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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454. 주제: 독서
제목: [서평-237] <인간 실격>: 선택과 거부할 수 없는 자의 불행
1. 이 책의 구성
얼마 전 JTBC 에서 <인간 실격>이라는 동일한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새롭게 번역된 <인간 실격>이란 책이 서점가에 나오기 시작했다.
번역 소설은 번역가의 문체에 따라 살짝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누가 번역한 책을 읽느냐 하는 것도 외국 소설을 읽는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이번에 내가 읽은 것은 2021년 12월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비교적 가장 최근에 출판사 스타북스에서 발행하고 ‘신동운’님이 번역한 <인간 실격>이다.
이 소설은 머리말과 후기, 그리고 세 편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나는 소설가로 서술자인데 어느 날 후나바시시에서 어떤 마담에게 요조의 수기 3편을 건네 받게 된다. 세 편의 수기는 요조라는 사람이 자신이 스스로 ‘인간 실격’이 되어 가는 과정을 연대순으로 적은 것이다.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게 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는 학과 공부보다 술, 담배, 매춘부, 좌익사상에 빠지게 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전당포를 드나들면서 점점 더 폐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유명해 진 이유는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며, 이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을 하였고, 마지막 작품이라는 스토리가 더해지면서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1948년에 당시 39살이라는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는데, 그 시기는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의 패망으로 사회 전체가 패닉에 빠져 있는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더 이 소설 속으로 빠져 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이 소설은 내용은 전체적으로도 어둡고 우울하고 허무주의가 깔려 있다. 특히 글을 읽다보면 ‘기묘하다’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 데 정말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기묘한 소설이다. 스스로 망가져 가면서 인간 실격임을 고백하는 소설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수기에서 스스로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시작할 만큼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긴 하다.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려면 나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택의 순간에 주인공 요조는 항상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선택했다. 그것이 나중에 겹쳐지면서 결국 죽음에 이를 수 밖에 없는 병을 만들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싫은 것을 마다하지 못하고, 또한 좋아하는 것도 머뭇머뭇 훔치듯이, 전혀 즐기지 못하며, 더구나 극도의 공포감에 전율하는 것이었다. 즉 나에게는 양자택일의 능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것이 훗날 나의 이른바 ‘부끄러움 많은 생애’의 중대한 원인이 된 습성의 하나였던 것이다.(p. 21~22) |
→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선택의 주도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문장이다. 선택의 이유가 분명하지 않거나 어정쩡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호리키는 피부가 거무스레하고 단정한 얼굴로, 미술 생도로서는 드물게, 그럴싸한 양복을 입고, 넥타이 취미도 고상하고, 또한 모리도 한가운데에 가르마를 타고 포마드를 발랐다. 나는 낯선 장소인 탓에 무작정 두렵기만 하여, 팔짱을 끼었다 풀었다 하며, 그야말로 부끄러운 듯한 미소만 짓고 있었지만, 맥주를 두세 잔 마시다 보니, 묘한 해방감 같은 경쾌함을 느끼게 되었다. (p. 50) |
→ 호리키는 이 소설의 주인공을 나쁜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로 나온다. 그를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 문장이다. 맥주를 마시면서 느끼는 묘한 해방감과 경쾌함은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다. 바로 알콜이 주는 힘이다.
‘어둠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 세상에서 비참한 패배자나 배덕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스스로가 태어날 때부터 어둠의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세상으로부터 어둠의 자식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반드시 다정한 마음씨가 생긴다. 그러고 저의 ‘다정한 마음씨’는 내 자신이 반할 정도로 다정한 마음씨였다. (p. 57) |
→ 이 소설의 주인공인 요조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린 사람인 것을 알게 해주는 문장이다. 루저들에게 조차도 ‘다정한 마음씨’가 생겨난다고 하니 얼마나 순수한 사람인지 알게 해준다.
그때, 목을 움츠리며 웃었던 넙치의 얼굴에 숨겨진 교활한 그림자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경멸하는 표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세상을 바다에 비교한다면, 그 천 길이나 되는 심해의 깊숙한 곳에 그러한 기묘한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을 것 같아, 무언가, 성인 생활의 깊은 곳을 언뜻 들여다본 듯한 느낌이었다. (p. 92) |
→ 우리는 사람의 표정에서 많은 것을 읽어 낼 수 있다. 얼굴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욕심이 가득 차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순수한 얼굴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이유도 그 사람만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남의 권유를 거부한 것은, 그때까지의 나의 생애에 있어서, 그때 단 한 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나의 불행은, 거부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다. 남이 권하는 것을 거부하면, 상대방의 가슴에도 내 가슴에도,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어색한 틈이 생길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토록 미친 듯이 원하던 모르핀을, 정말로 자연스럽게 거부하였다. 요시코의 이른바 ‘신같은 무지’에 감동한 탓일까? 나는 그 순간, 이미 중독 상태를 벗어난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나는 곧바로, 그 수줍은 듯이 미소 짓는 의사의 안내를 받아, 다른 곳의 병동에 감금되었다. 자물쇠가 채워졌다. 정신병원이었다. |
→ 주인공 요조가 자신의 불행을 ‘거부할 수 없는 자의 불행’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때문에 거부하지 못함으로써 잉태된 불행을 보면서 주인공이 답답했다. 한편, 아,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거절하는 법도 어려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고, 분명히 거절하지 않음으로써 그 후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4. 추천사
인간으로서 품위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비극으로 끝나는 스토리지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함을 깨닫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