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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다 죽는 게 인생은 아닐 거야
오건호 지음 / 나비소리 / 2024년 7월
평점 :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간신히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항상 막히는 길을 지나 회사에 도착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그렇게 다람쥐 챗바퀴 돌 듯 평일을 보내면 주말에는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투 잡, 쓰리 잡을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 당장이라도 다 때려치우고 혼자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아내와 옆집에 사는 부모님, 그리고 두 아이를 보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그저 나를 갈아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의 책임이자 굴레이기 때문이다.
통장을 스쳐지나가는 월급을 보며 지난 한 달의 수고를 반추하고,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 하루에 집에 가서 자기 전 잠시 하는 독서가 유일한 휴식이자 나만의 시간. 그러다보니 이렇게 살다 죽는 게 인생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기엔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많다. 그래서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그저 죽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은 버릿리스트 중의 하나로 머물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다 죽는 게 인생은 아닐 거야>의 오건호 작가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이 책은 제목도 길지만 부제도 무척 길다. - 현실과 이상을 오가며 답을 찾아보려 떠난 펜 드로잉 여행 에세이
무려 공백 제외 26자에 달하는 부제는 작가의 여행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작가는 나와 마찬가지로 직장 생활에 지쳐 힘겨워하다가 어떻게 회사의 허락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혼자서 훌쩍 유럽의 포르투칼로 떠나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낯선 음식 등을 펜 드로잉으로 그리고 여행 에세이를 곁들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공감보다는 부러움이 앞섰다. 그가 묘사하고 있는 풍경을 직접 보고 싶고, 그가 맛본 이국적인 음식도 맛보고 싶고, 그가 본 여행객이나 현지의 주민들도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나마 활자 속에 담긴 포르투칼의 정취를 느끼고, 사진보다 더 인상적인 펜 드로잉을 보며 음미할 뿐이다.
작가의 다음 여행이 기다려지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