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시골집의 가을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그 시절 추억들이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참깨를 터는 할머니 곁에서, 할아버지는 옥수수를 말리고, 아이는 마당 가득 널린 고추를 매만지는 할머니 곁에서 고추씨를 쪼아먹으려고 돌아다니는 닭을 쫓아 냅니다. 노란 들판에 허수아비 세워 놓고 참새를 쫓는 아이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에 참새 쫓는다고 깡통을 매달고 흔들었던 생각이 나데요. 곶감 깍아서 매달아 놓은 모습은 ’보리타작 하는 날’이라는 책에서 보고 두 번째로 보는 건데, 둘 다 너무 멋집니다. 그리고 제가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든 장면은 마당 가득 멍석에 널린 고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