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들풀
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타카모리 토시오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맛깔스런 군침이 당기는 책 [맛있는 들풀]을 받아 들고 사실 난감했다. '보고 느끼는 도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긴 했어도 어느 정도는 이야깃거리도 있고 알 만한 들풀도 꽤 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본문에는 들어 보지도 못한 들풀의 이름과 세밀화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런 난감할 데가! 사실 나는 꽃과 풀, 나무에 관한 한 문외한에 가깝다. 유독 식물군에 들이대는 눈썰미가 둔감하기로 남부럽지 않은 나이기에 이제 다섯 살난 아이에게 이름뿐인 도감을 펼쳐놓고 그럴 듯한 이야기를 들려 주기란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는 것만큼이나 막막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와 같은 눈높이로 배워 보자는 마음으로, 한장 한장 열심히 들여다 보며 잎의 난 모양, 갯수, 펼쳐진 기운, 뿌리의 생김새 등등을 비교해 가며 들풀의 세계로 맛있는 여행을 떠나 보았다. 60여 가지의 들풀 가운데 이름과 생김새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건 고작 10개 남짓에 불과했는데, 그래서인지 얇은 책 한 권을 읽어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요만한 어린 들풀이 이렇게~ 자랐습니다~'는 식의 들풀 변신 과정이다. 사실 시골이라곤 두 번밖에 가보지 않은 전형적인 도시 아이이니, 낯선 야생의 들풀이 장난감보다 아주 조금은 더 신기해 보일 수도 있었으리라. 나 역시 그나마 알아 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들풀들마저 다 자란 모습은 낯설기 짝이 없었고, 흔히 나물이나 찌개거리로 밥상에 오르던 들풀들이 피워내는 예쁜 꽃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또, 그 많은 들풀들이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이맘때면 피기 시작하는 민들레도 그냥 길가에 피는 들꽃으로만 알고 있었지 튀김이나 나물, 샐러드로 먹을 수다는 사실은 정말 새롭다. 아이와 책장을 넘기며 올 봄엔 꼭 민들레를 따다 샐러드를 만들어 보자고 손가락을 걸었다. 이렇듯 <맛있는 들풀>은 흔히 보는 대표적인 봄나물=들풀을 세밀화로 소개하며 다음 장에선 다 자란 모습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먹거리로 활용하는 어린 순들은 눈에 익숙하지만, 다 자라 줄기가 뻗고, 각양각색 꽃을 피운 모습은 매우 생소하다. 어려서 시골서 자라신 친정엄마조차 아이와 이 책을 보시더니, 돋보기까지 꺼내들며 "산마늘이 이런 꽃이 피는구나." 하시며 그림 한컷 한컷을 그렇게 유심히 보실 수 없다. 세밀화도 비교적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사진처럼 비교해 보기 좋게 돼있고, 맨 뒤에는 '찾아보기와 해설'로 각 들풀마다 간략한 설명도 덧붙여 푸짐한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다지 보기 편한 구성은 아니다. 도감이긴 해도 '이 들풀들은...이런 모습이 되지요.' 식의 한 줄짜리 본문내용은 참 싱겁다는 느낌이다. 앞표지 이면에 그려진 '맛있는 들풀을 얻을 수 있는 시기' 도표 역시 덩그러니 떨어져 있어 본문의 그림-부록의 해설-도표를 이리저리 넘겨가며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기가 수월치 않다. 차라리 들풀들을 열매 맺는 시기나 꽃이 피는 시기, 주로 먹는 시기 등 연관성 있는 것들로 묶어 '4-5월에 올라오는 순을 먹을 수 있는 들풀'이나 '새순과 꽃을 모두 먹을 수 있는 들풀' 등으로 보다 보기 쉽게 분류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내가 정말 문외한이어서인지 몰라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름과 조금씩 다른 이름도 눈에 띄는데, 어떤 리뷰어의 지적처럼 일본과 우리나라의 자생 환경의 차이 때문에 생소한 것도 있지 않나 싶다. 정말 그렇다면 번역 과정에서 그에 대한 부연설명도 덧붙였더라면 한결 친절한 도감이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보는 즐거움과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공존하고 잇다. 그림에서 전달되는 봄내음이 코끝 가득 자극적인 신호를 쉼없이 보내고 있다. 익숙한 봄나물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얼른 어디론가 달려나가 쑥이며 민들레며 냉이, 신선초, 두릅 등 봄기운을 한아름 들고와야 할 것 같은 기분좋은 충동이 인다. 어른이 된 지금은 더이상 그 맛을 보기 어려운 추억의 맛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제일은 어머니가 해주시던 쌉싸레하고 빡빡하던 쑥개떡이다. 귀하고 달콤하기만 했던 단팥빵도, 추억의 옥수수 술빵도 따라갈 수 없는 쑥개떡의 정직하고 촌스러운 맛은 지금도 종종 그립고 잊혀지지 않는 어머니의 맛이다. 지금도 선명하게 그리운 어릴 적 엄마손의 추억을 내 아이에게도 흉내는 내줘 봐야 할 텐데. 바야흐로 봄이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저마다 숨죽였던 생명의 빛을 틔우는 계절. 눈과 입이 맛있는 들풀과의 여행으로 미처 무르익지 않은 봄기운이 더욱 그리워지는 오늘, 아이 손 잡고 아파트 알뜰장터에라도 나가 저녁 밥상에 봄나물 몇 가지를 올리는 것으로라도 이 그리움을 달래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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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re You? : A Surprise Pop-Up Book (Book 1권 + Workbook 1권 + CD 1장 + Tape 1개)
키스 포크너 지음, 스티브 홈즈 그림 / 미세기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 키우는 집 치고 영어동화 몇 권씩 없는 집 없을 거예요.
요즘은 '노부영'이니 '베오영'이니 해서 영어동화를 읽을 때면 노래가 빠지지 않죠.
저희집에도 잘 알려진 노부영 책들이 꽤 된답니다.
확실히...친숙하고 흥겨운 리듬에 가사를 실어 반복해 듣다 보면
아이나 엄마나 귀가 열리고, 금세 따라 부를 수 있게 돼 효과가 좋긴 합니다.
그런데, 제 아이 경우, 음악만 들을 땐 흥겹게 잘 따라하다가고 책을 펴들면
가사에 맞게 책장을 넘기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금세 지루해한답니다..ㅠ.ㅜ
엄마가 따로 읽어 줄 때는 물론 잘 보는데, 아무래도 노래는 쉬는 타이밍도 있고
간주도 있고 하니 그 리듬에 맞게 기다리는 게 급한 성격에 안 맞나 봐요^^;;
 
음악도 흥겹게 들으면서 책도 지루하지 않게, 한 페이지 안에서 시선을 오래 잡아끌며
노래가사와 함께 짚어 갈 수 있는, 그런 영어동화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던 차 미세기의 팝업북이 영문판으로 출시됐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미세기의  팝업북이야 이미...아이 백일 때부터 섭렵해 여러 권 소장하고 있고,
아이도 페이지가 다 뜯겨나가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까지 닳고 닳도록 본 책이거든요.
아이한테는 너무나 익숙하고, 팝업북인 데다 그림 자체가 전혀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아주 편안하고 귀엽고, 내용은 또 까꿍놀이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니...아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데,
팝업북+영어동화의 환상적인 조화라...이런 책을 영문판으로 보고, 들을 수 있다니!!
 
 
그리고, 받은 [What Are You?]는 한글판 [너는 누구니?]로, 제 아이 백일 무렵
제일 처음으로 샀던 팝업북이랍니다^^
 
"너~는 누.구.니?"
하고 음율을 실어 읽어 주면 까르르~ 넘어가던 백일 아기가 이제는
"What Are You?"
하는 구수한 아저씨의 음색을 개구짖게 따라하며 어설프게 따라한다고 종알종알거리네요^^
 
[What Are You?]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일반 영어동화처럼 너무 현란하고 복잡한 그림이 아닌, 유아들이 읽기 좋게
단순/심플한 그림과 더 단순한 내용이에요.
처음 접하는 한글 그림책이 짧은 한두 단어, 문장으로 이루어지듯 처음 접하는 영어동화 역시
짧은 문장의 반복이 가장 효과가 크죠.
게다가 재밌는 까꿍놀이, 수수께끼 형식을 띠고 있다면 더더욱 효과적이죠.
노래 듣기, 한 소절씩 따라 부르기, 한 문장씩 따라 읽기...등 오디오 구성 내용에 따라
반복해 듣기만 해도 아이 귀에 익숙하게 반복되는 문장은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입니다.
 
또, 한글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 아기 동물들의 명칭을 배울 수 있어 좋고,
내용 자체가 재밌고 심플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두 번째는 '정확한 미국식 영어 발음'이라는 설명대로...그 동안 들어왔던 책들과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뭐랄까...좀더 버터 냄새가 진하다고나 할까...^^;
뉴욕의 최정상 성우들이라고 하는데, 구수~한 중년 아저씨의 음색으로 듣자니
너무 정확히 똑똑 떨어지는 정확한 발음이라 처음 들을 땐 부담스러움이 없지 않은데,
차츰 익숙하다 보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발음 교정에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확실히.....멜로디가 좀 강한 건 사실이에요^^;
 
세 번째로...내용이 재밌을 뿐 아니라 '팝업북'이라는 게 큰 강점이죠!
잔뜩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팝업을 짠~ 하고 펼치는 순간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들,
또~ 또~ 하며 책을 자꾸만 다시 보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겠죠.
영문판 역시 "But when I grow up I'll be a~~~~~~~" 하는 반복 부분에서 뜸을 들이며
잔뜩 애를 태우다 짠~ 하고 펼치게 하면 Butterfly! Swan! Frog! 하며 큰 소리로 동물 이름을 말합니다.
자연스럽게 묻고 답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죠^^
또, 기존 영어동화책과 달리 노래 한 소절이 끝날 때까지 한 페이지에서 기다리는 걸
지루해하지 않고, 오히려 팝업 들추는 부분을 기다리는 스릴과 재미가 커서 책장을 빨리
넘겨 버리려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답니다.
 
네 번째로...영어동화가 다 그렇지만, 귀로는 음악을 들으며 머리로 내용을 생각하고,
눈으로는 그림을 보며 손으로는 팝업을 들추는......한 번에 여러 감각 기관이 함께 움직이니
손, 눈, 귀, 머리 간 협응력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겠죠!
다중채널로 내용을 흡수하니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오고, 발음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건 물론이구요!
 
 
가장 마음에 드는 이 책의 장점이자 매력은 바로!!!
cd와 테잎이 콤보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에요!
다른 책들은 cd 아니면 테잎 하나로만 구성돼 있어서 차에서 듣다 집에 가져와 듣다...
오락가락 하기 번거로워 일부러 한 책을 두 가지 버전으로 구매한 적도 있거든요.
또, 간편 cd플레이어에는 카세트 데크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모르고 구입했을 경우
집에선 테잎을 듣지 못하는 수도 있는데...cd플레이어든 카세트 데크든 언제든 하나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두 가지 다 있으면 하나는 집에, 하나는 차에 두고 나들이 갈 때도 집에서 듣던 음악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으니, 아이가 더 좋아하죠~
콤보라 가격은 그만큼 올라갔겠지만, 그래도 따로따로 구입하는 것보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으니
이보다 더 편리할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경우를 다 고려해 제작에 반영한 점, 정말 높이 사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요...
책이 담겨진 비닐 케이스예요. 다른 영어동화책 사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cd나 테잎이 책을 감싸는 비닐에 완전히 밀봉이 돼서 그걸 꺼내려면 비닐 접착 부분을
칼로 도려내야(!) 한답니다. 책을 보관할 때나 비닐로 좀더 싸두고 싶어도
도려낸 자국 때문에 케이스는 버릴 수밖에 없죠.
그런데,  [What Are You?]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cd는 책 속표지에서 뜯을 수 있게 돼 있고, 겉비닐에는 뚜껑을 열고 닫는 케이스처럼 돼있어서
테잎을 간단하게 꺼낼 수 있게 돼있어요!
비닐을 뜯어내지 않고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고, 책과 테잎을 비닐 케이스에 넣은 채
함께 보관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그 자체로 이동할 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가방 역할까지 한다는 거예요! 정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구나...하는 걸 느끼는 대목이었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케이스 윗부분에 손잡이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너는 누구니?>를 시작으로, <입이 큰 개구리>와 <굉장한 곤충들> 등...
미세기의 키스 포크너 작품들은 실패한 적이 없어 한글판을 여러 권 구입했었는데,
이제 [What Are You?]를 시작으로 영문판에도 하나하나 도전을 해봐야겠습니다.
출판사의 기획력에 박수를 보내며...앞으로 좋은 영어동화책 많이 개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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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60가지 - 우리아이 꼭 시리즈 4
중앙M&B 편집부 엮음 / 중앙M&B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만 40개월을 앞둔 아들과 매일 행복한 육아전쟁 중인 초보엄마로서
'육아서'나 '교육 지침서'란 단어만 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가곤 한다.
임신 기간부터 지금까지, 섭렵한 육아서만 해도 십여 권이 될 정도이고,
육아와 교육에 대한 정보를 주로 인터넷과 책을 통해 얻고 있어
시어머니로부터 '아이를 책으로 키우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그저 잘 먹여만 주면 형제들끼리 부대껴가며
알아서 잘 놀고 잘 크고 공부하는 시절과 요즘 현실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교육환경, 질적으로 풍요롭고 윤택한 문화환경에 민감하지 않으면
왠지 내 아이만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것 같고, 해줄 걸 못해 주는 것 같은
강박관념과 조바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남들 하는 대로, 시류에 휩쓸리다 보면 엄마는 중심을 잃고
교육현장의 메뚜기족이 되기 십상이고.
 
이렇게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내 아이와 주어진 여건에 꼭 맞는
알찬 정보만을 현명하게 취사선택하기 위해선 우선, 기본적으로 최신 육아정보에 밝아야 하고,
내 아이의 발달과정과 성향에 대한 파악이 잘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육아서들은 기본 정보에 충실하고, 발달에 대한 정보가 잘 기술돼 있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시중에 나와 있는 육아서나 교육지침서 대부분이
지나치게 이론에 천착해 급변하는 교육&육아 현장의 소리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야 이런 경우 저렇게 하면 된다...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머리로 아는 걸 가슴이 따라가 주지 못해 언성을 높이고, 후회하고, 자책하고...
우리가 접하는 육아현실은 이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사실이다.
내로라하는 육아서들을 두루 접하면서 느끼는 아쉬움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운 육아이론이나 용어들 말고 좀더 쉽게, 가려운 데 콕 집어 긁어 주는 쉬운 육아서는 없을까?
외국 가정의 사례들로 도배돼 현실성 떨어지는 육아서가 아닌, 우리 현실에 맞게
가슴으로 와닿아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직접 자극이 되는 육아서는 없을까?
너무 대단한 아이들, 영재로 키우는 육아법은 읽을 땐 자극이 돼도 돌아서면
실천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들인데, 그냥 요 나이 때 보통의 아이들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는 스탠다드한 정보가 필요한 건 나만의 생각일까?
묵직한 두께와 사진 한 장 없이 빼곡한 편집, 보기만 해도 답답한 육아서는 펼치기만 해도
잠이 쏟아지기 마련, 아무때나 아무 페이지나 부담없이 펼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육아서, 없을까?
 
<우리아이 꼭 시리즈>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아쉬움들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는
육아서가 바로 이 책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여 목차부터 살펴 보기 바빴다.
그리고,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슬림한 책 한 권!
 
제목 그대로, 37~48개월 아이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정보들, 발달상태,
적절한 육아 포인트, 부모 대처법 등에 대한 60가지 항목이 펼침면 한 바닥에
일목요연하고 보기 편하게 나열돼 있다.
 
표지도 얇고 슬림해 필요할 때 언제든 쉽게 꺼내 읽기에 부담없고,
내지 편집도 잡지처럼 풍성한 사진과 함께 시원시원하게 구성돼 있어
기존 육아서에서 느끼는 답답함과는 거리가 멀다.
 
또 인성사회성, 교육, 건강, 부모역할, 인지발달, 생활습관 등 큰 카테고리가 잘 돼있어
주제에 맞게 찾아보기 쉽고, 세부적인 항목들도 궁금할 만한 내용들을 빠짐없이
폭넓게 두루 다루고 있어 잘 만들어진 연령별 종합무크지를 보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 영재 만드는 비법 등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거창하게 다루는 육아서가 아니라
그 나이에 꼭 필요한 기본적인 육아법들과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어
내용 또한 부담없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놀려라, 아이의 평생지능이 높아진다>는 부제는, 한창 한글이다 영어다 가베다 해서
본격적으로 교육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긴장감을 접고,
열심히 놀아 주고,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하는 것이 아이의 지능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00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조목조목 잘 지적하고 있는 반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이나 교재가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정보는 부족한 편이다.
영어만 해도, 영어 유치원 정보나 코스별 영어 교재들을 간단하게라도 소개해 준다든가
수학교육이 중요하다는 점만 강조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5세 나이에 적합한
수학교육기관이나 교재에 대한 실례를 들어 주었다면 한결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
또, 피아노 교육 역시 단순히 음감을 키워 주세요...하는 수준이 아니라
유아기에 예능교육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점도 그렇고, 책 전반에 걸쳐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구체적인 놀이방법들에 대한 실례가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정보까지 다 수록하자면 책 한 권으론 턱없이 부족하기 마련.
인터넷에 조금만 관심있는 엄마들이라면 요즘 뜨는 교육기관이나 교재, 교구 등에 대한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기에 책 한권으로 이 모든 걸 다 취한다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경제적인 가격에, 경제적인 내용에 충실한 '연령별 육아개론서'로서,
그간 나만의 육아법을 돌아보고, 앞으로 일 년에 대한 큰 틀을 재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벼운 한권의 육아서가 바로 <우리아이 꼭 시리즈>라는 결론이다.
연령별 시리즈라 해마다 연령에 맞게  한권 모아 읽다 보면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나 막막함 없이 미리미리 준비하는
현명하고 여유로운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정보들에 민감하게 대처해 수시로 개정판이 나와
내년, 후년...아이가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제일 먼저 꼭 챙겨 보는 책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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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슴도치 아이>는 ''입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나 만날 수 없는 젊은 부부는 유독 온몸이 가시로 뒤덮인 아이를 입양합니다. 아직은 완전한 ''가족''이라고 할 수 없는, 한 번을 안기 위해서도 반드시 아픔이 수반되어야 하는 고슴도치 아이 피오트르. 아이의 온몸에 돋힌 가시는 세상의 시선이 만든 편견과 상처, 바로 그 아픔의 상징들입니다.

가시가 돋혀 있는 한, 아이는 어딜 가나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아들여야 하고, 부부 역시 아이를 안을 때마다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겪어야만 합니다. 입양아에 대한, 이보다 더 솔직한 상징이 있을까요.

아이를 가슴으로 보듬고자 하는 부부의 노력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그 사랑의 온기가 전해질 때마다 아이의 몸에선 가시가 하나 둘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져 나간 가시만큼 아이는 사랑과 온기로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마침내...피오트르는 한밤중에 깨서 처음으로 "엄마!" 하고 외치던 날 밤...온몸의 가시가 남김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온 가슴으로 진정한 ''가족''으로 서로를 받아들인 순간, 비로소 ''고슴도치 아이''는 평범한 가족의 일원인 보통의 ''아이''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단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너를 낳을 수 없었어.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엄마 대신 다른 엄마가 너를 낳아 주셨단다. 덕분에 네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우리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거야. 아가야,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꼭 뱃속으로 낳은 아이만이 내 아이일까요?
다른 엄마에게서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다른 엄마가 ''대신'' 낳아 주었을 뿐...가슴으로 낳았기에 아픔과 기쁨이 더 크다는 사실을 절제된 그림과 가슴을 두드리는 한 구절 한 구절의 글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피오트르를 입양해 키운 작가는 아이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라고 합니다. 고슴도치 아이를 사랑과 인내로 감싸안는 부부와 마음을 열어 준 아이의 모습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오래도록 남는 건 아이를 낳았듯 가슴으로 그리고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겠지요.

입양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부모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만 해도...내가 낳아 키운 아이 하나도 벅차고 감당이 안 될 때가 많은데, 배 아파 낳지도 않은 아이를 내 아이처럼 키울 자신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입니다.
하지만, <고슴도치 아이>는 입양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들 부부가 특별히 대단하고 칭송받을 인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그랬듯 책 속의 부부 역시 아이를 처음부터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가시 돋힌 아이를 안아야 하는 것만큼 불편한 아픔도 겪은, 평범한 부모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게 이들 부부의 모습은 저 같은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용기와 감동으로 남습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감동은 ''용기''에 있습니다.
의젓한 청년으로 자라 하늘로 날아간 아이...부모는 그 동안 기쁨이 되어 준 아이를 잡는 대신 손을 흔들어 아이를 떠나 보냅니다. 떠나 보내는 슬픔도 크지만 아이의 힘찬 날갯짓에 기쁨과 감사를 보태어 ''부모''가 마지막에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용기''를 보여 줍니다. 감히 흉내내기 힘든 숭고한 용기와 사랑의 힘입니다.

''가족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글귀가 진정 가슴으로 와닿는 이야기.
읽는 내내 온몸의 혈관들이 뜨거워지고, 나 자신 ''부모''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든 이야기.
내 아이가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때쯤, 무릎에 앉혀 심장과 볼을 맞대고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 주고픈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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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
앤서니 브라운 지음, 허은미 옮김 / 책그릇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앤서니 브라운은 나와 내 아이에게 너무나 특별한 작가이다.
아니, 사실 이제 겨우 네 살박이 아이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 보여 주는
어두운 그림자, 그 깊은 내면의 눈물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엄마인 내 눈에 비치는 앤서니 브라운은
늘 기대와 공감과 아픔이 공존하는 작가다.

<고릴라>를 비롯해 <돼지책>, <우리엄마>, <특별한 손님>,
일련의 <윌리> 시리즈 등...그의 책들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유쾌한 웃음 뒤에 허를 찌르는 상실과 유년의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절로 웃음을 자아내는 엉뚱하고 위트 넘치는 캐릭터들은 그 재미있는 표정 뒤에
거절당하고 소외되고 외로운 상처를 나풀대고 있다.
그래서 온전히 웃을 수 없고,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것이 앤서니 브라운이다.
마치, 무표정하게 점 하나 콕 찍은 눈을 하고 있는 존 버닝햄의 아이들처럼 말이다.

작가 자신의 유년이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깊이있는 내공!
그래서 나는 앤서니 브라운이나 존 버닝햄이 좋다.
유쾌하면서도 알싸한 여운이 있는, 가슴 찡하면서도 슬픔의 무게를 강요하지 않는,
보통의 내공이 아니고선 그려낼 수없는 중의적인 그림과 이야기가 좋다.
가슴을 통째로 흔들고 울리는 그 여운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받아보기 전까진, 지금껏 봐왔던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을 떠올리며
가슴 한켠에 울림통을 따로 준비해놓았었다.
이번엔 어떤 쌉싸레한 여운을 그 울림통에 던져 줄지를 기대하며.

그런데, 막상 받아 본 책은...너무도 귀엽고 천진난만 순진무구 유쾌하고
예쁘기만 하니 이게 웬일?!
알고 보니 앤서니 브라운의 비교적 초기 작품이었다.
역시나...익숙한 침팬지 윌리는 한결 앳되고 밝은 어린아이 그 자체이다.
이야기는 또 어떤가.
행간을 살필 필요도 없이 명쾌하고 심플하다.
책 한 권이 조금 긴 문장 하나로 이어질 정도로 정직하고 간결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그림 그리기, 자전거 타기, 장난감 갖고 놀기,
옷 입기 놀이, 숨기, 모래성 쌓기, 물놀이, 텔레비전 보기, 목욕하기,
잠자리에서 이야기 듣기.......
숨가쁘게 나열된 목록들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뭐야!!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모아놨잖아!
아니, 세상 모든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완전히 동화될 수 있도록 1인칭 시점으로 설정해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 쪽 한 쪽 그림에 취할 때마다 "나도 좋아하는데! 나도 나도!!"를 연발하는 아이,
앤서니 브라운이 왜 위대한 그림책 작가인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돼지책>이나 <고릴라> 등 그의 다른 그림책들처럼 보여지는 것 이상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탐색하는 과정은 필요치 않다.
보여지는 그대로 엄마와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속삭이고 교감하는 것으로
마냥 행복한 책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네 살박이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제 갓 돌을 넘긴 조카 역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에 넋을 잃고 만다.
아직 아기지만 좋아하는 것이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앤서니 브라운을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도 부족할 정도다.
그만큼 애정이 각별한 작가이기도 해서 그의 책이라면 무조건 반갑다.
복잡하게 마음을 다잡지 않아도 유쾌하고 행복하게 읽을 수 있었던 이 책,
아이와 읽고 나면 꼭 껴안고 "사랑해~"를 반복하게 만드는 정말 사랑스러운 책!
배냇짓을 하는 아기부터 앤서니 브라운을 깊이있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아이들,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부모들까지 모두 읽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가슴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출판사에 아쉬움이 있다면....책값에 비해 종이 두께가 너무 얇다는 점이다.
게다가 면지 없이 바로 판권과 속지로 이어지는 편집이 아쉽다.
책 표지를 보고 면지를 넘기며 아이나 책 읽어 주는 부모나
잠시나마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보고, 기대를 부풀려 보는
그 설레는 시간을 빼앗긴 느낌이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그림노트는 아쉬움을 모두 떨쳐 버리고도 남음이다.
책을 보고 난 뒤 귀여운 꼬마 침팬지를 그대로 색칠해 보고,
마음대로 바꿔서도 칠해 보고, 사탕도 그려 보고, 하늘도 그려 보고,
침팬지가 좋아하는 걸 다시 그려 보며 글자도 익히고...
그림을 그리면서 충분히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도록 잘 유도하고 있는 그림노트는
기대 이상으로 실속있게 잘 구성돼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

책에 딸린 부록이 형식적이고 성의없기 쉬운데, 단순히 번역본을 출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치열하게 작가의 작품세계를 고민하고, 책을 읽을 아이들과 부모들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해 그림노트를 기획하고 만들어낸 편집부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준 앤서니 브라운,
더 큰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던 그림노트까지!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아주 많이 후회하고 서운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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