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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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을 읽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한문으로 되었거나 혹은 한글로 되어 있더라도 한글 고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려운 한문은 읽을 수 없고, 한글 고어는 지금과 발음이 다르거나 없어진 언어도 있어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은 고전 수필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수록해놓았다.

 

이인로의 <월등사 죽루죽기><영명사 득월루 상량문>을 번역한 것이다. ‘죽루죽기어떤 일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두는 데서 출발한 문장’(21~22페이지)이다. ‘대나무를 소재로 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대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주지스님은 대나무의 특성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 생각이 가장 좋은 생각이라 칭찬하면서 이를 대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대본 1>에서 <월등사 죽루죽기>의 본 내용을 적고, 뒤에 <본론>에서 작가와 작품을 분석한다(이 방식은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된다). 평론 글의 끝부분에 대나무에 대해 쓴 서정춘의 시를 적고 있다. 고려시대 인물 이규보의 <슬견설>은 고대문학 후기 때(770년 전)의 작품이다. ‘은 한문 문체의 하나로, 사물의 이치를 풀이하고 의견을 덧붙여 서술하는 글(33페이지)이다. ‘의 죽음을 제재로 만물의 근본적 속성이 같음을 이야기한다. ‘모든 생물체는 본질적으로 소중하므로 선입견을 버리고 사물의 본질을 편견 없이 보아야 한다’(36페이지)는 교훈을 ‘<슬견설>과 변증법을 빌어 전달한다. ‘처럼 사소한 것들도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평론가는 소재를 찾는 눈’(40페이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규보의 <이옥설>은 집을 수리하며 느낀 점을 적은 짧은 글이다. ‘사실 경험, 느낀 것, 깨달음의 확장으로 구성된 글은 구체적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인간사로 확대해서 이치를 전하고 있다. <차마설>은 고려 문신 이곡이 지은 고전 수필이고, 한문수필이다. 말을 빌려 탄 경험을 통해 소유에 대한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동명일기>는 김의유당이 쓴 내간체(조선 시대 부녀자들이 쓰던 산문 문체) 한글 기행수필이다. 달이 떠오르고,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을 적고 있다. 장덕순 교수는 김의유당을 조선조 말의 여류 문단을 장식하는 수필가이자 한국 여류수필가의 비조’(74페이지)라 표현했다. 이어서 <낙민루>도 김의유당이 지은 기행수필이다. 김의유당의 수필은 자신이 본 장면을 묘사하고, 비유적 표현을 넣어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의유당 김씨의 작품은 지은이가 의령 남씨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의유당 김씨 또는 의령 남씨가 쓴 <북산루>는 한글로 쓴 기행수필이다. 직유를 통해 자연 경관을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의유당 김씨 또는 의령 남씨의 수필은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림을 그리듯이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암 박지원의 <>의 원제는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넌 기록이라는 뜻의 <일야구도하기>. 사신단의 일행으로 중국으로 떠난 박지원은 기행기 <<열하일기>>를 쓴다. <일야구도하기>는 이곳에 수록된 내용이다. <>에 대한 해석을 할 때, 글의 구성(119페이지)과 글에 쓰인 수사법(120~121페이지)을 표로 정리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일야구도하기>를 번역한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번역을 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125페이지에 표로 정리해 실었다. 번역을 할 때 직역의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작가는 의역을 통해 <>을 번역했다. 이어서 연암 산문의 명문장이라 평가되는 <야출고북구기><야출고북구기 후지>의 번역문이 실렸다. 이 수필들도 <>과 같이 <<열하일기>>에 수록되어 있다. <호곡장> 또한 연암 박지원이 쓴 수필로, 요동벌판의 광활함 앞에서 느낀 감정을 적고 있다. 박지원의 또 다른 수필인 <증백영숙입기린협서>는 기린협으로 들어가는 백동수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표현한 글이다.

 

다산 정약용의 <수오재기>4단 구성으로 삶을 성찰한 고전수필이다. 큰 형님이 자신의 집에 수오재(나를 지키는 집)’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정약용은 이해하지 못했다. 귀양길에서 갑자기 형님이 왜 나를 지키는것으로 집의 이름을 지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의유당 김씨 혹은 의령 남씨의 수필과 더불어 유씨 부인의 <조침문>도 여성이 지은이다. <제침문>이라고도 불리는 수필은 바늘에 대한 제문으로 미망인 된 부인이 부러진 바늘을 빌어 죽은 남편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덕렬 평론가는 이 글이 바늘남편중 어느 쪽에 대한 이야기인지에 대해 분석한 후 남편을 무생물인 바늘에 빗대어 표현한 의물법을 사용했다고 해석한다. 작가 미상의 <규중칠우쟁공론>은 이영경 작가가 쓴 동화 <아씨방 일곱 동무>(이영경, 비룡소)를 통해 알게 된 작품명이다. 가전체 국문 수필은 그 당시 쓰인 수필처럼 필사본으로 전하고 있다. 부녀자의 공간인 규방에서 쓰던 침선 도구를 의인화해서 각각의 침선도구마다 인간화된 이름을 정해준다.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붓 가는 대로라 정의하고 있는 수필론을 비판하면서 우리 수필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쓴 글이 아니라 글의 구성 단계를 갖추고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과 교훈(주제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다. 오덕렬 평론가는 고전수필이 현대수필로 이어져 수필이 더 이상 신변잡기를 쓰는 <서자문학>이 아닌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우리 고전수필을 작품 분석·해석을 곁들인 수필론을 개발하여 그 문학성을 현대에서 되살리자.’(255페이지)라는 것이 오덕렬 평론가가 이 책을 쓰고,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뛰어난 창작성을 갖춘 고전수필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이라 말한다. 고전수필에서 현대수필의 작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글을 읽으면서 수필을 소설이나 시 보다는 쓰기 쉽고 가벼운 글이라 생각했었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웠다. 고전수필이 얼마나 아름답고 탄탄한 구조를 갖춘 글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이나 고전문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수필과 함께 작품 내용을 해석한 부분을 읽고, 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전공자들은 수필과 해석, 문법적 요소, 표현적 요소 등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꼼꼼하게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비전공자들에게는 문법적인 요소와 표현법에 대한 설명이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고전 수필 작품에 대한 해석을 쉽게 수록해놓아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발췌글

10

모든 생명력은 뿌리에서 약동한다. 현대수필의 뿌리는 고전수필이다.

 

22

현대에세이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생각 길어내기(가치창조)’를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사물에 대한 바른 인식 태도라 할 수 있겠다.

 

25

고전수필 작품에서 의인법 하나만 연구하여 계승시켰더라도 현대에세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32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고전문학이란 갑오개혁(1894) 이전의 문학을 말한다. -중략- 조윤제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고전문학도 이를 둘로 나누어 고려 시대의 문학까지를 고대 문학, 조선 시대의 문학을 근세 문학이라 한다.

 

46

설은 간략한 단편으로 콩트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특히 이규보의 설은 모두 예리한 비판과 심오한 철학을 지니고 있어서 수필로서 격조가 높다고 평할 만하다.

 

48

유추는 서로 다른 두 대상 한쪽의 성질에 빗대어 다른 한쪽의 성질을 미루어 짐작하는 추론 방식으로 유비 추리의 준말이다.

 

48~49

고전 문학 작품에는 옛 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는 고전 문학에 반영된 옛 사람들의 생활, 사고방식, 가치관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56

고대 문학은 원시 시대의 제의적 종합 예술에서 출발하였다. 시가 문학은 신라의 향가, 고려의 장가(속요), 경기체가, 시조 등으로 전개되었다. 서사 문학은 신화, 전설, 민담 등의 설화로 전승되다가 소설의 기원을 이루었다.

 

76

현대문학에서 서두의 역할은 이야기의 문을 열어서, 사건을 이끌고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독자를 단번에 작품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흥미를 유발하면 좋다고 한다.

 

86

창작은 소재 <이것>{저것}으로 보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102

<수필>이란 명칭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24년이고, 이후 25종의 유사 명칭이 혼용되다가 28,9년대에서야 <수필>이란 단일 명칭이 정착한 것이다.

 

118

소재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와 제재로 삼고, 거기서 주제를 도출해 내는 형식이 수필(에세이)이 아닌가.

 

119

이 글(박지원의 <>)이 문학적 기행문이 된 것은, 지은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은 삶의 이치를 제시학, 치밀한 관찰력으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으며, 적절한 예시와 고사를 통해 주장을 뒷받침하고, 설득력을 강화한 것 아울러 묘사와 각종 수사법을 십분 구사한 것을 들 수 있다.

 

121

수사법은 달리 말하면 원관념에 보조관념을 더해서 표현에 효과적인 의미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123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도달하는 방법은 외계의 영향을 배제한 순수한 이성적 판단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을 통해 인식의 허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172~173

글이란 어느 장르이건 실제의 제재에서 유로되는 느낌과 생각을 쓰는 것이다. 보고 들은 것에 대한 흥미 위주로 나열한 것은 신변잡기에 흐를 공산이 크다. 문학수필이라면 제재(소재)에 대한 자기의 느낌과 생각위주로 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모든 예술의 실제 소재는 정서이다. 소설은 정서를 인물의 성격에 담아내는 문학이요, 시는 직접 정서를 토로하는 문학이요, 창작수필은 인물을 포함한 사물과 사이의 교감,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의 문학인 것이다.

 

174

모든 문학은 비유법적 표현이 아니고는 생각과 느낌을 형상화해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생각과 느낌은 관념이며 추상이다. 관념과 추상적 대상은 형체가 없다. 형상화란 형체가 없는 생각과 느낌에 형체를 만들어 주어 일정한 형체가 있는 대상으로 드러나게 하는 예술적 방법인 것이다.

 

191

가장 오래된 창조 수법인 의인법이 고전 수필에도 현대수필에도 다같이 작법으로 쓰인다.

 

229

기는 사실에 충실하게 기록하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면, 설은 구체적인 사물의 이치를 밝히고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는 글이 아닌가 한다.

 

235

창작수필의 창작 개념은 사실의 소재에 대한 구성적 은유(은유, 상징)의 존재론적 형상창작이다.

 

274

우리의 옛것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창조적으로 계승하면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겠는가.

 

281

우리가 우리 고유의 고전문학 유산을 소중하게 여기고 연구하는 까닭은 조상들의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이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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