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이 없는 일요일에는 갈 곳이 없었다. 집에 있자니 짜증이 나고, 밖에 나가도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사람 많은 거리를 걸으면 이유 없이 화가 났다. 일을 하거나 장기나 마작을 두고 있을 때면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서 수건을 달고 다닐 정도로 약해서, 동료들이 나를 보고 웃곤 했다. 밤에도 잠을 자지 못했으니, 어쩌면 신경쇠약이었는지도 모른다.
고쿠라에서 산을 넘으면 세토 내해와 닿은 해안이 있다. 그곳으로 가는 중간에 산처럼 쌓은 석탄 더미와 시멘트 회사의 채석장이 있고, 산자락을 돌면 반도에서 튀어나온 모지 뒤쪽으로 길이 이어졌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마쓰가에라는 곳에 내려서 정처 없이 바닷가를 걸었다. 저 멀리 인적 없는 해변너머로 이름 모를 작은 섬이 보였다.
그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소나무 숲을 거닐기도 했다. 식구들이 바글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긋지긋했지만, 밖에 나가 돌아다닐 곳이 없었다. 만약 그 때 내게 조금만 직접적인 동기가 주어졌다면, 어쩌면 자살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주변으로는 그런 강한 동기조차 없었고, 그저 불쾌한 타성에 온몸이 젖어 있었다. 신경은 곤두서 있는데도 몸이 나른하고 머리는 무뎌지고 있었다.
책 한 권 읽을 기분도 들지 않았다. 독서를 하는 것도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빗자루 장사를 하느라 야간열차를 타고 교토, 오사카, 히로시마와 사가 일대를 왕복하던 것도 어느새 먼 과거의 일이 되어 있었다. -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