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게 어떻게 이 이름을 갖게 됐지?’(280페이지)

 

<평범한 단어들의 특별한 어원 이야기>라는 부제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평범한특별한’, 이 두 단어는 서로 정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어떻게 평범한 단어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름을 만들어낸 수천 년의 역사가 없었다면 이 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맨 앞페이지)

 

단어 속 어원을 찾아가는 책의 순서는 국가, 도시와 마을, 랜드마크, 동물, 역사적 칭호, 사물과 소유물, 음식, 장난감과 게임, 회사와 브랜드, 추상명사, 행성으로 이어진다. ‘국가로 시작해 행성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우주 너머로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어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 책을 시작으로 더 넓고 깊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해석해본다. 작가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로 글을 시작한다. 한국의 독자를 위해 ‘KOREA'의 어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코리아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것은 마르코 폴로덕분이라고 한다. GoreyoCauli가 되고, 다시 Korea가 된 것이라 한다. ‘코리아의 어원을 말한 후 작가의 이름 패트릭 푸트의 어원도 적고 있다. 책의 본 내용의 시작은 <국가>의 어원이다. 국가의 이름은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 사람의 이름, 그 지역을 상징하는 자연물 등에서 유래해 만들어진다. <국가>편에서는 ‘RUSSIA’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러시아는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인 러스인들의 이름에서 어원이 시작된다. 러시아는 러스인들의 이름에서, 프랑스는 프랑크인에서 유래했고, 미국명 아메리카는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유래했다.

 

나라의 이름도 그렇지만 도시의 이름은 한 번에 정해지지 않고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뉴욕의 경우 이탈리아 탐험가 베라차노에 의해 뉴 앙굴렘으로 불렸다가, 네덜란드인들이 정착하면서 뉴 암스테르담으로 변경된다. 이후 영국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뉴욕이라 불리게 되었다. 실존 인물의 이름, 신화 속 인물의 이름, 도시의 지리적 위치, 지역의 특성 등에 따라 도시의 이름도 변한다. 두 개의 도시가 합쳐지면서 도시의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부다페스트부다, 오부다(오래된 부다), 페스트’(56페이지)가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도시의 이름 중 이게 도시 이름이 맞나 싶었던 도시는 흘란바이르푸흘귄기흘고게러훠른드로부흘흘란더실리오고고고흐. 도시 이름을 입력하면서도 맞게 적고 있나 의문이 들 정도로 길고 어려운 이름이다. 이 도시는 원래 흘란바이르푸흘이라 불렸지만,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길고 어려운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이 도시의 지명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진다. 설마 계속 이대로 쓰지는 않겠지?

 

각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자연 경관을 랜드마크라 한다.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을 방문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우리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탑은 탑을 설계하고 제작한 건축가 에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인 에베레스트와 K2는 현지에서 에베레스트하늘의 이마라는 의미의 사가르마타, 세상의 어머니라는 의미의 초모랑마로 불렸고, ‘K2’백의 여신이라는 의미의 차오거리, 높고 장엄한 이라는 뜻의 초고리, 죽음의 산으로 불렸다. 하지만 두 산은 영어권 사람들에 의해 에베레스트와 K2’로 명명되어 사용되고 있다. 안데스 산맥의 마추픽추는 하이람 빙엄 3세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그는 이곳의 명칭을 영어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고 남아메리카 토착민들의 언어인 케추아어인 늙은을 뜻하는 맞추봉우리를 뜻하는 픽추’, 늙은 봉우리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영어권 사람들이 발견했거나 기록했다고 해도 굳이 영어권 이름이 아닌 그 지역의 언어로 명명한다면 더 의미 있는 이름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 이름의 어원을 이야기하는 챕터 4에서는 동물의 종류를 포유류, , 파충류와 양서류, 곤충, 물고기와 수중 생물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물의 이름을 지을 때는 대부분 그 동물의 생김새나 무늬와 색, 소리, 습성을 가지고 이름을 짓는다. 동물의 이름을 풀어보면 동물의 특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포유류 중 한 동물인 하마의 이름 히포포타무스는 말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포와 강을 뜻하는 포타모스’(85~86페이지)를 결합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다리가 짧은 살찐 말이 강 속에 들어 있다고 상상해 보라. 하마와 말의 이미지를 겹쳐서 상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포유류의 마지막은 인간을 뜻하는 휴먼의 어원을 적고 있다. 동물들의 이름을 지은 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뜻하는 단어도 만들어 명명한다. ‘현명한을 뜻하는 단어인 사피엔트에서 사피엔스’(97페이지)가 왔다고 한다. 인간은 정말 현명한존재일까? ‘의 어원에서 도도새의 이름의 어원을 읽을 때 울컥했다. 자유롭게 살던 새들이 사는 섬에 어느 날 인간이 들어오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도망가지 않았던 새들은 인간의 식량으로 쓰이다 멸종한다. 사람들은 이 새들을 어리석은 새라고 생각해 얼간이를 뜻하는 단어 ‘duodo’에서 이름을 따서 ‘dodo’라 이름 지었다. 도도새는 인간에 의해 멸종되고, 멸종된 후에도 인간의 비웃음이 담긴 이름으로 남겨졌다. 아들이 어릴 때 공룡을 좋아해 공룡과 관련된 책과 영화를 함께 봤다. 아들을 따라 공룡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외웠다(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사우루스로 외웠던 공룡의 이름에서 사우루스도마뱀을 의미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커다란 공룡과 그보다 훨씬 작은 도마뱀이 연결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름에 을 나타내는 드래곤이 들어간 코모도왕도마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왜 공룡에게 도마뱀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파충류와 양서류의 어원에서 마지막으로 고질라의 어원을 이야기할 때 처음에 ? 설마 실제로 이런 동물이 있나?’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나와 같이 잠깐이라도 착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128페이지)라는 말로 고질라의 어원에 대한 설명을 끝맺는다. 호박벌의 이름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한 로봇 범블비와 같은 이름인 범블비. 영화 속 캐릭터를 호박벌의 이름으로 지은 것이라 짐작된다. 호박벌을 나타내는 고대 영어 덤블도어’(138페이지)는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 학교 교장 덤블도어와 같은 이름이다. 해리 포터의 작가 롤링은 덤블도어 교장의 이름을 왜 호박벌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지었을까? 롤링도 덤블도어범블비를 나타내는 고대 영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역사적 칭호에서는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에 붙은 칭호에 대한 내용이다. (왕족)과 여왕의 이름 앞에 붙은 별칭의 어원을 적고 있다. 왕과 여왕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수식어를 찾아보면 역사가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사물과 소유물의 어원을 이야기 할 때 마지막에 모기지론’(196페이지)이 나와서 순간 당황했다. ‘동물 : 파충류편에서 고질라가 등장했을 때처럼 순간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담보대출을 받을 때 나오는 문서를 사물로 해석하고 있다. 작가의 해석을 들으니 납득이 되었다. <음식>편에서는 음식에서 프렌치 토스트가 프랑스 음식이 아니고, 그것을 개발한 조지프 프렌치’(205페이지)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이 음식을 못 쓰는 빵이란 뜻의 팽 페르두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앤작 비스킷이 처참했던 전쟁 상황에서 군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사실을 읽으면서 작은 비스킷 안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장난감과 게임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좋아하는 주제다. 아들이 어린 시절 잘 가지고 놀았던 레고잘 놀다를 뜻하는 덴마크어 ‘leg’‘godt’의 합성어(214페이지). 아들이 레고를 가지고 잘 놀았으니 레고 사가 장난감의 이름을 잘 지었다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의 하나가 로봇이다. 로봇의 어원은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연극 <로섬의 만능 로봇>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robotnik’, 즉 강제된 노동을 의미하는 노예 상태를 뜻하는 구 슬라브어 ‘robot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221페이지). 앞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로봇이 우리의 생활 속을 파고들 것이다. 흔하게 쓰는 단어의 어원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사람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듯 회사도 이름을 갖는다. 회사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와 비슷한 이미지의 회사는 어디일까? 과수원에서 시간제로 근무를 했던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사과에서 영감을 얻어 회사명을 애플이라 지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를 창립하려던 시기에 마이크로컴퓨터라 불리던 컴퓨터 알테어 8800이 만들어진다. 빌 게이츠와 공동창립자 앨런은 마이크로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두 단어를 합쳐서 회사명을 마이크로소프트라고 지었다. 회사명을 지을 때 어떤 거창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회사명을 만든 이유는 단순한 경우가 많다.

 

추상명사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의 이름으로 감정, 상태, 생각과 비슷한 개념이다.’(247페이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추상명사 중 이라는 뜻의 드림은 고대 노르드어 드라움르, 덴마크어 드룀, 스웨덴어 드렘, 네덜란드어 드롬 등 북유럽 단어에서 기원한다. 이 단어는 소음과 시끌벅적함을 의미하는 고대 색슨어 드롬 또는 기만, 환상, 환영을 의미하는 게르만 조어 드라우그마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252페이지). 잠을 잘 때 꾸는 것과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 소망 등을 의미하는 꿈이 소음과 시끌벅적함기만, 환상, 환영을 의미하는 고대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성 이름의 대부분은 그리스로마 신들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들 중 최고의 신의 이름 제우스는 우리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이름이다. 목성의 위성 중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이오는 제우스의 연인들의 이름으로 지어졌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은 챕터별로 10개의 단어의 어원을 적고 있다. ‘역사적 칭호는 예외적으로 11개의 단어를 적었다. 작가는 그 이유를 양배추의 왕 이비일로’(181페이지)를 생략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챕터별 주제와 관련된 10개의 단어를 선택할 때 패트릭 푸트 작가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가 궁금하거나 잘 알거나 또는 익숙한 단어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어원의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그 단어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그 단어가 만들어진 이유와 의미를 알게 되면서 그냥만들어진 말은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어원에 대한 정설뿐만 아니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나, 가설에 대해서도 함께 실어 주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수많은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 만들어진 신조어는 사전에 실리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쓰면서 하나의 언어로 자리잡아가면서 사전에 실리게 된다. 신조어의 유래를 찾아 나만의 신조어 사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패트릭 푸트 작가는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하는 단어의 어원은 영어권 문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동양권, 그 중 한국어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성이나 별자리의 이름을 우리는 대부분 영어권 문화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문화권에서 유래한 이름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일 정도로 무지하다. 영어권 문화의 단어와 동양권 문화(우리 문화권) 단어의 어원을 비교할 수 있는 책도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발췌글

280

똑똑한 사람은 답을 알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질문을 한다. 아마도 우리가 매일 보지만 두 번 살펴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음에 그런 것을 보게 될 때 생각을 해보자. 신나는 느낌을 가져보자. 그 생각들이 당신의 호기심을 매우 강렬하게 자극해 인터넷에서 웜홀따위를 조사하느라 하루를 다 써보게 만들라.

 

책의 마지막 페이지

어원을 향한 여러분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