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절 똘스또이 클래식 1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전혜진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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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소년시절>: 추억 속의 나의 소년 시절

 

   

 

1. 이 소설의 줄거리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를 널리 알리게 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과 같은 대작을 쓰기 전, 초기 문학을 입문할 때 쓴 자서전 시리즈가 있다. 1851년 군 복무시절 23살의 나이에 <유년시절>을 쓰기 시작하여, 1853년에는 <소년시절>, 1856년에는 <청년시절>이란 소설을 썼다. 이번에 내가 읽은 것은 <소년시절>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추억에 있는 가족들을 소환하여 그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씩 꺼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어머니를 여윈 톨스토이는 아스나야 폴랴나에서 모스크바 할머니댁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소년시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톨스토이는 모스크바로 떠나는 여행에서 자신의 소년시절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고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독자들이여, 당신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사물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뀐 경험이 있는가? 그때까지 당신이 보아 온 모든 사물이 갑자기 당신이 알지 못하던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이 여행길에서 그런 정신적인 변화가 나의 내면에서 처음으로 일어났다. 나는 바로 이 순간이 나의 소년시절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p. 35)

 

글 속에서 특히 블로쟈 형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톨스토이는 한 살 많은 형에게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이든지 뛰어난 블로쟈 형은 심지어 잘 생기기까지 했다.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가정 교사 및 집안의 하인들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하면서 특히 형의 친구였던 드미트리 네흘류도프와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면서 성장하게 된다.

 

드리트리 네흘류도프와 대화하고 토론을 나누면서 톨스토이는 부쩍 성숙하게 되었고, 아마 이때부터 청년시절의 문을 두드리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는 네흘류도프와의 교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쓰면서 소설을 마치고 있다.

 

우리는 동등하게 서로를 좋아했다. 서로를 알았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내가 그를 따르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네흘류도프의 영향으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성향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의 성향의 본질은 선행의 이념을 열정적으로 숭배하는 것과 끊임없는 자기 완성이라는 인간의 사명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때는 모든 인류를 교정하고, 모든 악과 불행을 제거하는 것이 쉬운 일처럼 여겨졌었다. 자기 자신을 교정하고 모든 선행을 체화하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주 쉽고 간단한 일처럼 생각되었다그러나 소년시절의 이러한 고귀한 꿈들이 정녕 우스운 것들이었는가, 그리고 그 꿈들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누구의 잘못이었는가? 오직 신만이 알고 있으리라.” (pp. 173~174)

 

 

2.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누구나 유년시절, 소년시절, 청년시절을 거쳐 어른이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소년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 때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단절된 기억들이 몇 장면 떠오른다. 사람의 기억은 미묘해서 어떤 것들은 왜곡하여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기도 한다고 한다.

 

톨스토이가 이 책에서 자신의 소년시절을 촘촘하게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 간 것을 보면서 역시 이때부터 대작가의 면모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가 되려면 많든 적든 간에 자기 주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글을 쓰면서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된다고 한다. 톨스토이 소설의 변천사도 바로 그런 전철을 따르고 있다.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사람들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차리는 능력, 그리고 인물들을 관찰하여 묘사하는 능력까지 톨스토이는 젊었을 때 이미 소설가로서 갖추어야 할 재능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이 짧은 소설에서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특히 <소년시절> 소설 속에 있는 소년시절’ (pp. 130~135)에는 톨스토이가 그냥 평범한 소년이 아니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의 소년시절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항상 생각했던 대상들을 사람들은 믿기 힘들 것이다. 나이와 상황에 맞지 않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p. 130)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가능한지 자신을 실험해보기도 했다.

 

행복은 외적 요인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며, 고통을 참고 견디는 일에 익숙해진 인간은 불행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스스로 고통에 길들여지기 위해 극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두 손을 쭉 편 채 그 위에 타티셰프 대사전들을 5분 간 올려놓고 있거나, 창고로 가서 벌거벗은 등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게 밧줄로 때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죽음이 매 시간, 매 순간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왜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는지 의아해 하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현재를 살아야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 방법 밖에는 행복해질 방법이 없다고 확신했다.’ (p. 131)와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톨스토이가 엄청난 대작을 쓸 수 있었던 사유가 이미 소년시절에 잉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림처럼 아름다운 새로운 공간과 사물들이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끌고 사로잡았다. 봄날의 자연은 내 영혼에 기쁨의 감정- 현재에 대한 만족감,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을 불어 넣었다. (p. 10)

 

태양이 방금 동쪽 하늘을 뒤덮은 하얀 구름 위로 떠올랐고 주변은 잔잔한 행복의 빛으로 물들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내 마음도 산뜻하고 평온했다.텅 빈 벌판과 이슬이 반짝이는 푸른 들판 사이로 가을걷이가 끝난 길이 넓고 투박한 리본처럼 굽이치고 있었다. (p. 13)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장이다. 어머니를 여의고 슬픔을 간직한 채 모스크바로 떠나는 여행길에서 톨스토이는 자연이 주는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슬픔의 끝에서 기쁨이 시작된다.’는 말처럼 가족들은 어머니의 죽음이 그늘지어진 곳을 떠나 모스크바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생각은 잘 알려진 하나의 길을 통해서만 확신으로 바뀐다. 그 길은 확신을 얻기 위한 다양한 지혜가 활보하는 여러 길들 중 대부분 완전히 예기치 못한 특별한 길이다. 내게는 카텐카와의 대화가 바로 그 길이었다. 그 애와의 대화는 내게 감동을 주었고, 나로 하여금 그 아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p. 35)

 

카텐카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이미 성숙한 아가씨였다. 사춘기 소녀에게서 나타나는 외모의 미성숙함, 수줍고 어색한 행동은 이제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조화로운 신선함과 우아함에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밝은 하늘빛 눈동자, 이마와 일직선을 이루며 미소 짓는 시선, 단아한 콧볼에 오뚝한 코, 환한 미소를 띤 조그마한 입, 장밋빛 투명한 뺨 위의 작은 보조개와 새하얀 손도 예전 그대로였다.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에게는 순수한 소녀라는 명칭이 잘 어울렸다. (p. 141)

 

톨스토이는 집안의 카텐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 이상의 이야기는 진전되지 않는다. 그녀를 향한 톨스토이의 마음이 소년시절 여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은 아니었을까? 아마도 후속작품 <청년시절>이란 책에서 카텐카가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4. 추천사

 

톨스토이의 책은 어떤 것이든 이름값을 하는 책이다. 명품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그 브랜드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결코 실망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브랜드의 힘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톨스토이는 엄청난 구매력을 가진 명품 소설가가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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