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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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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208] <어떻게 지내요>: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

(2021. 8. 28.)

 

 

1. 이 책의 줄거리

 

이 책의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는 2018<친구>로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2021년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현재 보스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어떻게 지내요>는 누네즈의 최신작으로 죽음을 앞 둔 친구와의 여행을 통해 친구더 나아가 이웃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이웃은 작은 의미로는 자기 주변의 사람이기도 하지만, 넓게는 전 지구인에게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친구의 죽음은 개인적인 차원의 죽음이지만 기후위기가 몰고 올 재난은 사회적인 차원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어떻게 지내요는 시몬 베유의 글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물을 수 잇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p. 122)

 

작가인 는 암으로 투병중인 친구가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자 품위 있는 죽음을 꿈꾸는 자살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친구의 계획을 알고 모두 이유를 둘러대며 거절하지만 나는 친구와의 마지막 여행에 기꺼이 동행하게 된다. 다행히 친구는 자살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옆에 있어준 친구의 보살핌 속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한편, 나의 옛 애인은 기후위기로 인하여 언젠가는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위기 경고를 무시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수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노력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결국 작가는 <어떻게 지내요>라는 소설을 통해 이웃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로 단순하게 출발하지만, 소설을 전개해 가면서 나이 들고 죽음을 맞는 여성들의 이야기, 이혼과 이혼 가정, 버려지는 반려 동물 이야기, 기후 위기 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도 담고 있다. 그 연결구조를 나선형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정교하게 만들어 준다.

 

누네즈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 소설의 주제를 밝히고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 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pp. 166~167)”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런 사회가 바로 인간적인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내가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저런 상황이 되었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근거가 된다.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단절된 사회에서는 인간답게 절대 살아갈 수 없다. 코로나 19라는 전 지구적 펜데믹 현상을 통해 지구적인 공조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깨닫는 요즘이다. 코로나 다음엔 바로 기후 위기로 인한 비극이 다가 오고 있다는 것을 많은 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이제 이런 경고에 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금빛 시간, 마법의 시간, 뢰르 블뢰(푸른 시간), 변화하는 하늘의 아름다움을 보며 우리 둘 다 가만히 몽롱함에 잠기는 저녁 시간. 비스듬히 떨어지는 해의 빛이 잔디를 가로질러 올려놓은 우리 발에 닿는가 싶더니, 느리고 긴 축복처럼 우리 몸을 타고 올라오면, 만사가 아무 문제 없다고 당장이라도 믿을 수 있을 심정이었다. 달을 보라. 별을 세어보라. 거기 당신은 없는 모든 시간이. 그리고 영원히 존재할, 세상이 한없이.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다 괜찮을 거야. (p. 207)

 

, 이 문장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해가 막 지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보며 나이 지긋한 두 여인이 느긋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누구나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면, 마음 편안해 질 것 같다.

 

노을이 내리기 전의 시간, 개늑시(개와 늑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정도의 밝기라고 한다.)의 시간에 스치는 바람결을 느끼며, 하루를 마감하며 감사기도를 드릴 수 있는 삶이면 정말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쓰려고 했던 일기, 친구의 마지막 날들의 기록그건 이루어지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기를 써봐야 언어는 전혀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되어서, 실제 벌어지는 현실을 결코 정확히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겨우 무언가 묘사해내더라도 기껏해야 결국 실재의 옆자리를 차지할 뿐임을, 문을 열면 언제 나갔는지도 모르게 나가버리는 고양이처럼, 실재 자체는 어느새 나를 지나쳐나가버릴 것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알았다. 적확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과 관련해 그럴듯한 이야기야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그런 단어들은 절대 찾아낼 수 없다. 놓아야 할 곳에 차례로 단어를 내려놓지만, 그것은 삶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언어로 담아보려 아무리 기를 써봐야, 언제나 나막신을 신고 발레를 하는 꼴이다. (pp. 217~218)

 

안다. 늘 그렇듯이 언어란 결국 모든 것을 변조해버릴 것이다. 작가는 이 점은 너무 잘 알고,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좋은 작가들이 문장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피와 땀을 흘리고, 최고의 작가들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몸이 부서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찾아낼 수 있는 진실이 있다면 거기서 찾아내게 될거라고 믿기 때문에.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그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 작가들이들만이 내가 계속 읽고 싶은 작가이고, 나를 고양시키는 작가이다. (p. 218)

 

 

이 문장은 이 소설의 작가 누네즈가 소설에 등장하는 작가를 통해 언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잘 나타내고, 작가가 적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노력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다 언어로 담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들이 자신이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언어로 표현한 문학 작품이 없었다면 인간의 삶은 또 얼마나 무료했을까? 한 사람의 작가가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표현을 한다면 그것을 읽는 독자는 그것을 통해 상상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또 다른 표현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작품을 통해 독자들을 일깨워주는 세상의 모든 작가들에게 감사하다.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바로 그렇게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4. 추천사

 

이 책은 쉽게 읽히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여성의 삶과 죽음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친구와 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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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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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서평-207] <에피쿠로스의 정원>: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1. 이 책의 구성

 

좋은 책은 그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사유를 만들어내고 자꾸만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은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록이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라는 책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나톨 프랑스가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와 에피쿠로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나톨 프랑스(1844~1924)

 

1873<황금시집>으로 문단에 데뷔해 1921년 소설 <펭귄의 섬>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나톨 프랑스는 모국 프랑스의 대 격변기를 겪은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다. 그가 사망하자 프랑스는 국장으로 경의를 표했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이후 제정, 황정복고, 공화국 체계를 겪었고, 신민제국으로서의 프랑스가 가장 팽창한 시기를 살았으며, 그의 활동 기간은 현대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되어가는 시기와 맞물린다. 그는 또한 고대 그리스 로마의 고전이나 프랑스 문학과 철학사의 고전에 정통한 고전주의자요,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기도 했다.

 

아나톨 프랑스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건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상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드레퓌스 사건일 것이다. 당시 첩자로 몰리 드레퓌스를 옹호한 에밀 졸라가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하자 그의 장례식에서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에게 바치는 경의라는 글을 통해 이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 바로 아나톨 프랑스다. 나아가 그는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반복되는 구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운다. 이 책에서도 누구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 권리가 있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하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를 수호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2세기 전 볼테르의 신념에 기대어 당대 현실을 비판한다. 그가 비판한 것처럼 혁명가들이 기득권자가 되고, 그들이 새로운 혁명과 변화를 거부하며 후대의 요구에 혀를 차는 장본인이 되는 과정은 21세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는 그리스 철학을 대표하는 스토아학파와는 다른 견해로 아테네 도시 외곽의 정원 안에 학교를 설립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이 때문에 에피쿠로스학파를 정원(庭園)학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윤리로는 스토아(Stoa) 학파의 금욕주의 윤리와 에피쿠로스(Epicouros) 학파의 쾌락주의 윤리를 들 수 있다. 스토아 학파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감각이나 욕망 대신 금욕적 이성을 강조하였다. 여기서 이성은 인간의 본성일 뿐만 아니라, 신과 세계의 본성이기도 하다. , 이 우주에는 만물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이성이 있고, 인간 개개인의 본성에도 이러한 이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스토아 학파와 달리 인간의 이성보다는 감각적 경험을 더욱 중시하였다. 에피쿠로스가 에피쿠로스 학파를 세웠는데 그는 정신적 쾌락과 지속적인 마음의 평안을 추구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즐거운 삶을 원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를 쾌락으로 보았다. 인간의 욕구가 충족 될 때 참다운 쾌락을 누리는데 인간의 욕구를 완전히 누릴 수 없으므로 허황된 욕심에서 벗어나 불안이 없고 몸에 고통이 없는 상태인 아타락시아(ataraxia) , 평정심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진정한 쾌락은 순간적인 쾌락이 아니라 지속적인 쾌락이요, 육체적인 쾌락이 아니라 정신적 쾌락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현실적이고 경험적이었던 에피쿠로스 학파의 정신은 경험론과 공리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러한 사전 지식이 없이 이 책을 읽으면 대단히 어려운 책이다. 더구나 글 속에서 예시로 제시하고 있는 그림, ,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역자는 주식을 달아 설명하고 있지만 글의 흐름을 방해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해도 글을 읽다보면 아나톨 프랑스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답을 얻었을 때의 기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아나톨 프랑스의 깊은 사고와 성찰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명문장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곳곳에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여성에 대한 편견과 비하적인 표현도 있다. 아나톨 프랑스가 살았던 시기에 지식인들이 가졌던 여성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여성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에 그러한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일화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곱씹어 보면서 생각해 볼 만 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아나톨 프랑스의 방대한 지식 앞에 겸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모든 위대한 사람은 다 책을 남겼다. 책이 가지고 있는 확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이야말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렇듯 명료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왜 프랑스 사람들이 아나톨 프랑스를 좋아하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게르하르트 아민토르라는 작가가 쓴 독일어로 된 짧은 책이 하나 있다. <삶의 책에 추가할 기록>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여성들의 일상 환경을 다루는데, 상당히 진실 되기에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일상의 고민거리로 인해 한 가정의 어머니는 본래 가지고 있던 생기와 활력을 잃고 뼛속까지 소진된다. ‘오늘은 무슨 음식을 하지라는 질문은 무한히 반복된다. 마룻바닥을 끊임없이 쓸어대는 일, 먼지를 털고 옷을 손질하는 모든 일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되어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그녀의 정신과 육체를 부식시킨다. 부엌 오븐 앞 일상이라는 마법으로 인해 수정과 같이 맑게 웃던 장밋빛 뺨의 자그마한 여성은 고통에 찬, 까맣게 타들어 가는 미라로 변해간다. 스튜가 끓는 연기가 자욱한 부엌이라는 제단에 그녀의 젊음, 자유, 아름다움과 기쁨은 제물이 되어 바쳐진다.” (pp. 42~43)

 

게하르트 아민토르다고베르트 폰 게르하르트’(1831~1910)의 필명이라고 한다. 그 시기의 여성이 처한 상황이 150여년이 지나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이 결혼을 하면 마주하게 되는 삶을 어쩌면 이토록 잘 묘사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오늘은 무엇을 먹지?’ 이 고민은 주부의 가장 중요한 걱정거리다. 여성에게 강요된 가사노동으로 정신과 육체를 부식시키고, 부엌이라는 제단에 여자들의 자유, 아름다움과 기쁨이 제물이 되어 바쳐진다.’는 표현은 정말로 탁월하다.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여성해방이 되는 날이 아닐까?

 

 

지구가 위대하건 사소하건 인간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우리가 사랑할 수 있고 가슴 아파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고통과 사랑, 이 둘이야말로 인간 세상의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이 샘솟는 한 쌍의 원천이다. 아파한다는 것, 이 얼마나 신비롭고 신성한가! 우리가 가진 모든 선함,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모든 것은 다 고통이다. 고통이 있기에 자비의 마음이 있고 용기가 존재하며 모든 미덕이 있을 수 있다. 지구는 우주라는 무한한 사막 속의 모래 한 알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직 지구에서만 고통이 존재한다면 온 우주를 통틀어 지구가 가장 위대하다. 고통 없이는 미덕도 천재성도 없기 때문이다. 고통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천재성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천재성인가? (p. 47)

 

고통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나란히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더 빛날 수 있는 것이며, 고통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의지야 말로 바로 천재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할 수 있고, 가슴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인간이 위대한 이유가 된다.

 

4. 추천사

 

깊이 있는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빨리 읽히지는 않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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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동차여행 코스북 - 가뿐하게 떠나는 제주 드라이빙 로드
이병권 지음 / 길벗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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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제주 자동차 여행 코스북>: 자동차로 즐기는 22개 코스 제주 여행

 

 

1. 이 책의 구성

 

제주도 여행과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 역시 제주도 여행에 관한 4번째 서평을 쓰고 있다. 이러한 출판 경향은 지구촌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고 있다는 방향성과 맞아 떨어진다.

 

그동안 알고 있던 제주도를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딱 패키지 여행 같은 정형화된 여행이 아니라 소비자의 고급 취향을 반영한 여행안내 책자는 없을까?

 

바로 <제주, 자동차 여행 코스북>은 바로 이러한 니즈를 반영한 여행 가이드북이다. 22개 구간별 여행 가이드를 제시하여 마치 자동차로 즐기는 코스별 정식 요리를 구성하였다.

 

제주를 찾는 대다수의 여행자들이 렌터카를 빌린다는 것에 착안하여 드라이브를 테마로 삼아 해안도로와 중산간 도로를 중심으로 코스를 짠 여행 가이드북이다.

 

코스 지도는 물론이고, 코스 간 거리도 나와 있고, 그 코스에서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은 물론이고, 취향별 관광지와 그곳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도 제시하고 있다.

 

 

 

다음 여행에 이 책을 들고 간다면 좀 더 고급진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펼치면서 제주도를 여행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흐믓하고 행복해 진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제주도는 어느곳을 가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바다와 산을 모두 갖고 있으며, 오름과 곶자왈 등 구석구석 신비로운 자연은 물론이고,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생겨난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식물원 등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먹거리까지 우리를 유혹한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는 많은 은퇴자들의 꿈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며, 그냥 인터넷 기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잘 정리된 제주 관광 책자를 가지고 떠난다면 제대로 된 제주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다음에 제주도에 갈 때 꼭 가져갈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제주는 언제 가더라도 설렘으로 가득하다. 계절별로 다르고, 바람 따라 다르고, 파도의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게 제주다. 봄부터 겨울까지 빠짐없이 푸릇하면서도, 형형색색의 빛깔이 넘실거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를 이토록 좋아하는 것은 제주의 풍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친 일상에 위로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p. 4)

 

그동안 살면서 봄, 여름, 겨울의 제주도를 모두 가 보았다. 가을의 제주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 여름, 겨울의 제주는 그 풍경이 확연히 다르다. 바로 그 점이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것이다.

 

저가 항공기가 생기면서 제주도와의 접근이 아주 쉬워졌고, 게스트 하우스들이 많아지면서 숙박도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제주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될 것이다.

 

나만의 제주를 만나기 위해서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부터 여행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제주 여행은 이룰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여행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4. 추천사

 

자동차로 제주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그동안 놓쳤던 제주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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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 바디 밸런스 - 바디 프로필로 올린 자존감
오우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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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마인드&바디 밸런스>: 마음과 몸의 건강을 위하여

 

  

 

 

1. 이 책의 구성

 

마음과 몸의 건강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저자가 실천하면서 그것을 증명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책이 나왔다. <마인드 & 바디 밸런스>의 저자 오우진은 바디 프로필을 찍는 계획을 세우고 두 달 동안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얻었는지 진솔한 글로 남겼다.

 

 

이 책에는 저자가 몸을 움직여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떤 운동을 했는지, 그 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마음이 단단해졌는지 밝히고 있다. 나를 바꾸는 확실한 방법은 내 몸을 바꾸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셀프 경영할 때 내 안에 감추어진 더 멋진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준비 운동, 무산소 운동, 유산소 운동, 정리운동 순으로 운동에 필요한 단계별로 어떤 운동을 했는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된 마음의 변화, 즉 자존감, 자기효능감,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몸이 달라지는 변화를 통해 노력과 성취감을 느끼고,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한번 쯤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경험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부록으로 마인드 & 바디 프로필다이어리를 제공하고 있다. 60일간 다이어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따라해 보면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껴 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단순히 살을 이렇게 빼라.’고 주장하는 다이어트 책과는 다르다. 바디프로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적어도 60일간의 꾸준한 운동을 통해 신체적 변화를 체감하고 마음의 변화를 함께 느끼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해 보라고 말하고 있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나 역시 2016년에 헬스에 입문하면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았다. 근력 운동 기본 자세와 헬스 기구 사용법을 익히면서 점차 몸이 변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복근과 기립근이 생긴 것이다. 11자 복근이 생긴 것을 확인하던 날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 경험했다. , 기분은 정말로 상큼한 맛이었다.

 

그러나 운동을 게을리했더니 어느 날 복근이 사라졌다. 그때 느낀 것은 우리 몸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번 생긴 복근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것. 허무했다.

 

그 이후론 다시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운동이 나의 습관이 되었다. 몸이 건강해지고 운동을 통해 근력이 단단해지면서 나의 마음도 더욱 건강해 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느낀 것들이 대부분 많이 공감되었다.

 

운동이야말로 과정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는 시간이 될 때 그 결과는 생각보다 짜릿하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매일매일 거울 앞에서

몸에 두는 딱 그만큼의 관심과 시간을

마음에도 두는 것이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눈바디를 하면서 눈마인드를 한다.(p. 61)

 

눈바디라는 말이 유행이다. 신체의 근력과 체지방을 측정하는 인바디에서 나온 말로 매일 인바디를 할 수 없으나 눈바디만으로도 어느 정도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눈바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함께 살피는 눈마인드를 할 때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내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관심 갖는 것 역시 건강해 지는 비결이다.

 

지방이 몸에 쌓이듯

생각도 마음에 쌓인다.

 

무엇을 먹느냐가 우리 몸을 만들 듯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우리 마음을 만든다.

 

좋은 몸을 위해

필요한 영양소로 필요한 만큼만 소식하듯이,

좋은 마음을 위해

필요한 것만 취사선택하며 생각을 줄여야 한다. (p. 139)

 

정크 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건강할 수 없다. 음식은 우리 몸에 들어와 에너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안 좋은 것들이 쌓이게 되면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생각과 지나친 욕심으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 역시 건강할 수 없다. 따라서 나쁜 음식은 멀리하고, 좋은 것을 골라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건강하듯,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글을 읽거나, 좋은 음악을 듣는 것, 좋은 영상을 보는 것 등을 통해 마음을 다독여 가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운동한 만큼, 그리고

내가 먹은 만큼 변화를 보여준다.

내가 들인 노력만큼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얻지 못한 내 노력의 가치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p. 175)

 

시험공부를 했다고 성적이 한꺼번에 쑥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공부를 하나도 안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성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공부를 하고 난 다음의 결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 쉽게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운동은 시험공부보다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바로바로 그 결과를 보여주는 편이다. 1주일만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 벌써 배 주위가 달라진다. 그렇게 3주만 지나면 확실히 달라진 자신의 몸을 확인할 수 있다. 운동 중독이라는 말이 생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몸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되니까 자꾸만 운동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4. 추천사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 질 수 있다. 저자가 기록해 놓은 글들도 함께 읽으면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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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 지친 마음에 힘이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 자기탐구 인문학 5
태지원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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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주제: 독서

 

제목: [서평-201]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힘들고 지칠 때 그림에서 위안을 찾다!

(2021. 8. 5.)

 

1. 이 책의 구성

 

일상 속 고민으로 시작해, 그림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글을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연재하면서 독자들과 소통해 온 사람이 있었다. 그 글들이 모여 제 8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품으로 선정되었고, 이번에 책으로 만들어져 우리 곁에 찾아왔다.

 

이 책은 컨셉이 분명한 책이다. 보통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그것을 수기나 에세이 형식으로 책을 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림이라는 치유 도구를 통해 그 해결방안을 찾아 나갔다는데 이 책이 차별화 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어느 힘든 밤 빈센트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 문득 눈에 들어온다. 자화상 속 눈빛에서 누군가 나를 알아 봐주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그렸을 화가의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의 고민을 고흐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 글을 쓴 후 브런치 매거진과 인연을 맺게 된다.

 

보거나 읽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글쓰기의 글감으로 완성한 작가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그냥 나 이렇게 힘들고 외로워요.’라고 독백하면서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든 마음과 연결된 그림을 찾아서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썼다는 것이 이 책이 빛나는 이유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나를 사랑하기 힘든밤, 그림을 읽다에서는 내 모습이 밉고 싫어 마음을 추스르기 힘든 날, 위로가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상처가 아물지 않는 밤, 그림을 읽다에서는 인간관계 또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힘든 순간, 위로를 건네주는 그림 이야기가 담겨 있다.

 

3관계의 답을 몰라 헤매던 밤, 그림을 읽다에서는 인간관계에서 혼란스러울 때 도움이 되는 그림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4위로다운 위로가 필요한 밤, 그림을 읽다에서는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그림을 살펴본다.

 

5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밤, 그림을 읽다에서는 스스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행복이 어떤 건지 혼란스러울 때, 답이 될 만한 그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각 장별로 주제에 맞는 세계의 명화와 그 화가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그 그림에 대한 저자의 느낌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가진 그림의 특성과 화가에 대한 식견도 높여 줄 수 있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140여개의 명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를 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림에 담긴 역사와 지식을 알고 나면 그 그림이 비로소 더 잘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무려 12개로 나누어 분석적으로 썼기 때문에 <그림으로 나를 위로 하는 밤>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그림이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많이 참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와의 차이점은 똑같은 책을 읽었어도 나는 그저 감동에 머물렀다면 이 책의 작가는 그것을 자신이 힘들 때, 힐링의 도구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포인트를 살려서 글로 완성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를 해주는 글을 썼다는 것이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욕망이나 자괴감이 과도해 힘들어질 때 마티스의 <삶의 기쁨>을 다시 본다. 내 삶의 원초적 기쁨에 대해 생각해본다.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골똘히 고민해본다. 그러면 내 마음속 경쟁 레이스가 일시에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불행하지 않게 지내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p. 73)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 역시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한결 같다. ‘독서와 글쓰기이다.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독서가 밑바탕이 될 때 글쓰기에 힘이 생긴다. 독서가 글쓰기보다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마티스는 비정형화된 그림을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삶!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삶이기도 하다. 마티스의 <삶의 기쁨>을 다시 감상해 본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올랭피아> 작품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명화로 인정받았지만, 당시에는 정해진 맥락을 거스르는 그림이었다. 마네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부적절하고 음란한 그림이라는 타이틀이 그의 작품에 달려 있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보기에 흥미로운 맥락을 지녔지만 마네의 그림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문법을 철저히 거스른, 낯선 것이었다. (p. 278), 세상의 모든 문제는 노력과 의지라는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기질이나 적성이나 운, 타이밍 모든 것이 결합되어 복합적인 이유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마네의 경우처럼 시대의 맥락과 맞지 않아 많은 비난을 받은 화가가 있는 것처럼, 그저 세상의 맥락과 맞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p. 280)

 

마네의 다른 그림도 많은 데 굳이 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것은 저자가 바로 세상과의 맥락에 관한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맥락이라는 것 또한 단일하지 않고 복합적이다. 요즈음은 좀 다르게 생각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의적인 것이라고 우대를 받기도 하지만, 아직도 전통적인 가치관과의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들도 많다. 사회적인 맥락은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수준 높은 사회일수록 그 맥락의 수용 범위가 넓어서 새롭고 이채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아닐까?

 

푸생의 작품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은 보는 이에게 묵직한 교훈을 안겨 준다. 우리가 열렬히 희망하는 가치나 순간적인 상태가 당시에는 대단한 것으로 보이나 사실 유한한 시간 속에 잠시 존재하는 것임을, 그래서 때로는 부질없는 가치일 수 있음을 작품은 말한다. 꿈꾸던 조건이 모두 현실이 되더라도 행복이 마냥 저절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작고 시시하고 즉각적인 행복의 리스트를 오늘도 떠올려본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흩어질 행복이라면, 시시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움켜쥐고 싶다. (pp. 317~318)

 

행복의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유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만을 위해 시간과 열정, 돈을 다 소비할 수는 없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행복을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해 어느 쪽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둘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행복을 추구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추천사

 

이 책은 제8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그림을 통해 사유하고, 그것을 위로의 장치로 활용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가 힘들어하는 것들에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며, 저자가 이끄는 대로 그림을 함께 감상하다 보면 지친 마음에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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