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들풀
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타카모리 토시오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맛깔스런 군침이 당기는 책 [맛있는 들풀]을 받아 들고 사실 난감했다. '보고 느끼는 도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긴 했어도 어느 정도는 이야깃거리도 있고 알 만한 들풀도 꽤 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본문에는 들어 보지도 못한 들풀의 이름과 세밀화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런 난감할 데가! 사실 나는 꽃과 풀, 나무에 관한 한 문외한에 가깝다. 유독 식물군에 들이대는 눈썰미가 둔감하기로 남부럽지 않은 나이기에 이제 다섯 살난 아이에게 이름뿐인 도감을 펼쳐놓고 그럴 듯한 이야기를 들려 주기란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는 것만큼이나 막막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와 같은 눈높이로 배워 보자는 마음으로, 한장 한장 열심히 들여다 보며 잎의 난 모양, 갯수, 펼쳐진 기운, 뿌리의 생김새 등등을 비교해 가며 들풀의 세계로 맛있는 여행을 떠나 보았다. 60여 가지의 들풀 가운데 이름과 생김새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건 고작 10개 남짓에 불과했는데, 그래서인지 얇은 책 한 권을 읽어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요만한 어린 들풀이 이렇게~ 자랐습니다~'는 식의 들풀 변신 과정이다. 사실 시골이라곤 두 번밖에 가보지 않은 전형적인 도시 아이이니, 낯선 야생의 들풀이 장난감보다 아주 조금은 더 신기해 보일 수도 있었으리라. 나 역시 그나마 알아 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들풀들마저 다 자란 모습은 낯설기 짝이 없었고, 흔히 나물이나 찌개거리로 밥상에 오르던 들풀들이 피워내는 예쁜 꽃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또, 그 많은 들풀들이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이맘때면 피기 시작하는 민들레도 그냥 길가에 피는 들꽃으로만 알고 있었지 튀김이나 나물, 샐러드로 먹을 수다는 사실은 정말 새롭다. 아이와 책장을 넘기며 올 봄엔 꼭 민들레를 따다 샐러드를 만들어 보자고 손가락을 걸었다. 이렇듯 <맛있는 들풀>은 흔히 보는 대표적인 봄나물=들풀을 세밀화로 소개하며 다음 장에선 다 자란 모습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먹거리로 활용하는 어린 순들은 눈에 익숙하지만, 다 자라 줄기가 뻗고, 각양각색 꽃을 피운 모습은 매우 생소하다. 어려서 시골서 자라신 친정엄마조차 아이와 이 책을 보시더니, 돋보기까지 꺼내들며 "산마늘이 이런 꽃이 피는구나." 하시며 그림 한컷 한컷을 그렇게 유심히 보실 수 없다. 세밀화도 비교적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사진처럼 비교해 보기 좋게 돼있고, 맨 뒤에는 '찾아보기와 해설'로 각 들풀마다 간략한 설명도 덧붙여 푸짐한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다지 보기 편한 구성은 아니다. 도감이긴 해도 '이 들풀들은...이런 모습이 되지요.' 식의 한 줄짜리 본문내용은 참 싱겁다는 느낌이다. 앞표지 이면에 그려진 '맛있는 들풀을 얻을 수 있는 시기' 도표 역시 덩그러니 떨어져 있어 본문의 그림-부록의 해설-도표를 이리저리 넘겨가며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기가 수월치 않다. 차라리 들풀들을 열매 맺는 시기나 꽃이 피는 시기, 주로 먹는 시기 등 연관성 있는 것들로 묶어 '4-5월에 올라오는 순을 먹을 수 있는 들풀'이나 '새순과 꽃을 모두 먹을 수 있는 들풀' 등으로 보다 보기 쉽게 분류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내가 정말 문외한이어서인지 몰라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름과 조금씩 다른 이름도 눈에 띄는데, 어떤 리뷰어의 지적처럼 일본과 우리나라의 자생 환경의 차이 때문에 생소한 것도 있지 않나 싶다. 정말 그렇다면 번역 과정에서 그에 대한 부연설명도 덧붙였더라면 한결 친절한 도감이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보는 즐거움과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공존하고 잇다. 그림에서 전달되는 봄내음이 코끝 가득 자극적인 신호를 쉼없이 보내고 있다. 익숙한 봄나물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얼른 어디론가 달려나가 쑥이며 민들레며 냉이, 신선초, 두릅 등 봄기운을 한아름 들고와야 할 것 같은 기분좋은 충동이 인다. 어른이 된 지금은 더이상 그 맛을 보기 어려운 추억의 맛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제일은 어머니가 해주시던 쌉싸레하고 빡빡하던 쑥개떡이다. 귀하고 달콤하기만 했던 단팥빵도, 추억의 옥수수 술빵도 따라갈 수 없는 쑥개떡의 정직하고 촌스러운 맛은 지금도 종종 그립고 잊혀지지 않는 어머니의 맛이다. 지금도 선명하게 그리운 어릴 적 엄마손의 추억을 내 아이에게도 흉내는 내줘 봐야 할 텐데. 바야흐로 봄이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저마다 숨죽였던 생명의 빛을 틔우는 계절. 눈과 입이 맛있는 들풀과의 여행으로 미처 무르익지 않은 봄기운이 더욱 그리워지는 오늘, 아이 손 잡고 아파트 알뜰장터에라도 나가 저녁 밥상에 봄나물 몇 가지를 올리는 것으로라도 이 그리움을 달래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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