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과 양명학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마다 겐지 지음, 김석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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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양명학 자체에 대한 연구는 대략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나의 본래의 의도는 ·청의 정신사는 연속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학계의 풍조를 의심하고 ·청 사상사의 정당한 연계를 이해하고자 한 것이었다.(232페이지, 저자후기)

시마다 겐지는 중국사상과 동양사를 전공하고, 교토대학에서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중국 근세·근대 사상사 연구를 시작한 이후 일본 중국 근세·근대 사상 분야를 이끈 인물이다. ‘·청 사상사의 정당한 연계를 이해하려는 의도를 증명하기 위해 주자학과 양명학을 이야기한다. 주자학과 양명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읽으면서 쉽지 않은 학문의 세계에 한 발짝 들어가 본다.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는 인이며, 그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96페이지)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는 이며, 의미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한유는 <원도>에서 인을 널리 사랑하는 것, 이를 인이라 한다고 말한다. <<맹자>>에서는 측은한 마음은 인이다라고 정의한다. 정이천은 인을 공정히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체득하게 하는’(98페이지)것이라 한다. 정이천은 사랑과 인을 사랑은 이미 발한 이고, ‘은 아직 발하지 않은 으로 나눈다. 이 개념은 주자로 넘어가 마음으로 나뉘고, ‘은 아직 발하지 않은 것으로 가 되고 은 이미 발한 것으로 이라 한다.(‘’, ‘사랑’)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인 사람을 사랑한다에 대해 말하면서 시작하는 것은 모든 학문과 배움의 의미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고 갈고 닦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학의 형성

송학 최초의 선구자는 주렴계(주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가 사후에 송학의 창시자로 숭배 받게 된 것은 주자에 의해서다. 주자는 맹자 이후 1400년 동안 매장되어 있던 도통을 다시 잇고, 성인의 학문을 다시 명확하게 내세운 인물이 주렴계라 말한다. 주렴계의 사상적 의의는 첫 번째 <태극도><태극도설>이다. 주렴계의 무극이태극은 훗날 주자의 이론의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두 번째, 주렴계는 인간은 배움에 의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필수조건은 무욕’(욕망의 부정)이라 말한다. ‘성인은 배워서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은 송학 전체의 근본적 모티브이고 대전제다. 중국 사상에서 주렴계의 세 번째 공적은 의 강조다. ‘무욕이기 때문에 정’(66페이지)이라는 표현은 <태극도설>에서 등장한다. 송학의 주류는 이고, 그 흐름에서부터 ’, ‘미발의 중이 생겨난다. ‘을 배제하지 않고 그 안에 포함하고 있는 이다. 네 번째, ‘이윤(은나라 탕왕을 도왔던 재상)이 뜻했던 것을 뜻으로 삼고, 안자(안연, 공자의 제자)가 배우려고 했던 것을 배운다’(66페이지)라 말하며 이상적인 사대부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그 임금이 요와 순에 미치지 못하고, 한 사람이라도 그 처소를 얻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를 시장에서 매 맞는 것처럼 여겼다.”(66~67페이지, 은나라 재상 이윤)

학문을 좋아하고 노여움을 옮기지 않으며 또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고 3개월 동안 인을 어기지 않는다.”(67페이지, 공자의 제자 안연)

이윤과 안자는 내면적·도덕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인격자로 알려졌다. 성인을 추구하여 학문을 공부하는 사대부는 천자로 하여금 요순과 같은 성천자가 되게 하고, 아래로 서민의 한 사람이라도 그 처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위정자로서의 책임과 내면적·사색적인 인격이 융합된 사람이라는 것이다.(명체달용, 전체대용적 인간, 67페이지)

송학의 선구자 주렴계는 성인이 되기 위해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천자(군주)를 좋은 군주가 되도록 받들고,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것이라 말한다. 위정자(사대부)로서의 의무를 이윤안자를 예로 들어 이야기한다.

 

송학은 사대부의 학문이며 사대부의 사상이다. 사대부란, 당나라 시대 과거 제도의 확립과 더불어 송나라 시대에 확고부동한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된 지배계급이다. 경제적으로 대체로 지주이지만, 이것이 필수조건은 아니다. 사대부는 유교 경전의 교양을 지닌 지식계급으로 과거에 통과해 관료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송나라 이후 중국은 사대부 천하가 되어 사대부의 철학, 사상, 이데올로기가 현대 중국철학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사대부 철학은 조선의 사대부 철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송학의 특징

정통주의의 확립을 강조하면서 유교의 정통성과 우월성을 주장한다. 그 근거로 도교, 불교의 일면성(내면주의)에 대해서 유교는 안과 밖을 합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이상을 통해 도덕과 정치의 일치 혹은 철학과 정치의 일치를 말한다. 송나라 시대에 <<예기>><대학>편이 사서의 하나로 중요시되는 것은 새로운 이상주의의 결과다. 이 당시에 천하에 도가 있으면..., 천하에 도가 없으면...”이라는 식의 표현이 흔히 등장한다. 유교에서는 부자천합에 대해 군신의합이라는 명제(51페이지)가 있다. <<예기>> <곡례>편에 부모가 잘못된 행위를 할 경우 자식은 세 번을 간청해도 듣지 않으시면 울면서 그에 따른다’(51페이지)는 말이 나온다. 이 말에 이어 임금에 대해서는 세 번을 간해서 듣지 않으면 그를 떠난다’(52페이지)라는 구절이 있다. 유교의 천하는 국가와 가족(개인)이라는 두 개의 중심을 갖는 타원형이며,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이상은 이 타원의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이상주의이다. 송학에서는 이 이상주의가 도덕적이고 연속적인 성격을 갖는다. 사변주의를 지적하고, 지식을 구하는 것보다는 깊이 사색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정이천의 사상을 이어받은 주자는 이천의 성즉리를 이어간다. 이천의 성즉리와 장횡거의

마음은 성과 정을 통괄한다는 두 가지 말은 주자에게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커다란 진리’(104페이지). 주자의 윤리설 성즉리는 육상산, 왕양명의 심즉리와 서로 대립해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된다. 이천이 강조했던 것은 이다. ‘은 마음을 어느 곳에도 가지 않게 하고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쏟고 집중시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도덕적인 것, 도덕법칙에 대한 정신 집중, 외경의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다.

 

장횡거의 철학은 의 철학이다.(112페이지) 현대에 중국철학은 크게 세 갈래의 흐름을 인정한다. 세 갈래의 철학은 이천과 주자의 성즉리의 철학을 객관유심론(객관적 관념론), 육상산과 왕양명의 심즉리의 철학을 주관유심론, 장횡거와 그의 사상을 계승한 명말청조의 왕부지(왕선산)의 철학은 유물론이다. 이중 유물론 철학을 최고의 것이라며 장횡거의 철학을 높게 평가한다. ‘는 하나의 기이면서, 동시에 음양 이기이다.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본질적으로 모순적이고 불가사의한 존재가 . 삶은 기가 결집된 것이고, 죽음은 기가 흩어진 것이다.

 

소강절의 학문은 도서상수의 학문으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학이다. 소강절의 수학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황극경세서>>에 보이는 원, , , 세의 학설이다. , , , 세는1세가 30, 12세가 1, 12회가 1, 즉 계산으로는 30×12×30×12이며, 1원은 129,600년으로 그만큼 지나면 천지가 다시 새로워진다(125페이지)는 이론이다. 129,600년 중에는 전반부가 위로 올라가고 후반부가 내려오며, 그 내려온 극에서 제 2의 원이 시작되어 다시 위로 올라가는 사이클이 진행된다고 해석한다.

 

2장 송학의 완성-주자학

주렴계를 지나 정명도, 정이천에 이어 장횡거로 이어져 간 사상은 주자에 이르러 주자학으로 완성된다. 주자학은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주자학은 크게 나누어서 다섯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존재론, 리기, 두 번째는 윤리학 혹은 인간학, 즉 주자학의 중심을 이루는 성즉리, 세 번째는 방법론, 거경, 궁리, 네 번째는 고전주석학 및 저술로 <<사서집주>>, <<시집전>>, <<자치통감강목>>(역사책), <<문공가례>>, 다섯 번째는 과거에 대한 의견, 사창법, 권농문, 기타 구체적인 정책론이다.

 

모든 것이 기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유교 철학의 사변의 대상이 되고 철학적 체계의 원리로 자리 잡은 것은 정명도, 정이천, 장횡거의 영향이 크다. 주자는 이들의 이론을 이어받아 중국적 사변의 결정판으로 정립한다. 주자는 세계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생성된다 말한다. 최초에 있었던 것은 농후한 부분, 희박한 부분 등을 다양하게 포함하면서 끊임없이 운동해서 그치지 않는 기이다. 기는 회전하고 회전이 가속화되면서 마찰에 의해 안쪽에 찌꺼기가 쌓인다. 찌꺼기는 쌓여 땅을 형성하고 땅은 중앙에서 움직이지 않고 바깥쪽에서 정교한 기, 다시 말해 해와 달과 별이 회전운동을 하고 있다. 땅 위의 하늘이 회전하고 있기에 떨어지지 않고 자리를 유지한다.

 

천하의 사물은 반드시 각각 그런 까닭과 그 당연히 그러해야 할 법칙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이른바 인 것이다.”(147페이지)

있어야 할 모습을 갖추어주고 있는 것, 이것이 . ‘는 있어야 할 모습을 부여해주고 있는 당연한 법칙그런 까닭’, 즉 근거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주, 만물의 근거이며 우주로 하여금 있어야 할 모습을 부여해주고 있는 원리, 개별적으로 말한다면 개개의 사물을 개개의 사물로 만들어주고 있는 원리, 그것이 이다.(147페이지)

 

3장 양명학의 성립과 전개

양명은 마음의 본체인 천리를 어떤 경우이거나 어떤 사건에서나 현상에서 실현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것은 치지는 지식을 닦는 것이 아니라 를 실현한다는 의미로 양명학이 지행합일의 학문이라 불리는 이유다.

지는 행의 시작이며, 행은 지의 완성”(220페이지)

 

성인은 천리를 지키고 인욕을 없애는 존재라는 생각은 양명학의 실천원리이다. ‘심즉리라는 양명의 근본 명제와 천리를 지키고 인욕을 없앤다라는 실천 원칙은 양립할 수 있을까? 주자학의 성즉리존천리와 거인욕이라는 개념은 양립이 가능하다. 주자의 경우 심을 성과 정으로 나누고, 리는 성, 정 중에서 성뿐이며, 정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거부하면서 리를 가정하면, 인욕적인 부분까지 이론적으로는 리라고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즉리천리를 지키고 인욕을 없앤다라는 명제에 어긋나게 된다.

 

양명이 말하는 마음, 즉 양지는 인간에게 고유한 도덕적인 직관력 혹은 직관적 도덕력을 말한다. 심즉리와 지행합일에 이은 양명 사상은 만물일체의 인으로 이것은 정명도의 이론과 연결된다. 만물일체의 인은 양지를 말하고, 이는 심즉리와 결합된다. 양지는 지와 행의 통일이며, 이것은 자아와 타아가 통일된다는 원리이다. 양명은 백성들이 고통과 죄악에 빠지는 것을 마음 아파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과 조소를 받으면서도 양지의 학으로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했다.

그치고자 해도 스스로 그칠 수 없는 것이 바로 양지다.(243페이지)

 

천하에 어찌 마음 밖의 일, 마음 밖의 이치가 있겠는가.”(244페이지)

양명학에서는 이 모든 권위를 갖는다. 양명학의 내면주의의 결과 주자학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개념들이 나온다. 첫째, 성인이라는 개념이 바뀌었다. 양명학에서는 범속한 사람도 성인이 될 수 있다 말한다. 한 근의 금이나 천근, 만 근의 금이나 분량만 다를 뿐 금이라는 질의 측면에서는 우열이 없다 말하면서 금을 예로 들어 성인의 개념을 설명한다. 둘째, 주자학은 물론 양명학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결론으로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욕망은 마음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긍정하기에 이르러 천리인욕설은 완전히 무의미해진다. 셋째, 육상산의 육경은 곧 내 마음에 대한 각주라는 설이 엿보인다.

 

양명은 강학을 중시했다. 서재에 파묻혀 공부하는 방식이 아닌 많은 학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회, 토론회를 여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붕우를 중시했던 양명학은 좌파와 우파로 분열되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좌파는 사회적 통념과 권위에 도전하여 기존 도덕을 부정하면서 도덕적 혼미, 사회 불안을 초래한다. 우파는 정통적인 사대부파 혹은 명교 지지파라 불리면서 주자학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좌우파의 대립의 발단은 ‘4언교를 둘러싼 논쟁에 의해서다. 4언교란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이 마음의 본체이며, 선이 있고 악도 있는 것은 의의 움직임이며, 선을 알고 악을 아는 것은 곧 양지이며,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이 격물이라고 한 네 구절의 명제를 말한다. 4언교를 해석하는 좌우파의 의견은 나뉘게 되고, 우파는 스승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좌파는 스승의 말이라도 모순이 있다면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백성들이 고통과 죄악에 빠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양명의 마음은 유교의 핵심적인 교의인 사람을 사랑하는 것’, 연결된다.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자들과 학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과 연구를 계속할 것을 주장했던 양명의 사상은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강조하는 현대인의 시각에서도 충분히 수요할 수 있는 것이다. 양명의 제자들이 같은 이론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좌우파로 나뉜 것 또한 자유로운 토론과 연구를 강조했던 양명의 영향일 것이라 생각한다. 논쟁으로 인해 분파가 나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서로의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 수용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학문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갖는 태도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 사대부를 대표하는 학문은 유교다. 그 중 주자의 주자학과 왕양명의 양명학은 조선 유교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학문이다. 어렵지만 궁금하고 알고 싶은 주자학과 양명학 이론과 대표학자를 주자학과 양명학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읽는 동안 어렵다와 함께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게 된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완성한 학자들과 각각의 학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이론을 정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두 학문의 성장과 더불어 중국의 역사를 함께 알 수 있다. 어렵지만 손에서 놓지 않고 읽다보면 조금씩 어려운 용어도 익숙해지면서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쓰인 주자학과 양명학이론서도 읽고 싶다.

 

쉽지 않은 내용을 읽고 이해하고 글로 옮긴다는 것은 어렵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일본 학자 시마다 겐지가 해석하고, 김석근 역자가 우리 글로 다시 번역한 글을 읽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의 빈천한 지식은 잘못된 해석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하지만 주자학과 양명학을 읽으면서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반복하면서 읽다 보니 학자들을 조금은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읽은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서 정리하는 것에 의의를 두려 한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을 생각해보기에 따로 적어 놓았다. 양명이 강학을 강조했듯이 혼자 읽는 것보다는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더 깊이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발췌글

31

송나라 왕조는 명확하게 학술을 존중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과거는 전국적인 규모에서 부활되고, 목판인쇄술의 발달은 그것을 비약적인 추세로 보급시켰다.

- 중략-

유학은 하늘과 사람을 일관하는 규모의 웅대함에서, 또 현실적·정치적 활동을 회피하지 않는 착실함에서 불교와 도교를 훨씬 능가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송학이란 이와 같은 사대부의 고양된 의식과 교양이 이론화되고 조직화되었던 것일 따름이다. 불교의 출가’, 도교의 입산에 대한 사대부의 생활양식은 이른바 명분의 가르침이다. 즉 자신의 삶의 양식을 명분을 가르침 체계로 하여 자각하려고 하는 사대부, 이들이야말로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주체였던 것이다.

 

128~129

(소강절)를 주자학의 선구자들 속에 포함시켜서 주렴계, 정명도, 정이천, 장횡거 네 사람과 합해서 북송의 다섯 사람(북송오자)’으로 부르기도 한다. 송학적인 사상을 범신론적인 세계관이라 특징지었는데, 이를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이 바로 소강절이다.

 

155~156

주자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윤리학 혹은 인간학 부분이며, 존재론은 요컨대 그 밑바탕에 지나지 않는다. 주자의 윤리학 혹은 인간학의 원리는 정이천의 이른바 성즉리였다. 성이란 장횡거가 정식화한 마음은 성과 정의 통일체의 성, 개별적인 존재에서의 리를 말하는 것이다. 성은 내용적으로 인, , , , 신이라는 오상일 따름이지만, 아직 발하지 않은 것으로 고요함이며 체이다. ‘발하지 않은 것고요한 중정을 얻은 본질태이며, 이것이 용으로 이미 발한 것이 되고, 동으로 되면 정이 나타난다.

 

157

성이란 물이 맑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정이란 그 물이 흐르고 있는 상태를 말하며, 욕심이란 물에 파도가 범람하고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 한다.

 

244

송대 이후 새로운 유학의 동향을 내면주의의 전개로 파악하고 그 내면주의의 절정을 양명학으로 보았다. 송학, 주자학은 필연적으로 양명학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양명학에서는 이 모든 권위를 갖게 되었다. “천하에 어찌 마음 밖의 일, 마음 밖의 이치가 있겠는가.”

 

272~273

유학자들은 억측해서 그렇게 말하고, 부모와 스승은 그 말을 그대로 답습해서 말하고, 어리아이들은 철없이 그렇게 듣고서는 모두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하니 그런 생각을 깨뜨릴 수가 없었다. 천 년 이상을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저 내가 들은 말을 전할 뿐이라 말하지 않고 이미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굳이 내가 아는 척하는 것이라 말하지 않고 아는 것은 안다고 하는 것이라 말한다.

 

276

송나라 이후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국면은 객관유심론과 주관유심론의 갈등이었다. 주자학의 성즉리와 육왕학의 심즉리의 대립이었던 것이다. -중략-

장횡거와 주자의 정의를 빌리면 마음은 성과 정의 통일체일 따름이며 성즉리는 곧 이런 =+정의 단순히 일부분, 만을 라고 한 데 대해서 심즉리의 주장은 전체를 라고 한 것으로 봉건 윤리를 위한 새로운 직접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명은 모든 사물에 가 있으며 그것을 궁극적으로 깨달음으로써 자기 내면의 를 검증해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자의 격물설을 배격했다. 주자학은 결국 리를 바깥에서 구하는 것일 뿐이다.

 

326~327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식의 나의 양명학 연구에는 세 가지의 커다란 결함이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양명 사상론에서 만물일체설을 누락한 것이다. 둘째는 양명학과 주자학의 관계에 대한 파악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양명학에서 고증학으로 넘어가는 추이에 대한 파악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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