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
마사 스타우트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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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스스로 자신의 삶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서로 존중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4페이지, 제인 구달, <<희망의 이유>>)

 

사람이 제일 어렵다. 사람과 관계 맺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람을 만나 즐겁지만 사람을 만나 고통스럽기도 하다. 사람에게 상처 받고 사람에게 치유 받는 과정을 반복한다.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얻을까?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 중 대다수는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양심도 공감능력도 없고,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이들의 모습이 타인의 고통을 먹고 사는 판타지 속 괴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시오패스는 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까? 마사 스타우트는 인간의 악행을 낳는 주요 근원이 양심의 성격학적, 신경심리학적 결핍에서 온다고 말한다. 감정의 결핍으로 인해 사악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무자비한 소시오패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마사 스타우트는 죄책감, 가책,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전혀 없는 양심 없는 자들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를 썼다. 책에 실리 사례들은 정상적인 사람인 것처럼 위장한 채 살아가는 소시오패스에게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악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관념이 악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소시오패스의 악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악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맛보며 더욱 강해진다.’(12페이지)

판타지 소설 속 악한 존재들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더 거대해진다. 소설 속 악한 존재처럼 현실 속 소시오패스도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맛보며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결국 악한 존재들은 타인의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을 거름 삼아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는 존재들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 감정적인 애착과 양심의 결핍, 그리고 단 한 줌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소시오패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소시오패스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종하며 파괴하지만 정체가 탄로날 정도로 심각한 행동을 하지 않고 철저히 계산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의 행동 유형을 알고 그들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그들의 계획을 꺾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숙지한다면 소시오패스를 알아볼 수 있게 되고 현명하고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악이란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17페이지)

만약 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를 상상해보라 한다. 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까? 악은 직접 볼 수 있거나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일종의 결핍이라고 한다. 존재하는 무언가가 아닌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악행, 악한 마음, 악한 존재 등등으로 악을 생각했던 나에게 악을 결핍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는 상태, 무언가가 빠져 있는 결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악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함은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정서적인 결함으로 인해 악행은 일어난다. 가족 간의 사랑, 우정, 배려, 다정함, 감사처럼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따뜻한 감정이 있어야 양심이 생긴다. 이러한 감정을 갖지 못하는 심리학적, 신경학적 결함을 지닌 인간은 악한 행동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소시오패스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정신 상태부터 의심한다. 사람에게 양심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면 전형적인 3단계의 작전을 구사한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라고 말하며 무죄 주장을 하고, 이어서 안 그래도 요즘 죽고 싶은 심정인데, 이렇게까지 나를 비난하면 벼랑 끝에 몰리는 기분이야라는 식으로 동정연극을 한다. 마지막으로 고발자 협박을 하면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분노를 터트린다.

 

양심을 결핍한 아이의 사례를 읽으면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악인보다 현실 속 악인이 더 힘겹다. 초강력 폭풍이 지나간 후 11살 사일러스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사일러스의 엄마는 그런 아들을 말리지 못하고 저렇게 나갔다가 들어오지 않으면 어떨까를 상상하고 그 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사일러스의 아버지는 아들을 감당하지 못해 2년 전에 집을 나갔다. 폐허로 변한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쓸 만한 물건을 찾아다니는 사일러스의 모습은 무너진 삼풍백화점에서 웃으면서 물건을 훔치던 어떤 이름 모를 아줌마의 모습이 보여 소름끼쳤다. 죽은 시신의 옷을 뒤져 지갑을 꺼내는 사일러스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양심이 없는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부모의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사례만을 읽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평생을 함께 이어져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일러스와 같이 18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소시오패스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은 품행 장애로 진단을 내리지만 실제로 명확한 패턴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품행 장애로 진단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10살이 넘어 품행 장애로 진단받은 아이들 중 60% 이상이 어른이 되었을 때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드러낸다. 10살 이전에 품행 장애를 진단받은 아이들은 소시오패스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능력이 결핍된 아이들 중에서 반사회적이며 공격적인 아이들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냉정하고 감정이 없는 형태의 인간관계라고 한다. 다수의 소시오패스는 뇌의 이상으로 고통에 관계되는 사회적인 자극에 무감각하다. 신경학적으로 사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양심도 없다. 품행 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불안, 우울감, 수치심, 절망감에 빠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고 점차 지역 사회와 단절되며 고립된다. 품행 장애 자녀 외 다른 아이들도 심리적·신체적 폭력에 노출되어 고통 받는다. 소시오패스를 치료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품행 장애를 치료할 방법도 없다. 양심이 없는 사람에게 양심을 만들어 줄 방법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이끌어 내는 반복적인 행동 훈련과 함께 약물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사회적 생물은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 사회는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협력이 아닌 반목을 선택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같은 인간을 살아 있는 장남감이라 생각해 가지고 놀거나 훼방을 놓고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감정적으로 결핍 상태인 이들은 사회적 감각과 동료에 대한 애착이 아예 없다. 가스라이팅은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피해자를 다른 사람들과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절된 다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자비한 소시오패스는 가장 취약한 목표물을 찾는다. 또 다른 소시오패스의 유형은 자신보다 더 힘이 있는 사람들을 목표물로 선택하기도 한다. 직장 내 소시오패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괴롭히는 소시오패스를 만났을 때 소시오패스의 행동을 회사에 알릴 것인지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온다. 소시오패스를 쫓아내고 싶다면 업무와 관련된 기록을 잘 보존한다. 소시오패스의 거짓말을 발견하면 기록으로 남기고 목록을 작성한다. 소시오패스가 회사에 막대한 위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후에는 회사가 소시오패스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보고 난 후 대응한다. 하지만 직장 내 소시오패스에 대처하는 것은 대처법을 안다고 해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소시오패스의 직위가 피해자보다 높고, 소시오패스 행동특성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들은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혼을 한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을 때 양육권을 놓고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소시오패스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이혼 후 양육권을 갖기 위한 분쟁을 시작하고 그 과정을 게임처럼 즐긴다. 상대편 배우자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애쓸수록 소시오패스의 만족감은 커진다. 소시오패스는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한다. 거짓말과 조작을 통해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고 상대방을 나쁜 가해자로 만든다. 결국 소시오패스에게 아이의 양육권이 넘어가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양육권 분쟁에서 소시오패스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거짓말로 법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 포식자인 그에게 어떤 감정도 보여주지 말고 무관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감정적인 반응은 소시오패스에게 만족감을 안겨준다.

 

공감을 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는 고마움과 감사에 대한 마음도 존재하지 않고 그들에게 공정함, 정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를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을 멀리하고 어떠한 접촉과 소통도 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6장에서는 소시오패스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10가지 지침을 알려준다. 1~9까지의 지침은 물리적인 폭력이 없는 소시오패스를 대상으로 하고, 10번 지침은 물리적인 폭력 성향을 보이는 소시오패스에 대응할 때 필요한 지침이다. ‘상대를 파악하라, 당신이 선의 편에 서 있음을 깨닫고 사명을 떠올려 보라, 판을 뒤집어라, 오로지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하라, 소시오패스가 원하는 대로 해 주지 마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이 사명이 지금 당신 삶의 일부임을 깨달아라,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지 마라, 당신의 건강이 중요하다,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10가지의 지침은 소시오패스에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소시오패스 앞에서는 절대로 분노, 당황, 상처 받은 모습 등을 보여주면 안 된다. 보여주는 순간 소시오패스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 vs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와 나르시시스트에게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다. 하지만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양심이다. 소시오패스는 양심과 공감, 두 가지 모두가 없는 반면에 나르시시스트는 공감만 없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는 없어도 자기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소시오패스의 냉혹함은 뇌의 선천적인 결손으로 감정과 대인 관계의 입력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나르시시즘의 공감 능력 결핍은 양육자와의 감정적인 관계 형성이 부족한 데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와 오랫동안 함께 하게 되면 공상에 빠지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아도취에 빠진 정치적 지도자들, 이념적 지도자들, 그리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위대한 사상가와 현자들을 따르는 제자와 지지자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 나르시시스트의 조정을 받게 된다. 소시오패스 지도자와 나르시시스트 지도자가 보이는 기술적인 차이는 소시오패스가 거짓말, 조작, 위협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나르시시스트는 거짓말, 조작, 정서 전이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숭배, 외부세계의 인정과 찬사,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만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소시오패스는 힘을 원하고 나르시시스트는 찬사를 갈망한다. 사람들이 도덕적 배제, 증오, 편견에 빠지게 될 때 권위를 가진 소시오패스는 사람들에게 악행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도덕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정부를 원한다면 지도자에게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행복은 대인 관계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적인 행복과 의미에는 공감, 연민, 이타주의, 용서, 사랑처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는 반응들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공감을 느끼는 능력은 존중받고 따를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관계와 양심을 지켜 나가는 일은 사생활, 직장생활, 부모로서의 삶에서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소시오패스에게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문제는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에서는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악에 대한 생각을 정의한다. 악은 선한 마음이 없는 상태로 악마와 같은 존재로 비유하기도 한다. 마사 스타우트는 악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결핍과 양심의 결핍으로 정의한다. 인간의 뇌에 문제가 발생해 감정이 결핍되고 양심과 공감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소시오패스가 된다. 소시오패스를 단순히 악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심리학적 신경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때 소시오패스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에서는 과학적 근거와 여러 사례를 통해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알려주고 소시오패스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 해를 끼치게 되면 죄책감과 수치심에 괴로워한다. 소시오패스는 이러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책을 읽는 동안 약간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뇌의 문제로 발생한 결핍으로 인한 무감정한 소시오패스의 행동은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용서되어야 하는가? 소시오패스와 악성 나르시시스트 중 누가 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혼란이 왔다. 소시오패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소시오패스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와 특히 아이를 미끼로 양육권 분쟁을 하는 소시오패스를 볼 때는 아무런 연민이 생기지 않는다. 소시오패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하기에 쉽지 않는 방법들도 있었다. 책에서 알려주는 대처법을 참고해 우리의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는 인간의 악행을 낳는 주요 근원이 양심의 성격학적·신경심리학적 결핍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소시오패스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소시오패스의 행동의 특징을 이해하고 난 후, 해야 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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