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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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금본위제 같은 통화 체계다. 모든 경제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정치에 의해 결정되며,
현대 서양에서는 그것이 남성의 지배를 온존시키는 마지막 남은 가장 좋은 신념 체계다.
문화적으로 강요된 신체 기준에 따라 여성의 가치를 매겨 수직으로 줄을 세운다는 점에서 이는 권력관계의 표현이며,
이러한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은 그동안 남성이 전용해온 자연을 놓고 싸워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33-34p)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자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문제다.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일은
흑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위해 피부색을 옅게 할 때와 같은 정치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손질했을 때 검은 피부색에 내리게 되는 가치 판단을 여성 삶의 가치에도 내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적을수록 좋다는 말일 것이다.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것은 여성의 정체성과 힘, 역사를 지우는 것이다. (139-140p)


그러나 이런 형태의 반복이 이미 압력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강요되면, 실제로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뀐다.
광신적 신흥종교 집단에서 주문을 욀 때 사람들은 비몽사몽인 "입면 상태"에 들어간다
그런 상태에서 공격적이거나 자기파괴적인 충동의 희생자가 된다.
이렇게 무아지경에 빠지는 일은 여성에게 음식과 비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도록 가르칠 때도 일어난다.
그 같은 비이성적 느낌이 들면 겁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에게 그렇게 공격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느낌이 자기 내부에서 생긴 것으로 믿게 하고
실재하는 느낌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도록 유도하지만,
그것은 분명 외부에서 강요한 느낌이고 실재하는 느낌이다. (202p)


이러한 두 극단은 생물학적이지 않다. 자유롭게 길러진 여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여성의 극단이 허용하는 것보다 성기 중심적이고 건강하게 이기적이며 남성의 몸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자유롭게 길러진 남성도 아마 남성의 극단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감정적으로 몰두하고
상처 받기 쉽고 건강하게 주고 몸 전체가 관능적일 것이다.
성적 아름다움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가진 양이 똑같고, 황홀해지는 정도도 남녀의 차이가 없다.
남성과 여성이 아름다움의 신화를 넘어 서로를 보면, 남녀가 서로 더 정직해질 것이고 에로틱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만큼 그렇게 서로를 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286p)


여자들이 아름다움을 위해 하는 것을 보면 미친 것 같았다.
나는 여행하고 싶은데 아름다움은 계속 쳇바퀴를 돌게했다.
어머니는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즐거움을 거의 얻지 못했다.
나는 어머니의 아름다움이 어머니를 해치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는 이미 얻었는데 왜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어머니처럼 아름다우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끝없는 비하를 보상해줄 정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327p)


여성이 압력에 굴복할 때마다 압력은 더욱 거세져 그것이 의무가 될 것이고,
결국 자존심 있는 여성은 고치지 않은 얼굴로는 감히 밖에 나가지 못하리라.
여기에 싸구려 병원까지 가세해 값싸게 여성의 몸을 난도질 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음핵의 위치를 바꾸고, 질을 꼭 맞게 꿰매어 붙이고,
목의 근육을 풀고, 구역질 반사 기능을 없애는 것도 시간문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의사들이몸속에있는 기관을 볼 수 있게 투명한 피부를 개발해 이식한 적도 있다.
한 목격자는 그것을 "최고의 관음증"이라고 한다.
이런 기계가 바로 문 앞에 있다. 그녀가 미래일까? (424p)


무시무시하다. 우리는 분명 모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을 외치지만 정작 가장 확연히 보이는 외모에서 여성은 해방되지 못했다. 각 제목에서 이미 끝났지. 나오미 울프는 이책을 십년, 이십년 전에 썼지만 이러한 류의 책을 읽을 때 늘 느끼듯이 세상은 무섭게도 변하지 않았다. 강요는 폭력이다. 혹자는 네가 원치 않으면 하지 않으면 되겠냐고 묻겠지만 글쎄,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서야.


 여성의 위치는 다양한 이념에 얽매여 앞으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더 많은 노동을 하지만 더 적은 가치를 인정받아며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듯한 여성지의 역사는 여성을 옥죄여 온다. 스스로와 모두를 검열한다. '아름다움'으로 인한 카스트제도는 종교와 같은 기능을 하며 이 유예의 종교에서 여성들은 순종적 지배자를 자처하게 만들어진다.


 포르노와 사도마조시즘으로 점철된 섹스의 문화는 일상적으로 소비되며 고급스러운 성폭행장면들은 광고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이런 현상은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동시에 여성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침범한다. 새로운 방법으로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저자는 노조 및세대간협력을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리고 그 필요성을 우리는 책을 통해 더 절절하게 공감한다.


 폭력을 가하는 이도, 폭력을 당하는 이도 절대 폭력인지 않지 못하는 이 억눌린 상황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행동으로 나서야 하는가. '여성의 아름다움'이 일종의 통화처럼 소모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이 아름다움을 잘못 생각하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그것을 알아야 한다. 생활의 모든 면에서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결코 옳게 통용되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한 세대 전에 저메인 그리어가 여성에게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렇게 여성이 한 것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혁명을 낳았다.
여성 개인으로서, 전체 여성으로서, 이 행성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무엇을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4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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