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스토리텔러들
이샘물.박재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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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자들의 글쓰기 노하우>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 이샘물은 어떤 스토리텔링이 기사의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기자들은 어떻게 뉴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을까?’(4~5페이지)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미국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방법과 미국 언론사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기자와 언론사 시스템을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다. 9개의 PART로 나누어 미국 기자들의 기사 쓰기 노하우를 전달한다.

 

PART 1 <제대로 된 스토리가 기사를 이끈다>에서는 기사를 쓸 때 스토리가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일어난 일을 육하원칙에 맞춰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기사라고 생각했다.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할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기사를 쓸 때 단순히 육하원칙만을 적는 것이 아닌 기사 안에 스토리를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국의 경우 인물기사를 쓸 때 주인공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쓴다.(대부분의 인터뷰 기사가 그렇다는 것이지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주인공 인터뷰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에게서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취재 대상만을 인터뷰해 기사를 쓸 때보다는 취재 대상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까지 인터뷰해서 기사를 쓴다면 더 풍부한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사에 담긴 스토리는 독자의 마음을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PART 2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라>는 취재 대상을 깊이 있게 관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취재대상을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취재 대상의 세계에 최대한 가깝고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 기자들의 일관된 취재 기법이라 한다. 질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벽에 붙은 파리가 꼼짝하지 않듯이 취재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벽에 붙은 파리기술). 질문을 하고 취재원의 답을 듣고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에게 질문을 자제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관찰을 통해 취재원의 더 생생한 모습을 기사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자는 기사를 기억의 핵심 멘트인 킬러 멘트를 얻어낸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기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용히 관찰하고 장면이나 상황을 그림을 그리듯이 자세히 묘사했을 때 좋은 기사가 만들어진다.

 

PART 3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정보의 출처를 밝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재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계자’, ‘A, B...'로 취재원의 정보를 적고, 기사가 공개된 후 또 다른 언론사에서 A가 누군지를 밝혀내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기사를 쓸 때 취재원이나 기자 보다 독자가 우선이라 생각해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도 취재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적는다. 취재원을 익명으로 기재할 때는 기자나 취재원의 요구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익명 보도를 해야 하는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한다. 정보의 출처를 밝히는 것에도 한국과 미국은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에는 반드시 밝히지만, 한국의 기사들 중 정보의 출처를 애매하게 기재하는 경우들이 있다. 취재원의 멘트를 수정하는 것도 한국의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미국의 경우 멘트는 가급적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잘못된 기사를 내보내거나 기사 내용에 오류가 발생할 때도 정정하는 내용과 사유를 모두 정확하게 적게 한다. 언론은 신뢰성,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독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자료와 취재원을 투명하게 밝히고 기사를 써야 한다.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투명한 정보를 전달할 때 기사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는 올라갈 것이다.

 

PART 4 <‘검증하고 반박받아라>는 기사 자료와 취재원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기자는 의견이나 주장보다는 확인 가능한 사실’(146페이지)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취재원을 통한 사실 확인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취재원의 말이 사실인지 공문서를 통해 검증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162페이지)라는 말을 취재원에게 질문한다. 취재원이 말하는 내용의 출처를 질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출처를 묻고, 다시 또 출처를 물어 원출처를 찾아낸다. 미국 언론사에는 자사의 기사를 검증하는 팩트 체킹 디파트먼트 부서가 있다. 기사를 쓴 후 팩트 체커가 자료의 사실 여부를 검증한다. 이후에도 기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반론도 취재하고, 그 내용도 검증한다. 검증된 기사만이 기사로 실릴 수 있다. 혹시라도 잘못된 검증으로 오류가 발생할 때 바로 정정하고 정정기사를 함께 올린다. ‘검증라고 반박하고 또 검증된 기사는 독자는 믿고 보게 된다.

 

PART 5 <‘구조로 독자를 사로잡아라>는 기사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기사는 일어난 사건에 대한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기사를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해 그 기사를 계속 읽게 만들어야 한다. 5장은 기사를 어떤 구조로 써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기사를 쓸 때 역피라미드구조가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 배웠다. 처음에 중요한 내용을 적어야 독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게 된다는 것이다. 역피라미드 구조는 한국의 기사에 주로 쓰이는 구조다. 책에서는 역피라미드 구조와 다른 구조를 설명한다. ‘리드, 핵심 문단, 한 장면, 배경, 또 다른 장면, 더 많은 배경, 마지막 문단의 구조에 대해 예시와 함께 설명(190~195페이지)하고 있다. 기사의 구조를 잘 짜기 위해서는 기사의 핵심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기사의 구조를 제대로 짤 수 있다. 어떤 구조의 기사가 더 전달력 있는 기사인지는 기사를 읽는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과 미국의 기사를 쓰는 구조가 다를 수도 있지만 독자가 기사를 끝까지 읽게 하는 것이라는 목적은 같다.

 

PART 6 <‘안목이 기사를 빛낸다>에서는 에디터에 대해 설명한다. 취재를 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가 결정된다. 기사의 정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다른 기사와 차별화 될 수 없다. 차별화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기자를 돕는 이가 에디터. 에디터에게 필요한 요소는 에디터의 귀, 에디터의 눈’(268페이지)이라고 한다. 에디터는 기자와 구별된 시각으로 기사를 판단하고 점검해서 기사의 방향을 제시한다. <뉴욕타임즈> 에디터는 기사에서 표현한 불법 이민자가 부적합한 단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 단어에 대해 토론을 거친 후 <뉴욕타임즈>는 토론을 이슈화해서 기사를 실었다. 에디터는 기사의 초점과 방향을 조언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잘못 사용된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PART 7 <취재원과 을 그어라>는 기자와 취재원 간의 거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취재는 투명하게 하는 것을 원칙(301페이지)으로 한다. 투명한 취재는 언론의 신뢰와 진실성이라는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것이다. 취재를 할 때 위험한 것은 기자가 취재원을 위해 취재를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기자는 취재원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기자는 취재원이 아닌 독자를 위해 기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PART 8 <기존의 틀을 벗어나라>에서는 독자의 기사 소비 습관과 행동에 따라 언론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독자는 기사를 종이신문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바로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퍼스트는 디지털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파악해 기사의 형식을 바꾸는 것’(346페이지)이다. 기사가 소비되는 기기에 따라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기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스마트 기기로 실리는 기사의 경우 다른 자료로 바로 갈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주거나, 동영상을 올려서 기사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미국 언론사들은 뉴스를 디자인하고 개발하기 위해 독자에 대한 데이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다. 독자들의 변화에 맞춰 언론사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독자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언론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PART 9 <전달 방식을 기획하라>PART 8과 연결해서 독자가 기사를 소비하는 기기에 맞게 기사의 형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독자들이 기사를 소비하는 기기는 기사의 형태도 변화시켰다. 종이 신문에서 글과 한 두 컷의 사진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사진과 더불어 동영상 등의 시각적 요소가 기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에 전문성을 갖춘 비주얼 기자는 사진과 영상을 찍을 때 그 안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을 한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격 조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을 넘어 기사를 편집하고 디자인해서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언론사들은 이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고용하고,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하나의 기사를 만든다. 독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기사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넘쳐나는 기사들 중 어떤 기사는 읽히지만 어떤 기사는 독자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기사를 독자가 읽게 만들기 위해 언론사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언론은 시대에 맞춰 계속 빠르게 진화 중이다.

 

NIE(신문활용교육)을 공부하고 적용해 본 경험과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이 책은 미국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쓰고 미국 언론은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기사가 갖추어야 할 요건들에 대해서 알려준다. 미국과 한국 언론 시스템의 차이점을 함께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국언론이 무조건 다 잘하고 있고, 한국 언론은 다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치고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여러 가지 내용 중 팩트 체킹에 대한 것은 우리 언론이 반드시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회사의 기자가 쓴 기사를 팩트 체킹하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팩트 체킹은 이러한 실수를 줄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온라인의 확산으로 독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고 그 기사의 사실 여부와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독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자료의 출처를 검증하고 또 검증해서 사실과 진실만을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독자들은 언론의 공정성과 진실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언론은 언론 스스로의 검증과 팩트 체킹을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독자들도 기자를 믿고 기자가 쓴 기사를 믿을 수 있게 된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은 기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쓰였고, 또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단순히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기사 안에 스토리를 담아 진실을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기사나 취재원이 아닌 기사를 읽는 독자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기사에서 중심은 사건이나 취재 대상이라 생각했었던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에 차이점이 있지만 언론은 나라와 상관없이 독자를 우선으로 투명하게 출처를 밝히고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지를 독자와 언론 관계자 모두에게 되새기게 만드는 책이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은 언론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언론 관계자뿐만 아니라 신문을 활용해 교육을 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 시스템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고, 예시로 실린 다양한 기사를 읽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세상에 그냥 써지는 기사는 없다. 하나의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는 찾고 검증하고, 또 찾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으리라. 하나의 기사를 읽는 데 들이는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독자가 읽는 짧은 시간의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지 알게 됐다.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기사를 써주신 기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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