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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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 똑. 마음 속에 참고 있던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졌다. 1987은 이 책의 주인공 ’마리아투 카마라’의 탄생년도이다. 즉, 그녀는 아직 어리디 어린 20대의 여성.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슬퍼하고 놀랍게 보았던 이야기가 그녀의 나이를 인지하고부터 급속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나와 세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지구촌 저편의 소녀에 불과했다. 

그 사이 내가 살아 온 인생과 그녀가 살아 온 인생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내가 맘 편히 다리를 뻗고 따뜻한 보금자리에 들 동안 그녀는 내전을 겪고부터 마음 편히 온전한 인생을 걸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의 사연을 듣고 내밀어 온 따뜻한 손길로부터 그녀는 그제야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고 한참 후가 되어서야 외국으로 전해졌던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 때까지 그녀의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 낯선(거짓이 꽤나 섞인) 기사였고, 그녀의 마음 속에 담긴 진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망고 한 조각(2010)’을 통해 진실된 자신의 이야기를 꾸릴 수 있었다. 

소중한, 희망과 다름 없는 망고 한 조각 이야기를. 

그녀는 지금 분쟁지역 아동보호 유니세프 특사로 활동하며 자신과 같이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자신이 그 당사자였기에 누구보다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그렇기에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참된 마음이 그녀의 하루를 빛내고 있다. 멋지게.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손을 잃어버린 마리아투의 손을 꼭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내가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던 1991-2002(불과 얼마 전인(!))에 벌어진 시에라리온의 끔찍한 내전이 앞으로 그녀의 마음에서도 이 지구상에서도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전이 남긴 눈물 먹은 별을 세어보았다.

"어쩌다 자기 별까지 세어 버리면 저세상으로 가는 거야."(21쪽)

소설과 같은 아프리카의 말들. 하지만 그녀가 앞으로는 별 세는 일까지 아름답게 여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뒤돌아 서서 다시 볼 때 그녀의 이야기엔 분명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런 고통 속에서 그녀가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인 ’사랑’으로 기억되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의 정(情)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망고 한 조각’을 읽고 좋았던 것은 다른 책으로 쉽게 알 수 없었던 시에라리온의 분위기를 아프리카인, 자신의 시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 뜻깊었다. 내 머리를 뻥뻥 때렸던, 그들에게 사랑이라고 베풀었던 얕은 지식들이 조금 부끄러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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