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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서른세살 연수...
참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느 서른세살의 여성과 다름없는 캐릭터이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뭐.. 오래 사귀다 보면 예전에 좋아했던 이유가 헤어짐의 이유가 되어 이별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러니 뭐.. 서른 세살을 앞둔 크리스마스에 남친 K와 헤어진 것은 그리 특이할 만한게 못된다.
또 그 뭐시냐... 구조조정이니 합병이니 해서 우리가 모르는 새 상당수의 회사가 새로 생기고 없어진다고 하던데 주인공 연수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계기(인수합병)도 그다지 특이하지 않다.
그런데... 이 책 주인공...
33살이란 나이에 뭐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다른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회사에 남아있느니 먼저 나가 자존심을 지킨다는, 일명 쿨하게(쿨해보이게) 사표를 던진다.
거참... 나도 이 세상 때가 너무 묻어버렸나? 이 대책없는 주인공이 참 한심하다.
뭣이 쿨한건가? 그저 쿨해보이고 싶은거지... 속으론 오만가지 걱정과 고민, 상상을 해댔으면서...
하지만 왠지 밉지 않다. 그 옛날 나도 저리 대책 없던 때가 있었지...하면서 나의 좋지도 않은 추억의 실밥을 휘리릭 잡아채 연수와 내가 오버랩 해본다.
근데... 나와 다른게 있더라. 이책의 주인공... 책의 주인공이라 그런가? 어쨌든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면서 결국엔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를 떠올리고, 영화비평공모라는 그야말로 인생의 새로운 '거리'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저 여러 일자리를 찾아보고 다시 직장인이라는 굴레, 결혼을 선택해버렸는데...
"웹싸이트를 찾았습니다. 응답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주인공의 상태...
같은 서른세살을 살고 있는 나의 상태는 어떻지??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부호가 그려진다.
"서른세살이 되고 보니 서른세살이라는 나이는 많지도 적지도 않고, 애인이 있거나 없거나, 결혼을 했거나 안했거나, 아이가 있거나 없거나, 직업이 있거나 없거나 ,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거나 없거나, 있었는데 모호해졌거나 없었는데 생겼거나, 행복하거나 불안하거나 그럭저럭 살 만하거나, 혹은 그것들의 혼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세살... 연수는 이렇게 정의내린다. 그리고 앞으로의 풍경에 대해 궁금해 한다. 숨을 가다듬고 일보 전진하면서! 멋지게 꾸려가보기로 결심을 한다.
아... 혼재된 나의 서른세살이여!
나도 주인공 연수처럼 뭔가 결심을 내려야 할텐데...
제발 쿨하게는 아닐지언정 쿨해보이게라도 한걸음 내딛고 싶다!
(제목처럼 쿨~한, 꾸밈도 없는 담백한 작가의 글쓰기가 맘에 더 와닿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