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스토리텔러들
이샘물.박재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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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자들의 글쓰기 노하우>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 이샘물은 어떤 스토리텔링이 기사의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기자들은 어떻게 뉴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을까?’(4~5페이지)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미국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방법과 미국 언론사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기자와 언론사 시스템을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다. 9개의 PART로 나누어 미국 기자들의 기사 쓰기 노하우를 전달한다.

 

PART 1 <제대로 된 스토리가 기사를 이끈다>에서는 기사를 쓸 때 스토리가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일어난 일을 육하원칙에 맞춰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기사라고 생각했다.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할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기사를 쓸 때 단순히 육하원칙만을 적는 것이 아닌 기사 안에 스토리를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국의 경우 인물기사를 쓸 때 주인공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쓴다.(대부분의 인터뷰 기사가 그렇다는 것이지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주인공 인터뷰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에게서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취재 대상만을 인터뷰해 기사를 쓸 때보다는 취재 대상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까지 인터뷰해서 기사를 쓴다면 더 풍부한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사에 담긴 스토리는 독자의 마음을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PART 2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라>는 취재 대상을 깊이 있게 관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취재대상을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취재 대상의 세계에 최대한 가깝고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 기자들의 일관된 취재 기법이라 한다. 질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벽에 붙은 파리가 꼼짝하지 않듯이 취재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벽에 붙은 파리기술). 질문을 하고 취재원의 답을 듣고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에게 질문을 자제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관찰을 통해 취재원의 더 생생한 모습을 기사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자는 기사를 기억의 핵심 멘트인 킬러 멘트를 얻어낸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기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용히 관찰하고 장면이나 상황을 그림을 그리듯이 자세히 묘사했을 때 좋은 기사가 만들어진다.

 

PART 3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정보의 출처를 밝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재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계자’, ‘A, B...'로 취재원의 정보를 적고, 기사가 공개된 후 또 다른 언론사에서 A가 누군지를 밝혀내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기사를 쓸 때 취재원이나 기자 보다 독자가 우선이라 생각해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도 취재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적는다. 취재원을 익명으로 기재할 때는 기자나 취재원의 요구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익명 보도를 해야 하는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한다. 정보의 출처를 밝히는 것에도 한국과 미국은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에는 반드시 밝히지만, 한국의 기사들 중 정보의 출처를 애매하게 기재하는 경우들이 있다. 취재원의 멘트를 수정하는 것도 한국의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미국의 경우 멘트는 가급적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잘못된 기사를 내보내거나 기사 내용에 오류가 발생할 때도 정정하는 내용과 사유를 모두 정확하게 적게 한다. 언론은 신뢰성,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독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자료와 취재원을 투명하게 밝히고 기사를 써야 한다.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투명한 정보를 전달할 때 기사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는 올라갈 것이다.

 

PART 4 <‘검증하고 반박받아라>는 기사 자료와 취재원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기자는 의견이나 주장보다는 확인 가능한 사실’(146페이지)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취재원을 통한 사실 확인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취재원의 말이 사실인지 공문서를 통해 검증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162페이지)라는 말을 취재원에게 질문한다. 취재원이 말하는 내용의 출처를 질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출처를 묻고, 다시 또 출처를 물어 원출처를 찾아낸다. 미국 언론사에는 자사의 기사를 검증하는 팩트 체킹 디파트먼트 부서가 있다. 기사를 쓴 후 팩트 체커가 자료의 사실 여부를 검증한다. 이후에도 기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반론도 취재하고, 그 내용도 검증한다. 검증된 기사만이 기사로 실릴 수 있다. 혹시라도 잘못된 검증으로 오류가 발생할 때 바로 정정하고 정정기사를 함께 올린다. ‘검증라고 반박하고 또 검증된 기사는 독자는 믿고 보게 된다.

 

PART 5 <‘구조로 독자를 사로잡아라>는 기사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기사는 일어난 사건에 대한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기사를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해 그 기사를 계속 읽게 만들어야 한다. 5장은 기사를 어떤 구조로 써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기사를 쓸 때 역피라미드구조가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 배웠다. 처음에 중요한 내용을 적어야 독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게 된다는 것이다. 역피라미드 구조는 한국의 기사에 주로 쓰이는 구조다. 책에서는 역피라미드 구조와 다른 구조를 설명한다. ‘리드, 핵심 문단, 한 장면, 배경, 또 다른 장면, 더 많은 배경, 마지막 문단의 구조에 대해 예시와 함께 설명(190~195페이지)하고 있다. 기사의 구조를 잘 짜기 위해서는 기사의 핵심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기사의 구조를 제대로 짤 수 있다. 어떤 구조의 기사가 더 전달력 있는 기사인지는 기사를 읽는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과 미국의 기사를 쓰는 구조가 다를 수도 있지만 독자가 기사를 끝까지 읽게 하는 것이라는 목적은 같다.

 

PART 6 <‘안목이 기사를 빛낸다>에서는 에디터에 대해 설명한다. 취재를 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가 결정된다. 기사의 정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다른 기사와 차별화 될 수 없다. 차별화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기자를 돕는 이가 에디터. 에디터에게 필요한 요소는 에디터의 귀, 에디터의 눈’(268페이지)이라고 한다. 에디터는 기자와 구별된 시각으로 기사를 판단하고 점검해서 기사의 방향을 제시한다. <뉴욕타임즈> 에디터는 기사에서 표현한 불법 이민자가 부적합한 단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 단어에 대해 토론을 거친 후 <뉴욕타임즈>는 토론을 이슈화해서 기사를 실었다. 에디터는 기사의 초점과 방향을 조언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잘못 사용된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PART 7 <취재원과 을 그어라>는 기자와 취재원 간의 거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취재는 투명하게 하는 것을 원칙(301페이지)으로 한다. 투명한 취재는 언론의 신뢰와 진실성이라는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것이다. 취재를 할 때 위험한 것은 기자가 취재원을 위해 취재를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기자는 취재원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기자는 취재원이 아닌 독자를 위해 기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PART 8 <기존의 틀을 벗어나라>에서는 독자의 기사 소비 습관과 행동에 따라 언론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독자는 기사를 종이신문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바로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퍼스트는 디지털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파악해 기사의 형식을 바꾸는 것’(346페이지)이다. 기사가 소비되는 기기에 따라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기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스마트 기기로 실리는 기사의 경우 다른 자료로 바로 갈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주거나, 동영상을 올려서 기사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미국 언론사들은 뉴스를 디자인하고 개발하기 위해 독자에 대한 데이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다. 독자들의 변화에 맞춰 언론사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독자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언론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PART 9 <전달 방식을 기획하라>PART 8과 연결해서 독자가 기사를 소비하는 기기에 맞게 기사의 형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독자들이 기사를 소비하는 기기는 기사의 형태도 변화시켰다. 종이 신문에서 글과 한 두 컷의 사진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사진과 더불어 동영상 등의 시각적 요소가 기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에 전문성을 갖춘 비주얼 기자는 사진과 영상을 찍을 때 그 안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을 한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격 조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을 넘어 기사를 편집하고 디자인해서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언론사들은 이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고용하고,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하나의 기사를 만든다. 독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기사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넘쳐나는 기사들 중 어떤 기사는 읽히지만 어떤 기사는 독자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기사를 독자가 읽게 만들기 위해 언론사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언론은 시대에 맞춰 계속 빠르게 진화 중이다.

 

NIE(신문활용교육)을 공부하고 적용해 본 경험과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이 책은 미국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쓰고 미국 언론은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기사가 갖추어야 할 요건들에 대해서 알려준다. 미국과 한국 언론 시스템의 차이점을 함께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국언론이 무조건 다 잘하고 있고, 한국 언론은 다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치고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여러 가지 내용 중 팩트 체킹에 대한 것은 우리 언론이 반드시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회사의 기자가 쓴 기사를 팩트 체킹하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팩트 체킹은 이러한 실수를 줄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온라인의 확산으로 독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고 그 기사의 사실 여부와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독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자료의 출처를 검증하고 또 검증해서 사실과 진실만을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독자들은 언론의 공정성과 진실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언론은 언론 스스로의 검증과 팩트 체킹을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독자들도 기자를 믿고 기자가 쓴 기사를 믿을 수 있게 된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은 기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쓰였고, 또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단순히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기사 안에 스토리를 담아 진실을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기사나 취재원이 아닌 기사를 읽는 독자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기사에서 중심은 사건이나 취재 대상이라 생각했었던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에 차이점이 있지만 언론은 나라와 상관없이 독자를 우선으로 투명하게 출처를 밝히고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지를 독자와 언론 관계자 모두에게 되새기게 만드는 책이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은 언론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언론 관계자뿐만 아니라 신문을 활용해 교육을 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 시스템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고, 예시로 실린 다양한 기사를 읽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세상에 그냥 써지는 기사는 없다. 하나의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는 찾고 검증하고, 또 찾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으리라. 하나의 기사를 읽는 데 들이는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독자가 읽는 짧은 시간의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지 알게 됐다.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기사를 써주신 기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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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 - 환혼석, 드디어 새 주인을 만나다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
김성효 지음, 정용환 그림 / 해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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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손님, 귀신 손님 어서 오세요. 여기는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입니다!”(책의 뒷 표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아이, 지우. 홀로 검은 그림자를 본다는 이유 때문에 친구들의 왕따와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고민해결사무소의 직원 귀영을 보게 된 후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명함을 받은 지우는 그곳을 찾아간다. 사무소 소장 천년손이는 지우 또래의 남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몸에서 황금빛이 나는 지우에게 천년손이는 검은 그림자를 더 자세히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눈과 귀를 씻을 수 있는 정안수를 주면서 사무소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천년손이에게 설득당한 지우는 선계 배틀에 참가한다. 선계 배틀은 신라, 고려, 조선 초기, 중기, 후기, 그리고 현대에 살아가는 이들이 참가한다. 유일한 인간인 지우는 삼장 법사 이후 삼천 년 만에 선계 배틀에 참가하는 인간이다. 배틀에 참가한 이들은 요술항아리에 손을 넣어 자신에게 필요한 무기를 꺼낸다. 지우의 무기는 살아 있는 두꺼비. 배틀 종목은 천년 묵은 지네를 물리치는 것이다. 지우와 두꺼비, 다른 선수들이 힘을 합해 지네를 물리치고, 작아진 지네를 천년손이는 빨간 호리병에 가둔다. 지네에 맞서 가장 용감하게 싸운 이가 승자가 되는 것으로 선수들 모두 지우를 가리켜 지우는 배틀의 우승자가 된다. 배틀이 끝난 후 다시 작아진 두꺼비가 자신이 키우는 두꺼비 짱돌이라는 사실을 알고 지우는 깜짝 놀란다. 우승 상품으로 삼천 년 전 배틀 때 삼장법사가 받았던 것과 같은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환혼석을 받게 된다.

 

지우는 천년손이와 함께 저승사자의 의뢰를 받아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름 없는 존재, 즉 무명을 잡기 위해서 신라 시대로 넘어간다. 골생충을 잡고 환혼석을 이용해 마립간의 상처를 치유한다. 다음 의뢰를 위해 아기장수 우투리를 만나 녹두병을 전달하고 돌아오는 순간 지우는 우투리 이야기를 기억해낸다. 우투리 걱정에 마음 쓰던 지우는 신선인 우투리가 선계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난 후 걱정을 내려놓는다. 다음 임무는 경복궁에서 사라진 해치를 찾는 것이다. 불의 기운을 누르는 해치가 사라지면서 나라 안의 더위가 더 심해졌다. 사라진 해치를 용궁에서 발견하지만 용왕은 해치를 돌려보내려 하지 않는다. 해치를 돌려받기 위해 지우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알아 맞춰야한다. 용궁의 왕비와 왕자가 낸 수수께끼를 풀고 난 후 용왕이 낸 마지막 수수께끼를 보고 놀란다. 용왕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상처가 수수께끼라 한다. 용왕의 상처를 본 지우는 수수께끼를 포기하고 환혼석을 이용해 용왕의 상처를 치료한다. 해치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지우와 천년손이는 수아와 함께 해치의 몸의 낙서를 깨끗이 지운다. 사무소로 돌아온 일행은 무릉도원으로의 휴가를 기대하면서 헤어지고, 지우는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앞으로 지우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그 다음 이야기는 <2>에서 계속된다. <2>에서는 무릉도원으로 떠난 휴가, 암흑나라, 도깨비 시장 이야기’(207페이지)가 펼쳐질 것이다.

 

지우는 다친 두꺼비를 돌보고, 배틀을 할 때도 위험에 처한 상대 선수를 구해준다.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기장수 우투리의 모습에 마음아파하고 다친 우투리를 치료해준다. 지우는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면 도우려 하고, 상대방의 아픈 마음에 공감할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아이다. 인간에 의해 생긴 용왕의 상처 앞에서 자신의 이익이 아닌 용왕의 치료를 먼저 생각한다. 지우는 천년손이와 함께 고민해결사무소의 일을 해결하는 동안 자신감과 더불어 행복감을 느끼고,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지우의 활약으로 많은 시간과 휴가를 받았을 때 너무 좋아 들떠 있는 천년손이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전래동화 속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선계 배틀을 할 때 지우를 도와준 두꺼비의 모습에서 전래동화 은혜 갚은 두꺼비가 생각났다. 책에서는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지우를 본 산신령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산이 파괴된다고 말한다. 해치를 찾기 위해 갔던 용궁에서 만난 자래 왕자는 바다와 땅이 인간들에 의해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매일 쓰레기를 치운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를 해양 동물들이 먹고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아진다면서 인간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용궁족 모두가 위태롭다고 말한다.

 

인간이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타인의 다름을 공격하고 상처를 준다. 모두가 소중한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외면하는 순간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난다. 자연을 인간만의 것으로 생각해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오염시키는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자연은 파괴되고 많은 생명이 고통 받는다.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는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던 지우의 시선으로 글을 읽는 우리에게 다름을 존중하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 속에는 많은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나온다. 책 속 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찾아보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발췌글

159

다른 건 나쁜 게 아니에요. 세상 어떤 다름도 나쁘지 않아요. 모든 인간이 저마다 다릅니다. 그 다름이 이 세계를 특별하게 만들지요.

 

160~161

인간계에선 아직도 자신과 생각이나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미워하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도 무얼 잘못했는지 서서히 깨닫게 될 겁니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은 변화해 가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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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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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을 읽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한문으로 되었거나 혹은 한글로 되어 있더라도 한글 고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려운 한문은 읽을 수 없고, 한글 고어는 지금과 발음이 다르거나 없어진 언어도 있어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은 고전 수필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수록해놓았다.

 

이인로의 <월등사 죽루죽기><영명사 득월루 상량문>을 번역한 것이다. ‘죽루죽기어떤 일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두는 데서 출발한 문장’(21~22페이지)이다. ‘대나무를 소재로 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대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주지스님은 대나무의 특성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 생각이 가장 좋은 생각이라 칭찬하면서 이를 대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대본 1>에서 <월등사 죽루죽기>의 본 내용을 적고, 뒤에 <본론>에서 작가와 작품을 분석한다(이 방식은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된다). 평론 글의 끝부분에 대나무에 대해 쓴 서정춘의 시를 적고 있다. 고려시대 인물 이규보의 <슬견설>은 고대문학 후기 때(770년 전)의 작품이다. ‘은 한문 문체의 하나로, 사물의 이치를 풀이하고 의견을 덧붙여 서술하는 글(33페이지)이다. ‘의 죽음을 제재로 만물의 근본적 속성이 같음을 이야기한다. ‘모든 생물체는 본질적으로 소중하므로 선입견을 버리고 사물의 본질을 편견 없이 보아야 한다’(36페이지)는 교훈을 ‘<슬견설>과 변증법을 빌어 전달한다. ‘처럼 사소한 것들도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평론가는 소재를 찾는 눈’(40페이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규보의 <이옥설>은 집을 수리하며 느낀 점을 적은 짧은 글이다. ‘사실 경험, 느낀 것, 깨달음의 확장으로 구성된 글은 구체적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인간사로 확대해서 이치를 전하고 있다. <차마설>은 고려 문신 이곡이 지은 고전 수필이고, 한문수필이다. 말을 빌려 탄 경험을 통해 소유에 대한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동명일기>는 김의유당이 쓴 내간체(조선 시대 부녀자들이 쓰던 산문 문체) 한글 기행수필이다. 달이 떠오르고,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을 적고 있다. 장덕순 교수는 김의유당을 조선조 말의 여류 문단을 장식하는 수필가이자 한국 여류수필가의 비조’(74페이지)라 표현했다. 이어서 <낙민루>도 김의유당이 지은 기행수필이다. 김의유당의 수필은 자신이 본 장면을 묘사하고, 비유적 표현을 넣어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의유당 김씨의 작품은 지은이가 의령 남씨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의유당 김씨 또는 의령 남씨가 쓴 <북산루>는 한글로 쓴 기행수필이다. 직유를 통해 자연 경관을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의유당 김씨 또는 의령 남씨의 수필은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림을 그리듯이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암 박지원의 <>의 원제는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넌 기록이라는 뜻의 <일야구도하기>. 사신단의 일행으로 중국으로 떠난 박지원은 기행기 <<열하일기>>를 쓴다. <일야구도하기>는 이곳에 수록된 내용이다. <>에 대한 해석을 할 때, 글의 구성(119페이지)과 글에 쓰인 수사법(120~121페이지)을 표로 정리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일야구도하기>를 번역한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번역을 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125페이지에 표로 정리해 실었다. 번역을 할 때 직역의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작가는 의역을 통해 <>을 번역했다. 이어서 연암 산문의 명문장이라 평가되는 <야출고북구기><야출고북구기 후지>의 번역문이 실렸다. 이 수필들도 <>과 같이 <<열하일기>>에 수록되어 있다. <호곡장> 또한 연암 박지원이 쓴 수필로, 요동벌판의 광활함 앞에서 느낀 감정을 적고 있다. 박지원의 또 다른 수필인 <증백영숙입기린협서>는 기린협으로 들어가는 백동수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표현한 글이다.

 

다산 정약용의 <수오재기>4단 구성으로 삶을 성찰한 고전수필이다. 큰 형님이 자신의 집에 수오재(나를 지키는 집)’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정약용은 이해하지 못했다. 귀양길에서 갑자기 형님이 왜 나를 지키는것으로 집의 이름을 지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의유당 김씨 혹은 의령 남씨의 수필과 더불어 유씨 부인의 <조침문>도 여성이 지은이다. <제침문>이라고도 불리는 수필은 바늘에 대한 제문으로 미망인 된 부인이 부러진 바늘을 빌어 죽은 남편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덕렬 평론가는 이 글이 바늘남편중 어느 쪽에 대한 이야기인지에 대해 분석한 후 남편을 무생물인 바늘에 빗대어 표현한 의물법을 사용했다고 해석한다. 작가 미상의 <규중칠우쟁공론>은 이영경 작가가 쓴 동화 <아씨방 일곱 동무>(이영경, 비룡소)를 통해 알게 된 작품명이다. 가전체 국문 수필은 그 당시 쓰인 수필처럼 필사본으로 전하고 있다. 부녀자의 공간인 규방에서 쓰던 침선 도구를 의인화해서 각각의 침선도구마다 인간화된 이름을 정해준다.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붓 가는 대로라 정의하고 있는 수필론을 비판하면서 우리 수필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쓴 글이 아니라 글의 구성 단계를 갖추고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과 교훈(주제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다. 오덕렬 평론가는 고전수필이 현대수필로 이어져 수필이 더 이상 신변잡기를 쓰는 <서자문학>이 아닌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우리 고전수필을 작품 분석·해석을 곁들인 수필론을 개발하여 그 문학성을 현대에서 되살리자.’(255페이지)라는 것이 오덕렬 평론가가 이 책을 쓰고,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뛰어난 창작성을 갖춘 고전수필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이라 말한다. 고전수필에서 현대수필의 작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글을 읽으면서 수필을 소설이나 시 보다는 쓰기 쉽고 가벼운 글이라 생각했었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웠다. 고전수필이 얼마나 아름답고 탄탄한 구조를 갖춘 글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이나 고전문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수필과 함께 작품 내용을 해석한 부분을 읽고, 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전공자들은 수필과 해석, 문법적 요소, 표현적 요소 등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꼼꼼하게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비전공자들에게는 문법적인 요소와 표현법에 대한 설명이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고전 수필 작품에 대한 해석을 쉽게 수록해놓아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발췌글

10

모든 생명력은 뿌리에서 약동한다. 현대수필의 뿌리는 고전수필이다.

 

22

현대에세이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생각 길어내기(가치창조)’를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사물에 대한 바른 인식 태도라 할 수 있겠다.

 

25

고전수필 작품에서 의인법 하나만 연구하여 계승시켰더라도 현대에세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32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고전문학이란 갑오개혁(1894) 이전의 문학을 말한다. -중략- 조윤제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고전문학도 이를 둘로 나누어 고려 시대의 문학까지를 고대 문학, 조선 시대의 문학을 근세 문학이라 한다.

 

46

설은 간략한 단편으로 콩트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특히 이규보의 설은 모두 예리한 비판과 심오한 철학을 지니고 있어서 수필로서 격조가 높다고 평할 만하다.

 

48

유추는 서로 다른 두 대상 한쪽의 성질에 빗대어 다른 한쪽의 성질을 미루어 짐작하는 추론 방식으로 유비 추리의 준말이다.

 

48~49

고전 문학 작품에는 옛 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는 고전 문학에 반영된 옛 사람들의 생활, 사고방식, 가치관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56

고대 문학은 원시 시대의 제의적 종합 예술에서 출발하였다. 시가 문학은 신라의 향가, 고려의 장가(속요), 경기체가, 시조 등으로 전개되었다. 서사 문학은 신화, 전설, 민담 등의 설화로 전승되다가 소설의 기원을 이루었다.

 

76

현대문학에서 서두의 역할은 이야기의 문을 열어서, 사건을 이끌고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독자를 단번에 작품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흥미를 유발하면 좋다고 한다.

 

86

창작은 소재 <이것>{저것}으로 보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102

<수필>이란 명칭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24년이고, 이후 25종의 유사 명칭이 혼용되다가 28,9년대에서야 <수필>이란 단일 명칭이 정착한 것이다.

 

118

소재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와 제재로 삼고, 거기서 주제를 도출해 내는 형식이 수필(에세이)이 아닌가.

 

119

이 글(박지원의 <>)이 문학적 기행문이 된 것은, 지은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은 삶의 이치를 제시학, 치밀한 관찰력으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으며, 적절한 예시와 고사를 통해 주장을 뒷받침하고, 설득력을 강화한 것 아울러 묘사와 각종 수사법을 십분 구사한 것을 들 수 있다.

 

121

수사법은 달리 말하면 원관념에 보조관념을 더해서 표현에 효과적인 의미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123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도달하는 방법은 외계의 영향을 배제한 순수한 이성적 판단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을 통해 인식의 허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172~173

글이란 어느 장르이건 실제의 제재에서 유로되는 느낌과 생각을 쓰는 것이다. 보고 들은 것에 대한 흥미 위주로 나열한 것은 신변잡기에 흐를 공산이 크다. 문학수필이라면 제재(소재)에 대한 자기의 느낌과 생각위주로 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모든 예술의 실제 소재는 정서이다. 소설은 정서를 인물의 성격에 담아내는 문학이요, 시는 직접 정서를 토로하는 문학이요, 창작수필은 인물을 포함한 사물과 사이의 교감,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의 문학인 것이다.

 

174

모든 문학은 비유법적 표현이 아니고는 생각과 느낌을 형상화해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생각과 느낌은 관념이며 추상이다. 관념과 추상적 대상은 형체가 없다. 형상화란 형체가 없는 생각과 느낌에 형체를 만들어 주어 일정한 형체가 있는 대상으로 드러나게 하는 예술적 방법인 것이다.

 

191

가장 오래된 창조 수법인 의인법이 고전 수필에도 현대수필에도 다같이 작법으로 쓰인다.

 

229

기는 사실에 충실하게 기록하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면, 설은 구체적인 사물의 이치를 밝히고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는 글이 아닌가 한다.

 

235

창작수필의 창작 개념은 사실의 소재에 대한 구성적 은유(은유, 상징)의 존재론적 형상창작이다.

 

274

우리의 옛것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창조적으로 계승하면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겠는가.

 

281

우리가 우리 고유의 고전문학 유산을 소중하게 여기고 연구하는 까닭은 조상들의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이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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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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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이 이름을 갖게 됐지?’(280페이지)

 

<평범한 단어들의 특별한 어원 이야기>라는 부제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평범한특별한’, 이 두 단어는 서로 정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어떻게 평범한 단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름을 만들어낸 수천 년의 역사가 없었다면 이 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맨 앞페이지)

 

단어 속 어원을 찾아가는 책의 순서는 국가, 도시와 마을, 랜드마크, 동물, 역사적 칭호, 사물과 소유물, 음식, 장난감과 게임, 회사와 브랜드, 추상명사, 행성으로 이어진다. ‘국가로 시작해 행성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우주 너머로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어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 책을 시작으로 더 넓고 깊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해석해본다. 작가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로 글을 시작한다. 한국의 독자를 위해 ‘KOREA'의 어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코리아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것은 마르코 폴로덕분이라고 한다. GoreyoCauli가 되고, 다시 Korea가 된 것이라 한다. ‘코리아의 어원을 말한 후 작가의 이름 패트릭 푸트의 어원도 적고 있다. 책의 본 내용의 시작은 <국가>의 어원이다. 국가의 이름은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 사람의 이름, 그 지역을 상징하는 자연물 등에서 유래해 만들어진다. <국가>편에서는 ‘RUSSIA’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러시아는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인 러스인들의 이름에서 어원이 시작된다. 러시아는 러스인들의 이름에서, 프랑스는 프랑크인에서 유래했고, 미국명 아메리카는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유래했다.

 

나라의 이름도 그렇지만 도시의 이름은 한 번에 정해지지 않고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뉴욕의 경우 이탈리아 탐험가 베라차노에 의해 뉴 앙굴렘으로 불렸다가, 네덜란드인들이 정착하면서 뉴 암스테르담으로 변경된다. 이후 영국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뉴욕이라 불리게 되었다. 실존 인물의 이름, 신화 속 인물의 이름, 도시의 지리적 위치, 지역의 특성 등에 따라 도시의 이름도 변한다. 두 개의 도시가 합쳐지면서 도시의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부다페스트부다, 오부다(오래된 부다), 페스트’(56페이지)가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도시의 이름 중 이게 도시 이름이 맞나 싶었던 도시는 흘란바이르푸흘귄기흘고게러훠른드로부흘흘란더실리오고고고흐. 도시 이름을 입력하면서도 맞게 적고 있나 의문이 들 정도로 길고 어려운 이름이다. 이 도시는 원래 흘란바이르푸흘이라 불렸지만,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길고 어려운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이 도시의 지명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진다. 설마 계속 이대로 쓰지는 않겠지?

 

각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자연 경관을 랜드마크라 한다.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을 방문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우리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탑은 탑을 설계하고 제작한 건축가 에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인 에베레스트와 K2는 현지에서 에베레스트하늘의 이마라는 의미의 사가르마타, 세상의 어머니라는 의미의 초모랑마로 불렸고, ‘K2’백의 여신이라는 의미의 차오거리, 높고 장엄한 이라는 뜻의 초고리, 죽음의 산으로 불렸다. 하지만 두 산은 영어권 사람들에 의해 에베레스트와 K2’로 명명되어 사용되고 있다. 안데스 산맥의 마추픽추는 하이람 빙엄 3세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그는 이곳의 명칭을 영어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고 남아메리카 토착민들의 언어인 케추아어인 늙은을 뜻하는 맞추봉우리를 뜻하는 픽추’, 늙은 봉우리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영어권 사람들이 발견했거나 기록했다고 해도 굳이 영어권 이름이 아닌 그 지역의 언어로 명명한다면 더 의미 있는 이름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 이름의 어원을 이야기하는 챕터 4에서는 동물의 종류를 포유류, , 파충류와 양서류, 곤충, 물고기와 수중 생물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물의 이름을 지을 때는 대부분 그 동물의 생김새나 무늬와 색, 소리, 습성을 가지고 이름을 짓는다. 동물의 이름을 풀어보면 동물의 특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포유류 중 한 동물인 하마의 이름 히포포타무스는 말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포와 강을 뜻하는 포타모스’(85~86페이지)를 결합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다리가 짧은 살찐 말이 강 속에 들어 있다고 상상해 보라. 하마와 말의 이미지를 겹쳐서 상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포유류의 마지막은 인간을 뜻하는 휴먼의 어원을 적고 있다. 동물들의 이름을 지은 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뜻하는 단어도 만들어 명명한다. ‘현명한을 뜻하는 단어인 사피엔트에서 사피엔스’(97페이지)가 왔다고 한다. 인간은 정말 현명한존재일까? ‘의 어원에서 도도새의 이름의 어원을 읽을 때 울컥했다. 자유롭게 살던 새들이 사는 섬에 어느 날 인간이 들어오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도망가지 않았던 새들은 인간의 식량으로 쓰이다 멸종한다. 사람들은 이 새들을 어리석은 새라고 생각해 얼간이를 뜻하는 단어 ‘duodo’에서 이름을 따서 ‘dodo’라 이름 지었다. 도도새는 인간에 의해 멸종되고, 멸종된 후에도 인간의 비웃음이 담긴 이름으로 남겨졌다. 아들이 어릴 때 공룡을 좋아해 공룡과 관련된 책과 영화를 함께 봤다. 아들을 따라 공룡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외웠다(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사우루스로 외웠던 공룡의 이름에서 사우루스도마뱀을 의미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커다란 공룡과 그보다 훨씬 작은 도마뱀이 연결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름에 을 나타내는 드래곤이 들어간 코모도왕도마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왜 공룡에게 도마뱀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파충류와 양서류의 어원에서 마지막으로 고질라의 어원을 이야기할 때 처음에 ? 설마 실제로 이런 동물이 있나?’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나와 같이 잠깐이라도 착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128페이지)라는 말로 고질라의 어원에 대한 설명을 끝맺는다. 호박벌의 이름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한 로봇 범블비와 같은 이름인 범블비. 영화 속 캐릭터를 호박벌의 이름으로 지은 것이라 짐작된다. 호박벌을 나타내는 고대 영어 덤블도어’(138페이지)는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 학교 교장 덤블도어와 같은 이름이다. 해리 포터의 작가 롤링은 덤블도어 교장의 이름을 왜 호박벌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지었을까? 롤링도 덤블도어범블비를 나타내는 고대 영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역사적 칭호에서는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에 붙은 칭호에 대한 내용이다. (왕족)과 여왕의 이름 앞에 붙은 별칭의 어원을 적고 있다. 왕과 여왕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수식어를 찾아보면 역사가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사물과 소유물의 어원을 이야기 할 때 마지막에 모기지론’(196페이지)이 나와서 순간 당황했다. ‘동물 : 파충류편에서 고질라가 등장했을 때처럼 순간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담보대출을 받을 때 나오는 문서를 사물로 해석하고 있다. 작가의 해석을 들으니 납득이 되었다. <음식>편에서는 음식에서 프렌치 토스트가 프랑스 음식이 아니고, 그것을 개발한 조지프 프렌치’(205페이지)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이 음식을 못 쓰는 빵이란 뜻의 팽 페르두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앤작 비스킷이 처참했던 전쟁 상황에서 군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사실을 읽으면서 작은 비스킷 안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장난감과 게임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좋아하는 주제다. 아들이 어린 시절 잘 가지고 놀았던 레고잘 놀다를 뜻하는 덴마크어 ‘leg’‘godt’의 합성어(214페이지). 아들이 레고를 가지고 잘 놀았으니 레고 사가 장난감의 이름을 잘 지었다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의 하나가 로봇이다. 로봇의 어원은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연극 <로섬의 만능 로봇>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robotnik’, 즉 강제된 노동을 의미하는 노예 상태를 뜻하는 구 슬라브어 ‘robot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221페이지). 앞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로봇이 우리의 생활 속을 파고들 것이다. 흔하게 쓰는 단어의 어원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사람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듯 회사도 이름을 갖는다. 회사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와 비슷한 이미지의 회사는 어디일까? 과수원에서 시간제로 근무를 했던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사과에서 영감을 얻어 회사명을 애플이라 지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를 창립하려던 시기에 마이크로컴퓨터라 불리던 컴퓨터 알테어 8800이 만들어진다. 빌 게이츠와 공동창립자 앨런은 마이크로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두 단어를 합쳐서 회사명을 마이크로소프트라고 지었다. 회사명을 지을 때 어떤 거창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회사명을 만든 이유는 단순한 경우가 많다.

 

추상명사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의 이름으로 감정, 상태, 생각과 비슷한 개념이다.’(247페이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추상명사 중 이라는 뜻의 드림은 고대 노르드어 드라움르, 덴마크어 드룀, 스웨덴어 드렘, 네덜란드어 드롬 등 북유럽 단어에서 기원한다. 이 단어는 소음과 시끌벅적함을 의미하는 고대 색슨어 드롬 또는 기만, 환상, 환영을 의미하는 게르만 조어 드라우그마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252페이지). 잠을 잘 때 꾸는 것과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 소망 등을 의미하는 꿈이 소음과 시끌벅적함기만, 환상, 환영을 의미하는 고대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 이름의 대부분은 그리스로마 신들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들 중 최고의 신의 이름 제우스는 우리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이름이다. 목성의 위성 중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이오는 제우스의 연인들의 이름으로 지어졌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은 챕터별로 10개의 단어의 어원을 적고 있다. ‘역사적 칭호는 예외적으로 11개의 단어를 적었다. 작가는 그 이유를 양배추의 왕 이비일로’(181페이지)를 생략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챕터별 주제와 관련된 10개의 단어를 선택할 때 패트릭 푸트 작가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가 궁금하거나 잘 알거나 또는 익숙한 단어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어원의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그 단어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그 단어가 만들어진 이유와 의미를 알게 되면서 그냥만들어진 말은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어원에 대한 정설뿐만 아니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나, 가설에 대해서도 함께 실어 주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수많은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 만들어진 신조어는 사전에 실리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쓰면서 하나의 언어로 자리잡아가면서 사전에 실리게 된다. 신조어의 유래를 찾아 나만의 신조어 사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패트릭 푸트 작가는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하는 단어의 어원은 영어권 문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동양권, 그 중 한국어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성이나 별자리의 이름을 우리는 대부분 영어권 문화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문화권에서 유래한 이름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일 정도로 무지하다. 영어권 문화의 단어와 동양권 문화(우리 문화권) 단어의 어원을 비교할 수 있는 책도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발췌글

280

똑똑한 사람은 답을 알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질문을 한다. 아마도 우리가 매일 보지만 두 번 살펴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음에 그런 것을 보게 될 때 생각을 해보자. 신나는 느낌을 가져보자. 그 생각들이 당신의 호기심을 매우 강렬하게 자극해 인터넷에서 웜홀따위를 조사하느라 하루를 다 써보게 만들라.

 

책의 마지막 페이지

어원을 향한 여러분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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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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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실린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영화 원작 소설이라는 내용의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365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블란카 라핀스카가 쓴 작품으로 <<365>>, <<오늘>>, <<또 다른 365>>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다. ‘365, 1이라는 시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간이 주인공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깨어난 마시모는 그 후 5년 동안 한 여자의 꿈을 계속 꾸고 있다. 꿈속의 여자를 그리워하던 중 공항에서 여자를 보게 된다. 여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안 순간 마시모는 소유욕에 사로잡혀 라우라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라우라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자친구 마르틴과 함께 여행 중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존감을 높였던 그녀는 현재 자심감이 떨어진 상태다. 라우라의 남자친구 마르틴은 일과 친구, 취미활동에 몰입한다. 노트북을 항상 옆에 두고 일을 하는 마르틴으로 인해 라우라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자신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친구에게 화를 낸 라우라는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온다. 검은 색 차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라우라의 기억은 끊기고 깨어났을 때는 낯선 방이었다.

납치된 사실을 알고 난 후 화를 내면서 집으로 보내달라는 라우라에게 마시모는 365일 동안 자신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다. 365일이 지난 후에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보내준다는 것을 통보한다. 거부하는 라우라에게 마시모는 라우라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통보를 받아들이라 강요한다. 납치 된 상황에서 화를 내는 라우라는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껴 혼란을 겪는다. 그를 향해 움직이는 마음을 거부하면서도 그와 보내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그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마시모를 사랑하게 된 라우라는 1년이 지난 후 자신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지만 답을 찾지 못한다. 강압으로 시작한 마시모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상황이 위험하게 돌아가자 마시모는 라우라의 안전을 위해 그녀를 고향으로 보낸다. 지내는 동안 마시모의 소식을 알 수 없어 불안했던 라우라 앞에 마시모가 나타난다. 처음 이탈리아에서 마시모를 만났을 때의 라우라의 마음과 폴란드에서 마시모를 다시 만난 라우라의 마음은 달라졌다. 무엇이 라우라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라우라는 마시모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에 대해 계속되는 불안감에 힘들어하지만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마시모의 곁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러던 중 라우라가 위험에 빠지고 마시모는 라우라를 떠나 보내려 한다.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 <<365>>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 영화에서도 <<365>>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어 그 다음 시리즈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다음 시리즈 책을 읽어야 한다.

 

마시모는 환상 속에서 만난 라우라와 사랑에 빠졌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라우라를 보는 순간 그의 방식으로 납치해 함께 할 것을 강요한다. 그것이 그의 사랑법이었다. 죽음의 순간 환상처럼 본 여인을 그리워하다 현실에서 만나 납치까지 한 남자의 행위는 범죄행위다. 과연 어디까지 로맨스로 인정해주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남자가 한 행동은 로맨스가 아닌 폭력이다. 본인의 의사는 무시된 채 남자친구까지 있는 여자를 납치한다는 걸 로맨스로 미화하고 싶지 않다. 독립적인 자신으로 존재하고 존중 받는 사랑을 원하는 라우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마시모의 행동에 라우라는 마음을 굳게 닫고 반항한다. 라우라와 함께 하면서 마시모는 라우라를 존중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일방적일 때 폭력일 수 있다.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일평생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사랑 표현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면 잘못된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서로가 완벽하게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대를 만났다면 그 사람은 최고의 행운아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65은 장면과 장소를 묘사한 내용을 읽고 있으면 그 장면과 장소를 상상해 낼 수 있게 쓰였다. 여러 감정을 표현할 때도 그 순간의 감정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다. ‘블란카 리핀스카의 필력과 더불어 번역가의 번역은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큰 힘이다.

 

발췌글

7

마시모,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는 있나?”(첫 문장)

 

16~17

정말로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이름이 있고, 살아온 과거가 있는 여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도 있는 여자.

 

70

산들바람이 8월의 더운 밤을 가르며 불어왔다. 바다 내음을 실은 바람결에 창문 커튼이 펄럭였다. 저택은 어둡고 고요했다. 이곳은 낮에 어떤 모습일까.

 

76

난 잃을 게 없었다.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다. 아 남자와 365일 동안 싸워서 결국 지고 말든지, 아니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한 다음 참여하든지.

 

87

이 남자는 정말이지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였다. 온화한 야만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표현이 딱 맞는다. 위험하고, 거침없고, 반항을 용납하지 않지만 동시에 너무나 자상하고 섬세한 남자. 이 모든 점이 혼합된 이 남자는 무섭지만 매혹적이었고, 그래서 자꾸만 알고 싶어졌다.

 

110

분명 이제껏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배려해본 적도 없겠지. 상대의 마음을 고려하거나 감정이 무르익을 때까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적도 없었을 테고. 그런 남자가, 지금 내 마음이 자기 마음과 같아지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

 

241

사랑해. 나도 어쩔 수 없어. 네가 여기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널 사랑해왔어. 네 꿈을 꾸면서.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어.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모든 게 현실이 되었어.”

 

336

그는 완벽하게 아름다웠고, 스스로도 그 점을 잘 알았다.

 

435

넌 황금 새장 안에 사는 거야. 아무리 황금이라도 새장은 새장이지.”

 

435

제아무리 과거를 돌리고 싶대도 현재는 바뀌지 않아. 타임머신이라도 발명한다면 모를까!”

 

436

내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달라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않은가. 난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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