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만나는 자연친구 - 산수유, 네 이놈!

며칠 전부터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있는 한 녀석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언제쯤이면 본색을 드러낼까? 언제쯤이면 이 놈이 얼굴을 보여줄까? 그렇게 계속 그 녀석을 기다렸습니다.
이 녀석을 기다린 지도 벌써 열흘. 저도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일 때문에 그 녀석의 동태를 살피는 일을 잠시 중단했더랬습니다. 그러다 이 초록지의 글 때문에 그 녀석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설마 이놈이 아직도 숨어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우와~그 녀석을 찾고 제 입에선 탄성이 나왔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기린 목을 만들어 버리더니... 드디어 놈이 얼굴을 삐죽 내밀었더군요.
촉촉히, 그리고 탱탱하게 물기를 머금은 노오란 그 얼굴... 하하!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산수유!”
홍릉 수목원에서도, 인왕산 자락에서도, 그리고 경복궁에서도 훨씬 일찍부터 얼굴을 내민 산수유인데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있는 이 녀석만 늑장을 부려 제 목을 얼마나 길게 만들어 놓았던지... 하지만, 그 녀석의 얼굴을 만난 이후로 괘씸했던 마음은 다 어디로 휙하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놈의 사진을 찍어 여러분과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부끄러운지 카메라 앵글에 잘 들어오진 않더군요. 어쨌든, 제 속을 그렇게 태우긴 했어도 산수유, 이놈 정말 예뻤습니다. 또 며칠을 기다리면 드디어 그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릴테지만, 전 그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리기 전 이맘때의 얼굴이 좋습니다.
추운 겨울을 꾹꾹 참으며 아무도 눈치 못채게 얼마나 속으로 속으로 봄을 맞기 위한 노력을 했을까요? 그런 그 놈의 노력을 보는 것 같아 아직은 탱탱한 그 얼굴이 좋습니다.
특히나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있는 이 녀석은 작년 태풍으로 인해 몇몇 가지가 부러졌다는 얘기까지 전해들은 터라 그 놈의 노력이 더 가상해 보였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한 그루의 나무, 혹은 한 포기 풀을 정해서 1년 동안 그 녀석을 살펴보세요. 봄에는 그 녀석이 어떤 얼굴빛을 띄는지, 여름엔 그 잎사귀를 어떻게 더 풍성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가을엔 그 잎을 어떻게 떨구는지, 겨울엔 또 내년 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렇게 일년을 녀석을 관찰하다보면요,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던 겨울눈에도, 그리고 땅에도 애정의 눈길을 돌릴 수 있답니다.
참, 산에 가면 산수유 꽃과 비슷한 생강나무 꽃을 만날 수 있는데요?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은 멀리서 보면 잘 분간을 못할 정도로 비슷한 얼굴을 띄고 있답니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우선 산수유는 산(산기슭 제외)에서는 거의 보기 힘듭니다. 마을 주변에서 노란 꽃이 보인다 싶으면 90%이상은 산수유로 생각하시면 되구요,(그럼 산에서 노란 꽃이 보이면 생강나무겠지요?) 산수유는 작은 꽃 하나 하나가 좀 여유 있게 피는 반면에 생강나무는 작은 공처럼 모여서 달려 있는 느낌이 듭니다. 자, 이젠 구분하실 수 있겠죠?
그럼 한번 가까운 산이나 공원에 가보세요. 그래야 산수유인지 생강인지 확인을 하지요!! ^^ 그리곤 저처럼 한번 외쳐보세요. “산수유, 네 이놈!! 정말 반갑다!!”

(2003. 3.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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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만나는 자연친구 - 땅을 살펴볼까요?

지난번에 봄을 준비하는 겨울눈에 대해 잠깐 얘기를 했었습니다. 완연한 봄이 오기 전까진 봄을 준비하는 자연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자연에 대해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단 조금은 더 관심이 많아서일까요? 아직은 바람찬 날씨에도 속속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더군요. 자, 그래서 오늘은 땅을 한번 살펴보기로 해요.
제가 환경교육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한지도 어느새 한 달이 되어 가는데요, 그동안 건물 마당에 심어져 있는 나무며, 야생화 꽃밭 등을 가만가만 살펴봤던 날들도 어느새 한 달이 된 것이지요.
아직은 겨울이라고 하지만, 절기상으론 입춘도 지나고, 그래서 더 유심히 땅을 살펴보지 않았겠어요? 그. 런. 데!!!
사실 땅을 살핀다고 살폈어도 눈 녹아 질퍽거리는 맨땅만 휙~둘러볼 뿐이었지 실상은 자세히 들여다보질 않았나봐요. 아 글쎄, 야생화가 만발했었을 그 꽃밭의 땅을 보니 겨우내 누렇게 바싹 말라있던 잎과 줄기 사이로 땅바닥에 냉이 붙은 것 마냥 납작하게 잎을 엎드리고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처음엔 마른 잎 인줄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잎을 만져봤지요. 근데 잎에 통통히는 아니어도 살짜쿵 물기를 머금고 다시 활짝 필 준비를 하고 있는 진짜 잎이더란 말씀이에요. 하하!
그런 잎을 보니 갑자기 대견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면서 땅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그 야생화들의 움직임도 기특하지만, 추운 겨우내 그 야생화들을 감싸안고 새로운 생명을 낼 수 있도록 조용히 품어주고 있던 그 땅을 말이죠.
그래서 이젠 눈이 녹아 질퍽거리던, 민둥하게 아무 것도 없어 보이던 맨땅들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무언가 새 기운이 땅위에서 폴폴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어요. 물론 맨땅은 맨땅일 뿐이었지만요,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 땅이 요술을 부리는 것만 같네요.

(2003. 2.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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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는 생각하나.

1월에 만나는 자연친구 - 겨울눈 이야기

얼마 전 길을 가다 우연히 남의 집 담장 안을 훔쳐보게 되었습니다.
밤손님도 아니면서, 벌건 대낮에 남의 집 담장 안을 훔쳐볼 때에는 뭔가 굉장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겠죠? 아닌게 아니라 정말 예쁘고, 기특한 것을 하나 보았습니다.
바로 그 집 마당 한편에 자리잡은 백목련의 겨울눈이었습니다. 겨울눈이 무에 예쁘고, 기특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겐 봄을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열심히 꽃을 틔우고 잎을 틔울 준비를 하는 백목련의 겨울눈이 정말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잎이 다 떨어진 겨울 숲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꺼라 생각합니다. 그저 눈이 오면 눈꽃 예쁘게 핀 겨울 숲만을 생각할 뿐이지요.
그러나 새싹을 파릇파릇 피워내는 봄 숲만큼이나, 푸른 잎이 무성한 여름 숲만큼이나, 곱디 고운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 숲만큼이나 겨울 숲도 겨울 숲만의 매력이 넘칩답니다. 벌들이 버리고 간 벌집을 찾아낼 수도 있고, 평소에 잎에 가려 느낄 수 없던 나무 껍질도 자세히 볼 수 있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낙엽을 살짝 걷으면 숲 속 동물들이 몰래 숨겨놓은 겨울 식량을 찾아내는 짓궂은 장난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겨울 숲이랍니다.
도둑고양이 마냥 남의 집 담장 안을 흘깃거릴 필요 없이 지금 바로 가까운 겨울 숲을 찾아보세요. 겨울 숲이 숨겨놓은 또 하나의 보물, 겨울눈을 찾아 나무들이 어떻게 봄맞이 준비를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생태교육이 될 것입니다.

(2003. 1.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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