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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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치던 골짜기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유나는 딸 지유를 데리고 전 남편 준영과 함께 청연 할아버지 집으로 향한다.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 후 지유와 준영은 늪으로 산책을 떠나고 유나는 저녁을 준비한다. 3년 만에 아빠를 만난 지유는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말하는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 깨어난 지유에게 엄마는 아빠가 떠났다고 말한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사람들’(342페이지)

서민영을 만난 은호는 아내와 서민영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철저하게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사람들,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듣기 싫은 건 안 들리게 만드는 초능력’(370페이지)이 있는 사람들이다. 유나의 휴대폰 속 가족사진을 본 은호는 신유나와 졸개들의 구도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가장 앞에 있거나 가장 중심에 있고 나머지 가족은 배경 같다는 점에서 셀카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유나는 인간을 승자, 패자, 모르는 자로 분류한 뒤 승자에겐 입안의 혀처럼 굴고, 패자에겐 송곳니로 군림한다. 모르는 자는 입 냄새쯤으로 취급했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112~113페이지)

은호는 여행지에서 만난 유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만남을 이어가던 중 청혼하는 은호에게 유나는 자신이 원하는 걸 상대도 원해야만 결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나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 대답한다. 행복한 순간을 더하면 행복한 것이라는 은호의 말에 유나는 행복은 뺄셈이라고 이야기한다.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유나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결혼을 하고 서로의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했지만 지유를 서지유가 아닌 차지유로 만들려는 유나의 요구를 은호가 들어주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데려오려는 계획이 미뤄졌다. 은호 어머니의 통보로 노아를 데리고 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가족이 모두 모인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잠이 든 은호는 다음 날 자신에 의해 숨이 끊어진 아들을 발견한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이 아내의 우주였다. 행복은 가족의 무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 믿음은 신앙에 가까웠다.’(115페이지)

은호가 바란 행복은 네 식구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아의 죽음으로 은호의 행복은 무참히 깨진다. 은호의 행복이 깨지는 순간 유나의 행복은 시작된다. 빼야 완전해지는 유나의 행복은 모든 것이 자신의 통제 아래 놓여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나는 빼는 것을 선택한다. 충격에 빠져있던 은호는 유나의 과거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아들의 죽음에 의혹을 갖게 된다.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나를 따라 여행을 떠난다. 소시오패스가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났을 때 3단계의 작전을 사용한다고 한다. 자신이 그런 짓을 왜 하겠느냐며 무죄를 주장하고, 비난하는 상대방에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동정 연극을 한다. 마지막으로 고발자 협박을 하면서 분노를 터트린다고 한다(<<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 참고). 유나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노아를 죽인 것도 모두 은호의 잘못이고, 자신과 헤어지려는 남자들이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은 그들의 죽음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시오패스의 특징 중 하나는 겉으로 볼 때 너무나도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은호의 친구 진우가 유나를 처음 봤을 때 친구를 공포에 빠지게 할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자신은 착하고 어른스러우며, 지혜로운 맏딸이어야 했다.

적어도 아버지에게만큼은.’(160페이지)

소시오패스와 함께 자라야 하는 형제자매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소시오패스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는 유나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다. 마사 스타우트는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에서 감정적인 애착과 양심의 결핍, 죄책감과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감정을 갖지 못하는 원인은 심리학적, 신경학적 결함으로 인한 감정과 공감의 결핍 때문이라고 한다. 유나의 감정적인 결핍으로 인해 재인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결핍된 환경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엄마의 병 때문에 혼자 할아버지 집에서 살아야 했던 유나는 언니 재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유나는 재인을 언니라 부르지 않고 재인의 것을 모두 빼앗는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엄마에게 매일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를 묻는 유나에게 엄마는 유나라고 대답하고 재인은 상처를 받는다. 자신의 것을 뺐었다고 말하는 유나에 대한 분노와 자신으로 인해 유나가 할머니 집에서 살았다는 죄책감이 충돌하지만, 죄책감이 더 컸기 때문에 재인은 유나의 행동을 참고 견뎠다. 아빠에게만은 착한 딸이길 바랐던 재인은 유나의 행동을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훔쳐갔다고 비난하며 증오를 쏟아 붓던 유나로 인해 받은 상처와 공포는 재인의 안에 남아 곪아갔다. 자신을 죽이려는 유나를 보면서 자신도 유나처럼 어린 시절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재인은 자신 안의 착한 아이를 죽이기 위해 유나에게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괜찮아. 꿈이야. 아침에 잠을 깨면 다 사라져 버릴 꿈.’(14페이지)

유나가 준영과 이혼을 하고 양육권 분쟁을 하는 과정은 소시오패스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지만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양육권 소송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소시오패스는 법률 제도를 악용해 상대방 배우자의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귀책사유를 들어 양육권을 빼앗아 온다. 양심이 사라진 이들은 약자를 선택해 자신이 통제하고 복종하게 만든다. 유나는 딸 지유를 자신의 소유물이라 생각해 철저하게 자신만을 바라보고 복종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모든 것이 자신의 소유물인 상태를 꿈꾸는 것이 유나가 생각하는 완전한 행복이다. 이를 방해하는 것은 그것이 딸이라도 용서하지 않았다. 살해 현장을 목격한 딸 지유에게 유나는 자고 일어나면 사라져 버릴 꿈이라고 말한다. 지유는 너무 큰 충격에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다락방에 갇힌 이모를 구한 순간 지유는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이모에게 현장을 목격했음을 이야기한다. 양육권과 친권을 모두 가지고 온 유나는 딸 지유를 통제하고 철저히 자신의 말만 듣는 아이로 키웠다. 엄마가 비밀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세뇌당한 지유는 끔찍한 기억 속에서 모든 것이 꿈이라 생각하면서 혼자 괴로워했다. 유나는 지유가 온전히 자신에게만 의존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통제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143페이지)

민영의 메일을 읽고 유나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 재인은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갖게 된다. 준영의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경찰이 유나를 찾아온다. 은호와 유나의 언니 재인은 유나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유나와 관련된 이들의 죽음의 과정을 알게 된다. 유나는 예민하고 약한 대상을 찾는다. 마음대로 조정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찾으면 우선 발을 들이민다. 문간에 발을 들인 후 거침없이 침범해서 들어온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을 빼앗기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유나에게 반해 사랑을 시작했던 남자들은 유나를 두려워하게 되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나 곁을 떠난다. 떠나는 순간 그들에게 찾아온 것은 죽음이었다. 자기를 떠나는 남자들과 횡령 사실을 야단치며 해고하는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여 운전하던 중 사고로 사망하게 만들고, 지유를 데려가려는 전남편 준영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눈먼 미혹의 대가’(454페이지)는 죽음으로 끝이 난다. 남편 은호도 자신을 떠나려 하자 살해를 시도했지만 실패한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었다. 골짜기에서 뛰어내린 유나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지유에게 말한 것처럼 유나에게 이 모든 것은 사라져 버릴 꿈이었을까?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꿈이라 생각해 자신을 떠나려는 소유물을 죽였을까? 완전한 행복을 읽고 난 후 유나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너무나 큰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 누구보다도 지유가 가장 안쓰럽고 걱정된다.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자꾸 현실 속 사건과 연결해서 읽게 된다. 지금 이 순간 현실에서 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악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다.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에서 마사 스타우트는 타인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소시오패스가 평범한 모습을 하고 우리 곁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유나와 같은 사람도 처음 봤을 때는 선량한 시민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악의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참고한 책 :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 마사 스타우트, 사계절,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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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
마사 스타우트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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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스스로 자신의 삶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서로 존중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4페이지, 제인 구달, <<희망의 이유>>)

 

사람이 제일 어렵다. 사람과 관계 맺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람을 만나 즐겁지만 사람을 만나 고통스럽기도 하다. 사람에게 상처 받고 사람에게 치유 받는 과정을 반복한다.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얻을까?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 중 대다수는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양심도 공감능력도 없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이들의 모습이 타인의 고통을 먹고 사는 판타지 속 괴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시오패스는 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까? 마사 스타우트는 인간의 악행을 낳는 주요 근원이 양심의 성격학적, 신경심리학적 결핍에서 온다고 말한다. 감정의 결핍으로 인해 사악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무자비한 소시오패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마사 스타우트는 죄책감, 가책,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전혀 없는 양심 없는 자들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를 썼다. 책에 실리 사례들은 정상적인 사람인 것처럼 위장한 채 살아가는 소시오패스에게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악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관념이 악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소시오패스의 악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악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맛보며 더욱 강해진다.’(12페이지)

판타지 소설 속 악한 존재들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더 거대해진다. 소설 속 악한 존재처럼 현실 속 소시오패스도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맛보며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결국 악한 존재들은 타인의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을 거름 삼아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는 존재들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 감정적인 애착과 양심의 결핍, 그리고 단 한 줌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소시오패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소시오패스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종하며 파괴하지만 정체가 탄로날 정도로 심각한 행동을 하지 않고 철저히 계산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의 행동 유형을 알고 그들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그들의 계획을 꺾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숙지한다면 소시오패스를 알아볼 수 있게 되고 현명하고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악이란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17페이지)

만약 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를 상상해보라 한다. 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까? 악은 직접 볼 수 있거나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일종의 결핍이라고 한다. 존재하는 무언가가 아닌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악행, 악한 마음, 악한 존재 등등으로 악을 생각했던 나에게 악을 결핍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는 상태, 무언가가 빠져 있는 결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악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함은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정서적인 결함으로 인해 악행은 일어난다. 가족 간의 사랑, 우정, 배려, 다정함, 감사처럼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따뜻한 감정이 있어야 양심이 생긴다. 이러한 감정을 갖지 못하는 심리학적, 신경학적 결함을 지닌 인간은 악한 행동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소시오패스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정신 상태부터 의심한다. 사람에게 양심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면 전형적인 3단계의 작전을 구사한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라고 말하며 무죄 주장을 하고, 이어서 안 그래도 요즘 죽고 싶은 심정인데, 이렇게까지 나를 비난하면 벼랑 끝에 몰리는 기분이야라는 식으로 동정연극을 한다. 마지막으로 고발자 협박을 하면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분노를 터트린다.

 

양심을 결핍한 아이의 사례를 읽으면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악인보다 현실 속 악인이 더 힘겹다. 초강력 폭풍이 지나간 후 11살 사일러스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사일러스의 엄마는 그런 아들을 말리지 못하고 저렇게 나갔다가 들어오지 않으면 어떨까를 상상하고 그 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사일러스의 아버지는 아들을 감당하지 못해 2년 전에 집을 나갔다. 폐허로 변한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쓸 만한 물건을 찾아다니는 사일러스의 모습은 무너진 삼풍백화점에서 웃으면서 물건을 훔치던 어떤 이름 모를 아줌마의 모습이 보여 소름끼쳤다. 죽은 시신의 옷을 뒤져 지갑을 꺼내는 사일러스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양심이 없는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부모의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사례만을 읽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평생을 함께 이어져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일러스와 같이 18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소시오패스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은 품행 장애로 진단을 내리지만 실제로 명확한 패턴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품행 장애로 진단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10살이 넘어 품행 장애로 진단받은 아이들 중 60% 이상이 어른이 되었을 때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드러낸다. 10살 이전에 품행 장애를 진단받은 아이들은 소시오패스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능력이 결핍된 아이들 중에서 반사회적이며 공격적인 아이들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냉정하고 감정이 없는 형태의 인간관계라고 한다. 다수의 소시오패스는 뇌의 이상으로 고통에 관계되는 사회적인 자극에 무감각하다. 신경학적으로 사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양심도 없다. 품행 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불안, 우울감, 수치심, 절망감에 빠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고 점차 지역 사회와 단절되며 고립된다. 품행 장애 자녀 외 다른 아이들도 심리적·신체적 폭력에 노출되어 고통 받는다. 소시오패스를 치료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품행 장애를 치료할 방법도 없다. 양심이 없는 사람에게 양심을 만들어 줄 방법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이끌어 내는 반복적인 행동 훈련과 함께 약물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사회적 생물은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 사회는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협력이 아닌 반목을 선택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같은 인간을 살아 있는 장남감이라 생각해 가지고 놀거나 훼방을 놓고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감정적으로 결핍 상태인 이들은 사회적 감각과 동료에 대한 애착이 아예 없다. 가스라이팅은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피해자를 다른 사람들과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절된 다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자비한 소시오패스는 가장 취약한 목표물을 찾는다. 또 다른 소시오패스의 유형은 자신보다 더 힘이 있는 사람들을 목표물로 선택하기도 한다. 직장 내 소시오패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괴롭히는 소시오패스를 만났을 때 소시오패스의 행동을 회사에 알릴 것인지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온다. 소시오패스를 쫓아내고 싶다면 업무와 관련된 기록을 잘 보존한다. 소시오패스의 거짓말을 발견하면 기록으로 남기고 목록을 작성한다. 소시오패스가 회사에 막대한 위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후에는 회사가 소시오패스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보고 난 후 대응한다. 하지만 직장 내 소시오패스에 대처하는 것은 대처법을 안다고 해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소시오패스의 직위가 피해자보다 높고, 소시오패스 행동특성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들은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혼을 한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을 때 양육권을 놓고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소시오패스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이혼 후 양육권을 갖기 위한 분쟁을 시작하고 그 과정을 게임처럼 즐긴다. 상대편 배우자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애쓸수록 소시오패스의 만족감은 커진다. 소시오패스는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한다. 거짓말과 조작을 통해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고 상대방을 나쁜 가해자로 만든다. 결국 소시오패스에게 아이의 양육권이 넘어가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양육권 분쟁에서 소시오패스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거짓말로 법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 포식자인 그에게 어떤 감정도 보여주지 말고 무관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감정적인 반응은 소시오패스에게 만족감을 안겨준다.

 

공감을 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는 고마움과 감사에 대한 마음도 존재하지 않고 그들에게 공정함, 정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를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을 멀리하고 어떠한 접촉과 소통도 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6장에서는 소시오패스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10가지 지침을 알려준다. 1~9까지의 지침은 물리적인 폭력이 없는 소시오패스를 대상으로 하고, 10번 지침은 물리적인 폭력 성향을 보이는 소시오패스에 대응할 때 필요한 지침이다. ‘상대를 파악하라, 당신이 선의 편에 서 있음을 깨닫고 사명을 떠올려 보라, 판을 뒤집어라, 오로지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하라, 소시오패스가 원하는 대로 해 주지 마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이 사명이 지금 당신 삶의 일부임을 깨달아라,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지 마라, 당신의 건강이 중요하다,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10가지의 지침은 소시오패스에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소시오패스 앞에서는 절대로 분노, 당황, 상처 받은 모습 등을 보여주면 안 된다. 보여주는 순간 소시오패스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 vs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와 나르시시스트에게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다. 하지만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양심이다. 소시오패스는 양심과 공감, 두 가지 모두가 없는 반면에 나르시시스트는 공감만 없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는 없어도 자기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소시오패스의 냉혹함은 뇌의 선천적인 결손으로 감정과 대인 관계의 입력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나르시시즘의 공감 능력 결핍은 양육자와의 감정적인 관계 형성이 부족한 데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와 오랫동안 함께 하게 되면 공상에 빠지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아도취에 빠진 정치적 지도자들, 이념적 지도자들, 그리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위대한 사상가와 현자들을 따르는 제자와 지지자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 나르시시스트의 조정을 받게 된다. 소시오패스 지도자와 나르시시스트 지도자가 보이는 기술적인 차이는 소시오패스가 거짓말, 조작, 위협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나르시시스트는 거짓말, 조작, 정서 전이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숭배, 외부세계의 인정과 찬사,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만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소시오패스는 힘을 원하고 나르시시스트는 찬사를 갈망한다. 사람들이 도덕적 배제, 증오, 편견에 빠지게 될 때 권위를 가진 소시오패스는 사람들에게 악행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도덕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정부를 원한다면 지도자에게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행복은 대인 관계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적인 행복과 의미에는 공감, 연민, 이타주의, 용서, 사랑처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는 반응들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공감을 느끼는 능력은 존중받고 따를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관계와 양심을 지켜 나가는 일은 사생활, 직장생활, 부모로서의 삶에서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소시오패스에게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문제는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에서는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악에 대한 생각을 정의한다. 악은 선한 마음이 없는 상태로 악마와 같은 존재로 비유하기도 한다. 마사 스타우트는 악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결핍과 양심의 결핍으로 정의한다. 인간의 뇌에 문제가 발생해 감정이 결핍되고 양심과 공감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소시오패스가 된다. 소시오패스를 단순히 악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심리학적 신경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때 소시오패스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에서는 과학적 근거와 여러 사례를 통해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알려주고 소시오패스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 해를 끼치게 되면 죄책감과 수치심에 괴로워한다. 소시오패스는 이러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책을 읽는 동안 약간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뇌의 문제로 발생한 결핍으로 인한 무감정한 소시오패스의 행동은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용서되어야 하는가? 소시오패스와 악성 나르시시스트 중 누가 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혼란이 왔다. 소시오패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소시오패스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와 특히 아이를 미끼로 양육권 분쟁을 하는 소시오패스를 볼 때는 아무런 연민이 생기지 않는다. 소시오패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하기에 쉽지 않는 방법들도 있었다. 책에서 알려주는 대처법을 참고해 우리의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는 인간의 악행을 낳는 주요 근원이 양심의 성격학적·신경심리학적 결핍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소시오패스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소시오패스의 행동의 특징을 이해하고 난 후, 해야 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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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 탄소 발자국에 숨은 기후 위기 왜요?
최원형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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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러 간다. 비닐 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챙겼지만 장을 본 후 들여다본 장바구니 안은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봉투가 가득하다. 방울토마토가 담긴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고기가 포장되어 있는 플라스틱 용기와 스티로폼 용기, 파프리카와 사과가 들어 있는 비닐봉투, 과자와 라면 등을 포장하는 비닐봉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요구르트와 커피 용기 등등. 모든 생활공간에 플라스틱 제품이 존재한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그 다음의 대안으로 재활용 쓰레기 용기를 깨끗이 씻고 분리수거를 한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쓰지 않는 콘센트 뽑기와 같이 소소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한다고 환경을 지킬 수 있을까? 기업들은 화석연료와 핵연료를 사용해 공장을 돌리고 제품을 끊임없이 만든다. 자동차는 매연을 내뿜으면서 도로를 달린다. 아파트와 공장을 만들기 위해서 또는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땅을 파헤치고, 밀림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파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하는 작은 실천으로 과연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전 세계인 대부분이 사용하는 스마트 폰 평균 교체 주기는 2.7년이다.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20여 가지 광물이 필요하다. 광석을 캐고 가공하기 위해서 화학 약품, 에너지, 물 등을 소비한다. 2020년과 2021년 가뭄으로 비가 거의 오지 않았던 타이완은 주요 경제인 반도체 산업을 위해 한 해 농사를 강제로 쉬게 했다. 메인보드 부품 중 하나인 탄탈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광물 콜탄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쫓겨났다. 콜탄을 피의 다이아몬드라 부르는 이유다. 환경 단체는 전자 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피로 만든 광물은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플라스틱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썩지 않는 성질로 인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 섬유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합성 섬유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생산량 가운데 15퍼센트가 합성 섬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해마다 9,20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의 원료는 원유다. 플라스틱 소비량이 증가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증가한다.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을 줄이고 분리 배출을 통해 모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플라스틱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종이다. 종이를 사용해도 환경은 파괴된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벌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축에게 먹일 콩을 재배하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태워졌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8퍼센트 정도다. 고기를 운반하기 위해 배출하는 온실가스까지 포함하면 30퍼센트가 넘을 것이라 한다.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 지구에서 생산하는 곡물의 3분의 1을 소비한다. 지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토지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면적이 축산업에 사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는 팜유를 생산하는 팜나무를 심기 위해 숲이 사라지면서 오랑우탄, 피그미 코끼리, 수마트라 호랑이, 나무 원숭이 등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 그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도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2004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인도네시아 휴양지에 쓰나미가 덮쳐 23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앞바다에서 발생한 초대형 지진으로 해일이 육지로 밀려와 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 아체주가 가장 피해가 컸고, 몰디브는 아체주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었다. 섬나라 몰디브가 피해를 덜 입었던 이유는 섬 주변에 형성된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를 잘 보존했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는 해일로부터 섬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 숲을 파괴했고 그로 인해 섬은 쓰나미를 막아줄 방패를 잃었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유통되는 동안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간다. 생산된 식재료는 먼 곳까지 운반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은 증가한다. 원거리를 이동하는 식재료를 저장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또 들어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운반된 먹을거리 가운데 3분의 1이 먹기도 전에 버려진다.

 

지구 표면에 닿은 태양에너지의 일부를 반사시켜 우주로 돌려보내던 빙하가 녹으면서 기온이 상승한다. 지난 30년 동안 북극 빙하가 절반으로 줄었다. 빙하가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의 섬들은 잠기고, 북극과 남극에서 살아가던 생물들과 사람들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갑작스럽게 녹은 빙하가 마을을 덮쳐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해 지구촌 곳곳에서 가뭄, 폭우, 폭설, 폭염등의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20211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기름을 수송하는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후 위기에 관해 자주 언급했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도 다시 가입할 것이라 했다. 키스톤 파이프라인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한반도 두 배 길이의 송유관을 건설하려고 했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온실가스의 35퍼센트를 화석 연료 기업이 배출했다.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정부도 202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60개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2034년까지 30기 폐쇄하기로 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은 쓰레기 재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버려지는 현수막을 이용해 에코백을 만들고 화물차의 화물칸을 덮는 방수천은 명품백 프라이탁으로 재탄생한다. 미국 뉴욕의 저스틴 지낙은 2001년부터 뉴욕 거리에서 주운 쓰레기를 아크릴 큐브에 넣어 뉴욕 기념품으로 판매했다. ‘뉴욕의 쓰레기라는 글자가 새겨진 뉴욕의 쓰레기는 특별한 날에 생긴 쓰레기의 경우 한정판으로 100달러에 팔리기도 했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이미 만들어진 쓰레기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무심코 버리려고 했던 쓰레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그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쓰레기에서 보물을 찾아내고 지구 환경도 지켜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탄소발자국이 늘어날수록 지구는 오염되고 환경이 파괴된다. 지구의 기온은 요동치고 여기저기에서 이상 기온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폭염의 정도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한 나라로 끝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나라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시작해야 한다. 개개인은 쓰레기 분리배출 등의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고, 기업과 국가도 환경을 지키는 정책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이대로 계속 환경 파괴를 외면한다면 지금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공기와 물을 남겨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는 환경의 파괴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구 환경을 지키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기업과 국가의 노력과 더불어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를 질문하게 된다. 각 장별로 <함께 토론하기>에 토론 논제가 실려 있어 책을 읽고 함께 토론을 해볼 수 있게 했다. 토론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듣고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할 것 같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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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문장들 - 업의 최고들이 전하는 현장의 인사이트
김지수 지음 / 해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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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곧 일이며 일이 곧 삶인 사람은 행복하다.’(5~6페이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로 바꿀 때 나에 대해 더 명료하게 알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인가를 질문한다.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뷰어 김지수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위기, 속도를 내면 확실한 기회예요.’(36페이지)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에 대비한 사람들과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MKYU 학장 김미경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핵심 역량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핵심 역량을 찾기 위해 김미경이 선택한 방법은 공부, 즉 생존 공부에 집중한다. <<언컨택트>>의 저자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언컨택트 사회에서는 연결하는 타인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빅데이터로 모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라 말한다. 진정성과 확고한 가치관은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구루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데이터를 21세기 원유라 말한다. 코로나 시대는 창업의 적기라 말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데이터로 검증된 사실을 믿으라고 강조한다. ‘MKYU 학장 김미경, 트렌드분석가 김용섭,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구글 혁신 마이스터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직업에서 앞으로 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 ‘언컨택트 사회에서 누구와 연결하고 연결하지 않을지’, ‘일상이 정지됐을 때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데이터다. 데이터가 21세기 원유라고 한 사보이아의 말처럼 데이터로 검증된 사실은 현실 감각을 키우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료다.

 

밥 먹듯이 연습하고 숨 쉬듯이 연구해 봐’(120페이지)

뮤지컬 배우 옥주현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질문하고 그 다음에 뭘 공부하면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적성에 맞는 것을 찾으면 오랫동안 할 수 있고, 오래 하기 위해서는 탐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디음악가 백현진은 어떤 예술가가 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백현진은 목표가 없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 무리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다고 답한다. 그의 작품 활동 스타일은 무리 없이 성실하게. 마음이 즐거우니 집중하는 것이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는 문화가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은 역사와 전통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사람, 전통과 상관없이 새로운 창작을 하는 사람, 옛것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재조명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옛것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재조명하는 사람인 정구호는 현재, 환경, 요구의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해서 떠오르는 영감을 현실 속에 실현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뮤지션 장기하는 핵심을 남기고 나머지를 버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고 할 수 있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를 관찰한다. 10년 넘게 뮤지션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로 완전하지 못해도 60~70퍼센트 확률로 포기에 성공해 왔기 때문이라 말한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방송도 인연이라 말하면서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사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은 백종원은 욕심을 줄여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겸손한 척, 착한 척을 하다 보니 점점 대로 되어간다는 백종원은 욕심을 줄이니 도 더 쉬워졌다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를 권장하는지 묻는 질문에 백종원은 하는 것이라 답한다.

노래도 인생도 힘을 주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게 어렵다.’(189페이지)

뮤지컬 배우 옥주현, 예술가 백현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뮤지션 장기하,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욕심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삶을 선택한다. 이들은 마음을 덜어낼 때 덜어내고 즐겁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다. 덜어냄과 즐거운 몰입은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무엇에 몰입하고 있으며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를 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가장 좋은 복지는 유능한 동료’(214페이지, 넷플릭스 CEO 헤이스팅스)

경영저술가 대니얼 코일, 카카오 공동대표 조수용, 영화감독 봉준호, 이날치 밴드 장영규, 영국 소방대장 사브리나 코헨 해턴은 존중과 수용, 신뢰와 공감으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낸 리더들로, ‘함께 일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알게 해주는 인물들이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야 한다. 대니얼 코일은 적절한 안전 신호는 친근감과 안전감, 연대감을 확인시켜주어 소속에 대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조직 구성원이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카카오 공동 대표 조수용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뢰, 충돌, 헌신을 핵심 가치로 삼은 카카오는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다. 조수용대표는 열정 있고 선한 마음을 가진 인재를 유능한 인재라 말한다. 신뢰받은 경험 덕분에 선한 마음, 자기 신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조수용 대표는 자신도 신뢰와 자율의 경험을 나눠주려 한다.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영광을 독점하지 않고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나눈다. 창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봉준호는 함께 일하는 이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공감하는 리더다. 이날치 밴드의 리더 장영규는 가요, 민요, 판소리 등의 다양한 장르의 밴드 활동을 하면서 맺은 인연으로 이날치 밴드를 만든다.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협업자의 결과물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으로 협업을 하는 장영규는 자신의 색을 지키면서 협업자의 색을 적절하게 섞을 수 있는 리더다. 영국의 첫 여성 소방관 사브리나 코헨 해턴20년간의 현장 기록을 <<소방관의 선택>>에 기록했다. 그녀는 누군가를 구하는 용기는 공감의 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출동 현장에서의 극한 상황에 심리적인 마비현상을 경험한 후 압박감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법을 연구한다. 이는 재난 현장에서 지휘관들이 의사결정 마비 현상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다. 압박감을 이겨낸 지휘관의 올바른 선택이 동료와 시민의 목숨을 구한다. ‘코일, 조수용, 봉준호, 장영규, 해턴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한 단체와 기업을 이끌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리더들이다. 생각의 중심을 잡고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마음은 좋은 리더의 자질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가 아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해주고, 그들을 믿어주는 마음가짐이다.

 

중요한 건 당장 보이는 실력이 아니라 압박감 속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힘’(319페이지)

2021년 도쿄올림픽 한국양궁선수들은 활을 쏘는 순간에도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했다. 압박감의 순간을 버텨내는 그들의 강심장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자기 컨트롤을 했으면 저렇게 강심장이 되었을까가 궁금했다. 스포츠 코치 데이브 알레드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의 수행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불안과 좌절,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 강력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자기만의 문장으로 나만의 길잡이 언어를 만든다. 양궁선수들의 경우에도 자신만의 루틴 언어를 적은 카드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믿을 만한 친구나 동료를 격려자로 두고, 쓸데없는 생각을 대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모든 걸 단순화해서 차근차근 한 단계씩 완성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압박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무엇을 할지 계속 자신에게 설명한다. 평소의 루틴을 수행하는 것도 압박감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조직경영학자 오타 하지메는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강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정 욕구는 타인에게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인정욕구의 주체는 내가 아닌 타인이 된다. 이러한 욕구가 강박이 될 때 인정 강박에 이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행동 기준을 낮추고 자신의 기대치를 낮춘다면 인정욕구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든다고 한다. 인정 강박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은 결국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타인을 믿는 것은 위험하지만 믿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347페이지)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데스테노는 신뢰의 문제는 일상에서 계속 존재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신뢰하는가가 삶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덜 배신당하고 더 현명하게 믿기 위해 신뢰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동체가 존재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 정신과 의사 전미경은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존감은 내 안에 있는 좋은 본질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나는 쓸 만하고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셀프 개념, 즉 나의 효용과 나의 가치에 대한 자기 판단을 자존감이라 정의한다.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야 자기 자신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와 타인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간다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압박감, 인정 욕구, 신뢰, 자존감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를 알아야 내가 좋아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일터의 문장들환경, 태도, 협업, 자아의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일에 대한 생각을 적고 있다. 현실감각을 키우고 환경에 적응해가는 인물들, 자신의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인물들, 리더로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인물들, 스스로를 컨트롤해서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일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물 중 나는 뮤지션 장기하에 집중했다. ‘적절한 포기가 선명한 나를 남긴다고 말한 장기하의 말에서 지금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여러 가지를 배우고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에 혼란을 겪게 됐다. 장기하가 한 것처럼 내가 못하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보려 한다. 집중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기 위해 나를 관찰하는 것에 지금 바로 집중한다. 일터의 문장들업의 최고 18의 이야기지만, 책을 읽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도 이들과 같이 일과 인생에 대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나만의 일터의 문장들을 적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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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부
마르틴 쉬르츠 지음, 권오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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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부는 어떻게 세계를 망치는가?’(책 표지)

란 무엇일까? 부를 갖기 위해 인간은 욕망한다. 인간의 욕망은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계속 더, , 더 채우려 한다. ‘과도한 부는 그런 인간의 욕망의 결과다. 대부분의 부를 소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남은 부를 쪼개어 갖기 위해 발버둥 친다. 왜 소수의 사람에게 부는 편중되었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과도한 부자라는 용어를

품행이 올바르지 못한 부자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11페이지)

플라톤은 극소수의 국민이 과도하게 부유하고 대다수는 극빈층에 머물게 되는 과두정치 국가체제를 재산에 기반한 지배라 불렀다. 이런 국가체제에서는 가난한 자들에게 무기가 주어질 때 부자는 외부의 적들보다 이들을 더 두려워하게 되어 전쟁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에서 양적으로 적당한 부와 빈곤의 관계를 찾고자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토지소유를 보장하고 토지 소유의 한계치를 설정해 한계치를 초과하면 자산 초과분은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는 누군가는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고 있기 때문에 자유의 가치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땅한 부에 대한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영국 귀족은 노동과 무역을 원천으로 하는 부를 높이 평가하지 않고, 명성이나 귀족적 생활양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신분 계승의 원칙에 따라 상속된 특권을 가질 때 마땅한 부로 인정했기 때문에 귀족의 생활양식을 복제한 부유한 시민계급의 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20세기가 되면서 천부적으로 상속되는 부보다는 고난을 이겨내고 이룬 개인의 부가 마땅한 부로 인정되기 시작한다. 사회가 변하면서 마땅함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상속된 재산이든, 개인의 노력에 의한 재산이든 상관없이 과도한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가 되기 마땅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정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질투의 감정과 분노를 과도한 부자들에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난한 소수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플라톤은 질투와 저항의 감정이 생기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사회적 친밀감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과도한 부자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친밀감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도한 부자들은 사회적 친밀감을 회피할 수 있었고, 질투와 분노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부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차단시키는 것은 과도한 부를 지키는 데 최고의 방법이다.

 

어느 수준의 자산 크기부터 과도한 부라고 불릴 수 있는지의 문제는

결국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다.’(280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3명이 미국 국민 하위 50퍼센트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몇 개의 거대 기업이 이익의 대부분을 독점하면서 소득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한계 없는 부는 소수에게 자원이 집중되는 원인이 된다. 자산분배는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운 경제활동의 결과로 여겨졌다. 자산분배가 시장을 통해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부와 과도한 부는 사유재산보호와 상속권을 포괄하는 정치적, 제도적 틀 안에서 형성된 것이다. 과도한 부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과도한 부자들은 정치의 보호 아래 위기를 극복하고 자산의 규모를 키웠다. 1930년대 세계경제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이들은 분노의 대상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냈다. 과도한 부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더 강화되었다. 소득비교에 있어 최고-최소소득 간의 차이가 1-30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면 자산의 경우 그 격차는 10억 단위의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 이래로 민영화, 규제철폐, 금융세계화 등으로 인해 사적 자산은 증가하고 공적자산은 감소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복지국가의 활동 영역은 축소된다. 자산증식의 속도는 경제발전의 속도보다 빨라져 노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진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굳어진 사회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산 집중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과도한 부자에 대해 어떠한 감정들이 부여되는지, 이 작은 집단에 어떠한 미덕과 죄악이 귀속되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도한 부는 과도한 부자들의 사적인 미덕이 사회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부자들의 자비와 관대함은 부를 지키는 수단이 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박애주의는 소유자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해준다. 부자들의 과시적 자선행위는 과도한 자산 소유를 정당화 시켜준다. 박애주의가 복지국가의 집단적 연대성을 몰아낼 때 과도한 부를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행을 펼치는 과도한 부자가 복지국가의 업적을 몰아내고 그 위에 개인의 자선을 올려놓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부자들의 선행은 원하는 목표가 달성된 후 중단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박애주의가 복지국가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부를 가진 이들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더 늘리기 위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사람들의 분노를 피해가기 위한 프레임을 만들었다. 과도한 부자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공개된 부자들의 자산 정보와 더불어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공감과 연대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도한 부는 부와 관련된 철학을 모아놓은 부의 철학서다. 부에 대한 프레임은 어떻게 짜여 지고 우리는 어떻게 그 안에 갇히는지를 알려준다. 철학, 문학, 정치, 경제 등의 모든 분야에서 다루는 부에 대한 개념과 생각을 해석하고, 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내가 생각하는 과도한 부의 가장 큰 매력은 문학 작품 속 인물의 이미지와 대사를 부의 개념과 연결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책을 읽고 부와 과도한 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다. 부에 대한 토론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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