에도 총으로 코끼리를 죽인다. 그는 지배를 하고 있는 서양인들이 원주민들의 뜻에 따라 떠밀리는 어리석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고, 결국 백인이 독재자로 변할 때 파괴하는 것은 백인 자신의 자유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식민지를 지배한 백인들은 자신들이 승자라 생각하고 있지만 오웰은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착각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결국 식민지의 주인은 제국주의자들이 아닌 그 지역의 원주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난동 부리는 코끼리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제국주의가 결국 빈껍데기에 불구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버마 경찰을 그만둔 후 직접 보고 들은 내용으로 글을 써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조지 오웰은 영국에서 부랑자 생활을 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육체노동을 경험한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부랑자 임시 수용소>(1931년)와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는가>(1946년)을 쓴다. 조지 오웰은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의 문제점과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빈민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부랑자 임시 수용소>(1931년)는 영국의 부랑자 임시 수용소의 경험을 적은 글이다. 오웰은 부랑자 생활을 할 때 밤이 되면 부랑자 임시 수용소로 향했다. 영국 정부는 밤과 주말에 부랑자들을 임시 수용소에 가둬놓고 열악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부랑자들이 임시 수용소에 갇힌 시간 동안 영국은 부랑자 없는 깨끗한 거리가 된다. 오웰은 수용소 안 강제 노역소 부엌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을 부랑자에게 나눠주지 않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부랑자이지만 목수인 남자는 음식을 나눠주면 부랑자들이 더 많이 몰려올 것이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은 공구를 구할 돈이 없어 부랑자로 사는 것일 뿐 다른 부랑자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당시의 영국인들이 부랑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오웰은 부랑자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임시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과 잘못된 정책을 비판한다.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는가>(1946년)는 폐렴으로 파리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을 적은 글이다. 긴 병동은 침대들이 다닥다닥 붙어 옆 환자의 악취까지 맡아졌다. 의사와 의대생이 어떤 환자의 등과 가슴에 뜨겁게 데운 진공상태의 잔을 붙이는 부항치료법으로 치료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들은 오웰에게 와서 소독도 하지 않은 잔을 사용해 저항하는 그에게도 부항 치료를 한다. 부항 치료를 한 후 겨자 습포를 가슴에 올리고 구속복으로 묶는다. 무료 진료를 받는 대가로 환자들은 의대생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 이들에게 환자의 동의는 중요하지 않고, 하루에 몇 명의 환자가 죽어나가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병원의 음침함과 삭막함, 역겨운 악취, 병원의 분위기 때문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오웰은 악명 높은 파리 X병원의 불결한 환경과 비인간적인 행태에 질려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나아지자 병원 허가 없이 그냥 도망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만든 공공의료시설 의료진의 비인간적인 태도와 병원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비판한다.

 

<영국 살인 사건의 쇠퇴>(1946년)는 사람들의 이목을 끈 살인사건을 통해 전쟁의 영향으로 변한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조지 오웰은 전쟁 당시 이목을 끈 <갈라진 턱 살인 사건>은 법적,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흥미롭지만 사건 자체는 천박한 사건이라 표현한다. 갈라진 턱 살인 사건의 범죄자는 열여덟 살 여성 웨이트리스 엘리자베스 존스와 미국 탈영병 남자 칼 헐튼이다. 우연히 만나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이 사건 이전의 살인사건들은 범죄자의 대부분이 중산층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살인자의 아내나 남편이고 섹스, 체면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 살인 사건의 경우 살인 동기가 있었고, 그렇기에 살인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사람들은 동정심을 갖게 됐었다. 하지만 이 살인 사건의 경우 사람들은 살인자들을 동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는 사형, 여자는 징역형의 판결이 내려진 후 분노한 사람들은 여자를 교수형에 처할 것을 요구한다. 대중의 반감으로 인해 줄어들었던 교수형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지 오웰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의 야만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안정적인 사회에서 사회에 퍼져 있던 위선은 살인 뒤에는 강렬한 감정(살인 동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강렬한 감정이 빠진 이유 없는 살인 사건인 갈라진 턱 살인 사건을 조지 오웰은 천박한 살인이라 말하고, 제목을 <영국 살인 사건의 쇠퇴>라 적고 있다. 살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는 그 당시의 사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년 주간지>(1940년)는 소년주간지를 시대별로 나누어 잡지별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해 놓았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소년 주간지에 대해 대략적인 것들을 다 알 수 있다. 유통범위가 좁고 주제가 특수한 주간지는 영국 대중의 진정한 감정과 생각을 잘 드러내 준다. 소년주간지는 영국 모든 도시에서 판매되고 글을 읽는 모든 소년들은 주간지를 한 권 이상 읽는다. 소년주간지는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내용과 현 시대와 동떨어진 옛 시대와 관련된 내용들만을 적고, 노동자 계급의 현실에 대한 내용은 외면한 채 중요한 사실들로부터는 시선을 완전히 돌리고 있다고 말한다. 소년지를 읽은 소년들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들은 존재하지 않고,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잘못되지 않았으며, 외국인은 하찮고 우스운 존재이고, 대영 제국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주입 당한다. 조지오웰은 소년 주간지들의 속물근성과 저속한 애국심을 주입시키는 행태를 비판한다. 언론의 역할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 언론은 자신들이 전달하고 싶은 것만을 전달하고, 어떤 언론들은 왜곡된 사실마저도 진실처럼 만들어 전달한다. 조지 오웰은 이러한 언론을 비판한다.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1947년)은 사립학교에서의 생활을 적고 있다. 장학생으로 명문 학교에 진학해서 학교의 명성을 높여 줄 만한 아이들은 저렴한 학비로 입학이 가능했는데 조지 오웰도 그들 중 하나였다. 학교에서의 기억은 썩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부유한 아이들과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학교의 대우는 완전히 달랐다. 교장과 교장 부인은 부유한 아이들을 편애하고 그들에게는 매도 들지 않았지만 오웰처럼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체벌을 가했다. 아이들 또한 부모의 수입과 별장, 자동차 등에 따라 차별이 가해졌다. 오웰은 30년이 지난 후 요즘 아이들도 학교에서 똑같은 경험을 할까를 질문하고 속물근성에 양분을 제공하는 것은 오늘날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적고 있다. 오웰이 이 글을 쓸 때가 1947년이었고, 약 70년이 지난 2020년대의 학교는 오웰이 학교를 다닐 때처럼 속물근성이 판을 친다. 어린 아이들이 아파트 평수를 질문하고,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 대한 차별의 이야기는 지금도 들려오고 있다. 어쩌면 오웰이 학교를 다닐 때(1915년)보다 현대의 학교가 체벌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속물근성의 양분은 더 많이 제공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웰은 학창 시절의 경험을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이라는 제목으로 썼지만, 그의 학창 시절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은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각자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어떤 말도 안 되는 것을 믿었는지, 어떤 사소한 일 때문에 고통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자.(393페이지,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

 

『조지 오웰 산문선』에 수록된 글 중에서 9편의 글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봤다. <나는 왜 쓰는가>와 <정치와 영어>에서 조지 오웰은 글쓰기와 언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랑자 임시 수용소>와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는가>는 글을 쓰기 위해 직접 경험한 부랑자 생활과 육체노동 중 입원한 경험을 바탕으로 빈민시설과 정책을 비판한다. <사자와 유니콘 : 사회주의와 영국의 특질>에서는 조지 오웰이 바라본 영국의 모습을 적고, <코끼리를 쏘다>(1936년)는 버마 경찰로 근무할 당시의 경험을 적고 있다. <영국 살인 사건의 쇠퇴>는 어떤 살인 사건에 반응하는 대중의 모습에서 영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소년 주간지>와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은 주간지를 통해 소년들에게 주입되는 것들과 사립학교에서 자행되는 잘못된 교육을 비판한다. 조지 오웰은 자신의 경험을 적은 글에서 영국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을 이야기한다. 조지 오웰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과 행동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상황과 주변 풍경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음에도 그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글은 쉽게 이해되고 읽힌다. 그 안에서 조지오웰의 감정까지도 나에게 전이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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