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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 이야기로 만나는 23가지 한국 신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5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0월
평점 :
채영이와 순관이는 채영이 이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모가 운영하는 까페를 방문한다. 이모는 조카의 친구가 반가워 오방색목걸이를 선물하려 하지만 순관이는 받는 것이 망설여진다. 대통령 선거로 나왔던 후보 중 한 사람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한다며 오방색이 수놓아진 한복을 입고 나와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색인 오방색과 샤머니즘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미지가 왜곡되어 전해지게 되고, 민속학을 연구한 채영이 이모는 그것이 안타깝다. 이모는 ‘샤머니즘은 수천 혹은 수만 년 전부터 우리 조상님이랑 같이 지내 온 신’(12페이지)이라고 말하면서 채영이와 순관이에게 우리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총 다섯 장으로 나누어 1장은 새로운 생명을 주는 신으로 ‘단군, 산신령, 삼신할미, 용왕’, 2장은 오래 오래 살게 해주는 신으로 ‘칠성신, 불사할머니, 수노인, 벼락장군’, 3장은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창부씨, 바리데기, 마마신, 미륵’, 4장은 나쁜 귀신들을 막아 주는 신으로 ‘사신, 사천왕상, 오방신, 종규’, 5장은 죽어서 다시 신으로 환생한 사람들로 ‘최영장군, 임경업장군, 이순신장군, 홍경래, 뒤주대왕신, 관우신’을 이야기한다.
1장의 가장 처음 등장하는 신은 ‘단군’이다. ‘샤머니즘은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 소통하는 샤먼을 중심으로 주술이나 종교’라고 한다. 단군이 살던 청동기 시대에는 지도자가 정치와 종교를 함께 관장하던 시대였다. 왕이자 제사장(샤먼)이었던 단군은 옥황상제의 아들 환웅과 곰 사이에서 태어났다. 1908세가 될 때까지 나라를 다스린 다음 산으로 들어가 산신령이 되었다고 한다. 단군이 산신령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산신령이 된 단군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보살펴주는 존재다. 산신령과 삼신할머니, 용왕도 새로운 생명을 관장하는 대표적인 신이다.
2장 오래 오래 살게 해주는 신 중 불사할머니, 수노인, 벼락장군은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신이다. 인자한 이웃집 할머니 모습으로 그려지는 불사할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는 할머니라는 뜻으로 장수와 새로운 생명을 보살피는 신으로 모셔진다.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살기를 염원했던 사람들은 머리 모양이 길쭉한 수노인에게 소원을 빌었다. 절에 그려진 그림에도 수노인이 등장한다. 수노인은 불교가 오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모셨던 신이라고 한다. 수노인의 길쭉하게 늘어나 있는 머리 모양을 보면서 중앙아메리카 어느 부족의 길쭉하게 성형해 놓았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혹시 수노인과 중앙아메리카 부족과의 연관성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양손에 불덩이를 들고 벼락을 관장했던 벼락장군의 모습에서는 그리스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생각났다. 번개를 내리치는 제우스처럼 벼락장군도 하늘님의 말을 듣지 않는 신들을 벼락으로 혼내주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3장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에서 음악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신들 중 반은 새, 반은 여자의 모습을 한 가릉빈가는 그리스 신화 속 ‘하피’가 생각났다. 하피 또는 하르피이아는 ‘약탈하는 여자’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우리 신화 속 ‘가릉빈가’는 나쁜 기운을 물리쳐주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신이다. 두 나라의 같은 모습을 한 신이 다른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도 흥미롭다. 코로나로 전염병 팬데믹 상황에 놓인 요즘 천연두를 ‘마마’, ‘손님’으로 모시면서 전염병을 피하고자 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했다.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은 무서운 재앙이다. 코로나도 손님처럼 빨리 지나가기를 희망한다.
4장 나쁜 귀신들을 막아주는 신에서 역사책에 등장하는 고구려 사신도를 다시 보니 반가웠다. 동서남북에서 들어오는 나쁜 귀신을 막기 위해 무덤에 사신도를 그리고, 절 입구에 사천왕상을 세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방어를 위해 중앙까지 지켜주는 신을 만든 것이 오방신이다. 동서남북과 중앙, 다섯 군데를 지키는 신이다. 다섯 가지 색깔(청색, 붉은색, 황색, 흰색, 검은색-청색은 동쪽, 붉은색은 남쪽, 황색은 중앙, 흰색은 서쪽, 검은색은 북쪽을 의미) 오방색은 악귀를 막아주고 운수 대통하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고자 하는 조상들의 염원이 담긴 색이다. 결혼을 할 때 신부 얼굴에 주작의 기운을 바르는 연지곤지, 어린아이가 입는 색동저고리, 붉은 고추를 끼워 간장항아리에 두르는 금줄, 잔칫상에 오색 고명을 얹은 국수, 붉은빛이나 황토로 지은 집, 궁궐이나 절의 오색단청 등은 땅과 하늘의 기운을 받고, 나쁜 기운을 받기 위해 다섯 가지 색을 활용한 생활 속 오방색이다. 이런 오방색의 이미지가 현대에 오면서 일부 정치인과 유명인에 의해 왜곡되어 사용되면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안타깝다.
5장 죽어서 다시 신으로 환생한 사람들은 죽은 후 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선 건국을 반대했던 최영 장군은 조선시대에 신으로 모셔졌고, 현대에도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청나라를 오랑캐라 말하면서 청에 저항한 임경업장군과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도 신으로 환생한 인물들이다. 부패한 정권에 대항해 난을 일으킨 홍경래는 장군은 아니지만 ‘백마신장’혹은 ‘백마장군’이라고 불리며 모셔진 인물이다. 부패한 정권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 그들을 구원할 홍경래와 같은 인물을 열망하는 마음이 들어간 듯하다. 외국인인 관우를 사당을 만들어 신으로 모신다는 것이 의외였다.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지원했던 명나라의 명령으로 만들어졌다하니 조금 씁쓸했다.
『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부제 이야기로 만나는 23가지 한국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들려준다. 전래 동화와 신화 책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신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신들도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지역마다 모시는 신들이 다른 경우도 있다. 지역별로 인기 있었던 신들을 찾아 읽고 싶다. 신화는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우리 신들과 다른 나라 신들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신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낸 것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소망하는 것이 있을 때, 지키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신을 찾는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새로운 신을 만들고, 신에게 자신의 염원을 빌고 있을 것이다. 신은 우리 가까이 존재한다. 우리가 믿든 믿지 않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