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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평점 :
제목: [서평]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인연의 굴레
1. 이 소설의 구조
일본 소설가 아오바 유는 2000년대 출생의 젊은 작가이다. 16세에 제29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하였다. 벌써 여러 개의 소설을 발표할 정도로 창작 활동에 재능을 보이고 있다.
작가의 나이가 보여주듯이 소설을 깊은 성찰을 가져다주거나 뛰어난 문장은 부족하다. 그러나 스토리가 탄탄하고, 기발하다. ‘기리노 줏타’라는 한 뮤지션이 작곡한 노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를 매개로 하여, 그 노래와 관련된 여섯 명의 인물이 어떻게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떻게 그 노래와 연결되었는지를 파헤치는 구조로 소설을 전개해 나가면서 마지막에 하나로 수렴된다. 그러면서 줏타의 아버지와 아들을 연결하여 가로와 세로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2. 이 소설의 줄거리
프롤로그: 잠들지 못하는 밤(2019년, 하루카)
대기업 안내 데스크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기와사키 하루카는 겐타와 4년째 연애 중이다. 일상의 피곤함과 연애도 지쳐갈 무렵 유튜브에서 기리노 줏타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노래를 듣고, 묘한 에너지를 얻게 되어 그 음악에 몰입하게 되고, 가수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그 가수는 이미 1년 전에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1장: 잘 가 원더(2006년, 나쓰카)
오미야 나쓰가는 올림픽 수영선수를 꿈꾸며 외롭게 수영을 연습하던 중 전학생 기리노 줏타와 친해지게 된다. 줏타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기타로 음악을 연습하던 중 서로에게 이끌려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러나 나쓰가가 도쿄로 전학을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 헤어지게 될 때 그녀에게 선물한 노래가 바로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였다.
제2장 백설(2009년, 세이라)
세이라는 부모로부터 받지 못하는 사랑을 남자친구들에게 구하려고 하는 여학생이다. 벌써 여러 명의 남자친구를 사귀었으나 그들은 모두 세이라의 육체만 원하고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던 중 줏타의 기타 연습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줏타는 고등학교에서 밴드 음악활동을 하려 했으나 팀원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혼자 연습을 한다. 줏타는 세이라의 슬픔을 이해한다. 엄마에게 매맞고 사는 세이라를 구출하기 위해 그녀를 데리고 도쿄로 간다.
제3장: 태어나다(2015년, 마사히로)
음악을 좋아하는 뮤지션 마사히로는 어느날 지하철역 앞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는 줏타를 만나게 된다. 어느새 줏타의 음악에 빠져들고, 둘은 밴드를 구성하기로 한다. 줏타는 드럼을 치는 히로키를, 마사히로는 베이스를 할 줄 아는 아즈사를 데려 온다. 함께 곡도 만들고 연주도 하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결국 히로키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나고, 마사히로는 집안의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독립하기 위해 음악을 포기하고 아즈사와 결혼한다. 결국 줏타만 남아 객원 뮤지션들과 함께 음악을 계속한다.
제4장: blind mind(2018년, 기타자와)
기타자와는 일본의 잘나가는 원더뮤직의 음악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인디밴드의 매니저이면서 음악 프로듀서로 있으면서 많은 가수를 데뷔시켜 주고, 그들의 곡이 히트할 수 있게 프로듀서 역할도 했었다. 또한 한 때 줏타의 아버지 구타와 음악을 함께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어느 날 팀원이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노래를 소개하고 스타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그 노래를 부른 가수를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줏타는 약속을 못지켜 죄송하다는 절박한 전화음성을 남긴 채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제5장: 파안(2019년, 히카리)
히카리는 프리랜서 기자이다. 하루키와는 한 때 직장 동료이기도 했다. 히카리는 오미야 나쓰카 수영선수를 인터뷰 하게 된다. 수영선수로 유명해진 그녀를 인터뷰하던 중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노래가 나쓰카를 위해 만든 노래이고 그녀의 첫사랑이 바로 기리노 줏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여자는 기리노 줏타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 줏타가 세이라와 결혼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에필로그: 다시(현재, 세이라)
가수로 데뷔하게 될 수 도 있는 음반회사와의 약속장소로 향하던 중 세이라는 줏타에게 전화를 걸어 죽겠다고 하고, 그 전화를 받은 줏타는 약속장소가 아니라 세이라를 구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세이라는 그 때 임신을 한 상태였고, 줏타의 엄마는 세이라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함께 산다. 그 후 줏타를 닮은 노조미를 낳는다. 그리고 노조미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줏타의 기타를 보여주면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이제 노조미는 아버지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기타를 다시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음악은 이어지게 된다. 노조미는 ‘희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이 소설에서 각 장의 제목은 바로 일본에서 유행하는 노래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차용했다고 한다.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지독한 노력으로 그 꿈을 지켜내고 이룬 반면, 어떤 사람은 현실과 타협하며 그 꿈을 포기하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은 꿈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살아내기에 바쁘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언젠가 이루어질지도 모를 그 꿈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꿈은 변하지 않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꿈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꿈을 직업의 성공유무와 연결하여 생각하기 때문에 꿈에 대한 오해를 하게 된다. 내가 제대로 꿈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를 자주 성찰할 때, 자신이 진짜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눈 깜짝할 새에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흐름은 빨라진다. 문득, 어째서 시간은 ‘흐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액체와 닮았다. (p. 18) |
→ 시간은 액체처럼 흐리기도 하지만, 액체는 일정한 형태가 없다. 어떠한 곳에 담느냐에 따라 그 형체가 결정된다. 그러나 어떤 그릇에 담기더라도 그 액체의 속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액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지 삶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살고 먹고 자고 죽는다’는 것이 변하지 않는 인생의 본질이긴 하지만, 어떻게 살고,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곳에서 자며,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 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한 건 반복해야 돼. 몇 번이든, 끝없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꺾이지 않도록,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몇 번이든, 끝없이. 그 말에 가슴이 죄어들었다. 나쓰카가 언젠가 중얼거렸던 말이었다. 시야 저 멀리, 먼바다에는 희 포말이 일고 있었다. 파도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또다시 줏타가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몰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넘치도록 끌어안은 소리가 다시 한번 나쓰카에게 밀려왔다. (p. 65) |
→ 소중한 꿈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그 꿈을 잊어버리지 않고, 꺾이지 않도록 스스로 반복하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그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동원하여 최선의 노력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인생에는 종종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행운의 찬스를 만나면 좀 더 쉽게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행운과 기적 또한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실을 메우려고 하지 말고, 그 공백과 함께 살아가세요. 줏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 당신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어요.” “이제 당신은, 제대로 살아갈 수 있어요.” 형광등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 안은 적막했다. 세이라가 작게 미소 지었다. (p. 325) |
→ 우리는 보통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면 그것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한다. 그런데 작가는 “상실을 구태여 다른 것으로 메우려고 하지 말고, 그 공백과 함께 살아가라.”고 말한다. 그 상실의 슬픔을 제대로 느끼는 것,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고 살아갈 때 오히려 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면서 그 사람만의 삶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예술품이기 때문이다.
4. 추천사
이 책은 우선 스토리가 재미있다. 각각의 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마다 특성이 있다. 옴니버스 소설처럼 읽히고, 각 장마다 단편 소설로서도 손색이 없다. 젊은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한 뮤지션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퍼즐을 짜 맞춰 나가는 소설 구조도 아주 신선했다.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