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아도
사토 리에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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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리에는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접객업에 종사하는 필담 호스티스이다. 말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아무 이상 없이 능숙하게 소리를 듣고 낼 수 있는 사람들도 대화를 하는 데 많은 곤란을 겪는데도 리에는 자신의 장애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장점으로 자신의 앞길을 만들어 냈다. 그녀의 선천적인 밝은 성격이 귀 대신 장애를 앗아 갔고 그녀는 지금 작은 메모장과 펜 하나로 스스로의 가치를 소중하게 돌보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솔직한 경험담을 담은 자기계발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면서 대화를 해나가는 방법. 그녀가 살아오면서 얻은 삶의 보석들을 하나씩 따낸 것 같아 신비로웠다. 그녀가 풀어 낸 남들과 조금 다른 인생 이야기를 읽은 것만이 아니었다. 불현듯 얼마 있지 않아 읽게 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권문수, 2007)’이 사토 리에의 책과 겹쳐졌다. 이 책은 미국에서 사이코 테라피스트를 10년째 해온 저자가 많은 환자들을 만나오면서 잊을 수 없었던 사연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 안에는 환자의 사연을 들려주면서 그에 연관되는 심리적인 요인과 마음의 병을 소상하게 적어놓았다. 리에의 읊조림과 마음의 병을 나열한 목록에서 약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아무 연고도 없는 두 책이 손을 잡고 시선을 흔들었다. 자기계발서도 아닌 두 책이 내 마음 여저를 두드린채 더 진솔하게 휘어잡았다. 


각각의 매력이 전혀 다른 책이지만 진솔하고 약한 이야기가 순식간에 그리고 함께 다가왔다. 사토 리에의 책에서는 리에의 굳은 의지가 느껴져서 좋았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는 현대인이 쉽게 얻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을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두 책은 내게 두 손 맞잡아 시너지 효과를 낸 손잡은 책들이었다. 


리에를 보면서 얕은 지식으로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떠올랐고, ’오체불만족’ 이후 2편과 다름 없는 책을 통해 그 이후의 오토의 소식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사토 리에의 소식도 어김없이 들려오면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솔직함을, 당당함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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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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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 똑. 마음 속에 참고 있던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졌다. 1987은 이 책의 주인공 ’마리아투 카마라’의 탄생년도이다. 즉, 그녀는 아직 어리디 어린 20대의 여성.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슬퍼하고 놀랍게 보았던 이야기가 그녀의 나이를 인지하고부터 급속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나와 세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지구촌 저편의 소녀에 불과했다. 

그 사이 내가 살아 온 인생과 그녀가 살아 온 인생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내가 맘 편히 다리를 뻗고 따뜻한 보금자리에 들 동안 그녀는 내전을 겪고부터 마음 편히 온전한 인생을 걸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의 사연을 듣고 내밀어 온 따뜻한 손길로부터 그녀는 그제야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고 한참 후가 되어서야 외국으로 전해졌던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 때까지 그녀의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 낯선(거짓이 꽤나 섞인) 기사였고, 그녀의 마음 속에 담긴 진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망고 한 조각(2010)’을 통해 진실된 자신의 이야기를 꾸릴 수 있었다. 

소중한, 희망과 다름 없는 망고 한 조각 이야기를. 

그녀는 지금 분쟁지역 아동보호 유니세프 특사로 활동하며 자신과 같이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자신이 그 당사자였기에 누구보다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그렇기에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참된 마음이 그녀의 하루를 빛내고 있다. 멋지게.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손을 잃어버린 마리아투의 손을 꼭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내가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던 1991-2002(불과 얼마 전인(!))에 벌어진 시에라리온의 끔찍한 내전이 앞으로 그녀의 마음에서도 이 지구상에서도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전이 남긴 눈물 먹은 별을 세어보았다.

"어쩌다 자기 별까지 세어 버리면 저세상으로 가는 거야."(21쪽)

소설과 같은 아프리카의 말들. 하지만 그녀가 앞으로는 별 세는 일까지 아름답게 여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뒤돌아 서서 다시 볼 때 그녀의 이야기엔 분명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런 고통 속에서 그녀가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인 ’사랑’으로 기억되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의 정(情)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망고 한 조각’을 읽고 좋았던 것은 다른 책으로 쉽게 알 수 없었던 시에라리온의 분위기를 아프리카인, 자신의 시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 뜻깊었다. 내 머리를 뻥뻥 때렸던, 그들에게 사랑이라고 베풀었던 얕은 지식들이 조금 부끄러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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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독 동물농장 -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신개념 영한대역 십독 시리즈 2
조지 오웰 지음, 박세창 옮김 / 표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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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어릴 때 한 번, 조금 더 커서 한 번 읽었다. 그러면서 동물 농장이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소설이 쓰인 사회적 배경과 함께 생각했을 때 더욱 많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 어려워졌고 그에 맞선 이런저런 생각도 못해본 채 책을 덮고 말았다. 아쉬운 소설이였다. 

그 아쉬움에 이끌러 ’십독동물농장’을 읽게 되었다.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동물농장의 이야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고, 어려워서 읽지 못했던 소설을 더욱 어렵게 읽어보고 싶었다. 분명 이젠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 안하던 영어도 다시 해보자며 으샤으샤 책을 집어 들었던 것. 

꿈이 조금씩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던 차였다. 꼬리가 촐랑대는만큼 머리는 갈피를 못 잡았고 대부분의 넓은 길로 다가서기 위해서 꼭 필요한 영어의 필요성을 차츰 느끼고 있을 때 십독 동물농장이 눈에 띄었다. 영어와 관련 없는 학과에 들어와서 흥미를 훌쩍 털어버리고 금세 지워버린 영어 문장이 하나둘 다시 자리잡기 시작했다. 소설을 좋아하던 내가 영문 소설을 집어든 건 꽤 괜찮은 첫걸음이었다. 앞만 보고 달려 흩뿌려진 수능 영어만 흔적으로 남아 빙글빙글 내던진채 낯선 영단어를 하나하나 주워들었다. 한 단락의 이야기가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이어져 있었다. 예전에 영어 문장을 읽으면 곧바로 해석되지 않아 곤란한 적이 많았는데 그때문에 남았던 불안함을 조금씩 없앨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이 많아 여러모로 내게 필요한 것에 맞춰 학습할 수 있었다. 실력이 된다면 영어 단락만 연이어 읽어도 좋고, 그에 조금 어려움을 느낀다면 밑에 자연스레 이어지는(영어 어순을 그대로 둔) 문장을 읽어도 좋았다. 혹 그래도 답답하면 아래에 놓인 숙어나 단어를 참고해도 좋았다. 내 마음대로 읽을 수 있어 만족스러운 영문소설책이었다. 

* 책 활용도가 좋다. (★★★★★)
* 영문소설을 빨리 읽을 수 있다. (★★★) 
* 동물농장을 읽을 수 있다.
* 난이도 조절, 자유자재. 
* 부담없는 영어 재시작. 
* 단어, 숙어를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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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만난 남녀는 왜 오래가지 못할까? - 연애 카운슬러 HJ의 속시원히 까발린 연애심리학
황혜정 지음 / 글로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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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만난 남녀는 왜 오래가지 못할까?'는 한마디로 연애심리서다. '어떤 경우' 남자와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일이 '그렇게' 이루어졌는지를 심리적으로 따박따박 밝히고 있다. 연애에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아쉬웠던 점은 왜 제목을 이와 같이 정했는가 였다. '클럽에서 만난 남녀는 왜 오래가지 못할까?'는 수많은 HJ의 글 중 소제목에 불과한 데다가 다른 내용을 포함하지도 못하고, 그다지 호기심이 가는 제목도 아니다. 처음 이 책의 소개를 보지 못했을 때는 클럽과 관련된 단편적인 내용만 다루었을 것 같아 달리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살펴볼수록 담고 있는 내용은 재치만점인데. HJ의 글은 심심풀이로 읽었을 때 금세 고개를 끄덕일만큼 재미난 글이 많은 데도 제목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단번에 드러내지 못한다는 데 두고두고 아쉬움이 들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길 바라면서.


 다짜고짜 이렇게 하라. 라고 말하는 다른 지침서보다는 남녀의 심리까지 파헤쳐주니 한결 답답하지 않은 연애심리서임에 틀림없다. 순식간에 읽히는 와중 고개를 끄덕이기도, 아니기도 하는 순간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것은 저자의 공감에 따라 물 흐르듯 적어낸 글도 있는 반면 그냥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당연한 공식도 몇몇 보였기 때문이다. 연애지침서에 라면 당연히 실어놓아야한다는 듯이 등장하는 담담한 말들은 이렇게 하라, 는 말과 사실 다름없다. 속시원하게 남녀의 심리를 잘 풀어낸 멋진 글이 쏙쏙 숨겨져 있으니 진부한 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한번쯤 읽어봐도 후회 없을만큼 센스만점의 글모움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많은 이들이 다짜고짜 중독되어 찾을 만큼의 책은 아니었다. 다만 HJ의 파워 블로그는 놀러가고 싶은 연애심리블로그이다. 매력있다.


공감갈만한 연애심리를 사례로 풀어놓은 심리서를 이전에 본 적이 있다. 재미도 있고 솔직하고 정말 그럴듯한 내용을 실어놓아 몇번을 웃으면서 보았다. 이따금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이 무거울 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HJ의 글모움도 재미나고 공감가는 책임에 틀림없지만 한달음 달려가다 중간에 똑 멈춰버린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자꾸 발견되는 것 같다. 매력이 있기에 자꾸 다시 뒤돌아보게 되는 '클럽에서 만난 남녀는 왜 오래가지 못할까?' 언젠가 내공을 업그레이드한 연애 카운슬러 HJ의 연애심리학서 2탄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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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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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에 휩쓸리듯 짜릿한 경기가 진행되었다. 경기 진행 상황은 1:1, 연장전이 시작되었고 우연히 닥친 반칙으로 내준 1점을 경기 종료 1분전에 극적으로 다시 되찾아 2:2가 될 수 있었다. 남은 건 승부차기.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였다. 쥐락펴락쥐락펴락?찍찍찍, 나는 쥐가 되었습니다. 한 골 더 넣어보지 못하고 끝난 승부차기. 

...

정말 경기 끝났습니까? 


멍 때리다가 한 순간, 요코미조 세이시의 ’삼수탑’ 역시 끝나 있었다. 책 한권을 뒤흔들었던 범인은 전혀 예상 밖의 인물. 수많은 용의자를 여기저기에 흩뿌려놓고 내놓은 범인은, 끄악. 책 다 읽었다. 

아쉽기 짝이 없지만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오늘 2011 AFC 아시안컵 한일전처럼, 황당한 결말에도 나는 ’삼수탑’에 박수를 쩍쩍 보내고 있었다. 여성이 화자가 되어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세심하고 감정적으로 유려하게 소개해주고 있었고, 그 여주인공에게 드문드문 압박을 주던 정체모를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끝내 속 시원하게 하나둘 사건을 까발려 주었다. 색다른 조합이었고 마음 졸여야만 했던 다른 추리 소설과는 달리 편안하게 사건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두근거려 긴장을 늦추기 일보직전.  


현대 추리 소설과는 남다른 고전의 묘미가 있었고, 나오는 인물 한명한명이 모두 개성이 넘쳐 놓칠 수 없었다. 나오는 사람마다 헷갈리기 보다 눈을 쫓기 바빠 소설이 더 빠르게 흘러갔던 것 같다. 해답을 살짝 흘린 것처럼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사실 인연일 수 밖에 없었던 실 한가닥이 발견되었을 때, 짜릿함이란. 드라마 인기 요소를 다 끌어다 모운 것처럼 ’삼수탑’도 잘 만들어진 요소를 이따금 잘 끌어모았다. 그 속에서 평범한 인물들이 톡톡 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작가의 남다른 내공이었으리라. 


작가 요로미조 세이시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일본의 국민탐정이 되기까지. 그의 유려한 필체와 사건을 꾸려가는 능력이 멋지다. 책 한 권으로도 이렇게 하나둘 팬을 만들어내는 그는,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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