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진실만 가지고는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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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좀 마십시다. 그리고 집에 가서 벌레처럼 잡시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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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제이는 동네 사람들의 신용카드를 긁으며, 죽음이 관계를 차단하는 상실인 반면 도난은 관계를 이어주는 견딜 만한 상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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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골동품 서점
올리버 다크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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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느슨하게 사주 상담을 하고 있는데, 한번은 15시간을 거슬러 캘거리 손님을 만났다. 재밌게도 나와 사주 구성이 비슷하고(오월생 정화), 심지어 성씨도 같아서 왠지 내적 친밀감이 들었는데 그분도 나처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해외 생활을 시작한 분이었다. 나는 비록 낯선 문화권에서 빌빌대며 겨우 1년 남짓 보내다 패잔병처럼(?) 두 손 들고 귀환했지만 나와 기질적으로 공통점이 제법 많은 누군가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낯선 나라에 정착해 몇 년간 제 힘으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 꼭 저 너머 평행 우주의 나를 보는 것처럼 내 과거의 기억이 치유받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인간이란 모든 과거 상처와 고군분투를 꼭 직접 겪어 가며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그런데 다른 우주의 나를 만난 게 이 손님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기묘한 골동품 서점》의 저자 올리버 다크셔 역시 최초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언제 어디선가 꼭 만나야 할 인연은 때로 아주 기묘한 끌림을 통해 만나기도 하는데, 다크셔와 소서런 서점의 인연이 그랬고(사주적으로 풀었을 때 솔직히 이 둘의 만남은 가히 운명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와 이 책(그리고 이 책의 저자와)의 만남 역시 얼추 그런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한쪽은 영원히 내 존재를 모르고 살겠지만 어차피 모든 인연이 쌍방일 필요는 없으니까.


사주 말고도 살면서 내가 몸으로 익힌 나만의 묘기(?)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와 만나야 할 책을 직감으로 알아보는 능력이다. 이 책 원제가 'Once Upon a Tome'인데, 번역하자면 '옛날 옛 책에' 같은 제목이 되려나? 이건 국내 출판 시장의 좁다란 구매층을 감안했을 때 웬만해선 눈에 띄기 어려운 타이틀이므로 번역서 제목으로 '기묘한 골동품 서점'이 낙점된 건 매우 납득할 만한 결정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옛날 옛 책에' 같은 제목을 짓는 작가의 존재를 우연히 접하면 나는 딩동 알람이 울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좀 재밌게도, 이 책은 우연히 트위터 랜덤(?) 쪽지로 연락받아 좋은 기회로 읽게 됐는데, 아마 광고 쪽지에 가려져 이번에 이 책을 만나지 못 했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곧 만나지 않았을까? '마계(내가 사는 인천에 있는 독립 서점인데, 나나 다크셔 같은 오타쿠들이 좋아할 법한 책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 같은 데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해 서가에서 꺼내면서 손끝으로 새 책의 종이 질감이 만져지는 듯한 기분이다.



낡고 지친 취업 준비생 올리버 다크셔가 고서점 '헨리 소서런'의 수습 직원에서 현재 잘 나가는 자유 일꾼(?)이 되기까지(현재 다크셔는 서점이 자리한 런던 대신 남편과 맨체스터에 거주하며 '소서런'의 웹사이트 및 소셜미디어 전반을 관리하고 입고할 만한 책을 발굴하는 듯하다) 그 모험 여정을 함께 따라 가면서 문득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소서런이 다크셔에게 제시한 조건 역시 이런 내용이었다. '수습 직원은 유능한 고서점 직원으로 변모하기 위한 교육 계획에 따라 최소 2년간 재직해야 하며, 그 이후 정식 직원으로 고용한다.' 요즘 정서로 보자면야, 지극히 구닥다리에 부당한 채용 조건으로 보이기 쉽지만, 다크셔만큼이나 낡고 지쳐 있던 내 런던 체류 시절을 떠올리면 역시 나는 부당한 의무 조항보다는 "유능한 고서점 직원으로 변모하기 위한 교육 계획"에 밑줄 박박 긋고 별표를 잔뜩 치게 되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수입이 많으면) 뭐든 다 가능할 것 같은 세상이지만, 사실 누군가의 돌봄과 인내, 가르침이 더 절실할 때가 있다(생존을 보장하는 월급도 물론 필요하지만). 적어도 내가 외로운 런던 생활에서 배운 건 이거였다. 누군가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 내게도 소서런 서점의 앤드루 같은 사람이 필요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나는 앤드루를 만나기에는 너무 낡고 지쳐 있어 서로 주파수가 맞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우주에서 다크셔가 보낸 그 시절이 영 남일 같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올리버 다크셔의 트위터 계정을 구경했는데, 프로필 소개란에 한쪽짜리RPG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면 이 책도 '소서런'이란 세계를 풀어 주는 게임 룰북 같은 인상을 주는 구성이다. 책 맨 뒤에는 부록으로 서점 주인이 되어 책을 팔아 보는 TRPG 게임이 들어 있는데(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는 롤플레이 게임 앞에 T가 붙으면 기기도 그래픽도 사운드도 뭣도 없이 전부 인간의 말과 상상을 동원해 알아서 살을 덧붙여야 한다는 뜻이다. T는 tabletop를 뜻하는데 보드게임 감성이라고 보면 된다), 규칙을 잘 읽어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의 모든 엔딩에서 이 서점은 거의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을 진짜 재밌게 하려면 아둥바둥 어떻게 해서든 서점을 살리려 하기보단 어차피 망할 거라면 그 과정 속에서 더 다채롭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면서 망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 역시 정확히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삶의 목적이란 뭘 잘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죽는 엔딩을 받아 두고 그 쫄리는 과정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하루 끝에 키득키득 곱씹으며 스르르 잠들 '잼얘(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득템'하는 데 있는 게 아닐까?


런던에서 지내던 당시에는 내 주파수가 맞지 않아 서점의 존재를 알지도 못 했지만(그땐 '워터스톤스'도 빌빌거리며 겨우 한 번씩 드나들었으니까. 여기는 비유를 하자면 영국의 '교보문고' 같은 전국적 서점 체인이다) 요즘 기세로 봐서는, 언젠가 나중에 런던에 가면 나도 이 기묘한 골동품 서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생긴다(길치라서 시간은 좀 넉넉히 잡아야겠지만). 앞으로 1년, 또 다음 1년, 소서런 서점도 나도 어찌어찌 근근이 잘 버티면서 언젠가 만날 날을 기약해 봐야지. 기회가 되면 이 책 《기묘한 골동품 서점》 한국어 1판 1쇄본을 그곳에 선물로 기증해 볼까 한다(근데 이제 출판사의 무료 증정 도장이 찍힌...).


근데 책이 많이 팔려야 1판 1쇄본이 레어템이 될 텐데(흑심).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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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51퍼센트의 효율이라면 모든 게임에서 매번 안정적으로 차곡차곡 한 수씩 쌓아나가며 반드시 승리하게 돼 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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