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어 원더풀 월드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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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는 루이 암스트롱이 예의 굵은 음성으로 감미롭게 부른 유명한 팝송이다.

아니 '이었다'가 맞는 표현이다.

이제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왓 어 원더풀 월드>는 팝송이 아니라 정진영 작가의 장편소설이니 말이다.


장진영 작가의 전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를 무척 인상 깊게 읽어서, 이렇게 빨리 신작을 접할 수 있어 놀라웠다.

그리고 전작이 다소 우울한 분위기였다면 <왓 어 원더풀 월드>는 경쾌한 로드무비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회사와 쪼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장은 마치 유튜브에서 본 중소기업 이야기를 다룬 <좋좋소>가 연상되었다.


주인공 문희주는 1년도 다니지 않고 퇴사하는 직원이 부지기수인 '여산정공'이란 회사에서 7년간 박봉을 받으며 성실히 근무했다.

그런데 직장암으로 투병해온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형제자매도 아버지도 없는 문의주 혼자 지키는 빈소는 썰렁하기 그지 없었고, 사장은 빈소에 들르지 않고 직원을 시켜 부의금 10만원 보낸 것이 다 였다.


바로 옆 시끌벅적한 시의원 어머니 빈소의 모습에 회사에 정이 완전히 떨어진 문희주는 퇴사를 고하고, 사장은 늘 그래왔듯이 윽박질렀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자 환송 회식을 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문희주를 다시 자극한 사장, 그러자 문희주는 이 회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로또보다 낮다고 되받아치고 이에 열받은 사장은 편의점에 가서 로또을 사와 참석자에게 나워준다.


대충 적은 번호에 문희주는 만약 1등에 당첨되면 회사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사장에게 벤츠 G 클래스를 사주기로 한다.

그런데 문희주의 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이다.


이를 안 사장은 문희주를 찾고, 연락이 안되자 일주일 내 그를 데려오는 직원에게 연봉 천만 원 이상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국토대종주에 나선 문희주를 찾아오라 명한다.


복권에 당첨돼 뛴자와 그에게 명차를 받아내려는 쪼잔한 사장, 그리고 연봉 인상을 위해 그를 찾아야만 하는 다른 직원들까지 전국을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로드무비는 한바탕 활극이 된다.


점점 날씨가 무더워지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무더위를 식힐 만큼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재미 있다.

그리고 작가가 배우의 남편이어서 그런지 장면 장면이 머리 속에 마치 영상처럼 그려지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루가 지루한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흥미와 재미를 선사할 것임을 장담한다. 내가 그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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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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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작고하신 이어령 교수는 국문학자이자 소설가이며,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등 직함을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우리 문단과 학계 그리고 사회에 수많은 업적을 남기신 우리 시대의 석학이셨다.

내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수필을 읽고 나서부터 이다. 그 후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여 이어령 교수의 저작을 여러 번 접했었고, 전공과는 다른 분야였지만 교양서적으로 분류되는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두고 두고 읽었던 명저였다.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만큼 대단한 석학이 아흔을 얼마 앞두고 돌아가시고, 2년 후에 그와 대학 시절까지 합해 64년을 함께 하신 부인인 강인숙 교수가 두 사람의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긴 세월을 정리한 <만남>을 출간하였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강인숙 교수는 남편 이어령 선생을 미화하거나 영웅화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어디까지나 장점과 결점을 모두 갖춘 보통 사람이었지만, 죽는 날까지 창조의 붓을 놓지 않으려 애쓴 사람이었음을, 그리고 자신은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만남>에 실린 글에서 남편 이어령 선생을 지칭하는 말들은 '그', '이어령 선생', '이어령 씨' 등 철저히 객관적 입장에서 인간 이어령을 보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함경남도에서 자란 강인숙 교수가 해방 이후 월남하여 충청남도 온양, 그것도 반촌과 민촌이 따로 있는 향반문화의 고장 출신의 이어령 선생을 인연으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서로 다른 점을 이해와 인정으로 극복하며 살아온 과정과 그 속에서 바라본 인간 이어령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보다 윗세대 그러니까 큰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모습을 인식할 수 있었다.

충청도 양반 출신이지만 한옥보다는 서양식 가옥을 더 좋아하고, 한복보다는 정장을 고수한 이어령 선생을 네오필리아라며 만족을 모르는 지식욕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라 지칭한 강인숙 교수의 평가는 어쩌면 이어령 선생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가 당연할 것이다.

<만남>은 유명인과 연관된 수필이 아니라 이 자체가 평전의 좋은 자료이자 지침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한 가족과 인물에 대한 기록이다. 아흔이 넘은 필자의 기억력과 노력에 감탄하며 앞으로 두고두고 곱씹으며 읽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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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의 작은 신화, 하순섭 - 아직도 현역이다!
하순섭 지음 / 예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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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올림픽으로 중국 전역이 떠들썩하던 2008년. 30대 중반인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중국이라는 넓은 대륙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막연히 잘될 것 같은 느낌을 믿고 중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6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1억 가까운 투자금은 온데간데 없이 거의 빈털털이로 귀국하여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이처럼 외국 생활은 어렵고, 우리나라와 인접하여 문화적으로도 공통분모가 많은 나라에서도 자리잡기는커녕 버티기도 힘들었는데, 어디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를 머나먼 이국 땅에서 성공하기란 정말 하늘에서 별따는 일만큼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건설·유통·호텔사업을 하는 한파산업개발과 부동산·레저사업을 하는 골든 퍼시픽 벤처 등 두 개의 회사를 중심으로 건설업과 부동산개발, 호텔, 관광, 무역, 슈퍼마켓 등 모두 23개 분야의 사업을 펼치며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팔라우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종에 대한 허가권을 지니고 있는 사람, 대통령 경제고문을 두 번째 맡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 하순섭 사장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말에 남쪽 끝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태어나 운명처럼 바다를 접한 그는 부산수산대 어로학과를 졸업했고, 해병대 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리고 제대 후에는 원양어선의 항해사로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다 1970년대 중반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와 인연을 맺게 되어 모진 텃세를 이겨내며 지금의 성공을 일궈냈다.

우리 아버지와 같은 세대이신 하순섭 사장의 성공 스토리는 놀랍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여든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역에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 못지 않은 활력의 원천은 아마도 일에 대한 열정과 일군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하순섭 사장의 일대기는 비록 미사여구는 없지만 담담하면서 진솔한 표현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실화만이 줄 수 있는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으며 비록 50이 넘었지만 나역시 아직 창창한 나이이자 어떤 일이든지 자신있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나이라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아직도 현역에서 열정적으로 사시는 하순섭 사장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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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유령 소치는 누나가 되고 싶어! 꼬마 유령 아치, 코치, 소치 9
가도노 에이코 지음, 사사키 요코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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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아이가 좋아하는 꼬마 유령 소치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간 아치와 봉봉과 수수께끼 요리사와 꼬마 유령 소치의 신기한 사탕 가게를 읽었었는데, 유령이지만 전혀 무섭지 않고 마녀 배달부 키키의 작가인 가도노 에이코의 글답게 빨간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소치는 귀엽기만 합니다.

그러나 약간은 심술쟁이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인 <꼬마 유령 아치, 코치, 소치>의 아홉 번째 이야기인 '꼬마 유령 소치는 누나가 되고 싶어!'는 누나가 되고 싶어 아치에게 동생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아치는 오히려 자신이 오빠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의기소침했던 소치는 쌍둥이 쥐 치치와 키키에게 동생이 되어달라 부탁하고, 결국은 그 둘이 동생이 되어 누나와 동생으로 지내게 됩니다.

예쁜 그림체와 인물의 생생한 표정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이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악당(빌런)이 등장하지 않고, 억지로 교훈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비록 유령이 주인공이지만 너무나 사람같아서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리고 있다는 것 또한 <꼬마 유령 아치, 코치, 소치>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다 읽고 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지는 것또한 어쩜 매 이야기마다 같은지 다음 이야기가 나오길 우리 딸은 책장을 덮자 마자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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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날도 있어! 책고래아이들 45
이수경 지음, 김미영 그림 / 책고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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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도시로 돈을 벌러 가셔서 할머니와 시골에 사는 승윤이.

승윤이는 주위의 자연을 관찰하고 때로 공감하며 아버지와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견딥니다.

이런 승윤이에게 아버지가 가져온 강아지는 엄마를 잃은 공통점 때문인지 서로를 위로하는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승윤이는 주위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친구라 합니다.


친구


꽃잎하고 / 놀던 나비 //

이제 / 그만 / 집에 가네.

꽃잎은 / 아쉬워 / 향기로 / 배웅하네. 


그리고 승윤이에게 처마 밑의 거미줄도 좋은 시의 소재가 됩니다.


거미줄


뒷마당 굴뚝과 처마 사이에 / 커다란 거미줄 생겼습니다. //

튼튼하게 잘 지어졌나 //

은빛 햇살 앉아 봅니다. / 산바람도 흔들어 봅니다.


승윤이의 동시는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더 큰 공감을 줍니다.

어제 돌아가신 신경림 시인이 50년 전 만해문학상을 타시며 수상 소감으로 "혼자만이 아는 관념의 유희, 그 말장난으로 이루어진 시에 대한 반발로 더욱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생각을 끄는 것이 내가 주로 생각하고 있는 시"라고 밝히셨다고 하는데, 승윤이의 동시야말로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생각을 끄는 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승윤이의 시 속에는 비록 할머니와 아버지밖에 안 계시지만 가족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독자의 가슴 속 한 구석에 훈훈한 온기로 다가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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