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같은 소리." 모제스 씨가 말했다. "헛소리. 수학은 애초에 과학이 아니지……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요?" - P47

"내가 마법사를 믿느냐고요?" 그가 되물었다.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믿습니다, 페테르. 마법사들, 하느님, 악마, 유령……. UFO…… 인간의 뇌가 그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뜻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인간의 뇌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은 철학자군요, 알레크."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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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는 미국인의 투자 DNA가 아니라 미국 금융 당국과 기업 집단, 주주가 구축한 제도의 산물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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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트레이더에게 최악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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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시작되기 전 앞쪽에 실린 추천사를 읽으면서 뭔가 키워드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묘한 끌림으로 도서관에서 몇 번이나 빌렸다 읽기를 실패하고 결국 소장하고 있는 책, 《보물섬: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의 저자 니컬러스 섁슨이 2018년 발간한 책이다.


제법 자극적인 제목(출판 업계가 보편적으로 어디까지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대강이나마 짐작 가능하다면, 새삼 책 제목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 것)과 달리, 본문은 진중하고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할 말은 해 가면서 '금융이 인간 문명 전반을 망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밝힌다. 또한, '흑역사'라는 단어가 전하는 "인제는 지나온 역사"라는 분위기와 달리, 인류의 '금융의 저주(이 책의 원제가 The Finance Curse)' 흑역사는 현재완료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좀 더 공포스럽다. 나는 여기서 '금융화'라는 단어를 처음 배웠는데, 최근 사회의 분위기와 내가 느낀 여러 혼란을 여러모로 잘 응집한 키워드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보물섬》과 마찬가지로,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여러 예시를 다루는데, 저자가 브렉시트에 관해 설명한 문장이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심지어 브렉시트 딜 막바지에 잉글랜드에 체류 중이었는데도 돌아가는 상황에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솔직히 나같은 임시 체류자가 아닌, 시민들이라고 해도 사정이 크게 달랐을 것 같지는 않다). 날짜가 계속 밀렸고, "그래서 브렉시트 언제 한대?" 같은 말을 함께 사는 친구와 나누곤 했으니까.


이 위협은 공허했다. 오히려 이런 의미에 가까웠으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달라. 그러지 않으면 내 도끼로 내 발등을 찍겠다."

《부의 흑역사》 p.199,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부키 펴냄


지금은 (우선은) 막을 내린 미국의 트럼프 정권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듯한 영국의 브렉시트가 환상의 조화를 보여준 2018-2020년은, 어쩌면 이후 인류 문명에 닥쳐 올 더 끔찍한 역사를 예고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았다. 이보다 조금 더 짤막한 예고편은, 6개 회차로 제작된 드라마 〈Years & Years〉로 맛보기 할 수 있다.


《돈의 속성》 같은 책이, '수학의 정석'이나 '개념원리'처럼 돈의 개념을 알려 준다면, 《부의 흑역사》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실전 모의고사 모음집 같은 책이다. 한때 실전이었지만, 이제는 과거가 되었고, 이와 꼭 같은 일이 재현될 확률은 상당히 낮다는 점에서(여기서 우리를 괴롭히는 포인트는 이 확률이 0이 아니라는 점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암울하고 어두운 진흙탕 역사를 어찌저찌 딛어 나가듯 책장을 넘겨가다 보면, 경제라는 게 더는 '알면 삶에 보탬이 되지만, 몰라도 괜찮은' 어떤 것이 아닌(나는 솔직히 이런 생각으로 지낸 기간이 짧지 않다), 그 자체가 인간의 삶과 인간의 일부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의식이 발전해 온 과정을 담은 《엔드 오브 타임》이 떠오르기도 했다. 316쪽에서 시작되는 〈부자들은 왜 더 많은 부를 원할까〉, 이 소챕터를 특별히 추천한다. 달리 새로운 통찰을 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머릿속 내용이 한결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 읽고나니 복잡하지만 개운한 모순적인 기분이 들었다.


역외와 범죄, 돈과 정치는 체제의 일탈이 아니다. 체제 그 자체다.

《부의 흑역사》 p.327,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부키 펴냄


그리고 인용한 이 문장에 한 번 더 부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체제는 인간이 개발한 것이 아니다. 인간 그 자체다." 말이 되는 문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요즘 내 생각은 이렇다.


이 책의 결론을 읽고 니컬러스 섁슨의 트위터 계정(@nickshaxson)을 팔로했다. 가장 최근 트윗이, 오랜만에 로그인한다며 《On the Trail of Capital Flight from Africa》을 소개하고, 이제 또 한참 '퇴트'하겠다며 트위터는 해롭다(evil)고 마무리한 것에서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긴다. 저자 외에도 본문에서 다루는 아일랜드 저널리스트 핀탄 오툴의 계정도 팔로했고, 이 책의 역자, 김진원 님의 역자 소개에 실린 대표작 중 《예일은 여자가 필요해》를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돈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부터도 떠오르는 답변이 많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오늘 새로 알게된 역자와 저자의 책을 읽으며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쌓고 싶고, 무엇보다도 아직 내게 (잠재적으로) 살 날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는, 우리는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자의 경제력, 부를 어떻게 쌓고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혹시 벼락부자(카질리어네어)가 될 운명을 타고난 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꾸준히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려 본다. 왜냐하면, 경제 서적에서 자주 하는 비유대로, 돈이라는 건 살아 움직이는 존재에 가깝고 이 돈이라는 녀석과 그럭저럭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는 것 역시 작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미 인생의 중요한 임무(?)가 되었으니 말이다.


마무리를 좀 멋지게 쓰고 싶었는데, 인제 얼른 준비하고 백신 2차 맞으러 가야 해서 아쉽지만 이 정도로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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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은 멀티태스킹 때문에 생기는 인지적 상실이 마리화나 흡연에 따른 인지적 상실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 P156

하버드대학의 법학교수 로센스 레시그 등은 이메일 파산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어느 지점에 가면 당신은 더 이상 받은 이메일을 모두 읽을 수도, 답장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P163

현대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음울하고 낡은 사회적 역기능과 경이로울 정도로 새로운 기회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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