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어느 때보다 혼돈 속이었던 격동의 20세기. 방구석 미술관 2, 한국은 그 시대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예술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며 자신과 시대의 정수를 작품에 녹여냈던 예술가의 이야기를 풀어준 책이다. 방구석 미술관 2, 한국을 통해 근현대 미술 100선에서 만난 화가들과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가는 책이다. 화가의 생애와 작품을 분석하고 뒷부분에 <더 알아보기>에서 예술가의 미술사적 의의와 예술가의 또 다른 면모를 설명하고 있다. 페이지 오른쪽 윗부분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방구석 미술관으로 연결되어서 예술가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소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

가족과 소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

6.25전쟁을 피해 제주도로 피난 간 이중섭의 가족은 힘든 삶을 살았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아내가 폐결핵에 걸리고,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리면서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아이들은 일본으로 떠난다. 홀로 남은 이중섭은 가난과 외로움을 견디면서 그림을 계속 그린다. 물감과 종이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속 은박지에 음각해서 그림을 그린다(은지화). 일본을 잠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가족을 만나고 다시 돌아온 이중섭은 통영으로 옮긴 후 그림 그리는 것에 온 힘을 쏟는다. 서울과 대구에서 전시회를 열었지만 사기꾼들에게 속아 그림 값을 받지 못해 좌절한 이중섭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마지막으로 그린 <덤벼드는 소>는 어둡고 생명력이 결여된 화가 자신의 모습을 닮아 있다. 삶을 포기한 화가는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이중섭의 <덤벼드는 소>를 보는 내내 화가의 삶의 고단함과 좌절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원조 신여성, 나혜석>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나혜석은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신여성이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다. <경희>, <이상적 부인>, <잡감> 등의 작품을 기고하면서 여성운동과 양성평등을 주장한다. 김우영과 결혼해 삼남매를 낳은 나혜석은 육아와 일을 함께 하면서 힘들어한다.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남편 김우영이 일본 외무성에서 준 포상으로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남편을 따라 떠난다. 남편의 친구 최린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부부간 사이에 금이 간 채 귀국한다. 귀국 후 나혜석은 홀로 시댁에 남아 시부모와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은 서울로 올라가 변호사 개업을 한다. 집안 경제가 기울면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나혜석은 최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로 인해 남편 김우영과 이혼을 하게 된다. 결혼부터 이혼까지의 과정을 쓴 <이혼 고백장>과 최린에게 위자료 청구소송을 한 일로 인해 나혜석은 세상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고립된 삶을 살게 된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면서 떠돌던 나혜석은 서울시립자제원에서 53세의 나이에 무연고자로 사망한다.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변화하는 시대에 전통만을 고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변화를 따라가기로 마음먹고 그림을 그려주고 받은 품삯으로 19살에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에 도착해 당대 최고의 서화가 중 한 사람인 김규진을 찾아간다. 문전박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간청한 끝에 김규진의 제자로 들어간다. 1~2년 동안 동양화를 배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청죽>으로 입선하고 그림을 반대하던 아버지의 인정을 받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보고 자신의 눈으로 본실제 대나무를 그린 <청죽><풍죽>으로 다시 한 번 조선미술전람회에 특선, 입선에 오른다.

이응노는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추상화를 접목시켜 문자추상을 새롭게 창조한다. 재료의 종류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재료로 문자 추상 작품을 만든다.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던 이응노는 고국의 대통령이 초청한다는 말을 듣고 귀국한 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가장 힘든 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매일 나오는 음식으로 그림을 그렸고 이때의 경험으로 사람과 사회에 관심을 갖고 사람을 위한 예술로 나아간다. 동양화와 서양화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한 이응노의 작품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처럼 삶의 굴곡이 있을 때마다 작품세계에도 반영되어 평생 동안 작품을 변신시키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뛰어난 사업 감각을 지닌 사업천재

유영국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외부의 사물을 그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신만의 추상적 언어를 만들기 위해 어떤 재료가 어떤 물리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 재료를 어떤 색채와 형태로 가공해야 하는지,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해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일본 군국주의가 극에 달하던 때 일본은 전위’, ‘자유’, ‘독립을 나타내는 미술을 금지시키고 국가를 찬양하고 전쟁에 찬성하는 그림을 제작하게 한다. 유영국은 자유가 없는 예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절필을 선택한다. 해방이 된 후 1947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가 된 김환기가 전임강사직을 제안해 유영국은 서울로 올라간다.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은 신사실파라는 모임을 만들어 추상화 화가로서의 길을 걸어간다.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유영국은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을 피해 숨어 지내다 고향 울진으로 피난을 떠나 양조사업을 시작한다. 예술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돈이라는 수단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유영국에게 사업은 가족을 지키고 그림을 계속 그리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다.

그는 한국의 자연’, 그 중에서도 고향 울진의 자연에서 그림의 영감을 얻는다. 자연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려 나가던 유영국은 단 하나의 대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가장 근원적인 조형요소들을 산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는 유영국, 겸재 정선, 폴 세잔이 대표적이다. 이 세 화가의 그림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큰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풍경이 내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176페이지, 폴 세잔)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178페이지, 유영국)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았던 두 화가는 실존하는 산을 대상으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을 표현한다. 겸재 정선 또한 금강산을 대상으로 자신 안에 존재하는 을 화폭에 표현했다.

 

<아이의 낙서처럼 심플한 그림, 장욱진>

유영국은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추구했지만, 장욱진은 현실을 벗어나 이상만을 추구했다.

평생 동안 수표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재물 욕이 없었던 장욱진은 욕심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예술만을 추구하는 외골수 화가로 살아간다. 무욕의 삶을 살고자 평생 그림을 그리며 수행하는 삶을 살아간 화가 장욱진의 그림에는 가족자연’, 그리고 무욕의 삶이 들어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

역대 가장 비싼 한국작가의 작품 10점 중 9점이 김환기의 작품이다. 그 중 <우주>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에 낙찰되면서 한국작가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이 되었다. 김환기는 유영국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며 단색화의 탄생에 영향을 미친 화가로 한국 20세기 현대회화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김환기는 관객이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을 그리는 구상과 화가의 머릿속 상상력으로 색채와 형태를 캔버스 위에 구성하는 추상을 조화롭게 섞어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창조한다.(반추상) ‘조선이 가진 미의 정수를 그림에 담아내기 위해 고향 안좌도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린다. 조선의 미를 탐구했던 김환기는 오랜 탐구 끝에 조선의 미를 대표하는 대상으로 조선의 백자를 선택한다.

나는 조형과 미와 민족을 우리 도자기에서 배웠다.”(242페이지, 김환기)

평범하고 흔한 백자항아리가 같은 듯 서로 다른 모양과 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환기는 백자항아리 속에서 자연의 모습을 발견한다. 평범함 속에 담긴 아름다음을 찾아낼 줄 아는 김환기는 평범한 백자항아리 속에서 조선의 미를 찾아 표현한 화가다.

파리에 가고 싶어 했던 김환기는 아내 김향안의 노력으로 파리에 도착한다.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 깊어갈수록 그의 그림에 조선의 미, 민족의 미가 더 짙게 표현된다. 고국으로 돌아와 그림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성공을 거둔 김환기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그린 점화로 뉴욕 생활 8년 만에 화랑에서 개인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생긴 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병원의 실수로 침대에서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져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다.

 

<서민을 친근하게 그려온 국민화가, 박수근>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270~271페이지, 박수근)

밀레의 영향을 받은 박수근은 평범한 사람들을 그리면서 그들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림 속에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최영림, 황유엽, 장리석 등 유학이 아닌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는 국내파들의 모임 주호회를 만든다. 주로 판화 작업을 하고 있던 주호회 멤버들의 영향으로 박수근의 회화세계는 판화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주호회 멤버들과 함께 떠난 경주 여행은 박수근의 회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라인이 만든 석물에 매료되어 신라의 미를 찾아 석물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경주 남산에 자리한 석불에서 영감을 얻은 박수근은 불상이 새겨진 화강석 표면의 오돌토돌한 질감을 재현하기 위해 석물을 탁본을 하면서 연구를 계속한다. 화강석의 질감과 단색조의 미, 그 위에 새긴 선의 미에 집중한다.

6.25 전쟁 이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수근은 그림 속에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살아가기 위해 평범한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는다. 박수근은 자신의 반복적인 그림 그리기와 서민들의 반복적인 일’, 모두가 가족을 위한 노동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 행위를 박수근은 최상의 미라고 생각했다.

 

<독보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찔레꽃 향기 밑을 스치는 두 마리 실뱀, 비단 허리띠 같은 독사.’(315페이지)

천경자는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한다. ‘X’, 이 이때 등장한다. 천경자에게 뱀은 저주를 불러오는 악한 것이었다. 자신의 삶 속에 자리한 저주를 물리치기 위해 뱀을 통해 모든 불행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여동생의 죽음 이후 그리기 시작한 뱀 그림은 불행으로 인해 망가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천경자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서른다섯 마리의 뱀을 그린 <생태>는 천경자의 마음을 치유해주었고, 동시에 그녀의 작품의 핵심 주제를 발견하게 해준다. 이 그림을 본 김환기에게 홍익대 동양학과 교수직을 제안 받고 서울로 올라온다. 1957년 유영국, 이규상, 한묵, 박고석 등이 소속된 모던아트협회에 들어가 작품활동을 한다. 유일한 동양화가였던 천경자는 유화물감으로 그리는 작업 방식에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비 개인 뒤>를 완성한다. 대학교수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천경자는 창작을 위한 영감이 사라져 혼란을 겪으면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다시 에서 예술의 영감을 가져온다. 다시 그린 <사군도> 속 뱀은 자신을 정화시키는 뱀이다. 이 그림을 그린 후 천경자는 세계 여행을 떠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프리카 여행을 단행하게 된 광기는 오직 더 살고 싶은 집념에서였다.”(327페이지, 천경자)

살기 위해서 홀로 떠난 세계 여행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새로운 그림을 창작한다. 이 과정에서 20년간 이어오던 김남중과의 관계를 청산한다. 시간의 굴레 없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 천경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자유의 시간이었다. 세계 여행의 경험은 많은 작품에 영감이 되어준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콜라주 기법이 오일페인팅을 대신했듯이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340페이지, 백남준)

작곡가 이건우의 소개로 접하게 된 쇤베러크에게서 백남준은 예술에 절대적 규칙은 없다는 것과 내가 규칙을 만들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음으로 접하게 된 인물은 존 케이지다. 그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음악에 가지고 와서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음악가다. 케이지의 영향을 받은 백남준은 케이지에게 바치는 행위음악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을 만든다. 이로 인해 동양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 공연 후 행위음악을 계속한 백남준은 공연장에 찾아온 샤머니즘 예술가요셉 보이스와 친분을 이어가게 된다. 백남준과 보이스는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안티 예술을 외치는 플럭서스라는 모임을 만든다. 플럭서스 예술가들은 자본주의 논리 속에 예술을 상품 취급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플럭서스 예술가들과의 활동 이후 백남준은 전위미술가로 불리기 시작한다. 미술계에 전자 기술을 적용한 작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최초가 되고자 마음먹는다. 2년간 TV를 연구한 끝에 최초의 TV작품을 선보인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을 만나 뉴욕으로 온 백남준은 무어만과 함께 나체 상태로 첼로를 연주하는 공연을 한 후 경찰에 체포된다. 이 공연은 외설인가, 예술인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온다. 재판까지 받게 된 공연은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 친구들과 예술가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승소한다. 이어 백남준은 무어만과 비디오아트 작업을 함께 해 <TV첼로>를 만든다.

전위예술을 계속하면서 고국의 토속 신앙 무속에서 예술의 영감을 얻어 비디오아트로 인류평화를 염원하는 굿판을 벌인다. 이후 백남준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가게 된다.

 

<돌조각을 예술로, 모노파 대표 미술가 이우환>

음악, 문학, 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많았던 이우환은 작곡가를 꿈꿨지만 재능이 부족함을 느끼고 문학가를 꿈꾼다. 미술로 나아갈 길을 정한 이우환은 철학하는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가장 먼저 철학적 미술비평문을 발표해 일본미술계를 놀라게 한다. 비평문에서 근대와 근대미술을 비판한 후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자신의 조각과 회화로 제시한다. 이우환은 인간중심주의와 이성중심주의에 치우친 인간의 사고방식을 근대의 한계로 제시한다. 근대의 사고방식으로 인해 작품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제한 결과 근대미술 작품은 공장의 기계로 인쇄한 듯 차갑고 매끈해져 갔다. 자연으로 나가 작품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우환은 자연을 작품 제작을 위한 부품으로 보고 마음대로 파헤치고 잘라내는 행태가 자연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한다. 근대주의 사고방식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타자는 인간과 동등하게 가치 있는 것이므로 타자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우환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이 타자와의 만남을 직접 체감해볼 수 있기를 원했다. 그 타자의 대상으로 을 설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돌을 보면서 타자인 돌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가진 인간에게 타자 역시 인간과 동등하게 가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우환은 자신의 자아를 줄이고 작품에 최소한의 개입만 하려 노력했고, 타자와 자아, 자연과 산업사회, 너와 내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면서 조각과 회화를 만들었다.

 

방구석 미술관 2, 한국에 실린 10명의 예술가는 일제식민지 시대를 살았고, 6.25전쟁의 참상을 겪은 사람들이다. 수탈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격동기를 살아가면서 예술을 위해 온 생애를 바친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문화는 꽃피울 수 있었다. ‘이중섭, 나혜석,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큰 획은 그은 예술가들이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권에 모두 싣는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방구석 미술관 2, 한국은 최대한 많은 내용을 알려주려 노력한 모습들이 보인다. 이 책은 10명의 예술가를 이야기하지만 이 안에 더 많은 예술가들과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자학과 양명학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마다 겐지 지음, 김석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양명학 자체에 대한 연구는 대략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나의 본래의 의도는 ·청의 정신사는 연속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학계의 풍조를 의심하고 ·청 사상사의 정당한 연계를 이해하고자 한 것이었다.(232페이지, 저자후기)

시마다 겐지는 중국사상과 동양사를 전공하고, 교토대학에서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중국 근세·근대 사상사 연구를 시작한 이후 일본 중국 근세·근대 사상 분야를 이끈 인물이다. ‘·청 사상사의 정당한 연계를 이해하려는 의도를 증명하기 위해 주자학과 양명학을 이야기한다. 주자학과 양명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읽으면서 쉽지 않은 학문의 세계에 한 발짝 들어가 본다.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는 인이며, 그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96페이지)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는 이며, 의미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한유는 <원도>에서 인을 널리 사랑하는 것, 이를 인이라 한다고 말한다. <<맹자>>에서는 측은한 마음은 인이다라고 정의한다. 정이천은 인을 공정히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체득하게 하는’(98페이지)것이라 한다. 정이천은 사랑과 인을 사랑은 이미 발한 이고, ‘은 아직 발하지 않은 으로 나눈다. 이 개념은 주자로 넘어가 마음으로 나뉘고, ‘은 아직 발하지 않은 것으로 가 되고 은 이미 발한 것으로 이라 한다.(‘’, ‘사랑’)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인 사람을 사랑한다에 대해 말하면서 시작하는 것은 모든 학문과 배움의 의미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고 갈고 닦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학의 형성

송학 최초의 선구자는 주렴계(주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가 사후에 송학의 창시자로 숭배 받게 된 것은 주자에 의해서다. 주자는 맹자 이후 1400년 동안 매장되어 있던 도통을 다시 잇고, 성인의 학문을 다시 명확하게 내세운 인물이 주렴계라 말한다. 주렴계의 사상적 의의는 첫 번째 <태극도><태극도설>이다. 주렴계의 무극이태극은 훗날 주자의 이론의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두 번째, 주렴계는 인간은 배움에 의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필수조건은 무욕’(욕망의 부정)이라 말한다. ‘성인은 배워서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은 송학 전체의 근본적 모티브이고 대전제다. 중국 사상에서 주렴계의 세 번째 공적은 의 강조다. ‘무욕이기 때문에 정’(66페이지)이라는 표현은 <태극도설>에서 등장한다. 송학의 주류는 이고, 그 흐름에서부터 ’, ‘미발의 중이 생겨난다. ‘을 배제하지 않고 그 안에 포함하고 있는 이다. 네 번째, ‘이윤(은나라 탕왕을 도왔던 재상)이 뜻했던 것을 뜻으로 삼고, 안자(안연, 공자의 제자)가 배우려고 했던 것을 배운다’(66페이지)라 말하며 이상적인 사대부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그 임금이 요와 순에 미치지 못하고, 한 사람이라도 그 처소를 얻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를 시장에서 매 맞는 것처럼 여겼다.”(66~67페이지, 은나라 재상 이윤)

학문을 좋아하고 노여움을 옮기지 않으며 또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고 3개월 동안 인을 어기지 않는다.”(67페이지, 공자의 제자 안연)

이윤과 안자는 내면적·도덕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인격자로 알려졌다. 성인을 추구하여 학문을 공부하는 사대부는 천자로 하여금 요순과 같은 성천자가 되게 하고, 아래로 서민의 한 사람이라도 그 처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위정자로서의 책임과 내면적·사색적인 인격이 융합된 사람이라는 것이다.(명체달용, 전체대용적 인간, 67페이지)

송학의 선구자 주렴계는 성인이 되기 위해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천자(군주)를 좋은 군주가 되도록 받들고,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것이라 말한다. 위정자(사대부)로서의 의무를 이윤안자를 예로 들어 이야기한다.

 

송학은 사대부의 학문이며 사대부의 사상이다. 사대부란, 당나라 시대 과거 제도의 확립과 더불어 송나라 시대에 확고부동한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된 지배계급이다. 경제적으로 대체로 지주이지만, 이것이 필수조건은 아니다. 사대부는 유교 경전의 교양을 지닌 지식계급으로 과거에 통과해 관료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송나라 이후 중국은 사대부 천하가 되어 사대부의 철학, 사상, 이데올로기가 현대 중국철학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사대부 철학은 조선의 사대부 철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송학의 특징

정통주의의 확립을 강조하면서 유교의 정통성과 우월성을 주장한다. 그 근거로 도교, 불교의 일면성(내면주의)에 대해서 유교는 안과 밖을 합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이상을 통해 도덕과 정치의 일치 혹은 철학과 정치의 일치를 말한다. 송나라 시대에 <<예기>><대학>편이 사서의 하나로 중요시되는 것은 새로운 이상주의의 결과다. 이 당시에 천하에 도가 있으면..., 천하에 도가 없으면...”이라는 식의 표현이 흔히 등장한다. 유교에서는 부자천합에 대해 군신의합이라는 명제(51페이지)가 있다. <<예기>> <곡례>편에 부모가 잘못된 행위를 할 경우 자식은 세 번을 간청해도 듣지 않으시면 울면서 그에 따른다’(51페이지)는 말이 나온다. 이 말에 이어 임금에 대해서는 세 번을 간해서 듣지 않으면 그를 떠난다’(52페이지)라는 구절이 있다. 유교의 천하는 국가와 가족(개인)이라는 두 개의 중심을 갖는 타원형이며,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이상은 이 타원의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이상주의이다. 송학에서는 이 이상주의가 도덕적이고 연속적인 성격을 갖는다. 사변주의를 지적하고, 지식을 구하는 것보다는 깊이 사색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정이천의 사상을 이어받은 주자는 이천의 성즉리를 이어간다. 이천의 성즉리와 장횡거의

마음은 성과 정을 통괄한다는 두 가지 말은 주자에게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커다란 진리’(104페이지). 주자의 윤리설 성즉리는 육상산, 왕양명의 심즉리와 서로 대립해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된다. 이천이 강조했던 것은 이다. ‘은 마음을 어느 곳에도 가지 않게 하고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쏟고 집중시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도덕적인 것, 도덕법칙에 대한 정신 집중, 외경의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다.

 

장횡거의 철학은 의 철학이다.(112페이지) 현대에 중국철학은 크게 세 갈래의 흐름을 인정한다. 세 갈래의 철학은 이천과 주자의 성즉리의 철학을 객관유심론(객관적 관념론), 육상산과 왕양명의 심즉리의 철학을 주관유심론, 장횡거와 그의 사상을 계승한 명말청조의 왕부지(왕선산)의 철학은 유물론이다. 이중 유물론 철학을 최고의 것이라며 장횡거의 철학을 높게 평가한다. ‘는 하나의 기이면서, 동시에 음양 이기이다.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본질적으로 모순적이고 불가사의한 존재가 . 삶은 기가 결집된 것이고, 죽음은 기가 흩어진 것이다.

 

소강절의 학문은 도서상수의 학문으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학이다. 소강절의 수학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황극경세서>>에 보이는 원, , , 세의 학설이다. , , , 세는1세가 30, 12세가 1, 12회가 1, 즉 계산으로는 30×12×30×12이며, 1원은 129,600년으로 그만큼 지나면 천지가 다시 새로워진다(125페이지)는 이론이다. 129,600년 중에는 전반부가 위로 올라가고 후반부가 내려오며, 그 내려온 극에서 제 2의 원이 시작되어 다시 위로 올라가는 사이클이 진행된다고 해석한다.

 

2장 송학의 완성-주자학

주렴계를 지나 정명도, 정이천에 이어 장횡거로 이어져 간 사상은 주자에 이르러 주자학으로 완성된다. 주자학은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주자학은 크게 나누어서 다섯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존재론, 리기, 두 번째는 윤리학 혹은 인간학, 즉 주자학의 중심을 이루는 성즉리, 세 번째는 방법론, 거경, 궁리, 네 번째는 고전주석학 및 저술로 <<사서집주>>, <<시집전>>, <<자치통감강목>>(역사책), <<문공가례>>, 다섯 번째는 과거에 대한 의견, 사창법, 권농문, 기타 구체적인 정책론이다.

 

모든 것이 기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유교 철학의 사변의 대상이 되고 철학적 체계의 원리로 자리 잡은 것은 정명도, 정이천, 장횡거의 영향이 크다. 주자는 이들의 이론을 이어받아 중국적 사변의 결정판으로 정립한다. 주자는 세계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생성된다 말한다. 최초에 있었던 것은 농후한 부분, 희박한 부분 등을 다양하게 포함하면서 끊임없이 운동해서 그치지 않는 기이다. 기는 회전하고 회전이 가속화되면서 마찰에 의해 안쪽에 찌꺼기가 쌓인다. 찌꺼기는 쌓여 땅을 형성하고 땅은 중앙에서 움직이지 않고 바깥쪽에서 정교한 기, 다시 말해 해와 달과 별이 회전운동을 하고 있다. 땅 위의 하늘이 회전하고 있기에 떨어지지 않고 자리를 유지한다.

 

천하의 사물은 반드시 각각 그런 까닭과 그 당연히 그러해야 할 법칙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이른바 인 것이다.”(147페이지)

있어야 할 모습을 갖추어주고 있는 것, 이것이 . ‘는 있어야 할 모습을 부여해주고 있는 당연한 법칙그런 까닭’, 즉 근거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주, 만물의 근거이며 우주로 하여금 있어야 할 모습을 부여해주고 있는 원리, 개별적으로 말한다면 개개의 사물을 개개의 사물로 만들어주고 있는 원리, 그것이 이다.(147페이지)

 

3장 양명학의 성립과 전개

양명은 마음의 본체인 천리를 어떤 경우이거나 어떤 사건에서나 현상에서 실현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것은 치지는 지식을 닦는 것이 아니라 를 실현한다는 의미로 양명학이 지행합일의 학문이라 불리는 이유다.

지는 행의 시작이며, 행은 지의 완성”(220페이지)

 

성인은 천리를 지키고 인욕을 없애는 존재라는 생각은 양명학의 실천원리이다. ‘심즉리라는 양명의 근본 명제와 천리를 지키고 인욕을 없앤다라는 실천 원칙은 양립할 수 있을까? 주자학의 성즉리존천리와 거인욕이라는 개념은 양립이 가능하다. 주자의 경우 심을 성과 정으로 나누고, 리는 성, 정 중에서 성뿐이며, 정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거부하면서 리를 가정하면, 인욕적인 부분까지 이론적으로는 리라고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즉리천리를 지키고 인욕을 없앤다라는 명제에 어긋나게 된다.

 

양명이 말하는 마음, 즉 양지는 인간에게 고유한 도덕적인 직관력 혹은 직관적 도덕력을 말한다. 심즉리와 지행합일에 이은 양명 사상은 만물일체의 인으로 이것은 정명도의 이론과 연결된다. 만물일체의 인은 양지를 말하고, 이는 심즉리와 결합된다. 양지는 지와 행의 통일이며, 이것은 자아와 타아가 통일된다는 원리이다. 양명은 백성들이 고통과 죄악에 빠지는 것을 마음 아파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과 조소를 받으면서도 양지의 학으로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했다.

그치고자 해도 스스로 그칠 수 없는 것이 바로 양지다.(243페이지)

 

천하에 어찌 마음 밖의 일, 마음 밖의 이치가 있겠는가.”(244페이지)

양명학에서는 이 모든 권위를 갖는다. 양명학의 내면주의의 결과 주자학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개념들이 나온다. 첫째, 성인이라는 개념이 바뀌었다. 양명학에서는 범속한 사람도 성인이 될 수 있다 말한다. 한 근의 금이나 천근, 만 근의 금이나 분량만 다를 뿐 금이라는 질의 측면에서는 우열이 없다 말하면서 금을 예로 들어 성인의 개념을 설명한다. 둘째, 주자학은 물론 양명학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결론으로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욕망은 마음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긍정하기에 이르러 천리인욕설은 완전히 무의미해진다. 셋째, 육상산의 육경은 곧 내 마음에 대한 각주라는 설이 엿보인다.

 

양명은 강학을 중시했다. 서재에 파묻혀 공부하는 방식이 아닌 많은 학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회, 토론회를 여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붕우를 중시했던 양명학은 좌파와 우파로 분열되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좌파는 사회적 통념과 권위에 도전하여 기존 도덕을 부정하면서 도덕적 혼미, 사회 불안을 초래한다. 우파는 정통적인 사대부파 혹은 명교 지지파라 불리면서 주자학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좌우파의 대립의 발단은 ‘4언교를 둘러싼 논쟁에 의해서다. 4언교란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이 마음의 본체이며, 선이 있고 악도 있는 것은 의의 움직임이며, 선을 알고 악을 아는 것은 곧 양지이며,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이 격물이라고 한 네 구절의 명제를 말한다. 4언교를 해석하는 좌우파의 의견은 나뉘게 되고, 우파는 스승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좌파는 스승의 말이라도 모순이 있다면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백성들이 고통과 죄악에 빠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양명의 마음은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인 사람을 사랑하는 것’, 연결된다.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자들과 학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과 연구를 계속할 것을 주장했던 양명의 사상은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강조하는 현대인의 시각에서도 충분히 수요할 수 있는 것이다. 양명의 제자들이 같은 이론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좌우파로 나뉜 것 또한 자유로운 토론과 연구를 강조했던 양명의 영향일 것이라 생각한다. 논쟁으로 인해 분파가 나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서로의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 수용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학문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갖는 태도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 사대부를 대표하는 학문은 유교다. 그 중 주자의 주자학과 왕양명의 양명학은 조선 유교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학문이다. 어렵지만 궁금하고 알고 싶은 주자학과 양명학 이론과 대표학자를 주자학과 양명학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읽는 동안 어렵다와 함께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게 된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완성한 학자들과 각각의 학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이론을 정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두 학문의 성장과 더불어 중국의 역사를 함께 알 수 있다. 어렵지만 손에서 놓지 않고 읽다보면 조금씩 어려운 용어도 익숙해지면서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쓰인 주자학과 양명학이론서도 읽고 싶다.

 

쉽지 않은 내용을 읽고 이해하고 글로 옮긴다는 것은 어렵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일본 학자 시마다 겐지가 해석하고, 김석근 역자가 우리 글로 다시 번역한 글을 읽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의 빈천한 지식은 잘못된 해석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주자학과 양명학을 읽으면서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반복하면서 읽다 보니 학자들을 조금은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읽은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서 정리하는 것에 의의를 두려 한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을 생각해보기에 따로 적어 놓았다. 양명이 강학을 강조했듯이 혼자 읽는 것보다는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더 깊이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발췌글

31

송나라 왕조는 명확하게 학술을 존중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과거는 전국적인 규모에서 부활되고, 목판인쇄술의 발달은 그것을 비약적인 추세로 보급시켰다.

- 중략-

유학은 하늘과 사람을 일관하는 규모의 웅대함에서, 또 현실적·정치적 활동을 회피하지 않는 착실함에서 불교와 도교를 훨씬 능가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송학이란 이와 같은 사대부의 고양된 의식과 교양이 이론화되고 조직화되었던 것일 따름이다. 불교의 출가’, 도교의 입산에 대한 사대부의 생활양식은 이른바 명분의 가르침이다. 즉 자신의 삶의 양식을 명분을 가르침 체계로 하여 자각하려고 하는 사대부, 이들이야말로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주체였던 것이다.

 

128~129

(소강절)를 주자학의 선구자들 속에 포함시켜서 주렴계, 정명도, 정이천, 장횡거 네 사람과 합해서 북송의 다섯 사람(북송오자)’으로 부르기도 한다. 송학적인 사상을 범신론적인 세계관이라 특징지었는데, 이를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이 바로 소강절이다.

 

155~156

주자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윤리학 혹은 인간학 부분이며, 존재론은 요컨대 그 밑바탕에 지나지 않는다. 주자의 윤리학 혹은 인간학의 원리는 정이천의 이른바 성즉리였다. 성이란 장횡거가 정식화한 마음은 성과 정의 통일체의 성, 개별적인 존재에서의 리를 말하는 것이다. 성은 내용적으로 인, , , , 신이라는 오상일 따름이지만, 아직 발하지 않은 것으로 고요함이며 체이다. ‘발하지 않은 것고요한 중정을 얻은 본질태이며, 이것이 용으로 이미 발한 것이 되고, 동으로 되면 정이 나타난다.

 

157

성이란 물이 맑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정이란 그 물이 흐르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욕심이란 물에 파도가 범람하고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 한다.

 

244

송대 이후 새로운 유학의 동향을 내면주의의 전개로 파악하고 그 내면주의의 절정을 양명학으로 보았다. 송학, 주자학은 필연적으로 양명학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양명학에서는 이 모든 권위를 갖게 되었다. “천하에 어찌 마음 밖의 일, 마음 밖의 이치가 있겠는가.”

 

272~273

유학자들은 억측해서 그렇게 말하고, 부모와 스승은 그 말을 그대로 답습해서 말하고, 어리아이들은 철없이 그렇게 듣고서는 모두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하니 그런 생각을 깨뜨릴 수가 없었다. 천 년 이상을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저 내가 들은 말을 전할 뿐이라 말하지 않고 이미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굳이 내가 아는 척하는 것이라 말하지 않고 아는 것은 안다고 하는 것이라 말한다.

 

276

송나라 이후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국면은 객관유심론과 주관유심론의 갈등이었다. 주자학의 성즉리와 육왕학의 심즉리의 대립이었던 것이다. -중략-

장횡거와 주자의 정의를 빌리면 마음은 성과 정의 통일체일 따름이며 성즉리는 곧 이런 =+정의 단순히 일부분, 만을 라고 한 데 대해서 심즉리의 주장은 전체를 라고 한 것으로 봉건 윤리를 위한 새로운 직접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명은 모든 사물에 가 있으며 그것을 궁극적으로 깨달음으로써 자기 내면의 를 검증해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자의 격물설을 배격했다. 주자학은 결국 리를 바깥에서 구하는 것일 뿐이다.

 

326~327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식의 나의 양명학 연구에는 세 가지의 커다란 결함이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양명 사상론에서 만물일체설을 누락한 것이다. 둘째는 양명학과 주자학의 관계에 대한 파악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양명학에서 고증학으로 넘어가는 추이에 대한 파악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스트 - TRACK 1.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향한 달리기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1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이은주 옮김 / 사파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제목 고스트를 봤을 때는 유령이 나오는 공포물일 것이라 생각했다. 책 표지에 한 소년이 힘 있게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에서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져 더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그 다음 책의 이력과 수상을 보게 되었고, 긴 목록에 순간 주춤하면서도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작가 제이슨 레이놀즈는 대학교에서 청소년 창작문예를 가르치면서 소설을 쓴다. 고스트는 캐슬이라는 소년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캐슬이 꿈을 찾고 성장해 가는 모습과 더불어 청소년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어른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캐슬 크랜쇼는 술에 취해 총을 든 아빠에게서 도망치는 순간 평소보다 빨리 움직이는 다리의 반응을 느끼면서, 그 순간 달리는 방법을 터득한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트랙을 달리고 있는 아이들(, 써니, 파티나)을 보게 된다. 가장 빠른 루의 달리기를 본 후 루의 옆에서 달렸고 둘은 무승부로 결승점에 들어온다. 육상 트랙 팀 디펜더스에 들어오겠냐는 코치(브로디)의 제안에 캐슬은 농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달리기를 하면 농구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코치의 꼬임에 빠져 코치와 함께 엄마의 허락을 받고 육상 트랙 팀에 들어가게 된다. 육상 팀에 들어간 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지키기 위해 캐슬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도 참아내려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브랜던을 때려 교장실로 불려간다. 브로디 코치의 도움으로 학교에서 나온 캐슬은 코치와 함께 트랙에서 훈련을 받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코치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캐슬은 자신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인간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 코치는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디펜더스 신입생 환영 회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팀원들의 비밀 이야기를 알게 된다. 캐슬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편견 없이 대해주는 트랙팀 아이들과 코치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진짜 나,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었다’(166페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캐슬은 트랙 팀에 들어가면서 처음 어딘가에 소속된 느낌을 받는다. 매일 코치가 정해놓은 훈련을 받으면서 힘들지만 훈련과 팀에 적응해간다. 시합이 있기 전 단체복을 나눠주는 날, 코치는 캐슬을 제외한 모든 팀원들에게 단체복을 나눠준다. 왜 자신의 단체복은 없느냐는 캐슬의 질문에 코치는 스포츠용품점에서 캐슬이 물건을 훔치고 나가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여준다. 화가 난 코치는 캐슬에게 벤치에 앉으라 말하고 캐슬을 외면한다. 야단치는 코치에게 캐슬은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이 말에 코치는 자신의 불운했던 과거를 이야기해준다. 약물에 중독된 코치의 아버지는 폭력까지 휘두른다. 코치는 달리기로 우승을 한 후 금메달을 받았지만, 약물중독자 아버지가 메달을 팔아버린다. 메달이 없어진 후 브로디 코치는 진짜 메달 대신 몸에 메달을 문신으로 새겨 넣는다. 캐슬이 살고 있는 집 건너편에 있는 집이 코치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얻었던 걸 너도 똑같이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189페이지, 브로디 코치)고 말하는 코치에게 캐슬은 달리면 뭘 얻을 수 있는데요?”라 묻는다. 캐슬의 질문에 너란 사람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다. 그 대신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달려갈 수는 있다.”(190페이지)라 답한다.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슬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들여다본다.

화가 나고, 슬프고, 절규가 가슴속에 가득한 놈이다.’(190페이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반성하는 캐슬을 용서한 후 코치는 벌로 택시 트렁크 청소를 시킨다. 청소를 하다 코치가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게 되고 고맙다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치가 아버지를 미워하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도 술에 취하지 않았던 모습의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택시 트렁크 청소가 끝난 후 코치는 캐슬을 데리고 스포츠 용품점을 찾아간다. 진심으로 직원에게 잘못을 빌고 용서를 받은 후 운동화 값을 계산하고 돌아온다.(운동화는 코치가 계산함)

드디어 첫 경기 날, 엄마는 경기장에 가기 위해 음식을 만들고 그 모습을 본 캐슬은 엄마가 응원하러 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뜬다. 그리고 사고 이후 들어가지 못했던 자신의 방에 들어가 단체복을 갈아입는다. 경기장 가는 길, 버스를 놓쳐 걸어가는 길에 찰스 할아버지 가게를 들러 인사를 한 후 해바라기씨를 선물로 받는다. 100미터에 출전하게 되어 트랙으로 간 캐슬은 그곳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브랜던을 보게 된다. 루는 나하고 너만 있다고 생각해라 말하면서 캐슬을 응원한다. 출발선에 선 후 캐슬은 출발 신호인 총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린다. ‘’!, 아버지가 자신과 엄마를 죽이려 했던 총소리는 캐슬에게 상처와 공포의 소리로 남았다. 하지만 트랙 위에서 들리는 총소리는 캐슬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의 소리다.

 

캐슬에게는 엄마와 찰스 할아버지, 브로디 코치와 디펜더스 팀원들이 있었다. 이들의 지지와 도움은 캐슬이 바른 길로 나아가면서 꿈을 찾게 해주었다. 꿈을 꾸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지지해주는 어른들에게 고스트를 추천한다. 지지와 관심이 한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기를 바래본다.

 

발췌글

문제는 말이지, 너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다는 거야. 거참 안타깝지만 그 정도로 빠른 인간은 아무도 없거든.”(69페이지, 브로디 코치)

 

고스트, 내 말 기억해라···. 내일이면 아무 일도 아닐 거야. 다시 새로운 날일 거다. 새로운 기회!”(95페이지, 트랙에서 넘어진 캐슬을 위로하는 브로디 코치)

 

너란 사람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다. 그 대신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달려갈 수는 있다.”(190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 선인장도 못 키우는 왕초보를 위한 4주 완성 가드닝 클래스 소원풀이 시리즈 15
허성하 지음 / 한빛라이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성하 작가는 성하 씨는 언제가 가장 행복해요?”라는 질문에 고양이들과 함께 옥상에 올라가 식물을 가꿀 때가 제일 행복해요.”라 대답한다. 식물을 만나기 전 가구디자인, 인테리어, 건축 일을 했던 작가는 식물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식물로 공간을 완성하는 플랜테리어가 된다. 플랜테리어는 공간을 이해하고 식물이 놓일 환경을 생각하며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일(4페이지)을 하는 사람이다. 허성하 작가는 삼성전자, 삼성연수원, 엘지 디자인센터, 네이버, 성수연방, 가로골목, 빈폴, 프레쉬 등의 공간에 플랜테리어를 진행했다. 이런 경험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책을 출간한다.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하나씩 차근차근, 4주간의 가드닝 클래스>에서는 4주 동안 각 주 별로 초록식물, 관엽식물, 다육식물과 선인장, 허브키우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제 나의 취미는 홈가드닝>에서는 홈가드닝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물을 소개한다. 부록 <식물 초보자가 궁금한 모든 것>에서는 식물 초보자를 위해 물 주기, 분갈이, 관리, 식물 선택 등에 대해 알려준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이파리 끝이 갈색으로 변색되면서 점점 시들어 갈 때가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찾아보면 햇빛이 원인일 때가 있었다. 식물은 햇빛을 쬐어주어야 한다는 편견으로 인해 햇빛이 잘드는 곳에 두었는데 오히려 식물에 해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식물마다 햇빛을 받아야 하는 정도와 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식물을 키울 때 햇빛만큼 중요한 것이 물주기와 습도관리다. 물을 너무 적게 주면 말라 죽고, 너무 과하게 주면 뿌리가 썩어 죽는다. 햇빛이 강렬한 시간에 잎에 물을 뿌리면 잎이 타거나 시들어 식물에 해가 된다. 4주 가드닝의 첫 주에 초록식물편에서는 식물에게 필요한 햇빛 조절하기, 물 주는 방법, 습도관리법, 가드닝을 위해 필요한 흙·마감재(이끼, 나뭇잎, 돌 등물뿌리개 등 가드닝 도구·화분 고르기, 분갈이 과정과 방법, 초록식물(몬스테라, 아메리칸 블루) 심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두 번째 주 관엽식물편에서는 실내에 어울리는 식물과 식물을 놓는 위치, 각 장소별 어울리는 식물, 관엽식물 관리법, 병충해 관리와 영양제, 반려동물과 함께 기를 수 있는 식물과 해로운 식물, 관엽식물 키우고 관리하는 법(휘커스 움벨라타, 고무나무, 켄차야자)에 대해 설명한다. 세 번째 주 다육식물과 선인장편에서는 다육식물 종류와 관리법, 다육식물 키우기에 필요한 흙과 도구, 다육식물 심는 방법(만세선인장, 을녀심, 대경, 에어플랜트)을 적고 있다. 네 번째 주 허브편에서는 허브의 종류와 심고 관리하는 방법(로즈메리, 라벤더), 미니허브 정원 만들기, 허브를 요리에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홈가드닝 편에서는 키울 때마다 식물을 죽게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관리하기 쉽고 까다롭지 않은 식물을 추천한다. 관리하기 쉽고 잘 죽지 않는 식물인 수경재배식물, 이끼, 필레아, 아스파라거스, 고사리, 덩굴식물에 대해 알려준다. 난이도는 높지만 노란 꽃이 예쁜 오스트레일리아의 국화 아카시아(와틀), 유칼립투스, 올리브나무, 산이나 들에 피는 야생화, 드라세나, 페라고늄, 황칠나무, 꼭지윤노리나무, 고무나무, 무화과, 쉐프렐라 등 다양한 식물을 소개한다. 이 중 올리브나무(책 표지 사진 속 나무)와 무화과 나무를 직접 키워보고 싶다.

<식물 초보자가 궁금한 모든 것>에서 물을 얼마나 자주 정기적으로 주어야 하는지를 질문과 대답으로 나누어 실었다. 분갈이는 언제 하는지 어떻게 하고 어떤 흙을 선택해야 하는지와 화분을 고르는 방법 등 분갈이 할 때 궁금한 점을 알려준다. 화분에 심어 놓은 식물에 생기는 병해충과 영양제와 비료를 주는 방법, 죽은 나무를 처리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 식물을 키울 때 어떤 식물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고민일 때 집안 환경에 맞는 식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질문을 실었다.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당장에라도 식물을 들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당신을 위한 식물 키우기의 모든 것!’(책 뒷표지)이라는 말처럼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어떻게 어떤 식물을 키워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고민인 분들께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앞으로 식물을 키우고 싶은 분들 뿐만 아니라 식물을 키우고 있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식물을 키울 때 잎이 마르거나 시들시들 죽어갈 때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식물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다. 이런 경험이 계속되다보면 식물 키우기를 포기하게 된다. 이런 분들을 위해 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를 강력 추천한다.

식물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식물은 싹이 나는 순간부터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식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면 더 오랜 시간 식물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 숨 작가의 L의 운동화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운동화는 실제로 복원가의 손을 거친 후 이한열 기념관에 전시되고 있다. 복원가는 운동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운동화에 얽힌 일화를 알기 위해 이한열 열사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운동화를 복원할지 한참을 고민한다. 이 작품을 통해 복원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작품 속 복원가가 실존 복원가를 모델로 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회화보존을 전공하고 미술관의 보존가로 일했던 작가 김은진이 A부터 Z까지 미술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총망라해서 들려준다. 다양한 작품들과 복원사례를 읽고 복원의 이론적 지식도 함께 알 수 있어 더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림이 들려주는 복원 이야기>에서는 다양한 작품과 복원 사례와 미술작품과 복원의 이론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는 미술 복원에 사용되는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작품에 영향을 주는 빛과 색, 과학기술 등에 대해 알려준다. <미술관의 비밀>은 미술관의 미술품 관리 시스템 등 미술관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림이 들려주는 복원 이야기

보존가들이 정한 보존의 원칙은 작품의 원형에 대한 존중이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역사적 의미에 맞게 되돌릴 것인지 현 상태로 둘 것인지 결정한 후 보존처리를 한다. 작품의 복원에 앞서 왜 복원해야 하는가,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질문할 필요가 있다. 보존 또는 복원의 이유가 명확하고 어떤 모습을 남길지, 어떤 모습으로 되돌릴지 결정했다면 그 다음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렘브란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야간 순찰>(원제 : 프란스 반닝 코크와 빌럼반 루이텐부르크의 순찰대)이 심하게 훼손되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몇 번의 테러로 인해 손상된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은 엑스레이 촬영과 380년 전 사용한 재료와 기법을 조사해 복원 과정을 거쳤다. 그림 표면을 보호하기 위한 바니시로 인해 그림의 색은 어두워졌고, 렘브란트의 그림은 원래 대낮의 순찰 장면을 묘사했던 것이 바니시로 인해 빛을 잃어 야간 순찰이 되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복원은 단순히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을 넘어 그림의 상태와 재료 등의 과학적인 부분까지 알지 못하면 복원은 불가능하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오랜 세월동안 여러 번의 보존처리와 수정 작업을 거쳐 현재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먼지와 그을음을 제거한 것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반응과 거부하는 쪽으로 나뉘기도 한다. 시스티나 천장화는 보존 처리 과정에서 훼손된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있지만 담당 복원가는 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독일의 침공에 대비해 그림들을 영국 외곽 지역에 위치한 탄광으로 피신시킨다. 이 기간 동안 보존가들은 보존 작업을 계속했고, 전쟁이 끝난 후 그림을 전시한다. 전시회 이후 원작품의 훼손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미술 역사상 첫 번째 클리닝 논쟁) 이 클리닝 논쟁으로 사람들은 미술관이라는 곳에서 과학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이후에 현미경과학자가 없는 미술관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57페이지)

침과 빵, 감자로 그림 표면의 먼지를 제거하는 것은 과학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이런 방법이 쓰였다. 현대에는 레이저로 그림의 오염을 제거한다. 레이저를 이용한 오염 물질 제거 방법은 대부분 돌로 만든 조각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의 모델은 시인 이상이다. 이 그림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사들여 1980년 즈음 보존처리를 했다. 왁스를 접착제로 사용해 배접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색이 변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1994년 그림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검은 배경에 지금은 퇴색되어 보이지 않지만 초록색 커튼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엑스레이로 그림을 촬영했을 때 지금은 복원되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원래 그림에서 떨어져 나간 물감층이 검게 보인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림을 더 정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서 복원 기술도 발달한다. 덧그려진 그림의 물감층을 지층과 비교해서 설명하니 더 쉽게 이해가 되었다.

 

고흐가 그린 세 개의 <침실> 그림은 처음 그렸을 때의 색이 퇴색되어 원래의 색에서 멀어졌다.(94~95페이지의 그림과 96페이지의 고흐의 편지글) 색은 사람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같은 색도 다른 색으로 인식된다. 색은 객관적이라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색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로스코가 사용한 안료의 특성상 색이 쉽게 퇴색되었고, 복원가들은 로스코의 그림에 대한 보존 처리 방법을 고민한다. 그들이 찾은 방법은 디지털 색맞춤으로 프로젝터에서 그림에 빛을 쏘아 그때 그 색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빛으로 변색된 그림을 빛으로 복원하는 순간을 볼 수 있다.(111페이지)

 

2016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한 직원이 수장고를 정리하다 나무막대 더미를 발견한다. 이 나무틀은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처음 부착했던 뼈대로 밝혀진다. 캔버스 천이 늘어지면서 탄력을 잃으면 그림을 다시 당겨서 매거나 나무틀을 바꿔야 한다. 1964년 뉴욕 현대미술관은 <게르니카>의 그림틀을 교체했다. 스페인 내전 시절 독일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사람들이 사망하고, 피카소는 독일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게르니카>를 제작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던 그림은 스페인 내전이 끝난 후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림틀은 그림의 뒤를 보아야 보인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과 더불어 그림틀 또한 그림의 일부다. 이 둘이 모여 그림의 전체가 된다.

 

백남준을 시작으로 미디어 아트가 만들어진다. 캔버스가 아닌 텔레비전에 그려진 그림이 미디어 아트다. 1988년 백남준이 설치한 <다다익선>에 사용된 텔레비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제조사도 서비스 센터도 없어 하나 둘 꺼져가고 있다. 이를 두고 꺼져 가도록 두자는 쪽과 요즘의 텔레비전으로 교체하자는 쪽과 심지어 작품을 없애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미술관은 작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방법을 찾아 계속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미술품 복원에서 미디어 아트의 복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상아로 만든 당구공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 당구공은 플라스틱의 시작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은 앙투안 페브너와 나움 가보를 시작으로 1960년대 이후 작품 제작에 쓰이는 흔한 재료로 자리 잡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이 늘어나면서 보존과학자를 중심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다.

 

뭉크는 그림을 야외에 한참을 걸어두고 숙성과정을 거친다. 뭉크는 지붕이 없는 공간에 작품을 걸어두었고 그로 인해 작품들의 보관상태가 좋지 않았다. 뭉크는 작품이 훼손되거나 오염되었더라도 그대로 두기를 원했다. 작품의 원작자가 보존처리와 복원을 원치 않을 때 복원가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뭉크는 미술품 복원에서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201280세 할머니 세실리아는 자신이 다니던 성당 벽의 훼손된 예수 그림을 복원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할머니의 의도와 달리 그림은 심각하게 망가지고 예수 그림은 원숭이 예수라는 조롱을 받게 된다.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게 된 이 사건은 새로운 반전을 불러온다.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이 경우는 비전문가가 무모하게 복원을 했던 사례다. 전문가의 복원 실패 사례로 유명한 사건은 바넷 뉴먼의 <누가 빨강, 노랑, 파랑을 두려워하는가>의 복원 사건이다. 보존가 다니엘 골드레어는 작품에 롤러로 바니시를 칠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작품을 망가트려놓았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과 숙련된 전문가일지라도 잘못된 판단으로 작품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벽에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여 놓은 작품을 누군가가 먹어 치운 후 행위예술이라 한다. 이 작품의 가격은 12만 달러가 넘었고 3명이 이 작품을 구매한다. 바나나를 먹어 치운 후 작품을 전시하고 있던 갤러리는 다른 바나나를 사서 붙이면서 바나나 자체가 작품은 아닙니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예술입니다.”라 말한다. 바나나 작품과 상어작품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작가의 아이디어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품이 사라졌는데 아이디어가 예술이라는 말로 작품을 판매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것 또한 나의 편견과 무지가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복원가라는 명칭이 등장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다. 18세기에 프랑스에서 보존가가 독립적인 직업으로 등장한다. 훌륭한 복원가가 되기 위해서 미술과 과학에 대한 지식과 정교한 손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정직한 마음이 필요하다 말한다.

 

미술관으로 간 과학자

피카소의 <비극>을 복원한 복원가는 완벽하게 복원을 한 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인화된 사진 속 그림은 분홍빛을 띠었고 이것의 원인은 복원가가 사용한 안료가 빛에 반응을 했기 때문이다. 빛에 반응하는 색에 대한 정보가 보존가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튜브 물감이 발명되기 전 화가들은 물감을 그날그날 만들어 사용했다. 남은 물감은 돼지 방광에 보관했는데 이것은 충격에 약해 쉽게 터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1814년에 미국의 화가 존 랜드가 튜브형 물감을 발명한다. 이때부터 화가들은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복원가는 그림에 쓰인 안료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 특징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1949년 미국의 물리 화학자 리비가 발명한 방사성탄소연대특정법은 고고학과 미술품 등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대측정법이다. 미술품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미술품을 손상시카지 않는 비파괴분석이 원칙이다. 미술품 분석이 아무리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더라도 미술품을 훼손시킨다면 분석은 의미가 없다.

 

작품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직접 보존 처리하는 보존가와 보존가에게 필요한 과학적 정보를 연구해 알려주는 보존과학자의 협업이 필요하다. 미술품 보존을 위한 과학적 실험과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2명의 레슬러를 그렸다는 것을 적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크뢸러뮐러 미술관에서 1974년에 수집한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은 고흐의 작품이었다. 2003년 큐레이터가 고흐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 후 작가 미상으로 되었다가 2012년에 다시 고흐의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그렇게 된 근거는 매크로 엑스선 형광분석법으로 그림을 분석한 결과 꽃 그림 아래 레슬링하는 두 명의 남자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223페이지) 과학의 발달로 그림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그림과 지워진 부분이 발견되기도 한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비싼 값에 팔린다. 이를 노리고 위작을 만들어 진품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미술품의 진위 감정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과 과학적 데이터에 더해 보존과학자의 의견을 종합해 진위여부를 가린다. 하지만 이런 종합적인 진위여부도 100프로 맞고 틀리다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의 판단과 과학적 데이터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비밀

그림이 물에 젖어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그림의 습도가 높으면 그림이 축 처져서 울고, 습도가 낮으면 수축하면서 그림이 틀어지거나 찢어진다. 완전히 젖게 되면 급격하게 줄어들어 건조 후에도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지 않는다. 건조되는 동안 물감층에 균열이 발생하고, 물감이 떨어져 나간다. 물은 그림을 망가트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보존 처리의 재료이기도 하다. 물을 뿌리거나, 물에 담그거나, 물로 닦아 내는 형태의 보존 처리는 미술품의 오염물을 제거하는 기본적인 과정 중 한 방법이다. 물과 그림의 특성을 잘 알고 활용할 때 물은 최고의 물질이 된다. 물은 그림에게 치명적인 독이기도 하지만 최고의 약이기도 하다.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불타 없어졌다.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 부분을 보수하던 중 발생한 작은 불씨로 인해 지붕이 무너지고 성당 안에 있던 유물이 피해를 보았다. 20182000만 점에 달하는 유물을 보유한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화재로 90%의 유물을 잃었다. 이 화재로 120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간 두개골 루지아가 소실되었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해 불에 대한 대비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술관을 습격하는 것에는 벌레들이 있다. 파리의 분비물은 그림 표면에 남아 그림에 황색 반점을 만든다. 거미와 곰팡이 포자도 그림에 해를 끼친다. 먼지더듬이와 빗살수염벌레는 책을 먹고 사는 벌레다. 이외에도 바퀴벌레, , 흰개미 등도 미술품에 해를 끼친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방충과 살충을 위해 정기적으로 청소와 소독을 실시한다.

 

미술관과 박물관에는 수많은 작품과 유물들이 있다. 그 유물을 한꺼번에 전시하기에는 전시 공간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수장고에 작품을 보관하고 정기적으로 작품을 회전시켜 전시한다. 그리고 관람객들로부터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수장고에 작품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오랫동안 일을 하면 휴식이 필요하듯 작품들도 오랜 시간 전시된 후 수장고로 들어가 휴식기를 갖는다. 수장고는 대부분이 폐쇄적이고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던 것이 요즘은 개방형 수장고도 생겨나면서 더 많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게 설계하고 있다. 미술관은 미술작품을 보호하고 전시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작품이란 관람객들이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더 가깝게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미술품을 다른 곳에 전시하기 위해 이동하려면 안전상의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작품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전시 공간, 이동수단, 포장, 보안 등 점검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노력이 있어 우리는 외국에 나가지 않고 여러 나라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액자는 작품의 보존, 전시, 이동을 위해 쓰이는 틀로 작품을 보호하는 역할과 작품을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화가에 따라 액자까지 직접 선택하고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미술작품을 만드는 재료도 다양해지고 있다. 나무에 그림을 그리던 것이 캔버스천과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물감도 다양한 성분과 형태로 변화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모니터를 활용한 작품과 플라스틱을 재료로 하는 작품이 등장한다. 현대 미술에서는 바나나, 상어, 사탕까지도 작품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재료와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보존(복원)가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연구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인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퇴색되어간다. 작품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는 보존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 놓고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L의 운동화>>에서 복원가가 왜 그렇게 운동화를 복원하기 전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작품을 보존하고 복원한다는 것은 한 번 손을 댄 이상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 수많은 연구와 복원가의 고민이 함께 했던 것이리라.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을 읽고 난 후 미술 작품에 대해 단순히 작품을 넘어 작품을 보존하고 복원 과정까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미술 전공자를 포함해 나와 같은 일반인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쓰였다. 그렇다고 내용이 절대 얕지는 않다. 들어갈 내용은 다 들어가 있음에도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신기한 책이다.

 

 

발췌글

14

무엇을 보존한다는 것은 보존 대상이 가진 가치의 지속성을 보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14

테세우스의 배라고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나무판자 몇 개를 바꾸면 테세우스의 배가 아닌가?

사물이 변화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롭게 복원한 숭례문은 언제의 숭례문인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모나리자는 정녕 다빈치가 500년 전에 그렸던 그림과 똑같을까?

 

 

24

잘못된 한 명의 복원가는 비행기 폭격보다 더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다.”-이탈리아 미술사학자 페데리코 제리, <<이지지의 이면>>에서 발췌

 

49

지키기로 한 것은 지키면서 복원하고 왜 그렇게 복원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은 인정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92

색은 영원불변하는 절대적 존재가 아니다. 색은 매 순간 물체를 비추는 빛과 대상물의 상태 그리고 색은 인지하는 사람의 경험과 주변 환경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표현된다.

 

93

색은 미술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람들은 그림 속의 구체적 형태와 구조를 읽기 전에 제일 먼저 색을 접한다. 어떤 색을 어떻게 전달하는가는 모두의 관심사다.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복원가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림의 색이 변했다면 왜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원래의 색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 보존가의 역할이다.

 

145~146

보존처리에 대한 모든 결정이 신중해졌고, 재료와 기법에 관한 깊은 연구가 선행되었다. 작품의 태생적인 가치가 보편적인 시각에서 볼 때 부정적으로 보인다고 할지라도 파괴하지 않고, 엄격한 윤리적 기준에 따른 판단과 보존의 원칙에 따라 접근하게 되었다.

 

148

작가의 작업이 새로움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보존가의 작업은 작품의 상태 유지 혹은 상태 회복을 위한 복원에 있다.

 

148

현대미술의 보존에 관한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의사결정 문제이다. 미술품의 전통적인 보존 처리 과정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문제는 느닷없이 보존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159~160

작품의 보존 처리가 필요하다면, 보존가의 기술적 능력은 물론이고 보존 처리를 위한 재료와 방법의 선택이 올바른지 살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무엇을 보존하고자 하는지 함께 방향을 설정하고, 현실적인 한계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질문을 던지는 태도를 가진 보존가를 찾아야 한다.

 

177

훌륭한 보존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H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Head, Hands, Heart', 머리와 손과 그리고 가슴이다.

 

218

보존가가 직접 작품을 다루고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면, 보존과학자는 보존가의 활동에 필요한 과학적 정보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