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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상류에 휩쓸리듯 짜릿한 경기가 진행되었다. 경기 진행 상황은 1:1, 연장전이 시작되었고 우연히 닥친 반칙으로 내준 1점을 경기 종료 1분전에 극적으로 다시 되찾아 2:2가 될 수 있었다. 남은 건 승부차기.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였다. 쥐락펴락쥐락펴락?찍찍찍, 나는 쥐가 되었습니다. 한 골 더 넣어보지 못하고 끝난 승부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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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경기 끝났습니까?
멍 때리다가 한 순간, 요코미조 세이시의 ’삼수탑’ 역시 끝나 있었다. 책 한권을 뒤흔들었던 범인은 전혀 예상 밖의 인물. 수많은 용의자를 여기저기에 흩뿌려놓고 내놓은 범인은, 끄악. 책 다 읽었다.
아쉽기 짝이 없지만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오늘 2011 AFC 아시안컵 한일전처럼, 황당한 결말에도 나는 ’삼수탑’에 박수를 쩍쩍 보내고 있었다. 여성이 화자가 되어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세심하고 감정적으로 유려하게 소개해주고 있었고, 그 여주인공에게 드문드문 압박을 주던 정체모를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끝내 속 시원하게 하나둘 사건을 까발려 주었다. 색다른 조합이었고 마음 졸여야만 했던 다른 추리 소설과는 달리 편안하게 사건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두근거려 긴장을 늦추기 일보직전.
현대 추리 소설과는 남다른 고전의 묘미가 있었고, 나오는 인물 한명한명이 모두 개성이 넘쳐 놓칠 수 없었다. 나오는 사람마다 헷갈리기 보다 눈을 쫓기 바빠 소설이 더 빠르게 흘러갔던 것 같다. 해답을 살짝 흘린 것처럼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사실 인연일 수 밖에 없었던 실 한가닥이 발견되었을 때, 짜릿함이란. 드라마 인기 요소를 다 끌어다 모운 것처럼 ’삼수탑’도 잘 만들어진 요소를 이따금 잘 끌어모았다. 그 속에서 평범한 인물들이 톡톡 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작가의 남다른 내공이었으리라.
작가 요로미조 세이시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일본의 국민탐정이 되기까지. 그의 유려한 필체와 사건을 꾸려가는 능력이 멋지다. 책 한 권으로도 이렇게 하나둘 팬을 만들어내는 그는,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